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와트 01
앙코르 와트에 다녀왔다.
혼자 한 첫 여행.
사실, 비행기를 타서까지도 망설였다.
도로 내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실, 나는 그곳에 가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으니까.
2005. 8. 22.
아침 7시에 잠이 들었다가 오후 1시에 깼다. 그때서야 짐을 챙겼다. 안녕, 갔다 올게. 공항으로 가는 버스. 몹시 담배가 태우고 싶었으나, 참았다.
공항 은행에서 환전. 30만원은 달러로, 10만원은 바트로 바꿨다. 283달러, 3700바트가 손에 쥐어졌다. 아직 이 돈의 가치를 모른다.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잠시 앉아 있다가 14500원짜리 여행자 보험을 들었다. 두 눈이나 양 손목 아래를 잃으면, 돈이 꽤 나오는. 공중납치를 당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기에, 은근히 바랐다. 혹, 총으로 위협하고선 시를 읽어 주는 테러리스트를 만날까 하여.
어쨌든 비행기를 탔다. 기내식으로 나온 닭고기와 야채, 빵 두 개를 먹고, 와인 한 잔, 커피 한 잔, 사과 주스 한 잔, 물 세 잔을 마셨다. 불이 꺼졌다.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화양연화> 오에스티.
방콕 돈므앙 공항 도착. 밤 12시 반.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먼 길을 가야 한다. 입국 심사를 하기 전 스모킹 룸에 들어가 담배를 두 대 태웠다. 공항 직원임을 알리는 이름표를 단 태국 남자가 묻는다. "불 좀 빌릴까요?" "네."
공항 밖으로 나가 160바트를 주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북부터미널로 가서 3시 30분 아란 행 첫차를 타야 한다. 터미널. 국경 근처로 일하러 가는 태국 사람들, 캄보디아로 넘어가는 여행객들이 긴 줄을 만들고 있다. 나도 줄을 섰다. 첫차를 타지 못했다. 3시 40분 아란 행(196바트) 버스. 물과 빵을 준다. 물과 빵을 먹고, 또 잠이 든다.
아란에 내렸다. 정확하진 않지만 오전 7시쯤. 국경까지는 뚝뚝이를 타야한다. 태국을 빠져나와 캄보디아로 들어가는 길목.
아이들이 넘친다. 말을 걸지 않는 아이들을 보다가, 문득 식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멀리서 권총을 찬 경찰이 비자를 받으라고 손짓.
1000바트와 사진 한 장을 주니, 여권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 이제 택시를 타고 5시간 여 비포장도로를 달려 씨엠립으로 가야 한다. 일단 봉고를 타고 택시를 탈 수 있는 곳으로 이동. 40달러. 이제 마지막이다.
택시를 타고 반짝이는 풍경 속을 달렸다. 잠을 자거나, 택시기사의 목을 조르거나, 둘 중 아무 거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길. 잠을 잤다. 나는, 착하니까.
그러고 보니, 기내식 이후로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은근히 배가 고프다.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간이 식당에 내렸다.
바게트에 크림 치즈, 바나나를 넣어 먹었다. 아이들이 배시시 웃는다. 직접 만든 팔찌, 엽서 등등을 판다.
나는 필요가 없는데. 말하니, 그냥 하나 준다. 고맙다,고 했다.
씨엠립 도착. 나른한 사람들, 곁에서, 나도 힘이 빠진다.
호텔에서 지도와 안내 책자 등등을 받고, 짐을 풀었다.
담배를 사러 나갔다. 첫 쇼핑. 1달러에 네 갑. 담배맛은 그럭저럭.
라이터도 하나 샀다.
오후 세네시쯤 되었나. 톤레삽 호수를 보러 가는 길, 만난 아이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바다 같이 넓은 호수. 사람들은 그 위에 집을 짓고, 생선을 잡아 살아간다. 이 곳엔 집도 있고, 학교도 있고, 교회도 있다.
물 위에서 태어나 물 위에서 죽는 사람들. 뭍으로 올라 오면 땅 멀미를 하는 사람들.
배를 태워 주는 아저씨. 과묵하다.
아버지를 돕는 아들. 역시 과묵하다.
애초에 이곳은 지는 해를 보기 위해 들른 곳이었다.
다시 여기 올 일이 있다면, 결코 해 따위 보기 위해 이 물 위 마을에 들르는 일은 없을 것이란 다짐.
뭍으로 가는 길,
자꾸만 돌아 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내가 먼저 말을 건낸다.
자꾸, 보지 말아 줘. 울고 싶어진단 말이야.
