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캄보디아 정든 캄보디아 청년들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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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캄보디아 <13> 정든 캄보디아 청년들 굿바이.

Hong G. 0 3355
2003년 3월 18일.

캄보디아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지난밤에 챙겨놓은, 짐을 들고, 아침을 먹으로 글로벌 게스트 하우스 식당으로 갔다.
이제 조금 익숙해진, 빵과 그리고 홍차를 마시고는,
국경까지 가는 버스가 게스트 하우스에 오기만을 기다렸다.

곤양과 나는 내심, 어제 밤에 라따나와 마브가 했던말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정말 꼭두아침부터 우릴 배웅하러 게스트하우스 앞에 오진 않았을까.

그리고는 스리슬쩍, 밖을 내다보았는대.
역시 무리한 기대심이었나보다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린, 버스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버스가 늦는것 같다는 아주머니의 말이 있었다.
전화하시고, 나오시더니, 곧 버스가 올거랜다.
캄보디아 잘있어. 다짐을 하고, 마지막으로 쉬하러 화장실도 들려 주었다.
그리고 오니, 버스가 게스트 하우스 앞에 온 것이다.
곤양과 나는 짐을 챙겨들고, 게스트 하우스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때 시각 7시 20분경.
픽업 버스에 올라타려 하는 순간,
조 옆에서 낯익은 이들이 오토바이 타고 다가오는 것 아닌가.


아아아!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할말을 잃으며 괴성을 지름.
라따나와 마브였다.
정말 나올 줄은 몰랐다.
솔직히 그들의 마음이 흑심인지 진심인지도 알 수 없었던,
아리까리한 상황 안에서 어제 헤어졌기에,
삼십분전부터, 게스트 하우스에선 잘 보이지 않는
구석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그들에게 우린 정말 감동이었다.
아아아 이렇게 고마울수가. 이른 아침부터 피곤할텐대 배웅도 나와주고.
역시 멋진 드라이버였어 너넨.!
곤양과 난 가볍게 그들과 굿바이 (아마도 영원한 굿바이지) 의식을 치루고,
버스에 올라탔다. (정확히 말하자면, 버스가 있는 곳으로 우릴 또 픽업해주는 봉고차 같은 것.)
차 안에 있는 외국인 여자들이 곤양과 날 이상하게 쳐다봄은 물론이요,
봉고차 드라이버 아저씨도 우리의 굿바이 의식을 조금 이상스레 보았다.
뭐 남의 눈이 뭐가 중요해.

아쉬워아쉬워. 헤어지려 손을 흔들며, 차에 올라타렬때,
라따나가 진심을 담은 눈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Take care'


고마워.
덕분에 여행 끝까지 무사히 잘 했던 것 같아.


곤양과 난 그렇게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뒤로 돌아,
끝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그들에게 우리도 손을 흔들었다.

안녕안녕-
잘있어-

그리고 고마워, 너희덕분에 정말로 즐거웠던 캄보디아 여행이었어.


우리는 곧, 픽업 보고차에서 내려 또 다른 큰 에어컨 버스 안으로 옮겨 타게 되었다.
미리 올라타 있는 많은 여행객들 때문에,
우린 좌석 선택 권한도 못 얻은 채 맨 뒷자리로 들어가,
비어 있는 과석에 꾸역꾸역 겨우 앉을 수 있었다.
(이 자리가 복자리임을 나중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때와 같이 버스는 비포장된 캄보디아의 무지막지한 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올 때 처럼 작은 차는 아니니, 차가 전복되거나, 먼지가 엄청나게 들어오지 않겠지.
라는 다소의 안도감에 마구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내맡긴 우리는
온갖 피곤함에 쩔은채로, 아침잠을 청했다.

내 옆자리에는, 우연찮게 한국인 아저씨였다.
서양인들만 잔뜩 있는대 몇몇 안되는 동양인 중에
한국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주로 동남아를 여행 다니며, 카지노를 다닌다는 그 아저씨는,
제법 동남아 카지노 순회가 돈이 된다고 말씀을 하시며,
여행에 관한 베테랑 답게 뭐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려 주셨다.
난 피곤했지만,=_= 그래도 꾸역꾸역 장단 맞춰가며,
아저씨와 이야기도 나누고, 아저씨가 주시는 바나나를
굶주린 원숭이처럼 홀랑홀랑 까먹으며,
그렇게 캄보디아의 포이펫 국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 근대 말이다. 이 버스가 너무 커서, 비좁은 캄보디아 국경 길에서
썩- 좋은 것 만은 아니었던 거다.
일방통행인 도로에서 (이 말이 되는가 일방통행의 국경 도로라니_-_)
앞에서 작은차들이 줄줄이 오다가, 우리 버스를 보고는, 다시 후진을 하고,
그럼 후진할때까지 이 버스는 기다렸다가, 다시 앞으로 가고, 정말 느려 터진 버스때문에,
이제는 시간 개념조차 없어졌고, 사고 없이 태국으로 잘 넘어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에어컨 버스라는 것도 말만 에어컨이지,
정말 미지근한 바람에 모래까지 섞여져 나오는 듯한 찝찝한 에어컨.
아아악-

그래도 잠은 자야겠다 싶어.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할 그때 즈음이었다.


