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캄보디아 여행기 3. 앙코르와트로 가는 길은 멀기만하고..
리플 달아주신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서 빠르게 2편 올려 봅니다. 리플 감사합니다 ^^ 예전 일을 기억하면서 쓰다보니 평어체가 더 많아지네요. 이해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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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쪽 국경을 통과하면서 여행기에서 보았던 아이들을 조심하라는 글이 기억에 떠올랐다. 그래서 생전 안하던 배낭 앞으로 돌려매기도 하는둥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과연 얼마나 위험하고, 얼마나 애들이 진득하게 붙길래 그런 글들이 여행기에 올라오고 수없이 주의를 주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내가 기억하는 3년전의 캄보디아는 그정도는 아니었는데..
캄보디아쪽에서 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남루함 그 자체였다. 태국여행에서 익숙해진 깔끔한 모습의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루하고 피곤과 더러움에 쪄들어있는... 그래.. 여긴 태국이 아니구나.. 태국은 동남아에서는 싱가폴을 제외한 최고의 부국이니까..
98년 여름.. 인도에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이 문득 들었다.. 후배와 같이 뭄바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잠시 택시가 멈추어졌을 때 창문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으며 그저 손으로 자기의 머리와 입을 연신 가르키면서 무언가를 바라던 어린 아이의 그 큰 눈동자... 검은 피부와는 달리 너무나도 하얗고 큰 눈동자를 가지고 있던.. 그 눈동자에 파리가 앉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조차 깜박이지 않던 그 아이의 하얀 눈동자가....
결국 그 눈동자를 바라보지 못한 우리들은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낡은 택시의 창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고, 그 눈길을 외면 할 수 밖에 없었다. 후배는 몇일동안이나 그 눈을 잊어버릴 수 없다며 충격에 빠져있었다.. 술을 마실때마다, 잠을 잘때마다 그 눈동자를 잊어버릴 수가 없다며 눈물을 글썽이곤 했으니까..
하지만, 민정씨나 나나 인도에서의 시간들을 기억하는터라 경계심을 푸는데 5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게 뭐가 위험하다는거야? 애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인도처럼 달라붙지도 않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메었던 보조가방을 다시 뒤로 편하게 메고,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주변의 풍경들도 차분히 보면서 이야기에 대답도 해주며 태국쪽 출국심사를 마치고 걸어나가는데 택시를 예약한 서울가든의 게시판에서 보았던 국경에 상주하는 도우미가 보였다. 사진에서처럼 서울가든이라는 글이 가슴에 크게 써있고, 활짝 웃는 모습이 착해보이는 친구..
그 친구의 인도로 우리를 비롯한 다른 여러 한국 사람들(투어팀 포함)이 편하게 캄보디아측 출입 신고를 마칠 수 있었고, 캄보디아 입국비자를 받는 곳에 있는 의자는 글로발게스트하우스에서 기증한 것이라는 큰 글자가 적혀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긴 오나보구나.. 글로발 사장님의 배려가 참 감사했다.. 물론 글로발에 관한 나쁜 감정이 아직 살아있긴 하지만..
예약한 택시를 타러 나가는데 삐끼들이 몰려든다.. 이미 전날의 비행과, 버스 이동, 국경통과로 어느정도 지쳐있던 상황이라 '이궁.. 예약 했는데도 삐끼들한테 얼마나 이야기를 해야지 택시를 탈 수 있으려나.. 또 귀찮아지는군'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무리들의 삐끼들에게 둘려쌓이게 된다..
" Taxi?? Ankor??? * 10여명이 동시에 ㅡ.ㅡ;;"
" No. We already have taxi"
" Already????"
이 바부같은 넘들.. 정말.. 모세의 기적이 이랬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10여명의 삐끼들이 Already라는 말 한마디에 사라진다..
허탈했다.. 이미 예약했다는 말 한마디에 저리 사라지다니.. 더구나, 예약해놓은 택시 기사가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걸 보더니 '너네가 예약한 택시가 저거 맞지?'라며 길 안내까지 해준다..
순박한 것일까.. 삐끼들까지 이렇다니.. 태국의 늑대같은 삐끼나 툭툭 기사들하고는 차원이 틀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이게 캄보디아였지..
(동남아 여행에는 완벽한 미국 혹은 영국식의 영어는 오히려 잘 통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동남아 생활 오래하면서 동남아식의 표현들이 더 많이 쓰이게 되더군요. 미리 예약해두었다는 말은 Already have taxi라는 말이면 충분합니다. 애들이 Already라는 말에 확실히 반응하더군요. 어설프게 영어를 배운 사람에게는 장황한 말보다는 확실한 단어 하나가 더 효과적이라는걸 새삼 느끼게 된 일이었습니다.)
택시기사가 짐을 실어주고 우리도 빨리 시원한 에어컨 안에 들어가서 앉고 싶다는 생각때문에 국경에서 우리를 위해서 여러가지 일을 해주던 그 친구한테 팁을 주는 것을 깜빡했다. 차 안에 들어가서 출발하며 인사하면서 민정씨랑 서로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런.. 저친구 그래도 우리한테 잘 해줬는데 팁 하나도 못주고왔네'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는 없었으니..
예전에 비해서 확실히 길은 많이 좋아졌었다.. 비포장 도로였던건 여전했지만, 길에 파여있는 요철들이 3년전에 비해서 상당히 많이 줄어있었고, 길 중간에서 구멍들을 매워놓고 지나가는 차들에게 돈을 바라는 사람들도 적어져있었다. 아마도 이게 비포장 도로인데다가 무거운 짐을 실은 대형 트럭들이 비오는 길을 가면서 만든 구덩이들이 아닌가 싶다. 많은 돈이 드는 일이기는 하겠지만 이 길 만큼이라도 포장을 하게 될 날이 언제쯤 있을지.. 참 아쉬웠다.
3년전의 일입니다..
혼자서 방콕에서 출발해서 시엠리엡으로 가던 다니엘은 결국 픽업트럭을 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트럭 운전석 옆에 2자리와 뒤에 4자리는 인사이드라고 해서 비싸게 받고, 바깥쪽은 아웃사이드라해서 좀 싸게 갈 수 있었죠.
다니엘이 몸집이 큰지라(187/90) 도저히 그사람들의 기준으로 조수석에 2명이 타고 갈 수는 없어서 결국 전 2인분의 가격을 내고 조수석에서 편하게 갔죠. 그때는 인사이드에 저 말고 뒷자리에 아기 한명과 어른 4명이 타고 갔고, 트럭의 짐칸에는 가면서 몇명의 인원을 태웠는지도 기억을 못 할 정도였습니다. 적어도 20명은 넘었을테니.. 가다가 내리고, 또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가면서 혼자만 앞자리에서 편히 가자니 미안하더군요. 뒤에는 5명이나 타고 있었는데.. 아무리 외국인이라지만.. 아무리 돈을 지불했다지만..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뒤에 이야기 해서 아이를 앞에 태우라고, 그리고 짐도 발밑에 넣어갈테니 넘겨달라고.. 그리 이야기를 하고나서는 뒤에서 쳐다보는 싸늘한 눈빛을 조금 덜 수도 있었고.. 제 마음에 짐도 덜 수도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분명히 씨엠리엡까지 가기로 계약한 픽업트럭이 중간쯤인 시소폰에 서더니 잠시 쉬어간다고 하더군요. 한시간 정도인가 시소폰 터미날에서 길거리 음식들도 사먹고 쉬고 있는데 차를 갈아타라고 하더군요..
