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종단안내2(라오스 동크라우 육로국경~태국 핫렉 육로국경)
워낙 업무가 많은 관계로 2부 게시가 조금 늦었습니다.
1월20일 깜폿강변의 쌀국수전문집에서 쌀국수, 바게트빵, 오므렛, 볶음밥 등으로
아침을 해결한 일행은 19세기초(1920년경) 프랑스 식민통치시절, 최고급 휴양지와
카지노 등으로 개발된 해발 1,100미터 정상의 복코힐스테이션을 향해 출발합니다.
다행히, 어제 우리를 두차례나 고생시켯던 버스가 새벽녁에 도착해서 수리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마음 한 곳으로 불안이 가시지를 않네요......
3대의 구형 캄리택시와 점심식사를 비롯한 많은 짐을 실은 닛산픽업트럭 1대로
상쾌한 강바람을 가로질러 약 37킬로 떨어진 산정상을 향해, 연신 길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달려나갑니다. 시가지를 벗어나 약 7킬로를 달려왔을때,
'PREAH MONIVONG BOKOR NATIONAL PARK' 간판 앞에 도착합니다. 500미터 후방의
티켓포인트에서 외국인5$, 현지인1,000리엘(0.25$)의 입장권을 구입하고, 이제
부터는 험난한 정글을 뚫고 만든 비포장 길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티켓포인트에는 복코국립공원에서 자생하는 모든 동식물들의 사진과 안내문등이
영어로 상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반드시 한번 내려서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몇해전 한국영화 '알포인트'를 촬영하면서 연기인 감우성씨가 호랑이를
만났다는 전설같은 얘기의 주인공인 호랑이가 아직도 분명히 살고있다는 공원
관리인의 얘기를 들으며, 우리일행중 락슈미와, 시타는 약간 겁을 먹은것 같은
표정을, 다른 분들은 기대감의 표정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약 90년전. 열대정글의 원시림을 불태우고 잘라내어 도로를 건설하고,
연중 구름과 안개가 걷힐 날이 한달여 정도 밖에 되지않는다는 산꼭대기 광활한
구릉지대에 대형카지노, 성당, 레인져하우스, 사찰, 수많은 개별별장들에 공급한
상수도 시설중에 대형급수탑은 아직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이를 위해 누군가는
땀을 쏟으며, 또는 생명을 잃어가며 건설을 했을 것입니다. 크메르루지가 정권을
잡은 이후 전혀 개발과 보수를 하지 못하고 오늘에까지 이르다보니, 방치된 30년의
도로상태나, 건물들의 황폐한 모습은 앙코르유적의 타프롬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워낙 고산지대라 정상부근에는 큰 키의 나무들은 볼 수가 없지만, 바닷가에서
부터 정상으로 올라오는 길에는 좌우로 열대정글의 다양한 식생들을 관찰할 수가
있었고, 가끔은 이름모를 새들과 작은 동물들이 고목사이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오늘따라 많은 외국인(유럽)들이 같이 산을 오릅니다. 이들은
깜폿의 각 게스트하우스에서 판매하는 복코힐트래킹 티켓(1인10~15$)으로 픽업트럭의
난간에 걸터앉아 즐겁게 웃고 떠들고, 역시 여행자의 얼굴은 모두가 환하게 밝습니다.
특히 옛추억(식민통치)을 그리며 찾아오는 프랑스인이 대부분임을 확인합니다.
요란한 엔진소리가 두시간을 울렸을까? 낭떠러지에 세워진 당시의 한별장에 도착
합니다. 세월의 연륜이 폐허로 변한 건물 곳곳에 남아있고, 수많은 여행자의 서명도
빼곡히 빈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동행한 건설회사 사장님왈 '이거 그 시대에
이런곳까지 와서 이정도 기초와 골조가 튼튼한 건물을 지으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 이라는 평을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철근콘크리트의 아주
탄탄한 건물들임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다시 차에올라 30분여를 더 달리니
넓은 평원에 무수히 펼쳐진 별장들과 카지노, 상수도시설물, 근래에 세워진 수많은
송신탑들이 눈앞에 그림처럼 나타납니다. 보통 다섯번은 올라와야 이 모든 것을
볼 수가 있다는데, 우리 일행은 단 한번에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전혀 끼지않은
맑은 하늘아래서 모든 것들을 감상합니다. 정말 올해는 재수가 좋으려나......
지난해 7월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후배 홍00군을 위해 우리 일행은 간단한
묵념으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그는 영화 '알포인트' 촬영당시 이곳에서 코디네이터로
열심히 일했던 최초의 한국인이었습니다. 신병으로 그는 갔지만, 이곳의 작은 가게
주인들은 우리 한국인 촬영팀 덕분에 좀더 쉽게 생계를 이을 수 있었기도 했습니다.