혼자 한 첫 여행.
사실, 비행기를 타서까지도 망설였다.
도로 내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실, 나는 그곳에 가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으니까.
2005. 8. 22.
아침 7시에 잠이 들었다가 오후 1시에 깼다. 그때서야 짐을 챙겼다. 안녕, 갔다 올게. 공항으로 가는 버스. 몹시 담배가 태우고 싶었으나, 참았다.
공항 은행에서 환전. 30만원은 달러로, 10만원은 바트로 바꿨다. 283달러, 3700바트가 손에 쥐어졌다. 아직 이 돈의 가치를 모른다.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잠시 앉아 있다가 14500원짜리 여행자 보험을 들었다. 두 눈이나 양 손목 아래를 잃으면, 돈이 꽤 나오는. 공중납치를 당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기에, 은근히 바랐다. 혹, 총으로 위협하고선 시를 읽어 주는 테러리스트를 만날까 하여.
어쨌든 비행기를 탔다. 기내식으로 나온 닭고기와 야채, 빵 두 개를 먹고, 와인 한 잔, 커피 한 잔, 사과 주스 한 잔, 물 세 잔을 마셨다. 불이 꺼졌다.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화양연화> 오에스티.
방콕 돈므앙 공항 도착. 밤 12시 반.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먼 길을 가야 한다. 입국 심사를 하기 전 스모킹 룸에 들어가 담배를 두 대 태웠다. 공항 직원임을 알리는 이름표를 단 태국 남자가 묻는다. "불 좀 빌릴까요?" "네."
공항 밖으로 나가 160바트를 주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북부터미널로 가서 3시 30분 아란 행 첫차를 타야 한다. 터미널. 국경 근처로 일하러 가는 태국 사람들, 캄보디아로 넘어가는 여행객들이 긴 줄을 만들고 있다. 나도 줄을 섰다. 첫차를 타지 못했다. 3시 40분 아란 행(196바트) 버스. 물과 빵을 준다. 물과 빵을 먹고, 또 잠이 든다.
아란에 내렸다. 정확하진 않지만 오전 7시쯤. 국경까지는 뚝뚝이를 타야한다. 태국을 빠져나와 캄보디아로 들어가는 길목.
아이들이 넘친다. 말을 걸지 않는 아이들을 보다가, 문득 식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멀리서 권총을 찬 경찰이 비자를 받으라고 손짓.
1000바트와 사진 한 장을 주니, 여권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 이제 택시를 타고 5시간 여 비포장도로를 달려 씨엠립으로 가야 한다. 일단 봉고를 타고 택시를 탈 수 있는 곳으로 이동. 40달러. 이제 마지막이다.
택시를 타고 반짝이는 풍경 속을 달렸다. 잠을 자거나, 택시기사의 목을 조르거나, 둘 중 아무 거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길. 잠을 잤다. 나는, 착하니까.
그러고 보니, 기내식 이후로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은근히 배가 고프다.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간이 식당에 내렸다.
바게트에 크림 치즈, 바나나를 넣어 먹었다. 아이들이 배시시 웃는다. 직접 만든 팔찌, 엽서 등등을 판다.
나는 필요가 없는데. 말하니, 그냥 하나 준다. 고맙다,고 했다.
씨엠립 도착. 나른한 사람들, 곁에서, 나도 힘이 빠진다.
호텔에서 지도와 안내 책자 등등을 받고, 짐을 풀었다.
담배를 사러 나갔다. 첫 쇼핑. 1달러에 네 갑. 담배맛은 그럭저럭.
라이터도 하나 샀다.
오후 세네시쯤 되었나. 톤레삽 호수를 보러 가는 길, 만난 아이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바다 같이 넓은 호수. 사람들은 그 위에 집을 짓고, 생선을 잡아 살아간다. 이 곳엔 집도 있고, 학교도 있고, 교회도 있다.
물 위에서 태어나 물 위에서 죽는 사람들. 뭍으로 올라 오면 땅 멀미를 하는 사람들.
배를 태워 주는 아저씨. 과묵하다.
아버지를 돕는 아들. 역시 과묵하다.
애초에 이곳은 지는 해를 보기 위해 들른 곳이었다.
다시 여기 올 일이 있다면, 결코 해 따위 보기 위해 이 물 위 마을에 들르는 일은 없을 것이란 다짐.
뭍으로 가는 길,
자꾸만 돌아 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내가 먼저 말을 건낸다.
자꾸, 보지 말아 줘. 울고 싶어진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