갈아타러 간 차에는 이미 안쪽에 꽉 사람들이 차있었습니다.. 더구나 처음 나를 태우고 온 기사는 사라지고, 새로 타야 할 차의 기사만 남아있었죠.
"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난 분명히 시엠리엡까지 앞자리 2자리를 쓰겠다고 돈을 다 지불했는데. 난 어디에 타라는거야?"
"........"
영어가 안되는 기사였습니다.. 하기야 그러고보면 처음에 차를 탈 때도 삐끼가 영어를 했었지, 운전하던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10여분간의 실강이 끝에.. 결국 앞자리 중에 한 자리를 내주더군요. 옆에 뚱뚱한 아저씨의 불쾌하고 짜증나는 표정과 함께 한 사람은 아웃사이드로..
10여분을 가다보니 도저히 못가겠더군요. 안에 타고 있던 뚱뚱한 아저씨(중국계로 보이는)가 저를 운전사쪽에 밀어넣어서 기어를 바꿀때마다 다리에 계속 걸리고 너무 좁았습니다. 숨도 쉬기 힘들었고, 옆자리 아저씨의 땀에 절은 팔과 몸이 제 몸에 닿는게 너무도 싫었습니다..
차를 세우고 바깥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죠. 차라리 아웃사이드가 낫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저때문에 밀려서 나갔던 사람을 다시 안으로 집어넣고, 그 자리에 앉아서 갔는데.. 아웃사이드.. 진정한 고생의 시작이었습니다. 판자로 만들어놓은 의자에 앉어 서로 옆사람의 어깨를 잡으면서 의지해야 하는.. 늦게 탄 사람들은 그 자리도 앉지 못해서 가운데에서 쭈그리거나 서서 가야 하는.. 그 울퉁불퉁하고 험난한 도로를.. 결국 2시간을 그렇게 갔습니다.
시엠리엡에 도착한 제 몰골을 살펴보니.. 하얀색 티셔츠는 노란색 먼지로 염색된지 오래고, 얼굴 피부는 머드팩을 한 수준이더군요. 허리는 아파서 펼 수도 없고.. 어쨋건 최악의 길이었습니다..
다시.. 시엠리엡으로 가는 택시안으로 돌아와서 ^^
이번에는 정말 편했습니다. 쇼바는 이미 나가서 덜컹거리는 택시 뒷자리였지만 그래도 둘이 가니 편했고, 기사총각은 아무 말 없이 얌전히 운전만 잘 합니다. 에어컨도 시원했고 영어를 못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편하더군요. 괜히 이런 저런 뻔한 질문에 시달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한시간쯤 가다가 기름을 넣습니다.
가보신 분이나 사진을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콜라병에 휘발유를 담아서 파는 간이 주유소를 이용하더군요. 젊어보이는 어머니와 4남매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모처럼 나가서 허리도 펴고, 주변 풍경도 여유있게 바라보는데 이제 한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맏아들이 열심히 일을 하더군요. 어머니는 가게 안에서 기사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맏아들은 자기 몸통만한 1.5리터 유리병에 담긴 휘발유를 가져다가 넣고.. 한방울이라도 남길까봐 계속 털어 넣더군요.
둘째 남동생은 형을 도와서 열심히 일하고, 대여섯살쯤이나 되었을려나.. 여동생은 이게 갓 돌이 지난듯한 애기를 허리에 얹고 수줍은듯이 우리들을 쳐다봅니다. 너무 귀여웠습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대견하기도 했고..
가방에 초콜렛이 몇개 있다는걸 기억하곤, 형을 도와주던 둘째에게 주었습니다. 수줍은듯이 땡큐라고 말하면서 어머니한테 가지고 가더군요. 가슴이 찡했습니다.. 가정교육을 참 잘받았구나.. 저 나이라면 자기가 더 많이 먹을거라고 먼저 열어서 먹을텐데.. 어머니한테 먼저 드리다니..
그리곤, 다시 덜컹거리는 길을 정처없이 택시는 떠나갑니다.. 이제는 덜컹거리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전 차 안에서 한시간 가량 잠도 자다보니 갑자기 포장된 길이 보이더군요.. 포장도로라!!!
순간, 민정씨와 나 두 사람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박수를 치기 환호하기 시작한다.. 박수를 안 칠 수가 없었죠.. 이제 고생 끝인데 ^^ 그랬더니 기사총각도 웃으면서 좋아합니다.. '그래.. 너도 힘들었겠지 ^^ 고생했다!'
포장도로를 30분정도 가다보니 이제 번화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시엠리엡이구나.. 이제 가장 걱정했던 첫날의 이동이 끝난거구나..
무사히 서울가든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고생했다며 반갑게 맞아주신다. 예상하던 사장님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서울대 미술대학 출신이시라는데.. 검도도 오래 하셨다는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했는데 듬직하신 모습이다.
일단, 사장님께는 미리 말씀드린대로 숙소는 다른 곳에서 잡을 것 같은데 식사부터 좀 해야겠다며 쌈밥정식을 부탁드리고, 시엠리엠까지 왔는데 제일 먼저 앙코르 맥주로 건배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민정씨와 시원한 앙코르 맥주로 자축을 했다.
"민정씨.. 오느라고 고생많았어요"
"그래.. 다니엘도 고생했어.. 마시자!"
앙코르 맥주.. 캄보디아의 가장 고급 맥주다. 예전의 오비 댓병을 기억나게 하는 맛이지만.. 앙코르 관광을 마친 후에 마시는 앙코르 맥주는 언제나 천상의 유약과도 같은 맛이었다..
제육볶음+쌈밥+된장찌게+밑반찬+밥(무한정리필^^)로 이루어진 쌈밥정식과 앙코르 맥주 몇병을 배부를 때까지 먹고나니.. 이제 가장 큰 걱정이 남았다.. 바로 숙소와 교통편의 결정.. 더구나 이번 일정의 특성상 아침에 항상 투어를 나가야 하기때문에 숙소를 정한 뒤에 다시 옮긴다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사장님은 서울가든의 숙소를 이야기 하셨지만.. 일단 여기는 시내와 너무 멀다는 단점과 고기굽는 냄새를 지독히도 싫어하고 한국사람들과 얽히는 것을 싫어하는 두 사람 모두의 공통된 의견때문에 애초에 계획단계부터 제외된 곳이다.. 25불짜리 특실이 참 마음에 들긴 한데..
일단, 식사를 마치고,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몇권 드리고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서 툭툭을 한대 부르기로 했다. 일단 여기에 짐을 맡겨두고 그리고 툭툭을 타고 다니면서 예상했던 숙소들을 돌아보면 답이 나올테니.. 일단 숙소를 잡고, 짐을 옮긴 다음에 좀 쉬고 교통편을 알아보고 저녁먹고 푹 자면 될거같다는 생각이었으니..
툭툭을 불렀는데.. 30분이 넘게 소식이 없다.. 그냥 걸어가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거리일텐데.. 한참을 더 기다리다가 그냥 길거리에 있는 툭툭이라도 타고 다녀보자라고 해서 사장님께 다시 이야기하고 나가려는데 툭툭이 왔다.. '얌마! 한시간을 넘게 기다렷어!!'
Kim-chun... 결과적으로는 우리와 함께 모든 일정을 같이 하게 될 툭툭 기사와의 만남이었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군요. 김천인가? 김치한인가 그랬는데.. 어쨋건 서울가든 소속의 툭툭 기사입니다.)