광활한 곳곳을 이제 일행들은 따로따로 흩어져 답사를 시작하고 반야와 기사들은
숯불피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큰 드럼통을 잘라만든 바베큐그릴에 숯불을 가득히
피워서 프놈펜서 미리 준비한 삼겹살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선 산중취사가
금지되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 산정의 폐허카지노 앞에서
가끔씩 얼굴로 스쳐가는 구름과 안개와 바람을 벗삼아, 구수한 냄새를 피워대는
삼겹살 앞에, 외국인들도 염치불구 모두들 모여듭니다. 점차 일행이 늘어나서 넉넉히
준비했던 소주가 먼저 동이납니다. 프랑스인 MR.Alfred Deutsch(영화감독)는 소주에
반하여 자기일행들을 버리고 끝까지 우리와 어울려 맥주2박스를 사기도합니다. 후에
메일로 자기친구들에게 무지하게 혼났다고 사진과 함께 연락이왔습니다. 예정시간을
지나 파티가 길어지고, 신나게 노래까지 몇마디씩 부르고 난뒤에야 마무리가 됩니다.
서로가 연락처를 주고받고, 여행자들 끼리는 쉽게 어울리고 쉽게 한마음이 됩니다.
물론, 여기서 우리일행은 주위의 쓰레기들을 모두모아서 깨끗이 청소를 마쳤습니다.
하산하는 길에, 승용차에만 타고 올라오셨던 사모님들은 픽업트럭이 훨씬 재미있겠다며
모두들 차를 바꿔타고 산아래 바닷가를 향해 이동이 시작됩니다.
국립공원입구에 도착하자 약속대로 코스모스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온전히 수리가
잘 되었기를 빌며, 기사들과 기념촬영, 작별인사를 하고, 어둡기 전에 시하눅빌에
도착하기 위해 일행을 재촉하여 출발합니다. 다들 하룻밤쯤 산정에서 자고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하며, 3번고속국도 공사현장에서 한국의 KD건설 기술자를 만나,
간단한 한국음식들을 나누어 드리고, 멋진도로를 만들어 주실것을 부탁합니다.
<<복코힐스테이션에는 유럽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습니다. 지난해말 증축을
완료하여, 약15개 정도의 객실이 있으며, 태양열을 이용하여, 세탁기등 전자기기도
사용 가능하며, 1인당 5$의 요금을 받습니다. 주방을 무료개방하여 부식을 준비해
가면 직접 요리도 가능합니다:상세한 내용은 글로벌로 문의주세요!>>
현재 전세기만 이착륙하는 시하눅빌공항을 지나서 목적지를 20킬로 남겨둔 곳에서
우리 버스는 세번째 엔진을 멈춥니다. 어쩐지 불안하던 마음이 있더니만, 결국 끝까지
사고를 치고 마는군요...... 긴급히 예약된 쏘카비치호텔에 연락하여 셔틀버스를
요청하고 늦은 저녁을 예약합니다. 또다시 길바닥에 내려선 우리 18명의 일행들......
안내하는 나는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줄 누가 알아 줄까요! 착한 우리 일행은
오히려 버스기사 걱정에 서로 팁을 주고, 어떻게하면 기사를 도와서 수리해 볼까하고,
서로 나서서 도우려 애쓰는 모습에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어둠이 도로에 깔리고 또다시 하늘엔 무수한 별빛의 축제가 벌어집니다.
너무도 많은 별빛에 하늘은 어디에 있는지? 별찾기가 아니라 오히려 하늘찾기를
한다며 다들 즐거워합니다. 채 한시간이 안되어 호텔서 보내준 버스에 짐을 모두 옮겨
싣고, 막상 떠나려니 홀로 내버려 두고갈 운전기사를 바라보는 우리 일행의 눈빛이
안타까움으로 가득함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리 길지않은 일정동안 같이 지낸
기사이지만, 마음씨 착한 우리 일행들 세번씩이나 고장으로 고생들 했지만, 불평한마디
하지않고 아쉬운듯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조금씩만 더 마음을 열고, 조금씩만 서로 양보
하고, 조금씩만 더 사랑하는 마음을 나눈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 될까요?
살만한 세상, 꼭 멋지게 한번 살아 볼 그런 세상을 우리 여행자들이라면 쉽게 만들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시하눅빌항구의 불빛들이 찬란히 바라보이는 언덕을 내려오며,
혼자마음으로 온세상을 향해 기도드려 봅니다.
<오늘역시 총185킬로, 차량을 바꾸어 타가며 9시간정도 이동하였습니다>
베트남자본과 합작으로 만든 캄보디아 최고의 리조트호텔인 쏘카비치리조트에는
예상보다 두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합니다. 저녁에는 해산물로 모처럼의 식도락을
즐기기로 계획하였으나, 너무 늦어서 그냥 호텔의 값비싼 요리들로 무리를 하게됩니다.
내일은 그냥 아무런 계획없이 무조건 푹~쉬자는 일행들의 의견으로 오전은 호텔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갖기로 하고, 오후에는 배를 전세내어 바다낚시를 하기로 합니다.
시하눅빌에 올때마다 충실한 비서 역할을 해주는 mr.보라 군을 불러내어 간단히
맥주한잔을 곁들여 내일의 낚시준비를 하면서 현재의 관광객상황을 들어봅니다.
수일전에는 유럽의 초대형 호화유람선 'NAUTICA'가 천여명의 관광객을 싣고
다녀갔으며, 시하눅빌 앞바다의 작은 돌섬에 러시아투자가가 짖고있는 호텔을 보기위해
그의 친구들이 전세기 두대로 방문했으며, 스킨스쿠바를 위한 다이버샾이 몇개나 더
문을 열었고, 자신도 내일 다이버안내를 나간다는 등. 최신 정보들을 전해 듣습니다.
