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돌아보기 둘째 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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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 story -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돌아보기 둘째 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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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돌아보기


여행은 항상 내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또 다른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활력소와도 같다.





오후가 돼도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앙코르 왓트를 먼저 보게 되면 다른 사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기에 둘째날 일정에 앙코르 왓트를 넣어두었다. 다녀온 지금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이미 첫 날의 일정을 소화한 후에는 어느 사원이 어느 사원인지 모호해지기 시작했으니까... 오후에는 앙코르를 들러야 하는데, 난감하다. 게다가 오늘 내내 늦장을 부리느라 시간도 별로 없다.

톰마논, 이 사원은 크지는 않지만 앙코르 유적지 중에서도 보석에 비유할 만한 곳이라는데 실제로 안에서 본 부조물들의 정교함은 으뜸이라 할만 했다. 맞은 편에는 같은 구조로 돼있으나 더 많이 허물어진 차우 싸이 떼보다(Chau Say Tevoda)가 있었는데, 이 곳은 중국측에서 관리하는 모양인지 UNESCO 간판과 함께 중국 오성홍성기가 그려져 있었다.

현재 앙코르 유적지는 프랑스, 일본 등이 복원 작업에 적극적인데, 우리나라도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우리나라는 캄보디아 국방과 관련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한다).

여담으로 현재 앙코르 유적지를 관리하는 곳은 실제로는 베트남의 한 회사가 관리를 하고 그 수익금 중 많은 액수가 훈센총리의 정치 자금으로 흘러드러간다고 한다. 남의 나라 일이라 해도 가슴 한 켠이 씁쓸하다.

따 께우, 이 곳을 들른 것은 예상치 못한 큰 수확이었다. 이 사원은 앙코르 왓트와 마찬가지로 3층에 5개의 탑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난히 굵직 굵직한 선으로 표현이 되어 있어 기억에 남는 사원이다. 반띠아이 스레이가 여성스러운 사원이러면 이 곳은 남성스러움의 상징이라 이름 붙여 주고 싶다.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보면 세상의 모든 걱정, 시름이 사라질 것만 같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인적이 드문 지 의문이 들었다. 역시 여행은 단체 관광이 아닌 개별 배낭 여행이 최고라는 나의 생각에 확신을 준 사원이었다.
이 사원은 미완성으로 남아있는데 건축중 몽고군의 침입이 있었다는 설이 있다는데, 참으로 예전 크메르 제국의 영화와 영욕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여전히 가는 비가 내리는 와중에 앙코르 왓트에 도착했다. 원래 맛난 음식은 나중에 먹으려고 남겨두는 것처럼 몇 차례 이 앞을 지나면서도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꺽지 않았는데, 이렇게 비가 오다니... 날마저 어두어서 그 유명한 회랑을 다 볼 수 있을런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역시 앙코르 왓트는 그 유명세처럼 비가 오는 와중에도 제 빛깔, 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양 옆에 해자를 끼고 그 가운데 난 길로 앙코르 왓트의 웅장한 모습이 드러났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 마냥 반갑기 그지 없다.

왕코르 왓은 비슈누에게 헌정된 사원으로 유적지 가운데 가장 큰 사원이며 또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크메르 건축 예술의 극치를 이루는 역사적인 예술품라는 말이 과찬이 아니었다.
앙코르의 모든 건축물들은 생명을 뜻하는 동쪽이 정문인데 반해, 이 곳만이 죽음을 뜻하는 서쪽에 정문이 나 있다. 그 이유로는 수리아바르만 2세가 이 사원을 지을 당시에 이미 자신의 장례를 치루기 위한 사원으로 지어졌다고 추측되어 진단다. 실제로 수리아바르만 2세가 별세하였을 때 시신을 중앙탑에 한달간 모셔둔 후에 화장을 하였다 한다.

탑들의 모양은 연꽃을 본 따서 만들었고 동서를 축으로 정확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앙코르 왓은 우주의 축소판으로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을 상징하며 5개의 탑은 메루산의 5개의 큰 봉우리를 나타내며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앙코르 왓은 3층은 천상계를, 2층은 인간계, 1층은 미물계를 나타낸다 한다.

그 유명한 1층 회랑, 다행히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막 도착해서 가이드가 설명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얼마나 우리의 모국어가 반갑던지, 지금까지는 가이드 없이 일정을 소화했지만, 여기에서는 얌체같이 일행 뒤에 서서 그 설명들을 동냥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단체 관광객들을 다 밀쳐내고 맨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여행중 만난 비슷한 처지의 배낭족들이 눈치 보인다며 뒤로 빠지자 한다. 그러고보니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격이어서 눈물을 머금고 뒤로 빠졌다. 하지만, 미리 준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귀동냥이나마 듣기를 잘한 것 같다.

회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

그 소문으로만 듣던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아찔함은 헛소문이 아니었다. 신과 왕을 동일시하던 시절, 쉽게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고, 두발 두손을 모두 동원하여 오르는 동안에 신에게 다가가는 경건함을 갖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뭣 모르고 비가 온다고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올랐는데, 다 오른 후에 아래를 내려보니 아찔하다. 우산을 들고 오른 자체가 바보짓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그 급한 경사도란... 도대체 내려갈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아름다운 부조물들에 넋이 빠져 있자니 어느새 문 닫을 시간이라며 관리인들이 내려가라 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가 내려가면 안돼요?
다행히 내려갈 때는 난간을 설치한 곳을 통해서 수월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비록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앙코르 왓트는 그 자체만으로 해도 이미 많은 것을 제공해 주었다. 특히 신고있던 신발을 벗고 맨발로 느낀 돌의 따스함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일정이 다소 힘들었던 모양인지 피로가 몰려온다, 서울가든 한 켠에서는 여행자들끼리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떠는데, 평소와 다르게 식사를 마치고 바로 자리를 떴다. 침대에 몸을 대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아무래도 앙코르의 꿈을 꾸게 될 것 같다.

내일은 다소 거리가 먼 반띠아이 스레이 근처와 톤레샵 호수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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