우리가 처음에 예상했던 La-Noria, Earthwalk G.H.등 6군데의 숙소를 돌아보고 다시 이곳에 와서 짐을 가지고 가기로 하고 나가는데.. 아무래도 현지 기사한테 물어보는게 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 올라온 몇가지의 정보들을 따라다니다보면 한국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그렇게 얽히는게 싫었으니.. 이번만큼은 두사람이서 편하게 여행하고 싶었다..
"혹시.. 너 우리가 이야기 해준데 말고 좋은 숙소 아는데 있니?"
"어떤 숙소를 원하는데?"
"음.. 올드마켓 부근은 아니어도 되는데 시내랑 가까워야 하고, 조용해야 하고, 깨끗해야 하고, 한국사람들 없어야 하고, 아주 좋은 호텔은 아니더라도 적당한 수준이면 좋겠어. 넘 비싸면 안되고.. 스타마트 뒷편의 게스트하우스들은 좀 그렇고, 6번국도쪽도 그렇고, 강건너도 그렇고.. 기타등등......"
"ㅡ.ㅡ;;;;;;;;;;;;;;;"
내가봐도 무리한 부탁이었던건 사실이었다.. 이런 숙소 있으면 누구나 무조건 가서 묵을테니 ㅡ.ㅡ;;
그런데 잠깐 생각하던 이 친구.. 자기가 알고 있는 곳이 한군데 있는데 일단 여기 한 번 가보자고 한다. 여기 갔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에 내가 이야기 했던 숙소들을 가보자며 지도를 꺼내놓고 여기저기 위치를 가르켜준다.
'그래.. 함 가보는거야. 어짜피 커미션받는 숙소를 데리고 가더라도 우리가 마음에 안들면 인터넷에서 찾아본 숙소에 가서 자면 되는거고.. 현지사정에 밝은 사람이 아무래도 낫겠지. 그리고, 이 친구가 정말 성의껏 좋은 곳 소개해주면 이 친구 데리고 앙코르 일정 다녀보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지 않을까?'
툭툭을 타고 이 친구가 이야기 한 숙소로 제일 먼저 가보기로 했다. 왼쪽에 보이는 평양냉면, 오른쪽에 보이는 글로벌게스트하우스들과 더불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식당들이 3년전과 비교해서 상당히 많이 늘었다. 포장마차까지 있을 정도였으니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긴 오나보구나..'
한참을 올드마켓쪽으로 내려가더니 큰 길에서 매콩은행 골목으로 들어간다.
'여긴 시내 중심가인데.. 여기 뒤면 딱 위치 좋겠네'라는 생각을 하는데 은행 뒤에 조그만 호텔이 하나가 있다. Mekong Palace Hotel. 우리가 4박을 하게될 운명의 숙소를 여기서 만나게된다.
넓은 주차장(앞마당)이 있고, 한쪽에 깔끔하게 꾸며놓은 식당이 보인다. 반대쪽에는 분리된 리셉션 데스크가 있고.. 2층으로 만들어진 석조건물인데 외관도 깔끔하고 외관 마감도 대리석으로 되어있는듯 괜찮아 보이는 작은 호텔이었다.
리셉션 데스크에 들어가보니 정장과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맞아준다.. 첫 인상은 일단 합격이다.
"방있으?"
"응. 어떤방? 몇명이니?"
"두명.. 트윈룸이 필요해. 일단 함 보자"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이 안내해준 방은 1층의 더블베드룸..
"야야.. 우린 트윈룸이 필요하다니까"
2층의 트윈베드룸으로 안내해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상당히 단단하다. 보통 나무로 만든 계단이면 삐걱거리기 쉽상인데 전혀 삐걱거림도 없고, 2층으로 올라가보니 넓은 거실과 테이블이 있어 마치 가정집에 온 느낌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적당한 넓이의 방에 트윈침대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고 (고급 호텔의 침구정리처럼 잘 정돈되어있습니다) 침대는 라텍스 침대더군요. 항상 동남아의 싼 게스트하우스에 다니다보면 침대가 쿠션이 완전히 사라지던지 너무 삐걱거려서 불편했는데 라텍스 침대라 ^^ 고마웠죠.
잘 정리가 된 라텍스 트윈침대, 깔끔하게 세탁된 침구, 냉장고, TV, 넓은 창, 에어컨, 깔끔한 화장실(욕실비품, 큰 타월 2장 포함), 큰 옷장과 서랍장, 화장대, 침대옆의 협탁과 개별 독서등까지.. 방 청소 상태도 좋았으니 다른 곳을 찾을 필요가 없을듯... 원하는 조건 다 갖추었는데 ^^
"민정씨.. 여기 괜찮은데. 시내가 바로 코앞이라 다니기도 편하고 바로 길 건너편에 마트도 있고, 골목 바로 앞에 식당도 있고, 은행도 있고 괜찮겠는데"
"여기 얼마쯤 할거같어? 얼마면 묵을거야?"
"음.. 글쎄.. 내가 생각할 때는 최대 30불.. 30불까지는 이해 할 수 있는데.."
"그래.. 내 생각도 그랬는데.. 30불까지면 여기서 그냥 묵자"
다시 리셉션 데스크로 돌아와서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 돌입..
"방 어땠니? 괜찮었어?"
"응. 괜찮더라. 근데 얼마니?"
"너네들 몇일이나 묵을건데?"
"4일밤! 좀 싸게 해 줘!"
잠시 고민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군요. 알아들을 수 없던 크메르어로 통화를 하더니...
"그럼 4일밤 묵는 조건으로 하루에 15불로 해줄께. 4일이면 60불"
"Sixteen? Sixty?"
"Sixty!! Six.. Zero!! ㅡ.ㅡ;;"
"음.. 그럼 아침은 주니?"
"아니.. 아침은 사먹어 ㅡ.ㅡ;; 저기 식당있잖아. 대신 냉장고에 마실 생수는 항상 두병씩 있어"
30불을 예상하던 방이 15불이라.. 땡큐 ^^ 그리고 항상 웃으면서 친절하게 이야기 해주던 리셉션 스탭들이 마음에 들던터라 여기서 지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단, 오늘 도착해서 현찰이 얼마 없다는 핑계로 하루치 방값만 먼저 주기로 하고 그리고 3일치는 내일 돈 찾아서 준다고 최종협상 끝 ^^ (하루 지내보고 영 아니면 다른데로 옮길 수도 있어야 하니..)
자.. 일단 제일 큰 문제인 숙소 문제는 끝났고, 이제 마지막 남은 문제인 교통편.. 원래 계획은 택시를 빌려타고 다니는 거였지만, 택시의 가장 큰 문제가 시야가 툭툭보다는 좁아진다는 단점이 있었고, 잠시 툭툭 타고 다닌 정도라면 툭툭타고 다녀도 아주 더워서 고생하지는 않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구나, 우리 데려다 준 숙소도 마음에 들었고, 툭툭 기사의 차분한 말투도 마음에 들었던터라.. 툭툭 기사와 협상에 들어갑니다 ^^
"야.. 여기 호텔 괜찮더라."
"응.. 그래서 여기서 지내기로 했니?"
"응.. 여기서 4일동안 지내기로 했어"
"그럼 짐가지러 가자."
아니.. 이 기사는 방금 도착한 관광객들이면 당연히 교통편 예약을 할거라는걸 뻔히 알면서도 작업을 안걸어옵니다. 당연히 올때부터 자기 툭툭 타고 다니라는 작업이 들어와야지 정상인데 그저 웃기만 합니다. 그래도 영어는 꽤 잘합니다. 한국어로는 이야기 해본적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니.. 잠깐 잠깐만 있어봐.. 너 내일부터 예약된 투어팀 있니?"