긴시간 전쟁과 정치싸움으로 폐쇄되어 마이너스성장만을 하고 있던 캄보디아!
이제 지난날 인도차이나반도를 지배하던 강력한 국가! 크메르제국의 영광를 다시한번
재현해 보려는 젊은 캄보디언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리 멀지않은
미래에 후진국의 굴레에서 벗어난 캄보디아를 예상 할 수가 있습니다. 생존과 미래를
위해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하고, 힘들고 험한일도 마다않고 산업연수생이란 명목으로
외국으로 진출하는 젊은이가 날로 늘어나고, 완전한 개방으로 국가이미지를 탈바꿈
하려는 정치지도자,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겨준 조상의 지혜를 전세계인이 방문하여
달러를 뿌려주는 오늘의 캄보디아가 급속한 성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1월 21일 모처럼의 여유있는 일정이라 해변을 산책하고, 수영도하며, 오토바이로 변화한
시내를 돌아보면서 약동하는 시하눅빌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시하눅빌에는 몇해전부터 한국인이 진출하기 시작하여 2개의 호텔과 카지노, 레스토랑과
해변휴게소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일행은 하와이비치에 있는 한국식당을 찾아
푸짐한 오징어덥밥으로 중식을 하고 낚시를 위해 배를타고 출항을 합니다. 낚시도구는
물병에 굵은 낚시줄 10~20미터정도 감고, 50그램의 대형추와 커다란 외바늘을 달아서
그냥 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는 열기낚시방법을 동원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장쉽게
낚시하는 방법이며, 이곳에서는 다금바리, 감성돔, 참돔, 쥐치, 놀래미 등을 쉽게
잡을 수가 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고기가 올라오고, 한쪽에서는 부지런히 회를
장만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욕심을 부려 좀 먼바다로 나가 큰고기를 낚아
보자는 제안에 여성분들의 배멀미가 걱정되었지만, 뱃머리를 돌려 약간은 파도가 있는
곳까지 이동을 해서 낚시를 시작하는데, 즉시 반응이 옵니다. 물고기도 잘낚이고,
멀미도 바로 시작들을 하는겁니다. 참으로 난감합니다. 고기를 택할 것인가?
멀미하는 분들 때문에 철수를 해야하는가? 결국 우먼파워에 밀려 철수를 결정합니다.
채 두시간도 낚시를 못하였지만, 다들 신나게 손맛을 보았고, 선상에서 바로잡은 즉석회의
입안에 살살녹는 회맛도 제대로 보았습니다. 제법 넉넉히 준비했던 소주가 부족합니다.
저녁에는 만찬이 벌어졌습니다. 우리가 잡은 고기들과 꽃게찜, 바닷가재구이, 제주남단
에서만 그 맛을 볼 수있다는 푸짐한 다금바리 회맛에 다들 과식하는 분위기......
즐거운 만찬을 마친 일행은 시하눅빌 시내의 노래방을 찾았습니다. 그야말로 완전구식.
노래방인데, 몇가지 되지않는 한국노래를 방안에서 마이크로 신청번호를 부르면 다른
기계실 방에서 음악을 연결해주는 방식의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이런건 왜 발전이 늦는건지... 씨엠립은 너무 발전해서 최신가요까지 준비가 되는데...
그러나, 캄보디아의 마지막 밤이라는 아쉬움으로 모든 불편함은 즐거움과 추억만들기로
각색되어 신나기만 합니다. 마지막 아쉬움은 리조트의 수영장에서 칵테일과 싱싱한
열대과일쥬스로 달래어야만 하였습니다. 내일은 다섯개의 강을 건너 태국을 가야하는
또한번 고행의 길이 기다리고 있기에 밤을 접고 석별의 정을 부르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1월 22일 이번 여행의 마지막 관문으로 시하눅빌을 떠나 4번고속국도와 꼬콩가는 48국도가
만나는 스레엄벌(염전)이란 도시의 삼거리에서 비포장 180킬로가 남은 숙제입니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힘은 자동차에서 나타납니다. 가장 좋은 미니밴이라하여, 혹시나
하고 기대하였더니 역시, 쌍용 이스타나 두대가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이곳에선
최고의 미니밴으로 정평이 나있는 차량입니다. 공간넓어 쾌적하고, 에어컨좋고......
지난 밤새 늦게까지 방콕으로 전화해서 수배를 부탁했던 대형버스와 태국인가이드가
오후 1시면 꼬콩국경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우린 바로 출발을 합니다. 멀리 시하눅빌
항구의 수많은 무역선과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컨테이너들, 그리고 야적장에 가득한
한국산 중고자동차들. 대~한~민~국 을 외치며 기사에게 크락션 리듬을 교육시키고,
일행은 시하눅빌을 떠납니다. 스레엄벌 삼거리에는 주변에서 재배되는 세상에서 가장 큰
파인애플들이 길가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워낙 커서 하나면 10명이 먹을 수있는데요,
우리 일행은 모두다 어제의 과음??으로 잠들어 버려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아이고..아쉬워라.. 비포장이지만 너무나 멋진 도로를 시속 100킬로 이상으로 질주
하다보니, 어느새 첫번째 강을 만나게됩니다. 사람들은 모두 차에서 내려서 주변 구경에
정신이 없고, 세대의 나룻배를 엮고, 그위에 널판지를 깔고 자동차엔진을 외부에 달아
전후좌우로 이동할 수있는 프로펠러를 부착시킨, 그야말로 처음보는 분들이 신기해서
구경하다가 배를 놓치기도하는 광경을 모두들 열심히 촬영하고, 우리 차량들은 신호에
맞추어 배에다 올려싣고, 떠들썩하게 30여분을 보내니 어느새 배는 강을 건너, 우리를
내려줍니다. 다시한번 다들 차량에 오르고, 한시간여를 달리고, 또 배를 갈아타고.....