펑!
하는 정말 난생 처음으로, 가까이서 듣는 공포스러운 굉음이었다.

그리고 내가 놀라움을 다스릴 시간 조차 얻기 전에,
내 눈 앞에는 마치 대구 지하철 참사를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장면과 흡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뽀얀 연기와 함께 강한 유독성 가스 냄새가 순식간에
버스안을 휘덮기 시작했고,
버스안은 사람들의 불안함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버스 안에서 얼른 내리려는 생각에 모두 일어섰고,
나와 곤양도 역시 공포에 질려, 어서 폭발하기 전에 이 버스에서 내리자란 생각 뿐 이었다.

아 이때 캄보디아 버스 운전사가 앞으로 나가더니 우리에게 말했다.
앉으세요. 버스 출발합니다.
아아악- 경악할 일이다.
그러더니, 버스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출발했다.
곧 나는 아까 그 '펑' 하는 소리는 어디서 난 것이었으며,
어떻게 된 일이었는지 알게 될 수 있었는대.
버스의 타이어가 터지면서, 너무나도 낡은 버스 차체의 좌석 하나가 다 불타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그 좌석에 앉아있던 한 여자 여행객의 다리는 심한 타박상을 입게 되었다.
바로 내 앞에앞에앞에 좌석이었다.
내가 저 좌석에 앉았더라면, 그 여자 여행객처럼 지금 되어 있을거다.
라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덩치도 크고, 씩씩해 보이는, 여자 여행객이 큰 소리로 울었다.
너무 아픈 나머지 몸을 어떻게 뉘여야 할지도 모르겠는 그녀는
공포에 질린듯한 표정으로 도움을 요쳥했고, 그런 그녀를 여행객들은 하나된 마음으로 위로해주었다.
붕대 있는 사람 비상약 있는 사람들이,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 다리를 고정 시키고,
뼈가 심하게 부어 올라 튀어나온 것이 한 눈에 알아 볼 정도로,
그녀는 심한 타박상을 입은 것 이었다.
그래도 버스는 달린다. 그 여자는 그저 여행복이 없는 거다.
어떻게 할 수 없다.
버스가 10분 정도 달리더니 휴게소에 우릴 내려준다.
그 여자는 내리지도 못하고, 버스 안에서 부풀어 온 자신의 다리를 보며,
공포에 계속 질려 있었다.
다행히 옆의 착한 여행객들이 계속 끝까지 보살펴주고,
캄보디아내의 병원도 알아봐주고 하는 것 같았다.

곤양과 나는 휴게소에서 멍- 하니,
앉아있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연신 담배를 피웠고,
우리 이대로 저 버스를 타고, 태국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정말, 공포스럽더라.

아아 이건 완전히, 남들이 여행기에 죽을뻔 했어요 란,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재밌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상황이었다.
아아 내가 당장 조금 전에 그 여자 자리에 앉았더라면,
어떻게 되어 있었을까.
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서, 성하지 않은 다리를 가지고,
예정된 여행을 즐길 수 없음은 물론이요,
치료나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까.
아아- 정말 생각 할 수록 아찔했다.

도대체 버스가 얼마나 낡고 후졌길래,
(버스는 우리나라 대우 차였다. 캄보디아는 한국에서 아주
후진 중고차들을 싸게 사들이는 경우가 많기에, 한국 차들이 널려있다.)
게다가 도로 상태가 이렇게 안 좋으니,
이런 사고가 빈번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캄보디아 여행기에서, 얼마전에 국경 도로를 달리다가,
차가 뒤집혀서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된채 도로에 널부러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후우-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작복작하다.
그와중에도 어젯밤 벤츠에 앉아 라따나와 이야기하는 동안,
물렸던 수많은 모기들의 후유증으로 온 몸이 욱신욱신 미친듯이 가려웠다.
몸은 피곤하다. 정신은 혼미하고, 마음은 울렁거린다.


곧, 버스가 정비를 마쳤는지, 휴게소로 돌아왔고,
우린 또 아무렇지 않게 여행객들은 (할 수 없이) 그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포이펫 국경까지 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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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포이펫 국경과 태국의 아란 국경사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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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출국 수속중.


먼지에 한바가지 둘러 싸인 가방을 툭툭 털어도,
먼지를 다 지워낼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대충 먼지를 털어 낸 가방을 둘러 메고, 출국 수속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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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으로 입국하는 절차를 거치는 곳.