"아니, 없는데.."
"그럼 너가 추천하는 일정.. 우리 3일동안 구경할건데 어떤 일정이니?"
그때야 겨우 이 기사 지도를 꺼내면서 한참을 설명합니다. 첫날은 앙코르 툼을 중심으로 해서 소순회코스를 돌고 저녁에 석양은 어디서 보고, 둘째날은 아침 일찍 일출은 앙코르와트에서, 그리고 대순회코스 돌고, 셋째날은 못본데 골라 다니다가 오후쯤에 호수에 가면 딱 3일짜리 코스가 잡힌다고...
"그래그래.. 우리 첨엔 택시타려고 했는데 툭툭도 괜찮을거 같어.. 너 내일부터 할 일 없으면 우리랑 다닐래?"
"좋지 ^^"
"그럼.. 얼마를 줘야 하는거지?"
"음.. 일단 첫날은 기본 8불이고, 둘째날은 반테스레이를 가야 하니까 그건 추가금을 5불 줘야해. 그리고 셋째날도 기본 8불에 호수 가는데 추가비용이 5불있고.."
"그래.. 그럼 너가 우리 데리고 3일동안 고생 좀 해라."
"그래그래 (헤벌레 ^^)"
이래서.. 너무나도 쉽게.. 가장 큰 문제였던 숙소와 교통편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이것만 하루종일 걸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 하나 때문에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 되어버린거죠 ^^
(저는 여행하면서 한국인 업소를 애용한다던지, 한국인 숙소에서 잠을 자는 것은 꺼려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 교통편만큼은 한국인 업소에서 주로 예약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만약의 사고가 생길 경우에 현지 업소에서 예약한 교통편일 경우에는 사고 처리가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좀처럼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없이 그냥 만사 오케이라는식의 대응이 전부였는데, 한국인 업소에서 교통편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컴플레인 처리는 확실하게 처리를 해주더군요. 한국 사람들의 심리를 아는 한국 사람이기에 결과는 만족치 못하더라도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은 볼 수 있으니까요.)
서울가든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짐을 옮기고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니 그 전까지는 그렇게 힘들었던게 다 사라집니다. 인간된 느낌입니다..
"저녁 어디가서 먹을꺼야?" - 이 질문 받은 시간 오후 3시.. ㅡ.ㅡ;
"글쎄요.. 첫날 저녁이니 확실하게 만찬을 즐겨야죠 ^^"
"그래그래.. FCC가자!"
"오케오케.. 그럼 시간이 좀 있으니까 올드마켓쪽 구경하다가 거기서 가죠"
낮잠은 무슨 ㅡ.ㅡ; 도착해서 피곤에 지쳐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애들처럼 신나게 놀러 나갑니다. 숙소에서 올드마켓까지는 여유있는 걸음으로 10분미만.. 걸어가다보니 예전의 기억들이 되살아나더군요. '조기 맛있는 음식점이엇는데, 어, 사우나도 그대로 있네. 그 중국식 마사지 해주던 왕사부도 아직 그대로 있으려나?'
올드마켓쪽을 좀 돌아보다가 더위를 피해서 안젤리나 졸리가 자주 갔다는 레드피아노에 가서 다니엘은 안젤리나 졸리가 즐겨먹었다는 툼레이더 칵테일, 민정씨는 수박쉐이크를 한 잔씩 시켜먹는데.. 안젤리나 졸리.. 취향이 이것밖에 안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설픈 Kamikaze를 먹는듯한 느낌..
길거리의 풍경들이 변하지 않아 반가웠습니다.. 지난번에도 왔던 곳인데.. 그때는 나중에 더 공부 많이 하고 준비 많이해서 올거라고 시엠리엡 온지 이틀만에 앙코르와트 구경도 안하고 프놈펜으로 비행기타고 갔던터라.. (솔직히.. 밤에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서 프놈펜으로 도망갔습니다. 앙코르 와트는 여유있게 보고 싶었고, 그때는 밤에 놀만한 곳이라곤 마티니 한 군데 밖에 없을 때였습니다. 그때의 마티니는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마티니는 가지도 않았죠..)
레드피아노에서 챙긴 관광안내책자를 뒤지면서 이런저런 계획을 짜다보니.. 살짝 어둠이 지기 시작하더군요. 툭툭을 타고 FCC로 이동했습니다.. 예전에 이곳 여행정보에서 보았던 청담동 수준이라는 말을 믿으면서.. 부푼 꿈을 안고..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여기에 청담동 수준의 레스토랑이 있으며, 그곳 이외에는 다른 곳에 갈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였는지..
툭툭을 타고 5분만에 도착한 FCC..
정말..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이게 캄보디아라고는 생각 할 수도 없었죠. 3년전 기억으로는 심지어 프놈펜에서도 이런 곳은 보지도 못했으니까요.
넓은 마당에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는 연못(?), 옆에는 유리부스 안에 있는 pool table, 마당 한 가운데는 뷔페를 하는것 같이 직접 요리를 하더군요.
FCC 마당으로 들어가니 깔끔한 복장의 웨이터가 반갑게 맞이하더군요.
"어솨라"
"그래.. 지금 이거 저녁 뷔페하는거니?"
"응.. 저녁 뷔페다. 매주 토요일만 하는건데 마침 잘왔다"
"음식 좀 봐도 되냐?"
"응.. 여기있는 모든 음식이랑 타이거 생맥주 1인당 2잔씩 주고 10불씩이다. 함 둘러봐."
메인은 요리사가 주문을 받아서 소고기, 닭고기, 생선을 그릴에 구어주는 스테이크였고, 샐러드가 그린샐러드 말고 Greek 샐러드가 있더군요! 그릭 샐러드!!! 두 사람 모두 다 그릭 샐러드에 (정확히는 그 안에 들어있는 맛있는 치즈에) 광적인 팬인지라 다른 음식은 볼 필요도 없겠더군요.. 몇가지 샐러드와, 간단한 식사류, 괜찮은 후식들이 있었고 다른 곳에 갈 생각도 없었으니 일단 뷔페를 먹기로 결정.. 어짜피 자주 올거였는데 뷔페는 오늘 아님 못먹을거 같으니..
둘다 메인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그릭 샐러드만.. 정확히는 그 안의 치즈에 감동하면서 정말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둘다 맥주도 했겠다.. 식사를 마치고 2층 테라스로 올라가서 와인을 더 마십니다. 다행히 좋아하는 와인인 Chardonnay가 있더군요. 2층 테라스에서 보는 풍경들이 너무 멋졌습니다. 강변의 풍경도.. 늦은 저녁 뷔페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 앞에 대기하고 있는 툭툭 기사들의 모습도.. 여유를 가지고 보는 모습들은 어떤 모습이라도 여유로워 보이나 봅니다..
한국에서 출발하면서 지금까지의 모든 피로와 힘든 일정들은.. 캄보디아에서의 친절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미소가 한 잔의 샤르도네에 녹아서 날 행복하게 합니다..
다시 왔구나.. 캄보디아..
나를 행복하게 했던 이 땅이여.. 나를 다시 행복하게 해다오..
