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어버린 캄보디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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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어버린 캄보디아 5

espher 2 3145
차를 몰고가면서 시계를 보니 캄보디아에 도착한지 아직 세시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치 여기서 3일은 돌아다닌듯이 기운이 주욱 빠집니다.....
충격의 강도가 어마어마하니 오히려 멍해져서 아무것도 느낄수가 없습니다...

롯이 점심을 먹자고 데리고 간 곳은 강가의 식당이었습니다...
왕궁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근처가 환전소,식당,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한 여러업소들이 밀집된
일종의 여행자거리 같았습니다....

이런 편안한 여행의 단점중의 하나가....
가이드에게만 의존하다보니
이 도시에 대해 내 몸으로 느끼는 정보를 못얻는다는 것입니다..
다음에 다시 프놈펜엘 가면 또 가이드를 고용하거나
처음 온 도시처럼 몸으로 부딪쳐 가면서 고생해야 합니다...

참 좋은 식당이었고 맘에 드는 강가였는데....
시내에서의 위치라든가 어떻게 찾아가는 가에 대해 아무것도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그때는 기억했는데 지금은 식당이름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보통 가이드가 추천해주면서 데리고 가는 식당들은
가이드랑 특별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게 커미션이 되었건 뭐가 되었건 간에요....

롯이 데려간 식당은 음식도 그렇고 서비스도 그렇고
관광객 데려오는 기사들에게 커미션 지불하는 그런 식당은 아니었는데
관계가 어떻게 된건지 참 궁금했습니다...
롯도 커미션 받아 챙기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구요....

식당 벽면을 살펴보니 의문이 풀립니다....
벽에 걸린 사진과 설명을 보니 식당주인이 고아원을 운영하시더군요....
앉아서 식사하는 웨스턴 하나도 NGO에서 파견나온 자원봉사자였습니다...

롯도 나름대로 그 고아원과 관계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대화하는 폼이 친구사이 이상인것 같았습니다....
이런 식의 소개라면 아주 기분좋게 이용해줄수 있죠....^^;

우리가 자리에 앉는 걸 확인하고 롯이 밖으로 나가려 하기에
불러세워서는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제가 얘기하기도 전에 일행들이 먼저 롯을 잡아 끌더군요...
가이드는 밖에 세워놓고 혼자서만 식사하는 웨스턴들과는 전혀 다른
한국인들 특유의 정서겠죠....

총쏘는 곳을 거부할때 부터 저희 일행을 약간 다르게 보기 시작하더니
식사를 같이 하고난 후에는 롯이 우리에게 sir대신 friend라고 부릅니다..

여러가지 음식을 시켰는데 롯의 도움을 받아서 전부 크메르음식으로 시켰습니다..
제 입맛에 가장 맞았던 것은 Nok-lak이라는 음식이었는데
흔한 음식같았는데 이 가게 이후론 다른 데선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외의 음식들도 아주 좋았습니다....

음식을 여러개 시켜놓고 한창 식사하는 중에
갑자기 점원이 들어오더니 롯을 데리고 밖으로 나갑니다..
롯이 부리나케 차에 올라타더니 차를 몰고는 갑자기 어디로 사라집니다...

잠시뒤 롯이 돌아오길래 무슨일이냐고 물었더니
king이라면서 길거리를 가리킵니다....

무슨 얘기지 하면서 고개를 내밀고 길거리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면서 경찰차가 여러대 지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리무진이 여러대 줄지어 달려오는데
웬 머리 벗겨진 중년 남자 한분이 차창밖으로 손을 흔들고 있고
연도의 사람들이 모두 환호하고 있습니다....

저희 일행들도 모두 나와서 손을 흔들길래
웬 king? 그게 무슨 얘기야? 이 나라에서 왕이 왜 나와?
라고 일행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음.......
킬링필드와 뚜얼슬랭의 충격때문입니다....
잠시 머리속에서 캄보디아가 입헌군주국이 아닌 공산국가로 착각된 겁니다..
은근슬쩍 롯에게 미안해지는데 한국말을 몰라서인지 그냥 웃고만 있습니다...

지나치는 몇초동안에 본 모습이지만
씨하눅 전 국왕에 비해선 상당히 인자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인자한 미소로 국민들의 슬픔을 잘 다독거려주길 바랬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보니 은근슬쩍 요금이 많이 나왔습니다....
고아원 도와주는 셈치고 비싼 요리들만 시켜서 그런것 같습니다..
한국기준으로도 5인 점심식사값치고는 상당히 비싼 값입니다만...
아주 즐겁게 돈을 지불하고 롯이 차를 몰고 가게앞으로 오는 것을 기다렸습니다...

여기서 일어난 해프닝 하나.....
식사값으로 잔돈이 없어서 100달러를 지불했는데 가게도 거스름돈이 없답니다...
롯얘기론 그 거스름돈이 그 가게 한나절 매상과 맞먹는 정도라네요....
(저희 먹은게 그럼 한나절 매상을 올려준거란 얘기도 되는데....^^;)

해서 환전소에 가서 잔돈으로 바꾸라고 200달러를 일행에게 쥐어 보냈는데
잠시뒤 빈손으로 그냥 돌아왔습니다.....
지폐에 약 3mm정도 찢어진 부분이 있는데 그것때문에 돈을 못준다는 겁니다...

지폐의 훼손여부에 정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때문에 좀 고생을 했습니다.....
바꿔간 달러들이 절반정도가 그쪽 기준에 맞지 않았거든요...
그때문에 마지막날엔 호주머니에 100달러지폐를 여러장 넣어두고서
1달러까지 박박 긁어서 글로벌에 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그 돈을 태국에서 바꿀땐 아무 문제 없었는데 말이죠...

환전소에서 바꿀때도 롯이 옆에서 보고 있다가 바꿔준 돈을 일일히 확인하면서
조금이라도 찢어져 있으면 그자리에서 다른 것으로 달라고 얘기합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게 얼마나 중요한건지는 여행하면서 알았습니다...
그뒤로 거스름돈을 받을 때면 반드시 지폐의 손상을 확인하게 되었고...
롯이 저희를 friend라고 부른 의미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반 가이드라면 그렇게 도와주지는 않았겠죠....

배도 채웠고 하니 일행들이 후식으로 과일을 먹자고 합니다....
롯에게 어디가 과일이 싸냐고 물으니까 센트럴마켓으로 가자고 합니다...
가는 김에 이런저런 물건에 대해 물어보니까 현지인들이 사는 값에 대해 친절히 알려줍니다..
그 이상은 사면 바가지니까 사지 말라고 하면서요....

(가격에 대해 미리 얘기를 듣고 갔지만 그래도 30-40%정도는 그냥 바가지를 썼습니다..
깍을 수도 있었지만 저희에겐 몇백원 안되는 돈인데 그사람들에겐 큰 돈이니까요...
그 몇백원때문에 실갱이하고 싸우는거 더운나라에서 별로 할짓이 못됩니다....)

센트럴마켓으로 이동한 후에 롯이 저희를 내려주고는 2시즈음 다시 보자고 합니다..
기름도 넣어야 하고 집에 잠깐 들렸다 와야 한다고 하길래
그러자고 하고서는 저희들끼리 센트럴마켓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2 Comments
JASON` 2006.07.19 13:40  
  이어질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다.
스틸 2006.07.27 20:35  
  ^^ 님...저도 이어질 다음 여행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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