네곳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서, 주변의 과일이나, 쥬스, 그리고 대나무통 찰밥을
사먹고, 여러가지 생소한 풍경들을 구경하면서 조금도 지루하지않은 여행길이됩니다.
태국의 죄수들과 군인들이 동원되어 정글을 헤치고 3년전 도로를 건설하였고, 지금은
이도로를 다시 확장, 포장공사를 하고 있으며, 강에는 다리건설공사가 막 시작되고
있는데, 향후 2~3년이면 이런 배들과 강변의 정겨운 풍경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시간이 허락되면 새로운 모습보다
옛모습을 보시는게 훨씬 정취가 묻어나고, 추억도 많이 남겨되오니, 여행많이 하세요.
이제 마지막 높은 산봉우리를 깍아 만든 도로의 정상에 오르니, 발아래 펼쳐진 꼬콩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과 끝없이 펼쳐진 맹글로브 숲, 그리고 비취색 바다, 산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곡선의 강줄기들. 모두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우린 잠시 차를 세우고
한폭의 그림같은 광경에 넋을 잃고 많은 시간을 감상에 빠져 흘러 보냅니다.
꼬콩시내를 관통하여 새로닦은 넓은 신작로를 지나니, 일본에서 지원하여 만든
꼬콩다리(길이 약1킬로, 왕복2차선, 선박출입을 위한 높은 교각)를 만납니다.
2002년 4월에 개통한 다리인데, 예전 이 다리가 없을때의 많은 에피소드들이 기억납니다.
조그만 낙엽같은 보트에 다섯명이나 태우고 풍랑을 헤치고 강을 건네주었던 일이며,
국경이민국이 설치되지 않아 도착하고도 태국을 넘어가지 못한기억들,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한비야씨 역시 이곳에서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배를 타고
월경해서 방콕가서 이민국입국절차를 밟기도 하였고, 시하눅빌에서 출발한 보트에서
내리면 이강을 건네주기 위해 나뭇잎같은 수많은 조각배들이 큰배에 달라붙는 정경들이
새록새록 기억에 떠오르네요. 저는 근래에 FTV(한국낚시채널)라는 케이블방송 코디네이트
를 하며 이곳에서 보트 두대를 전세내어 상류의 산속으로 약 한시간 달리면, 건기에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끄발차이폭포'아래 까지 가서 '뜨라이 뜨랏소'(오이고기)라는
육식어종을 40~70센티짜리로 루어낚시를 해서 많이 잡고 촬영하기도 한 곳입니다.
(낚시채널, 캄보디아 원정투어를 찾아 인터넷으로 보시면 그 고기들 얼굴을 볼 수가
있습니다. 지난 11월...ㅎㅎㅎ저도 조금은 나오겠죠?)
다리주변에서 촬영과 휴식을 취한 일행은 다시 차에올라 약 6킬로 떨어진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인 핫렉에 도착합니다. 줄을서서 출국신고를 하는데, 이민국경찰이 계속
여권을 들었다 놨다. 스탬프를 찍어주지는 않고 시간만 끕니다. 용돈을 달라는 모습인데,
오히려 우리 일행들이 그냥 바닥에 주저앉아 대꾸없이 한가로운 모습을 보이자 바로
스탬프를 찍어 주는군요. 상대보다 더 너긋하게 기다리면 반드시 승리합니다!
태국입국심사를 받고 바로 왼쪽에 늘어선 식당으로 들어가, 모처럼 태국음식을
주문합니다. 파카파오무쌈(다진 돼지고기 맵게볶음 덥밥), 카오팟 등으로 늦은 중식을
해결하고 전혀 다른 세상! 태국의 잘 포장된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2층관광버스에
너무나 잘 정비된 도로들, 깔끔한 가옥들, 빌딩들.....
지금까지 몇일동안 캄보디아에서 볼 수없었던 새로운 세상에, 일행들도 이젠 추억에서
하나, 둘씩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캄보디아 4박5일, 라오스에서의 6박7일이 그전에 있었지만, 아무도 가지않는 새로운
길을 향해 무작정 달려왔던 지난 몇일동안의 고행길이 차곡차곡 기억의 책장속으로
저장이 되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위해 방콕을 향하면서 묘한 감회에 젖어
봅니다.