당신의 미소속에 내가 쉴 수 있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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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궁.. 두번째 글을 쓰다보니 상당히 길어지는군요 ㅡ.ㅡ;
읽기 불편하시더라도 그냥 봐주세요 ^^ 남들처럼 예쁜 사진도 넣은 여행기라면 좋았을 텐데 전 여행다니면서 카메라를 안들고 다니는터라 좋은 사진이 없답니다. 읽기 뻑뻑하시더라도 이해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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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쪽 국경을 통과하면서 여행기에서 보았던 아이들을 조심하라는 글이 기억에 떠올랐다. 그래서 생전 안하던 배낭 앞으로 돌려매기도 하는둥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과연 얼마나 위험하고, 얼마나 애들이 진득하게 붙길래 그런 글들이 여행기에 올라오고 수없이 주의를 주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내가 기억하는 3년전의 캄보디아는 그정도는 아니었는데..
캄보디아쪽에서 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남루함 그 자체였다. 태국여행에서 익숙해진 깔끔한 모습의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루하고 피곤과 더러움에 쪄들어있는... 그래.. 여긴 태국이 아니구나.. 태국은 동남아에서는 싱가폴을 제외한 최고의 부국이니까..
98년 여름.. 인도에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이 문득 들었다.. 후배와 같이 뭄바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잠시 택시가 멈추어졌을 때 창문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으며 그저 손으로 자기의 머리와 입을 연신 가르키면서 무언가를 바라던 어린 아이의 그 큰 눈동자... 검은 피부와는 달리 너무나도 하얗고 큰 눈동자를 가지고 있던.. 그 눈동자에 파리가 앉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조차 깜박이지 않던 그 아이의 하얀 눈동자가....
결국 그 눈동자를 바라보지 못한 우리들은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낡은 택시의 창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고, 그 눈길을 외면 할 수 밖에 없었다. 후배는 몇일동안이나 그 눈을 잊어버릴 수 없다며 충격에 빠져있었다.. 술을 마실때마다, 잠을 잘때마다 그 눈동자를 잊어버릴 수가 없다며 눈물을 글썽이곤 했으니까..
하지만, 민정씨나 나나 인도에서의 시간들을 기억하는터라 경계심을 푸는데 5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게 뭐가 위험하다는거야? 애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인도처럼 달라붙지도 않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메었던 보조가방을 다시 뒤로 편하게 메고,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주변의 풍경들도 차분히 보면서 이야기에 대답도 해주며 태국쪽 출국심사를 마치고 걸어나가는데 택시를 예약한 서울가든의 게시판에서 보았던 국경에 상주하는 도우미가 보였다. 사진에서처럼 서울가든이라는 글이 가슴에 크게 써있고, 활짝 웃는 모습이 착해보이는 친구..
그 친구의 인도로 우리를 비롯한 다른 여러 한국 사람들(투어팀 포함)이 편하게 캄보디아측 출입 신고를 마칠 수 있었고, 캄보디아 입국비자를 받는 곳에 있는 의자는 글로발게스트하우스에서 기증한 것이라는 큰 글자가 적혀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긴 오나보구나.. 글로발 사장님의 배려가 참 감사했다.. 물론 글로발에 관한 나쁜 감정이 아직 살아있긴 하지만..
예약한 택시를 타러 나가는데 삐끼들이 몰려든다.. 이미 전날의 비행과, 버스 이동, 국경통과로 어느정도 지쳐있던 상황이라 '이궁.. 예약 했는데도 삐끼들한테 얼마나 이야기를 해야지 택시를 탈 수 있으려나.. 또 귀찮아지는군'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무리들의 삐끼들에게 둘려쌓이게 된다..
" Taxi?? Ankor??? * 10여명이 동시에 ㅡ.ㅡ;;"
" No. We already have taxi"
" Already????"
이 바부같은 넘들.. 정말.. 모세의 기적이 이랬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10여명의 삐끼들이 Already라는 말 한마디에 사라진다..
허탈했다.. 이미 예약했다는 말 한마디에 저리 사라지다니.. 더구나, 예약해놓은 택시 기사가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걸 보더니 '너네가 예약한 택시가 저거 맞지?'라며 길 안내까지 해준다..
순박한 것일까.. 삐끼들까지 이렇다니.. 태국의 늑대같은 삐끼나 툭툭 기사들하고는 차원이 틀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이게 캄보디아였지..
(동남아 여행에는 완벽한 미국 혹은 영국식의 영어는 오히려 잘 통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동남아 생활 오래하면서 동남아식의 표현들이 더 많이 쓰이게 되더군요. 미리 예약해두었다는 말은 Already have taxi라는 말이면 충분합니다. 애들이 Already라는 말에 확실히 반응하더군요. 어설프게 영어를 배운 사람에게는 장황한 말보다는 확실한 단어 하나가 더 효과적이라는걸 새삼 느끼게 된 일이었습니다.)
택시기사가 짐을 실어주고 우리도 빨리 시원한 에어컨 안에 들어가서 앉고 싶다는 생각때문에 국경에서 우리를 위해서 여러가지 일을 해주던 그 친구한테 팁을 주는 것을 깜빡했다. 차 안에 들어가서 출발하며 인사하면서 민정씨랑 서로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런.. 저친구 그래도 우리한테 잘 해줬는데 팁 하나도 못주고왔네'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는 없었으니..
예전에 비해서 확실히 길은 많이 좋아졌었다.. 비포장 도로였던건 여전했지만, 길에 파여있는 요철들이 3년전에 비해서 상당히 많이 줄어있었고, 길 중간에서 구멍들을 매워놓고 지나가는 차들에게 돈을 바라는 사람들도 적어져있었다. 아마도 이게 비포장 도로인데다가 무거운 짐을 실은 대형 트럭들이 비오는 길을 가면서 만든 구덩이들이 아닌가 싶다. 많은 돈이 드는 일이기는 하겠지만 이 길 만큼이라도 포장을 하게 될 날이 언제쯤 있을지.. 참 아쉬웠다.
3년전의 일입니다..
혼자서 방콕에서 출발해서 시엠리엡으로 가던 다니엘은 결국 픽업트럭을 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트럭 운전석 옆에 2자리와 뒤에 4자리는 인사이드라고 해서 비싸게 받고, 바깥쪽은 아웃사이드라해서 좀 싸게 갈 수 있었죠.
다니엘이 몸집이 큰지라(187/90) 도저히 그사람들의 기준으로 조수석에 2명이 타고 갈 수는 없어서 결국 전 2인분의 가격을 내고 조수석에서 편하게 갔죠. 그때는 인사이드에 저 말고 뒷자리에 아기 한명과 어른 4명이 타고 갔고, 트럭의 짐칸에는 가면서 몇명의 인원을 태웠는지도 기억을 못 할 정도였습니다. 적어도 20명은 넘었을테니.. 가다가 내리고, 또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가면서 혼자만 앞자리에서 편히 가자니 미안하더군요. 뒤에는 5명이나 타고 있었는데.. 아무리 외국인이라지만.. 아무리 돈을 지불했다지만..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뒤에 이야기 해서 아이를 앞에 태우라고, 그리고 짐도 발밑에 넣어갈테니 넘겨달라고.. 그리 이야기를 하고나서는 뒤에서 쳐다보는 싸늘한 눈빛을 조금 덜 수도 있었고.. 제 마음에 짐도 덜 수도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분명히 씨엠리엡까지 가기로 계약한 픽업트럭이 중간쯤인 시소폰에 서더니 잠시 쉬어간다고 하더군요. 한시간 정도인가 시소폰 터미날에서 길거리 음식들도 사먹고 쉬고 있는데 차를 갈아타라고 하더군요..
갈아타러 간 차에는 이미 안쪽에 꽉 사람들이 차있었습니다.. 더구나 처음 나를 태우고 온 기사는 사라지고, 새로 타야 할 차의 기사만 남아있었죠.