이제 드디어 태국땅이다.
아아
캄보디아보다 훨씬 안전하고, 관광 경찰도 많은 곳*_*
달러도 안 쓰이고, 물가도 캄보디아보다 싼 태국이다.
도로도 얌전하게 다 포장되어진 태국이다.
으아아아아-
곤양과 난 스스로가 대견하다는듯이,
만족한 웃음으로 한번 뒤돌아 캄보디아 흙땅을 보며, 작별을 고했다.

'정들었던 흙먼지들 안녕-'

그리고 이날, 우리는 태국 카오산 로드로 무사히 돌아왔다.
저녁에 도착하여, 다음날 꼬창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
잠깐 꼬창 소개.
우리가 내일 떠나게 될 꼬창이란, 태국의 섬 중에 하나이다.
태국에서 두번째로 큰 섬이기도 하고,
('꼬' 은 태국 말로 섬이란 뜻. 따라서 이 섬의 이름은 '창'이다.
영화 비치에 배경이 되어 유명해진 피피섬은 '꼬피피'라고 하고)


우선, 캄보디아 여행 중에 5일동안, 홍익인간에 필요 없는 짐들을 맡겼었는대.
그것들을 도로 찾아, 꼬창으로 갈대 필요한 짐들을 도로 빼내고,
캄보디아에서 먼지로 찌든 물건들은 꼬창에 갈대 필요없으니,
도로 맡겨질 가방에 옮겨 넣고, 다시 게스트 하우스에 맡겼다.
빨래도 하고, 환전도 해야 했는대,
밤 아홉시가 넘어버려, 환전은 계속 애먹다가, 결국 못했다.

그래도, 거리에서 꼬창 지도를 보고 있는 우리들에게
먼저 친절히 말을 걸어온 여행객 덕분에 기분은 좋아졌다.
자신들이 바로 어제 꼬창에 다녀왔다는 늙은 서양인 아저씨와 젊은 태국인 여자 커플이었는대,
이것저것 조언도 얻고 좋았다. 서양인 아저씨가 정말 친절하게 마구 설명해주심.
거리에서 왠 횡재냐 싶었다.
사실, 꼬창에 관한 정보를 다른 지역에 비해 여행 전에,
제일 소홀히 했어서 내심 불안했던 곤양과 나였다.
그러다 우연히 이렇게 살아있는 핵심 정보를 들려주는 커플을 만나다니, 진짜 너무 고마웠다.
이런게 참으로 배낭 여행의 맛 아니겠는가.^*^


꼬창으로 가는 버스와 배 안에서 대충 먹을 간식거리들도 세븐 일레븐에서 샀다.
항상 어디로 이동할때마다 그 전날, 세븐 일레븐에서 간식을 꼭꼭 챙겨갔던 곤양과 나였다.
미리 간식을 준비하는 것은, 절약하는 미덕이기도 하다.


내일 꼬창으로 떠날 준비를 마치고,
이제 우리는 싸왓디인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갔다.
비싸기만 하고, 너무 시끄러운 환경을 가진 완전 실수였던 싸왓디인 게스트 하우스였다.=_=


내일은,
캄보디아로 떠나기전에 미리 예약해주었던 꼬창으로 가는 픽업 버스를,
홍익인간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역시 이른 아침에 타야 했음으로, 얼른 잠을 청했다.


꼬창, 이 곳은 아직 많이 유명하지 않아, 굉장히 조용하고 여유로운 섬이기도 하다는대,
아예 이 섬에 놀러왔다가 반해버려서 눌러 사는 관광객도
종종 있다고 들을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이 곳을 기대해보며,
또 아까 만난 아저씨가 말했듯이 너무나도 원더풀이라던 그곳을 미리 꿈꿔 보며,
곤양과 난 잠을 청한다.

스르르 밀려드는, 잠.

이제는, 고생 끝이다.
(여행 떠나기 전에도, 계획 세울때, 캄보디아 여행을 제일 난코스로 잡았었기에)
꼬창에서, 정말 그림처럼 예쁜 바다를 보며,
배터지게 먹고, 쉬다 와야지 하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했다.
(물론 후에 너무 심하게 먹기만 했던 꼬창 여행이 되버렸지만. 푸하핫)


그리고, 잠깐 캄보디아를 떠올렸다.
한동안 그리워질 드라이버 얼굴들도.



지출 내역.

국경 버스비 (2) (씨엠럽에서 아란 국경까지.)-328B
뚝뚝 (아란 국경에서 버스터미날)- 50B.
음료수 (방콕으로 돌아가는 999)-25B
터미날 화장실(2)-6B.
택시비 (북부터미날->카오산)-95B.
홍익인간 짐 맡긴 5일치-하루에 각각 10B.(2)-100B.
싸왓디인 숙소비(트윈)-370B.
간식+휴지(꼬창 가기 위한 것)-87B.
치약+린스(작은거)-62.5B.
오일(꼬창에서의 썬텐용으로 갑작구매)-198B.
수박 쉐이크(2)- 50B.
딤섬- 20B.

합계- 1396.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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