정들어버린 캄보디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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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어버린 캄보디아 10

espher 0 2961
첫날 유적관람을 마치고 저녁에는 압사라댄스를 보러갔습니다...
그냥 다들 가니까 갔던 건 아니고...
먹고 사는데는 도움이 안되지만 제 분야 일중의 하나가
공연쪽에 연관되어 있는게 있습니다....
그래서 취미겸 직업겸 해서 무용하고 음악에 상당히 관심이 많습니다...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도 각 나라의 전통댄스를 접할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가봤는데...
사실 지금까지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습니다...

확실히 무용에 있어선 아시아에서 한국을 능가할 나라가 없습니다...
발레만 놓고 본다면 중국이 겨우 따라오려는 수준이고...
현대무용쪽은 일본이 잘 나간다고는 하지만
그건 자체 완성도 보다는 국가브랜드에 기댄 측면이 강하고
전통무용쪽은 아직까지 어느 나라도 한국정도의 완성도에 이른 나라가 없습니다...

캄보디아에서도 이왕 온 김에 이나라 춤을 볼 기회가 있으면 보자
그런 이유에서 압사라댄스를 보러간 것인데....

춤공연을 내걸긴 했지만 사실 춤이 주된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 뷔페를 파는데 거기에 춤을 슬쩍 끼워넣은 것입니다....
아님 춤만으론 흥행이 안되니까 식사를 파는 것일수도 있구요....
일행들은 모두 전자로 생각했는데 전 아무래도 후자쪽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 공연을 춤공연이라고 부르기엔 너무하고 일종의 우리나라 마당극 비슷한 거라 보시면 됩니다...
그네들의 생활상과 역사적 모티브가 되었던 사건을 간단한 공연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힌두신화중 라마야나 설화의 일부 내용을 공연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마당극도 그러하지만 관련 내용을 어느정도 알지 못하면
지금 뭐하고 있는건지 당최 감이 안옵니다....
힌두신화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저도
연인들끼리 춤춘다음에 원숭이 탈이 왜 등장하는 건지 이해못해서
한참을 헤맸으니까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원숭이 춤 앞부분의 연인들의 춤이
그냥 연인들의 춤이 아니라 라마야나중 라마와 시타의 이야기였던 겁니다....
그럼 원숭이 탈을 추고 등장하는 것은 원숭이 왕인 하누만 이고....
그제서야 전체적인 공연의 흐름이 이해가 되더군요...

네......
과연 이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중....
라마야나에 대해 알고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래도 명색이 공연이라고 내걸었는데
기본적인 흐름을 어느정도는 알수 있도록 팜플렛정도는 비치하는게 좋지 않나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흐름을 전혀 알지 못하는 대다수 관객들은 그냥 먹기에만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모든 전통무용들이 그러하듯이
이 압사라댄스도 제사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기본적인 테크닉은 객관적으로 완성도가 굉장히 떨어집니다....
과거의 전승에만 머무른 차원이 아니라 제 안목에서 보기엔
과거의 것을 이제서야 찾아가는 단계정도로 비쳐줬습니다....

제대로 전승이 되었더라면 최소한 우리나라 승무정도의 모습은 보여줬을텐데
오랜 세월의 깊이랄까 그런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문득 킬링필드를 떠올린 것도....
이렇게 된 원인이 거기에 있지않나 싶어서 였습니다...

식당수준이라지만 공연용으로 어울리는 장르자체의 특징이란게 있습니다...
현재 수준으로는 공연이라는 틀속에 담아내기엔 한참 미흡함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이 무대에 설 정도면 캄보디아 내에선 알아주는 댄서일텐데
댄서들의 수준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기량이 미달이었구요....
잘 추는 몇몇도 그냥 봐줄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추는 춤의 기본 테크닉을 몸에 배어서 흘러나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생이 연극 대사외우듯이 외워서 하나둘셋 구령맞춰서 보여주는 수준이라...
참 답답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캄보디아 현국왕이 발레안무자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과연 이 압사라댄스라는게 앞으로 얼마나 나아질지 궁금해졌습니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우리나라 최승희정도의 천재적인 무용가가 등장하지 않는 한
이런 식당공연 수준을 능가해서 예술장르로서 독립할 가능성은 없어 보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마사지를 외치는 일행들과 헤어져서 인터넷카페에 갔습니다...
급히 보내야할 이메일이 있는데 며칠째 못보내고 있어서 그거 해결하려고
글로벌에서 가장 가까운 인터넷카페에 찾아갔는데......

결국 못보냈습니다.....-_-;
보내는 쪽도 문제가 있지만 받는 쪽 서버도 사정이 좋은 건 아니라서
20여분동안 계속 전송중 메시지만 뜨길래
짜증 나서 그냥 끊어버리고 나왔습니다.....

메일 보내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간에 일행중 한사람이 절 찾아왔습니다..
한국에 있는 애인한테 전화해야 한다나요....

그냥 숙소에서 콜렉트콜 하라니까
여행온 첫날 그렇게 했다가 비싸다고 혼났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그 카페에서 국제전화를 걸고 얘기하기 시작하는데....
무려 30분을 통화합니다......-_-;

첨엔 지금 한국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전화끊고나서 조심스레 물어보니
그냥 수다떨었답니다.....-_-;

여행나와서 이제 처음이라면 모르겠습니다...
벌써 4일째인데 매일매일 전화통화 하면서도 30분동안 수다를 떤다는 거
좀 그렇습니다....

첨엔 점잖게 얘기했습니다...
앞으로 국제전화로 수다떨려면 반드시 콜렉트콜로 해라...

그랬더니 여자에게 사랑을 확인시켜주려면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니생각이냐 물었더니 여자가 그렇게 얘기한답니다...-_-;
그리고 어디에 있건간에 30분이상 통화해줘야 여자는 안심한다나요.....

그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냥 애인 사이라면 모를까 곧 결혼할 사이라는데
콜렉트콜로 하는 자기 돈은 아깝고 저쪽에서 거는 돈은 안아깝다...

여자친구가 만에 하나 그것을 절약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건 유경험자로서 충고대상입니다....
지나온 여행기간내내 여행보다는 애인사줄 선물만 신경쓰는 것보고 
(그것도 본인의사가 아니라 반드시 사야와 한다는 여자친구 요구때문에 그랬습니다...)
기회만 노리고 있었는데 딱 걸렸습니다...

공처가 하나 탄생하는거 막기위해서 아무래도 진지한 얘기가 필요했습니다..
마침 전날 글로벌 사모님이 얘기하셨던 바가 걸어서 지척인지라
맥주나 한잔하면서 얘기할 요량으로 일단 거길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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