"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난 분명히 시엠리엡까지 앞자리 2자리를 쓰겠다고 돈을 다 지불했는데. 난 어디에 타라는거야?"
"........"
영어가 안되는 기사였습니다.. 하기야 그러고보면 처음에 차를 탈 때도 삐끼가 영어를 했었지, 운전하던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10여분간의 실강이 끝에.. 결국 앞자리 중에 한 자리를 내주더군요. 옆에 뚱뚱한 아저씨의 불쾌하고 짜증나는 표정과 함께 한 사람은 아웃사이드로..
10여분을 가다보니 도저히 못가겠더군요. 안에 타고 있던 뚱뚱한 아저씨(중국계로 보이는)가 저를 운전사쪽에 밀어넣어서 기어를 바꿀때마다 다리에 계속 걸리고 너무 좁았습니다. 숨도 쉬기 힘들었고, 옆자리 아저씨의 땀에 절은 팔과 몸이 제 몸에 닿는게 너무도 싫었습니다..
차를 세우고 바깥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죠. 차라리 아웃사이드가 낫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저때문에 밀려서 나갔던 사람을 다시 안으로 집어넣고, 그 자리에 앉아서 갔는데.. 아웃사이드.. 진정한 고생의 시작이었습니다. 판자로 만들어놓은 의자에 앉어 서로 옆사람의 어깨를 잡으면서 의지해야 하는.. 늦게 탄 사람들은 그 자리도 앉지 못해서 가운데에서 쭈그리거나 서서 가야 하는.. 그 울퉁불퉁하고 험난한 도로를.. 결국 2시간을 그렇게 갔습니다.
시엠리엡에 도착한 제 몰골을 살펴보니.. 하얀색 티셔츠는 노란색 먼지로 염색된지 오래고, 얼굴 피부는 머드팩을 한 수준이더군요. 허리는 아파서 펼 수도 없고.. 어쨋건 최악의 길이었습니다..
다시.. 시엠리엡으로 가는 택시안으로 돌아와서 ^^
이번에는 정말 편했습니다. 쇼바는 이미 나가서 덜컹거리는 택시 뒷자리였지만 그래도 둘이 가니 편했고, 기사총각은 아무 말 없이 얌전히 운전만 잘 합니다. 에어컨도 시원했고 영어를 못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편하더군요. 괜히 이런 저런 뻔한 질문에 시달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한시간쯤 가다가 기름을 넣습니다.
가보신 분이나 사진을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콜라병에 휘발유를 담아서 파는 간이 주유소를 이용하더군요. 젊어보이는 어머니와 4남매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모처럼 나가서 허리도 펴고, 주변 풍경도 여유있게 바라보는데 이제 한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맏아들이 열심히 일을 하더군요. 어머니는 가게 안에서 기사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맏아들은 자기 몸통만한 1.5리터 유리병에 담긴 휘발유를 가져다가 넣고.. 한방울이라도 남길까봐 계속 털어 넣더군요.
둘째 남동생은 형을 도와서 열심히 일하고, 대여섯살쯤이나 되었을려나.. 여동생은 이게 갓 돌이 지난듯한 애기를 허리에 얹고 수줍은듯이 우리들을 쳐다봅니다. 너무 귀여웠습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대견하기도 했고..
가방에 초콜렛이 몇개 있다는걸 기억하곤, 형을 도와주던 둘째에게 주었습니다. 수줍은듯이 땡큐라고 말하면서 어머니한테 가지고 가더군요. 가슴이 찡했습니다.. 가정교육을 참 잘받았구나.. 저 나이라면 자기가 더 많이 먹을거라고 먼저 열어서 먹을텐데.. 어머니한테 먼저 드리다니..
그리곤, 다시 덜컹거리는 길을 정처없이 택시는 떠나갑니다.. 이제는 덜컹거리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전 차 안에서 한시간 가량 잠도 자다보니 갑자기 포장된 길이 보이더군요.. 포장도로라!!!
순간, 민정씨와 나 두 사람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박수를 치기 환호하기 시작한다.. 박수를 안 칠 수가 없었죠.. 이제 고생 끝인데 ^^ 그랬더니 기사총각도 웃으면서 좋아합니다.. '그래.. 너도 힘들었겠지 ^^ 고생했다!'
포장도로를 30분정도 가다보니 이제 번화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시엠리엡이구나.. 이제 가장 걱정했던 첫날의 이동이 끝난거구나..
무사히 서울가든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고생했다며 반갑게 맞아주신다. 예상하던 사장님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서울대 미술대학 출신이시라는데.. 검도도 오래 하셨다는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했는데 듬직하신 모습이다.
일단, 사장님께는 미리 말씀드린대로 숙소는 다른 곳에서 잡을 것 같은데 식사부터 좀 해야겠다며 쌈밥정식을 부탁드리고, 시엠리엠까지 왔는데 제일 먼저 앙코르 맥주로 건배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민정씨와 시원한 앙코르 맥주로 자축을 했다.
"민정씨.. 오느라고 고생많았어요"
"그래.. 다니엘도 고생했어.. 마시자!"
앙코르 맥주.. 캄보디아의 가장 고급 맥주다. 예전의 오비 댓병을 기억나게 하는 맛이지만.. 앙코르 관광을 마친 후에 마시는 앙코르 맥주는 언제나 천상의 유약과도 같은 맛이었다..
제육볶음+쌈밥+된장찌게+밑반찬+밥(무한정리필^^)로 이루어진 쌈밥정식과 앙코르 맥주 몇병을 배부를 때까지 먹고나니.. 이제 가장 큰 걱정이 남았다.. 바로 숙소와 교통편의 결정.. 더구나 이번 일정의 특성상 아침에 항상 투어를 나가야 하기때문에 숙소를 정한 뒤에 다시 옮긴다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사장님은 서울가든의 숙소를 이야기 하셨지만.. 일단 여기는 시내와 너무 멀다는 단점과 고기굽는 냄새를 지독히도 싫어하고 한국사람들과 얽히는 것을 싫어하는 두 사람 모두의 공통된 의견때문에 애초에 계획단계부터 제외된 곳이다.. 25불짜리 특실이 참 마음에 들긴 한데..
일단, 식사를 마치고,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몇권 드리고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서 툭툭을 한대 부르기로 했다. 일단 여기에 짐을 맡겨두고 그리고 툭툭을 타고 다니면서 예상했던 숙소들을 돌아보면 답이 나올테니.. 일단 숙소를 잡고, 짐을 옮긴 다음에 좀 쉬고 교통편을 알아보고 저녁먹고 푹 자면 될거같다는 생각이었으니..
툭툭을 불렀는데.. 30분이 넘게 소식이 없다.. 그냥 걸어가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거리일텐데.. 한참을 더 기다리다가 그냥 길거리에 있는 툭툭이라도 타고 다녀보자라고 해서 사장님께 다시 이야기하고 나가려는데 툭툭이 왔다.. '얌마! 한시간을 넘게 기다렷어!!'
Kim-chun... 결과적으로는 우리와 함께 모든 일정을 같이 하게 될 툭툭 기사와의 만남이었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군요. 김천인가? 김치한인가 그랬는데.. 어쨋건 서울가든 소속의 툭툭 기사입니다.)
우리가 처음에 예상했던 La-Noria, Earthwalk G.H.등 6군데의 숙소를 돌아보고 다시 이곳에 와서 짐을 가지고 가기로 하고 나가는데.. 아무래도 현지 기사한테 물어보는게 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 올라온 몇가지의 정보들을 따라다니다보면 한국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그렇게 얽히는게 싫었으니.. 이번만큼은 두사람이서 편하게 여행하고 싶었다..
