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츠모 하레 - 3. 홍의 집에 초대받아 캄보디아의 현실을 보다.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이츠모 하레 - 3. 홍의 집에 초대받아 캄보디아의 현실을 보다.

하레 2 3470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흙먼지 투성이 옷을 갈아입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카페에 필립이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뒤에서 홍에게 배운 크메르어로 "쭘리엡쑤어~"하며 인사를 했더니 멀뚱멀뚱 쳐다본다.
마침 그순간 홍과 풍 자매도 도착. 뒤에서 "왁~" 놀래키니 이 필립 놀래서 더 멀뚱해진다.
'얼레? 근데 표정이 영 이상하다. 가만... 원래 필립이 귀걸이를 했던가? '
앗! 얘가 아니다. 우린 대머리라서 필립인줄 알았지.. 스탈도 비슷해서... --;
진짜 필립은 저쪽 구석에 앉아있다. 죄송죄송~
나야 원래 사람 못알아본다치구 홍/ 풍 니네는 또 모냐... --;;;
왜이렇게 여긴 머리 박박 민 애들이 많은거야...


암턴 모또로 홍과 풍 자매의 집으로 갔다.
시내에서 한 30분 정도 걸리는 외곽이었다.
외곽으로 나오니 대중교통이 뚝뚝보다 더 큰 단위로 바뀐다.
오토바이 뒤에 경운기 뒤의 짐차 같은걸 달아 운행하는... 이름 까먹었다. 쩝...




드뎌 홍네 마을 도착.


강변에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그런데 솔직히 많이 놀랐다.
집이 작다고는 들었지만 우리를 초대하길래 어느정도 규모는 되는 줄 알았는데...
강 위에 있는 정~말 작은 나무 오두막이었다.




집안에 아저씨 한분이 계셨는데 우리가 들어가니 자리를 비켜주신다.
인사도 안시켜주길래 어떤 분인가 우리도 엉거주춤 인사하고 지나쳤는데... 알고보니 아버님이셨다. -_-;

집안은 그냥 말 그대로 오두막.
마루 판자 사이로 아래 강이 보이도 부엌도 땔나무 때는 작은 부뚜막이 있는 정도...
솔직히 사진찍기가 미안했다.






집안을 구경하고 아버지의 일터로 나갔다.
주로 어업과 양식업을 하는듯...






낮잠 주무시고 계시는 동네 아저씨들과 노닥노닥



홍네 집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아저씨와 사촌들이 한다는 바로 옆 시장의 작은 가게로 갔다.
그냥 작은 구멍가게.




홍의 사촌 동생. 예쁜 아이다.


거기서 다시 사탕수수 씹어먹고 콜라 마시며 노닥노닥.
그 사이 지금도 내가 하고 있는 팔찌를 만들어 준다.


사실 먼가 계속 얻어먹기만 하고 초대 받았는데 빈손으로 오고 해서 미안했다.
홍과 풍은 매우 당당했는데... 뒤로 음식값들을 모두 달러로 넉넉하게 쳐주는듯 했다.
홍과 풍은 씀씀이가 상당히 크다.
외모로 보나 태도로 보나... 홍/풍 자매과 그 사촌들간에는 무척 큰 갭이 있는 듯 보였다.
왠지 좀 슬펐다.

홍네 마을 풍경.
왠지 낯익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어릴때 우리 외갓집 동네과 비슷한 모습.
한 20년 전이던가...


그리고 동네 아이들




동네 어르신들



다시 길건너 동네의 홍의 아저씨네 레스토랑으로 갔다.
일가가 다 한마을에 모여사는 모양이다.

레스토랑 건너편에서 카드놀이하고 있는 청년들.
평일 대낮에... 쩝... 할일이 별로 없나부지...


이런 아저씨도 왔다가 갔다. -_-;;;
성경 어딘가에서 본 사람같다.


이런 가난한 시골 마을에도 가라오케 열풍은 대단하다.
역시 여기도...
가라오케 시디도 엄청 팔고...


가라오케 앞에서 시간 죽이기...


그리고 오후 해가 저물기 전에 시내로 돌아왔다. 이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홍과 풍이 없는 사이 필립과 감상을 좀 많이 나누었다.

홍의 아버지는 본래 화교로 캄보디아인, 어머니는 베트남인.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프랑스인이라 사실 좀 많은 피가 섞여있다.

부모님은 캄보디아에 살면서 크메르루즈의 험한 시기를 맞았고

이곳에 정착해 살다가 결국 이혼해서 어머니는 홍, 풍을 비롯한 자식들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홍과 풍은 각각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과 캄보디아로 일을 하러 나온 것이다.

그들은 1년에 두번정도 어머니께 돈을 부치고 있었고

아버지가 사는 캄보디아에도 일년에 한두번씩 와서 그냥 이렇게 돈을 많이 쓰는 형식으로 돈을 풀고 가는 것 같았다.

처음 아버지를 뵈었을때부터 친척들을 만날때도...

먼가 극복할 수 없는 엄청난 괴리감을 느꼈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홍과 풍은 어떤 존재인지...

피를 나눈 가족이지만 그가운데 넘을수 없는 깊은 갭이 있는것 같았다.

또한 평온이라는 의미와는 좀 거리가 있는 루즈하기 그지없는 이곳의 생활 모습은...

참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또한 홍과 풍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려서부터 홀로 외국에 나가 고생하면서 가족을 먹여살리는 입장에 있다면

꽤나 생각도 깊고 철이 있을법도 한데 정말 이 아이들은 철이 없다. --;;;

정말 없다. 그냥 어린애들이다. (헤어질 때까지 필립과 공통으로 느낀거다. )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면서 가족 안에서도 괴리감을 느끼게 되는 이 아이들의 정체성은 무엇일지...

홍의 집을 방문하면서 본 것은 시대와 현실이 만들어낸 가슴 답답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한 것들을 너무나 스스럼 없이 보여준 홍과 풍이 정말 고맙다.
2 Comments
광풍 2006.03.12 17:14  
  베트남부터 여기까지 따라왔네요 글 잘봤습니다.^^
하레 2006.03.14 10:53  
  감사합니다. 나머지도 언능 올려야되는데 자꾸 게을러지네요. ^^;;;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