짧지않은 글을 좀더 재미있게 좀더 밀도있게 써보려고 노력하였지만, 지금도 아래층에서
호출을 하고, 업무는 밀리고...... 그기에다 졸필이라 우리 여행자 여러분의 길잡이를
제대로 해드리지 못하고 정리를 해야 할 것같습니다. 다음에 또다시 좋은 코스를
안내해 드릴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1월20일 깜폿강변의 쌀국수전문집에서 쌀국수, 바게트빵, 오므렛, 볶음밥 등으로
아침을 해결한 일행은 19세기초(1920년경) 프랑스 식민통치시절, 최고급 휴양지와
카지노 등으로 개발된 해발 1,100미터 정상의 복코힐스테이션을 향해 출발합니다.
다행히, 어제 우리를 두차례나 고생시켯던 버스가 새벽녁에 도착해서 수리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마음 한 곳으로 불안이 가시지를 않네요......
3대의 구형 캄리택시와 점심식사를 비롯한 많은 짐을 실은 닛산픽업트럭 1대로
상쾌한 강바람을 가로질러 약 37킬로 떨어진 산정상을 향해, 연신 길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달려나갑니다. 시가지를 벗어나 약 7킬로를 달려왔을때,
'PREAH MONIVONG BOKOR NATIONAL PARK' 간판 앞에 도착합니다. 500미터 후방의
티켓포인트에서 외국인5$, 현지인1,000리엘(0.25$)의 입장권을 구입하고, 이제
부터는 험난한 정글을 뚫고 만든 비포장 길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티켓포인트에는 복코국립공원에서 자생하는 모든 동식물들의 사진과 안내문등이
영어로 상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반드시 한번 내려서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몇해전 한국영화 '알포인트'를 촬영하면서 연기인 감우성씨가 호랑이를
만났다는 전설같은 얘기의 주인공인 호랑이가 아직도 분명히 살고있다는 공원
관리인의 얘기를 들으며, 우리일행중 락슈미와, 시타는 약간 겁을 먹은것 같은
표정을, 다른 분들은 기대감의 표정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약 90년전. 열대정글의 원시림을 불태우고 잘라내어 도로를 건설하고,
연중 구름과 안개가 걷힐 날이 한달여 정도 밖에 되지않는다는 산꼭대기 광활한
구릉지대에 대형카지노, 성당, 레인져하우스, 사찰, 수많은 개별별장들에 공급한
상수도 시설중에 대형급수탑은 아직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이를 위해 누군가는
땀을 쏟으며, 또는 생명을 잃어가며 건설을 했을 것입니다. 크메르루지가 정권을
잡은 이후 전혀 개발과 보수를 하지 못하고 오늘에까지 이르다보니, 방치된 30년의
도로상태나, 건물들의 황폐한 모습은 앙코르유적의 타프롬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워낙 고산지대라 정상부근에는 큰 키의 나무들은 볼 수가 없지만, 바닷가에서
부터 정상으로 올라오는 길에는 좌우로 열대정글의 다양한 식생들을 관찰할 수가
있었고, 가끔은 이름모를 새들과 작은 동물들이 고목사이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오늘따라 많은 외국인(유럽)들이 같이 산을 오릅니다. 이들은
깜폿의 각 게스트하우스에서 판매하는 복코힐트래킹 티켓(1인10~15$)으로 픽업트럭의
난간에 걸터앉아 즐겁게 웃고 떠들고, 역시 여행자의 얼굴은 모두가 환하게 밝습니다.
특히 옛추억(식민통치)을 그리며 찾아오는 프랑스인이 대부분임을 확인합니다.
요란한 엔진소리가 두시간을 울렸을까? 낭떠러지에 세워진 당시의 한별장에 도착
합니다. 세월의 연륜이 폐허로 변한 건물 곳곳에 남아있고, 수많은 여행자의 서명도
빼곡히 빈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동행한 건설회사 사장님왈 '이거 그 시대에
이런곳까지 와서 이정도 기초와 골조가 튼튼한 건물을 지으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 이라는 평을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철근콘크리트의 아주
탄탄한 건물들임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다시 차에올라 30분여를 더 달리니
넓은 평원에 무수히 펼쳐진 별장들과 카지노, 상수도시설물, 근래에 세워진 수많은
송신탑들이 눈앞에 그림처럼 나타납니다. 보통 다섯번은 올라와야 이 모든 것을
볼 수가 있다는데, 우리 일행은 단 한번에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전혀 끼지않은
맑은 하늘아래서 모든 것들을 감상합니다. 정말 올해는 재수가 좋으려나......
지난해 7월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후배 홍00군을 위해 우리 일행은 간단한
묵념으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그는 영화 '알포인트' 촬영당시 이곳에서 코디네이터로
열심히 일했던 최초의 한국인이었습니다. 신병으로 그는 갔지만, 이곳의 작은 가게
주인들은 우리 한국인 촬영팀 덕분에 좀더 쉽게 생계를 이을 수 있었기도 했습니다.
광활한 곳곳을 이제 일행들은 따로따로 흩어져 답사를 시작하고 반야와 기사들은
숯불피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큰 드럼통을 잘라만든 바베큐그릴에 숯불을 가득히
피워서 프놈펜서 미리 준비한 삼겹살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선 산중취사가
금지되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 산정의 폐허카지노 앞에서
가끔씩 얼굴로 스쳐가는 구름과 안개와 바람을 벗삼아, 구수한 냄새를 피워대는
삼겹살 앞에, 외국인들도 염치불구 모두들 모여듭니다. 점차 일행이 늘어나서 넉넉히
준비했던 소주가 먼저 동이납니다. 프랑스인 MR.Alfred Deutsch(영화감독)는 소주에
반하여 자기일행들을 버리고 끝까지 우리와 어울려 맥주2박스를 사기도합니다. 후에
메일로 자기친구들에게 무지하게 혼났다고 사진과 함께 연락이왔습니다. 예정시간을
지나 파티가 길어지고, 신나게 노래까지 몇마디씩 부르고 난뒤에야 마무리가 됩니다.
