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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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 #10

수담 6 2609
' 아...  선글라스..... '
..... 선글라스를 놓고 왔구나...

이미 툭툭은 톤레삽주변을 벗어나 또다른 외곽길을 달리고 있었다.
" 아주머니.. 어쩌죠..  배에 선글라스를 두고 온 거 같은데... "
" 어? 가방안에 없어? "
" 네.. 죄송해요... 찾으러 다시 가야할거 같은데요.. "
" 흠.. 할수없지. "  ...

그래도 영어가 좀 되시는 아주머니가 툭툭 기사인 폴락씨에게 사정얘기를 한다.
잠시 얘기를 듣고 난 후 " no problem ~ " 하며 미안해하는 내게 웃어보이는 그다.

선착장으로 되돌아왔지만 아까 우리가 탔던 그 배는 이곳에 없다.
' 아..  잃어버렸구나.. 바보같이... 이놈의 건망증은..... ' 하며 자책하는 내게 폴락씨가 다가와 웃어보인다.
" no problem ~ "

폴락씨는 선착장 사람들에게 그 배의 행방을 묻는듯했고 곧 어느 청년이 유창한 영어로 자기가 안다고 앞장섰다.
대략 정리하면, 해가 거의 졌기 때문에 우리를 끝으로 그 배는 집으로 돌아갔으며 자기가 그 집을 알고있고 지금 안내를 해주겠다는 앞장섬이었다.
그렇게 함께 간 곳은 아까 배 타고 가며 봤던 주변의 주거지역이었다. 거의 해가 진 시간이었기에 거의 주변이 어둡게 사위어갔는데 이상하게 무섭다는 경계심보다는 ' 다 똑같구나. 살아가는 건 '이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환경만 다를 뿐이지...
어느 집앞에 멈췄는데 이내 안에서 아까 그 남자아이들이 약간 놀란 표정으로 우릴 맞아준다.
폴락씨와 우리를 안내한 그 청년과 그 남자아이들이 얘기를 잠깐하고 이내 청년이 다가와 상황을 설명해줬다.
대략 정리하면, 배에 선글라스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시내 나가는 길에 쓰고나가 지금 이곳에는 없다. 그러나 지금 전화로 연락하고 있으니 조금 기다리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거다.
폴락씨도 다가와 아무 걱정말라며 조금만 기다리라 하고 아까 그 남자아이도 내게 난처해하는 얼굴표정을 하고 있다.
' 모두가 내 잘못인데...  이 사람들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구나... 미안해요... 모두... '
사실 그렇게 고가의 선글라스는 아닌데 이곳의 사람들에게 아마 그이상의 부담을 주고 있는게 분명하다.

아이들이 옆 공터에서 자기들끼리 놀며 내게 관심을 보인다. 수줍게 쳐다보고 웃다가 내가 웃으며 다가가면 이내 장난스레 웃으며 도망쳐버린다..  ㅎㅎㅎ 정말 다를게 없어. 사랑스럽던 순간이었지.

[image]\\0019-1.jpg[/image]



청년이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어 시내로 돌아가는 길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 돌려받기로 했는데 괜찮겠냐고 묻는다.
그리고 폴락씨는 " no problem~ " 이라며 또 웃어보인다.
난처해하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아이에게 다가가 " 미안해... 다 내 잘못인데.. 정말 미안해.." 라며 짧은 인사를 했다. 애써 웃어보이는 아이의 얼굴이 지금도 가슴속 깊이 남는다..미안해...

씨엠립의 번화가로 돌아가는 길은 어지러운 모토들의 가냘픈 라이트와 소리만 있는 어둠이었다...
옆의 아주머니도 많이 지쳐보였는데...  여러모로 사람들에게 폐만 끼친다...

한동안 달리다 멈춘 어느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폴락씨는 잠시 기다리라며 또다시 웃어보인다.
" 아주머니 저 분...  정말 좋은분 같아요.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이렇게 애써주시니.. "
" 그래...  나도 이렇게까지 애써줄줄은 몰랐는데..  "
잠시 후 식당을 나선 폴락씨가 툭툭 가까이로 다가와 한손을 치켜올리며 내게 맞냐고 묻는다.
그 한손에 주인 잘못 만난 가엾은 선글라스가 쥐여져 있었다. 그리고 폴락씨는 웃었다.
" no problem ~ " 이라며.


이런 생각을 했다.
경제적으론 우리가 이들보다 앞섰을지는 몰라도 근간을 이루는 본질면에선 우리가 한참 뒤쳐진 후진국에 살고 있음을.
혹자들은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 우리도 과거 60년대는 그랬었어 ~ " 라고..
글쎄.. 진위여부를 떠나 내겐 별로 설득력이 없는 말이다. 다만.
고맙고 본받아야 할 점이 있다면 국적불문하고 받아들이고 감동하며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일은 친절한 폴락씨와 함께 앙코르 왓의 일출을 보러 간다.
6 Comments
동네이장 2005.12.21 09:41  
  캄보디아 사람들... 참 친절합니다... 정이 많은 사람들이죠....
관광지에서 보는 몇몇 얌체같은 이들도,
일단 친구가 되면, 한없이 깊은 정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자꾸 댓글을 남기게 되네요...
이상하게 끄는 힘이 있는 여행기입니다... ^^;;
넌내꺼 2005.12.21 11:11  
  글 잘보고있어요.
사람사는 모습이 많이 같죠? 어디서나...
가진 것이 많을수록 손으로 잡으려는 것도 많은 법이죠.
낙화유수 2005.12.21 14:49  
  문체가 서정적이고, 감상적이며, 차분하기 까지 해서 아련한 기운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 편의 수채화 같은 문장이 담담하게 이어지고 있는데 이 곳 태사랑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보기 드문 여행기, 감상에 젖게 만드는군요!
새로운 시각으로 담담하게 이어지는 현지이야기, 모처럼 차분한 감상에 젖어들고  있습니다.........
수담 2005.12.21 20:30  
  감사드려요. 잘 봐주셔서.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처음 쓰기 시작해 좀 정답게 시작했었는데.. 점점 건조해지는거 같아 송구스럽네요.
다만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릴 뿐입니다.
이수랑 2005.12.22 21:27  
  담편이 기대 되네요,,,한번에 다 읽고 나니 아쉬움만 가득~~저도 다녀 올 수 있겠다란 용기가 무럭 무럭 생깁니다.
S_composer 2008.01.11 21:36  
  글 작성일이 2년이 넘었지만, 넘 재밌게 보고 갑니다. 한편의 소설을 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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