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시엠립 #7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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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시엠립 #7 - #8

수담 2 3162


잠시 졸았나..  쉼없이 달려준 택시기사가 이리저리 흔들리던 단잠을 깨운다.
' 으....  여기가 어디지..?  아 ~ ㅎ ... '

' 아..!  브라보빌라 게스트하우스?..  잖아?  다왔네..@.@ '
순간 간판에 적힌 '한글'이 묘한 낯설감을 준다. 딴나라 말을 곧잘 읽는 듯한 경험이랄까.
" 아주머니. 먼저 내릴게요. 이따 혹시 되면 다시 뵈요~^^ "
" 그래요. 수고했어요. 가서 쉬고 이따 봐요 ~ ^^ "
" 네~ "
트렁크에서 배낭을 꺼내 건네주는 택시기사에게도 짧은 감사의 인사를..
" thank you for your help ~ ^^ "
" welcome. bye ~ "
" bye ~ "

브라보빌라 게스트하우스.
글쎄.. 뭐랄까...  이국적이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낯설지만은 않은 느낌. 그래.

힘차게 실내로 뛰어올라 냉큼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 안녕하세요!^^  예약했구요. 저는 누구입니다! "
" 네? 어떻게 예약을 하셨죠? 성함을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
" 어.. 인터넷으로 예약했구요...  이름은 누구입니다... "
이곳 사장님은 내 예상과는 달리 젊고 키가 크며 마른 체구에 하얀 얼굴을 지닌 경상도 싸나이였다.
내가 막 뛰어들어와 첫인사를 할 때, 키다리 사장님은 어느 한 남녀커플의 투어일정을 상담해 주고 있었는데...  아무튼 내 이름이 예약자 명단에 없는 모양이다..  ㅡㅡ;;;
" 무슨 방을 예약했었죠? "
" 네.. 싱글. 팬룸이요..... "

비록 예약자 명단에는 이름이 없는듯 했지만 내가 묵을 방은 있었다.
음..  한국의 숙박시설과는 달리 방안전체에서 신을 신고 다니는게 좀 낯설고 불편했던거 빼곤 대체적으로 가격대비 괜찮았던 방이라 생각했다. TV도 있고 비교적 많은 채널이 잘 나온다. 아싸~!!
침대는 더블이다. 맘놓고 大자로 몸을 던질수 있는. 맘에 들어~
그렇게 엎어져 20여분 지났을까...  정말 ' 이대로 잠들어버리자 ' 고 마음 먹은지는 5분이나 됐을까.
아래 로비에 누가 날 찾아왔다고 리셉션을 보던 여자분이 전해준다.

" 어? 아주머니? "
" 어..  그냥 방에 있기 심심해서.. 일정은 짰어? "
아주머니는 좀 떨어진 호텔에 숙소를 정하셨는데 외국인들이 추천한 곳이라고 했다.
" 아.. 네...  일정은 아직...  오늘은 그냥.... (쉬려구요...) "
" 그럼.. 우선 점심 먹으러 가자. 배고프지 않아? "
그러고보니 사실 배가 고프다. 졸리기도 하고. 배도 고프고. 졸리기도 하고. 배고프고. 졸리다.....

11월 30일 12시즈음에 난.






오후의 작은 이야기.. #8


먹자고 나선 길.
' 어디가서, 무엇을, 먹어야. 맛있을까. 그리고 배부를까...  어.디.가.서 ... '
아주머니는 반으로 접힌 A4용지를 열심히 보며  " 무슨 레스토랑이 좋다던데... " 하셨다.
무슨 레스토랑...
하긴 나도 여기 오기전 여러 여행기를 읽으며 몇몇 레스토랑을 찜해 놨었다. 하지만 ' 기억안나...ㅡㅡ; '
아주머니는 " 음... 음..... " 하며 A4용지에 적힌 레스토랑과 추천요리를 갸늠하고 있다. " 음... "

<master restaurant>는 수끼가 대표메뉴며 그외 서브메뉴들이 있는데  난 '밥'이 참 맛있었다.
" this one~ , this one~ .... " 으로 요것저것 주문을 하고 잠시 있는 사이 파리들이 소리없이 몰려든다. 테이블을 빙 둘러 앉은 파리들. 어쩌면 이런 대화를 나눌지도 모른다.
" 얘네 뭐 시켰냐? "
" 내가 알아~! 아까 날면서 주~욱 지켰봤는데 해산물을 많이 시켰어 "
" 오~ 그래? 야. 접시 위에 앉은 파리. 주방가서 오늘 해물 물 좋은가 보고 와봐 "
" 내가 알아~! 아까 여섯발로 다 만져봤는데 쭉쭉 미끄러지는게 국물 잘 내게 생겼어 "
" 오~ 그래? 야들아. 오늘은 두손모아라. 이번에 국물이란다. "

갈은 듯한 얼음이 담긴 유리잔에 무슨 '차'를 따라준다. 마침 목도 마르고
" 쟈스민이네 ~ " 아주머니의 말에 선뜻 절반이상을 마셔대는 사이...
" 차는 좋은데 얘네들 이 얼음은 믿을 수가 없어...  " 라는 아주머니의 시큰둥한 혼잣말에 목넘어가다 남은 입안 차를 말없이 잔에 뱉어낸다.                  '  아...  모르는게 약이지... 암..... '

배가 불러. 배가 불러. 배가 불러 ~ ~ ~ .......      오후에는 톤레삽 호수에 가기로 했다.....

약속한 몇 시간후 아주머니는 이미 오셔서 어느 중년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일찍 오셨네요~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어르신^^ "
" 어~어~^^  이 총각은 꼭 일본인같네~^^ "
" 아.. 네.... 하하...^^;; "
아저씨는 건강한(?) 인상을 지니신 분이었는데, 딸아이가 자기와 아내를 데리고 이곳에 여행을 왔다고 했다. 딸아이는 어려서부터 착하고 공부를 잘해 S대를 떡 하니 붙어 졸업까지 했다고 한다. 어느새 옆에 와 계신 건강한(?) 인상의 어머님도 내내 웃으시며 딸아이에 대한 믿음과 자랑스러움을 말씀하신다.
' 아...  나도 S대를 갔더라면 우리 아부지, 오마니도 저렇게 자식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양식삼아 건강하게 지내셨겠지...  '  잠깐 고3시절을 생각했다. 잠깐.
따님 되시는 분은 거의 내 또래 인듯 했는데 첫 대면부터 왠지 덩달아 믿음이 가고 자랑스러웠다. 무엇보다 부모님을 모시고 이렇게 여행을 오는 그 모습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난. ( OTL  ...하하...;;;;)

처음 툭툭을 타고 외출을 한다.
흔들흔들 재미난다. 시원한 바람도 불고 더불어 먼지도 날리고~  아싸~ 
난 지금 sunset 톤레삽 호수로 간다.
( 해가 지면 어두워지는 톤레삽으로... )
2 Comments
동네이장 2005.12.19 17:00  
  역시.... ^^
기대했던 것만큼 재밌는 글 읽고 갑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용~~~ ^^
낙화유수 2005.12.20 15:40  
  무척이나 독특한 여행기입니다! ^^*
별다른 가식도 없이 보고, 느끼고, 접한 당시의 상황을 아주 담담한 필체로 잘 표현하고 있군요!
글이 한편의 수채화 처럼 편안하고 지루하지 않아서 모처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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