서로가 연락처를 주고받고, 여행자들 끼리는 쉽게 어울리고 쉽게 한마음이 됩니다.
물론, 여기서 우리일행은 주위의 쓰레기들을 모두모아서 깨끗이 청소를 마쳤습니다.
하산하는 길에, 승용차에만 타고 올라오셨던 사모님들은 픽업트럭이 훨씬 재미있겠다며
모두들 차를 바꿔타고 산아래 바닷가를 향해 이동이 시작됩니다.
국립공원입구에 도착하자 약속대로 코스모스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온전히 수리가
잘 되었기를 빌며, 기사들과 기념촬영, 작별인사를 하고, 어둡기 전에 시하눅빌에
도착하기 위해 일행을 재촉하여 출발합니다. 다들 하룻밤쯤 산정에서 자고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하며, 3번고속국도 공사현장에서 한국의 KD건설 기술자를 만나,
간단한 한국음식들을 나누어 드리고, 멋진도로를 만들어 주실것을 부탁합니다.
<<복코힐스테이션에는 유럽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습니다. 지난해말 증축을
완료하여, 약15개 정도의 객실이 있으며, 태양열을 이용하여, 세탁기등 전자기기도
사용 가능하며, 1인당 5$의 요금을 받습니다. 주방을 무료개방하여 부식을 준비해
가면 직접 요리도 가능합니다:상세한 내용은 글로벌로 문의주세요!>>
현재 전세기만 이착륙하는 시하눅빌공항을 지나서 목적지를 20킬로 남겨둔 곳에서
우리 버스는 세번째 엔진을 멈춥니다. 어쩐지 불안하던 마음이 있더니만, 결국 끝까지
사고를 치고 마는군요...... 긴급히 예약된 쏘카비치호텔에 연락하여 셔틀버스를
요청하고 늦은 저녁을 예약합니다. 또다시 길바닥에 내려선 우리 18명의 일행들......
안내하는 나는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줄 누가 알아 줄까요! 착한 우리 일행은
오히려 버스기사 걱정에 서로 팁을 주고, 어떻게하면 기사를 도와서 수리해 볼까하고,
서로 나서서 도우려 애쓰는 모습에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어둠이 도로에 깔리고 또다시 하늘엔 무수한 별빛의 축제가 벌어집니다.
너무도 많은 별빛에 하늘은 어디에 있는지? 별찾기가 아니라 오히려 하늘찾기를
한다며 다들 즐거워합니다. 채 한시간이 안되어 호텔서 보내준 버스에 짐을 모두 옮겨
싣고, 막상 떠나려니 홀로 내버려 두고갈 운전기사를 바라보는 우리 일행의 눈빛이
안타까움으로 가득함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리 길지않은 일정동안 같이 지낸
기사이지만, 마음씨 착한 우리 일행들 세번씩이나 고장으로 고생들 했지만, 불평한마디
하지않고 아쉬운듯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조금씩만 더 마음을 열고, 조금씩만 서로 양보
하고, 조금씩만 더 사랑하는 마음을 나눈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 될까요?
살만한 세상, 꼭 멋지게 한번 살아 볼 그런 세상을 우리 여행자들이라면 쉽게 만들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시하눅빌항구의 불빛들이 찬란히 바라보이는 언덕을 내려오며,
혼자마음으로 온세상을 향해 기도드려 봅니다.
<오늘역시 총185킬로, 차량을 바꾸어 타가며 9시간정도 이동하였습니다>
베트남자본과 합작으로 만든 캄보디아 최고의 리조트호텔인 쏘카비치리조트에는
예상보다 두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합니다. 저녁에는 해산물로 모처럼의 식도락을
즐기기로 계획하였으나, 너무 늦어서 그냥 호텔의 값비싼 요리들로 무리를 하게됩니다.
내일은 그냥 아무런 계획없이 무조건 푹~쉬자는 일행들의 의견으로 오전은 호텔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갖기로 하고, 오후에는 배를 전세내어 바다낚시를 하기로 합니다.
시하눅빌에 올때마다 충실한 비서 역할을 해주는 mr.보라 군을 불러내어 간단히
맥주한잔을 곁들여 내일의 낚시준비를 하면서 현재의 관광객상황을 들어봅니다.
수일전에는 유럽의 초대형 호화유람선 'NAUTICA'가 천여명의 관광객을 싣고
다녀갔으며, 시하눅빌 앞바다의 작은 돌섬에 러시아투자가가 짖고있는 호텔을 보기위해
그의 친구들이 전세기 두대로 방문했으며, 스킨스쿠바를 위한 다이버샾이 몇개나 더
문을 열었고, 자신도 내일 다이버안내를 나간다는 등. 최신 정보들을 전해 듣습니다.