"혹시.. 너 우리가 이야기 해준데 말고 좋은 숙소 아는데 있니?"
"어떤 숙소를 원하는데?"
"음.. 올드마켓 부근은 아니어도 되는데 시내랑 가까워야 하고, 조용해야 하고, 깨끗해야 하고, 한국사람들 없어야 하고, 아주 좋은 호텔은 아니더라도 적당한 수준이면 좋겠어. 넘 비싸면 안되고.. 스타마트 뒷편의 게스트하우스들은 좀 그렇고, 6번국도쪽도 그렇고, 강건너도 그렇고.. 기타등등......"
"ㅡ.ㅡ;;;;;;;;;;;;;;;"
내가봐도 무리한 부탁이었던건 사실이었다.. 이런 숙소 있으면 누구나 무조건 가서 묵을테니 ㅡ.ㅡ;;
그런데 잠깐 생각하던 이 친구.. 자기가 알고 있는 곳이 한군데 있는데 일단 여기 한 번 가보자고 한다. 여기 갔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에 내가 이야기 했던 숙소들을 가보자며 지도를 꺼내놓고 여기저기 위치를 가르켜준다.
'그래.. 함 가보는거야. 어짜피 커미션받는 숙소를 데리고 가더라도 우리가 마음에 안들면 인터넷에서 찾아본 숙소에 가서 자면 되는거고.. 현지사정에 밝은 사람이 아무래도 낫겠지. 그리고, 이 친구가 정말 성의껏 좋은 곳 소개해주면 이 친구 데리고 앙코르 일정 다녀보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지 않을까?'
툭툭을 타고 이 친구가 이야기 한 숙소로 제일 먼저 가보기로 했다. 왼쪽에 보이는 평양냉면, 오른쪽에 보이는 글로벌게스트하우스들과 더불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식당들이 3년전과 비교해서 상당히 많이 늘었다. 포장마차까지 있을 정도였으니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긴 오나보구나..'
한참을 올드마켓쪽으로 내려가더니 큰 길에서 매콩은행 골목으로 들어간다.
'여긴 시내 중심가인데.. 여기 뒤면 딱 위치 좋겠네'라는 생각을 하는데 은행 뒤에 조그만 호텔이 하나가 있다. Mekong Palace Hotel. 우리가 4박을 하게될 운명의 숙소를 여기서 만나게된다.
넓은 주차장(앞마당)이 있고, 한쪽에 깔끔하게 꾸며놓은 식당이 보인다. 반대쪽에는 분리된 리셉션 데스크가 있고.. 2층으로 만들어진 석조건물인데 외관도 깔끔하고 외관 마감도 대리석으로 되어있는듯 괜찮아 보이는 작은 호텔이었다.
리셉션 데스크에 들어가보니 정장과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맞아준다.. 첫 인상은 일단 합격이다.
"방있으?"
"응. 어떤방? 몇명이니?"
"두명.. 트윈룸이 필요해. 일단 함 보자"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이 안내해준 방은 1층의 더블베드룸..
"야야.. 우린 트윈룸이 필요하다니까"
2층의 트윈베드룸으로 안내해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상당히 단단하다. 보통 나무로 만든 계단이면 삐걱거리기 쉽상인데 전혀 삐걱거림도 없고, 2층으로 올라가보니 넓은 거실과 테이블이 있어 마치 가정집에 온 느낌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적당한 넓이의 방에 트윈침대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고 (고급 호텔의 침구정리처럼 잘 정돈되어있습니다) 침대는 라텍스 침대더군요. 항상 동남아의 싼 게스트하우스에 다니다보면 침대가 쿠션이 완전히 사라지던지 너무 삐걱거려서 불편했는데 라텍스 침대라 ^^ 고마웠죠.
잘 정리가 된 라텍스 트윈침대, 깔끔하게 세탁된 침구, 냉장고, TV, 넓은 창, 에어컨, 깔끔한 화장실(욕실비품, 큰 타월 2장 포함), 큰 옷장과 서랍장, 화장대, 침대옆의 협탁과 개별 독서등까지.. 방 청소 상태도 좋았으니 다른 곳을 찾을 필요가 없을듯... 원하는 조건 다 갖추었는데 ^^
"민정씨.. 여기 괜찮은데. 시내가 바로 코앞이라 다니기도 편하고 바로 길 건너편에 마트도 있고, 골목 바로 앞에 식당도 있고, 은행도 있고 괜찮겠는데"
"여기 얼마쯤 할거같어? 얼마면 묵을거야?"
"음.. 글쎄.. 내가 생각할 때는 최대 30불.. 30불까지는 이해 할 수 있는데.."
"그래.. 내 생각도 그랬는데.. 30불까지면 여기서 그냥 묵자"
다시 리셉션 데스크로 돌아와서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 돌입..
"방 어땠니? 괜찮었어?"
"응. 괜찮더라. 근데 얼마니?"
"너네들 몇일이나 묵을건데?"
"4일밤! 좀 싸게 해 줘!"
잠시 고민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군요. 알아들을 수 없던 크메르어로 통화를 하더니...
"그럼 4일밤 묵는 조건으로 하루에 15불로 해줄께. 4일이면 60불"
"Sixteen? Sixty?"
"Sixty!! Six.. Zero!! ㅡ.ㅡ;;"
"음.. 그럼 아침은 주니?"
"아니.. 아침은 사먹어 ㅡ.ㅡ;; 저기 식당있잖아. 대신 냉장고에 마실 생수는 항상 두병씩 있어"
30불을 예상하던 방이 15불이라.. 땡큐 ^^ 그리고 항상 웃으면서 친절하게 이야기 해주던 리셉션 스탭들이 마음에 들던터라 여기서 지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단, 오늘 도착해서 현찰이 얼마 없다는 핑계로 하루치 방값만 먼저 주기로 하고 그리고 3일치는 내일 돈 찾아서 준다고 최종협상 끝 ^^ (하루 지내보고 영 아니면 다른데로 옮길 수도 있어야 하니..)
자.. 일단 제일 큰 문제인 숙소 문제는 끝났고, 이제 마지막 남은 문제인 교통편.. 원래 계획은 택시를 빌려타고 다니는 거였지만, 택시의 가장 큰 문제가 시야가 툭툭보다는 좁아진다는 단점이 있었고, 잠시 툭툭 타고 다닌 정도라면 툭툭타고 다녀도 아주 더워서 고생하지는 않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구나, 우리 데려다 준 숙소도 마음에 들었고, 툭툭 기사의 차분한 말투도 마음에 들었던터라.. 툭툭 기사와 협상에 들어갑니다 ^^
"야.. 여기 호텔 괜찮더라."
"응.. 그래서 여기서 지내기로 했니?"
"응.. 여기서 4일동안 지내기로 했어"
"그럼 짐가지러 가자."
아니.. 이 기사는 방금 도착한 관광객들이면 당연히 교통편 예약을 할거라는걸 뻔히 알면서도 작업을 안걸어옵니다. 당연히 올때부터 자기 툭툭 타고 다니라는 작업이 들어와야지 정상인데 그저 웃기만 합니다. 그래도 영어는 꽤 잘합니다. 한국어로는 이야기 해본적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니.. 잠깐 잠깐만 있어봐.. 너 내일부터 예약된 투어팀 있니?"
"아니, 없는데.."