긴시간 전쟁과 정치싸움으로 폐쇄되어 마이너스성장만을 하고 있던 캄보디아!
이제 지난날 인도차이나반도를 지배하던 강력한 국가! 크메르제국의 영광를 다시한번
재현해 보려는 젊은 캄보디언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리 멀지않은
미래에 후진국의 굴레에서 벗어난 캄보디아를 예상 할 수가 있습니다. 생존과 미래를
위해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하고, 힘들고 험한일도 마다않고 산업연수생이란 명목으로
외국으로 진출하는 젊은이가 날로 늘어나고, 완전한 개방으로 국가이미지를 탈바꿈
하려는 정치지도자,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겨준 조상의 지혜를 전세계인이 방문하여
달러를 뿌려주는 오늘의 캄보디아가 급속한 성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1월 21일 모처럼의 여유있는 일정이라 해변을 산책하고, 수영도하며, 오토바이로 변화한
시내를 돌아보면서 약동하는 시하눅빌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시하눅빌에는 몇해전부터 한국인이 진출하기 시작하여 2개의 호텔과 카지노, 레스토랑과
해변휴게소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일행은 하와이비치에 있는 한국식당을 찾아
푸짐한 오징어덥밥으로 중식을 하고 낚시를 위해 배를타고 출항을 합니다. 낚시도구는
물병에 굵은 낚시줄 10~20미터정도 감고, 50그램의 대형추와 커다란 외바늘을 달아서
그냥 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는 열기낚시방법을 동원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장쉽게
낚시하는 방법이며, 이곳에서는 다금바리, 감성돔, 참돔, 쥐치, 놀래미 등을 쉽게
잡을 수가 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고기가 올라오고, 한쪽에서는 부지런히 회를
장만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욕심을 부려 좀 먼바다로 나가 큰고기를 낚아
보자는 제안에 여성분들의 배멀미가 걱정되었지만, 뱃머리를 돌려 약간은 파도가 있는
곳까지 이동을 해서 낚시를 시작하는데, 즉시 반응이 옵니다. 물고기도 잘낚이고,
멀미도 바로 시작들을 하는겁니다. 참으로 난감합니다. 고기를 택할 것인가?
멀미하는 분들 때문에 철수를 해야하는가? 결국 우먼파워에 밀려 철수를 결정합니다.
채 두시간도 낚시를 못하였지만, 다들 신나게 손맛을 보았고, 선상에서 바로잡은 즉석회의
입안에 살살녹는 회맛도 제대로 보았습니다. 제법 넉넉히 준비했던 소주가 부족합니다.
저녁에는 만찬이 벌어졌습니다. 우리가 잡은 고기들과 꽃게찜, 바닷가재구이, 제주남단
에서만 그 맛을 볼 수있다는 푸짐한 다금바리 회맛에 다들 과식하는 분위기......
즐거운 만찬을 마친 일행은 시하눅빌 시내의 노래방을 찾았습니다. 그야말로 완전구식.
노래방인데, 몇가지 되지않는 한국노래를 방안에서 마이크로 신청번호를 부르면 다른
기계실 방에서 음악을 연결해주는 방식의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이런건 왜 발전이 늦는건지... 씨엠립은 너무 발전해서 최신가요까지 준비가 되는데...
그러나, 캄보디아의 마지막 밤이라는 아쉬움으로 모든 불편함은 즐거움과 추억만들기로
각색되어 신나기만 합니다. 마지막 아쉬움은 리조트의 수영장에서 칵테일과 싱싱한
열대과일쥬스로 달래어야만 하였습니다. 내일은 다섯개의 강을 건너 태국을 가야하는
또한번 고행의 길이 기다리고 있기에 밤을 접고 석별의 정을 부르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1월 22일 이번 여행의 마지막 관문으로 시하눅빌을 떠나 4번고속국도와 꼬콩가는 48국도가
만나는 스레엄벌(염전)이란 도시의 삼거리에서 비포장 180킬로가 남은 숙제입니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힘은 자동차에서 나타납니다. 가장 좋은 미니밴이라하여, 혹시나
하고 기대하였더니 역시, 쌍용 이스타나 두대가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이곳에선
최고의 미니밴으로 정평이 나있는 차량입니다. 공간넓어 쾌적하고, 에어컨좋고......
지난 밤새 늦게까지 방콕으로 전화해서 수배를 부탁했던 대형버스와 태국인가이드가
오후 1시면 꼬콩국경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고 우린 바로 출발을 합니다. 멀리 시하눅빌
항구의 수많은 무역선과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컨테이너들, 그리고 야적장에 가득한
한국산 중고자동차들. 대~한~민~국 을 외치며 기사에게 크락션 리듬을 교육시키고,
일행은 시하눅빌을 떠납니다. 스레엄벌 삼거리에는 주변에서 재배되는 세상에서 가장 큰
파인애플들이 길가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워낙 커서 하나면 10명이 먹을 수있는데요,
우리 일행은 모두다 어제의 과음??으로 잠들어 버려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아이고..아쉬워라.. 비포장이지만 너무나 멋진 도로를 시속 100킬로 이상으로 질주
하다보니, 어느새 첫번째 강을 만나게됩니다. 사람들은 모두 차에서 내려서 주변 구경에
정신이 없고, 세대의 나룻배를 엮고, 그위에 널판지를 깔고 자동차엔진을 외부에 달아
전후좌우로 이동할 수있는 프로펠러를 부착시킨, 그야말로 처음보는 분들이 신기해서
구경하다가 배를 놓치기도하는 광경을 모두들 열심히 촬영하고, 우리 차량들은 신호에
맞추어 배에다 올려싣고, 떠들썩하게 30여분을 보내니 어느새 배는 강을 건너, 우리를
내려줍니다. 다시한번 다들 차량에 오르고, 한시간여를 달리고, 또 배를 갈아타고.....
네곳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서, 주변의 과일이나, 쥬스, 그리고 대나무통 찰밥을
사먹고, 여러가지 생소한 풍경들을 구경하면서 조금도 지루하지않은 여행길이됩니다.
태국의 죄수들과 군인들이 동원되어 정글을 헤치고 3년전 도로를 건설하였고, 지금은
이도로를 다시 확장, 포장공사를 하고 있으며, 강에는 다리건설공사가 막 시작되고
있는데, 향후 2~3년이면 이런 배들과 강변의 정겨운 풍경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시간이 허락되면 새로운 모습보다
옛모습을 보시는게 훨씬 정취가 묻어나고, 추억도 많이 남겨되오니, 여행많이 하세요.
이제 마지막 높은 산봉우리를 깍아 만든 도로의 정상에 오르니, 발아래 펼쳐진 꼬콩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과 끝없이 펼쳐진 맹글로브 숲, 그리고 비취색 바다, 산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곡선의 강줄기들. 모두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우린 잠시 차를 세우고
한폭의 그림같은 광경에 넋을 잃고 많은 시간을 감상에 빠져 흘러 보냅니다.
꼬콩시내를 관통하여 새로닦은 넓은 신작로를 지나니, 일본에서 지원하여 만든
꼬콩다리(길이 약1킬로, 왕복2차선, 선박출입을 위한 높은 교각)를 만납니다.
2002년 4월에 개통한 다리인데, 예전 이 다리가 없을때의 많은 에피소드들이 기억납니다.
조그만 낙엽같은 보트에 다섯명이나 태우고 풍랑을 헤치고 강을 건네주었던 일이며,
국경이민국이 설치되지 않아 도착하고도 태국을 넘어가지 못한기억들,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한비야씨 역시 이곳에서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배를 타고
월경해서 방콕가서 이민국입국절차를 밟기도 하였고, 시하눅빌에서 출발한 보트에서
내리면 이강을 건네주기 위해 나뭇잎같은 수많은 조각배들이 큰배에 달라붙는 정경들이
새록새록 기억에 떠오르네요. 저는 근래에 FTV(한국낚시채널)라는 케이블방송 코디네이트
를 하며 이곳에서 보트 두대를 전세내어 상류의 산속으로 약 한시간 달리면, 건기에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끄발차이폭포'아래 까지 가서 '뜨라이 뜨랏소'(오이고기)라는
육식어종을 40~70센티짜리로 루어낚시를 해서 많이 잡고 촬영하기도 한 곳입니다.
(낚시채널, 캄보디아 원정투어를 찾아 인터넷으로 보시면 그 고기들 얼굴을 볼 수가
있습니다. 지난 11월...ㅎㅎㅎ저도 조금은 나오겠죠?)
다리주변에서 촬영과 휴식을 취한 일행은 다시 차에올라 약 6킬로 떨어진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인 핫렉에 도착합니다. 줄을서서 출국신고를 하는데, 이민국경찰이 계속
여권을 들었다 놨다. 스탬프를 찍어주지는 않고 시간만 끕니다. 용돈을 달라는 모습인데,
오히려 우리 일행들이 그냥 바닥에 주저앉아 대꾸없이 한가로운 모습을 보이자 바로
스탬프를 찍어 주는군요. 상대보다 더 너긋하게 기다리면 반드시 승리합니다!
태국입국심사를 받고 바로 왼쪽에 늘어선 식당으로 들어가, 모처럼 태국음식을
주문합니다. 파카파오무쌈(다진 돼지고기 맵게볶음 덥밥), 카오팟 등으로 늦은 중식을
해결하고 전혀 다른 세상! 태국의 잘 포장된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2층관광버스에
너무나 잘 정비된 도로들, 깔끔한 가옥들, 빌딩들.....
지금까지 몇일동안 캄보디아에서 볼 수없었던 새로운 세상에, 일행들도 이젠 추억에서
하나, 둘씩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캄보디아 4박5일, 라오스에서의 6박7일이 그전에 있었지만, 아무도 가지않는 새로운
길을 향해 무작정 달려왔던 지난 몇일동안의 고행길이 차곡차곡 기억의 책장속으로
저장이 되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위해 방콕을 향하면서 묘한 감회에 젖어
봅니다.
짧지않은 글을 좀더 재미있게 좀더 밀도있게 써보려고 노력하였지만, 지금도 아래층에서
호출을 하고, 업무는 밀리고...... 그기에다 졸필이라 우리 여행자 여러분의 길잡이를
제대로 해드리지 못하고 정리를 해야 할 것같습니다. 다음에 또다시 좋은 코스를
안내해 드릴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내내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