"그럼 너가 추천하는 일정.. 우리 3일동안 구경할건데 어떤 일정이니?"
그때야 겨우 이 기사 지도를 꺼내면서 한참을 설명합니다. 첫날은 앙코르 툼을 중심으로 해서 소순회코스를 돌고 저녁에 석양은 어디서 보고, 둘째날은 아침 일찍 일출은 앙코르와트에서, 그리고 대순회코스 돌고, 셋째날은 못본데 골라 다니다가 오후쯤에 호수에 가면 딱 3일짜리 코스가 잡힌다고...
"그래그래.. 우리 첨엔 택시타려고 했는데 툭툭도 괜찮을거 같어.. 너 내일부터 할 일 없으면 우리랑 다닐래?"
"좋지 ^^"
"그럼.. 얼마를 줘야 하는거지?"
"음.. 일단 첫날은 기본 8불이고, 둘째날은 반테스레이를 가야 하니까 그건 추가금을 5불 줘야해. 그리고 셋째날도 기본 8불에 호수 가는데 추가비용이 5불있고.."
"그래.. 그럼 너가 우리 데리고 3일동안 고생 좀 해라."
"그래그래 (헤벌레 ^^)"
이래서.. 너무나도 쉽게.. 가장 큰 문제였던 숙소와 교통편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이것만 하루종일 걸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 하나 때문에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 되어버린거죠 ^^
(저는 여행하면서 한국인 업소를 애용한다던지, 한국인 숙소에서 잠을 자는 것은 꺼려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 교통편만큼은 한국인 업소에서 주로 예약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만약의 사고가 생길 경우에 현지 업소에서 예약한 교통편일 경우에는 사고 처리가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좀처럼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없이 그냥 만사 오케이라는식의 대응이 전부였는데, 한국인 업소에서 교통편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컴플레인 처리는 확실하게 처리를 해주더군요. 한국 사람들의 심리를 아는 한국 사람이기에 결과는 만족치 못하더라도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은 볼 수 있으니까요.)
서울가든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짐을 옮기고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니 그 전까지는 그렇게 힘들었던게 다 사라집니다. 인간된 느낌입니다..
"저녁 어디가서 먹을꺼야?" - 이 질문 받은 시간 오후 3시.. ㅡ.ㅡ;
"글쎄요.. 첫날 저녁이니 확실하게 만찬을 즐겨야죠 ^^"
"그래그래.. FCC가자!"
"오케오케.. 그럼 시간이 좀 있으니까 올드마켓쪽 구경하다가 거기서 가죠"
낮잠은 무슨 ㅡ.ㅡ; 도착해서 피곤에 지쳐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애들처럼 신나게 놀러 나갑니다. 숙소에서 올드마켓까지는 여유있는 걸음으로 10분미만.. 걸어가다보니 예전의 기억들이 되살아나더군요. '조기 맛있는 음식점이엇는데, 어, 사우나도 그대로 있네. 그 중국식 마사지 해주던 왕사부도 아직 그대로 있으려나?'
올드마켓쪽을 좀 돌아보다가 더위를 피해서 안젤리나 졸리가 자주 갔다는 레드피아노에 가서 다니엘은 안젤리나 졸리가 즐겨먹었다는 툼레이더 칵테일, 민정씨는 수박쉐이크를 한 잔씩 시켜먹는데.. 안젤리나 졸리.. 취향이 이것밖에 안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설픈 Kamikaze를 먹는듯한 느낌..
길거리의 풍경들이 변하지 않아 반가웠습니다.. 지난번에도 왔던 곳인데.. 그때는 나중에 더 공부 많이 하고 준비 많이해서 올거라고 시엠리엡 온지 이틀만에 앙코르와트 구경도 안하고 프놈펜으로 비행기타고 갔던터라.. (솔직히.. 밤에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서 프놈펜으로 도망갔습니다. 앙코르 와트는 여유있게 보고 싶었고, 그때는 밤에 놀만한 곳이라곤 마티니 한 군데 밖에 없을 때였습니다. 그때의 마티니는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마티니는 가지도 않았죠..)
레드피아노에서 챙긴 관광안내책자를 뒤지면서 이런저런 계획을 짜다보니.. 살짝 어둠이 지기 시작하더군요. 툭툭을 타고 FCC로 이동했습니다.. 예전에 이곳 여행정보에서 보았던 청담동 수준이라는 말을 믿으면서.. 부푼 꿈을 안고..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여기에 청담동 수준의 레스토랑이 있으며, 그곳 이외에는 다른 곳에 갈 필요가 없다고 할 정도였는지..
툭툭을 타고 5분만에 도착한 FCC..
정말..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이게 캄보디아라고는 생각 할 수도 없었죠. 3년전 기억으로는 심지어 프놈펜에서도 이런 곳은 보지도 못했으니까요.
넓은 마당에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는 연못(?), 옆에는 유리부스 안에 있는 pool table, 마당 한 가운데는 뷔페를 하는것 같이 직접 요리를 하더군요.
FCC 마당으로 들어가니 깔끔한 복장의 웨이터가 반갑게 맞이하더군요.
"어솨라"
"그래.. 지금 이거 저녁 뷔페하는거니?"
"응.. 저녁 뷔페다. 매주 토요일만 하는건데 마침 잘왔다"
"음식 좀 봐도 되냐?"
"응.. 여기있는 모든 음식이랑 타이거 생맥주 1인당 2잔씩 주고 10불씩이다. 함 둘러봐."
메인은 요리사가 주문을 받아서 소고기, 닭고기, 생선을 그릴에 구어주는 스테이크였고, 샐러드가 그린샐러드 말고 Greek 샐러드가 있더군요! 그릭 샐러드!!! 두 사람 모두 다 그릭 샐러드에 (정확히는 그 안에 들어있는 맛있는 치즈에) 광적인 팬인지라 다른 음식은 볼 필요도 없겠더군요.. 몇가지 샐러드와, 간단한 식사류, 괜찮은 후식들이 있었고 다른 곳에 갈 생각도 없었으니 일단 뷔페를 먹기로 결정.. 어짜피 자주 올거였는데 뷔페는 오늘 아님 못먹을거 같으니..
둘다 메인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그릭 샐러드만.. 정확히는 그 안의 치즈에 감동하면서 정말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둘다 맥주도 했겠다.. 식사를 마치고 2층 테라스로 올라가서 와인을 더 마십니다. 다행히 좋아하는 와인인 Chardonnay가 있더군요. 2층 테라스에서 보는 풍경들이 너무 멋졌습니다. 강변의 풍경도.. 늦은 저녁 뷔페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 앞에 대기하고 있는 툭툭 기사들의 모습도.. 여유를 가지고 보는 모습들은 어떤 모습이라도 여유로워 보이나 봅니다..
한국에서 출발하면서 지금까지의 모든 피로와 힘든 일정들은.. 캄보디아에서의 친절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미소가 한 잔의 샤르도네에 녹아서 날 행복하게 합니다..
다시 왔구나.. 캄보디아..
나를 행복하게 했던 이 땅이여.. 나를 다시 행복하게 해다오..
당신의 미소속에 내가 쉴 수 있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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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궁.. 두번째 글을 쓰다보니 상당히 길어지는군요 ㅡ.ㅡ;
읽기 불편하시더라도 그냥 봐주세요 ^^ 남들처럼 예쁜 사진도 넣은 여행기라면 좋았을 텐데 전 여행다니면서 카메라를 안들고 다니는터라 좋은 사진이 없답니다. 읽기 뻑뻑하시더라도 이해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