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캄보디아 안녕! 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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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캄보디아 <10> 안녕! 앙코르.

Hong G. 0 3653
2003년 3월 15일.

꾸어억,끄에엥,꾸어억,
아침부터 시끄럽게 무언가 동물이 구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캄보디아에서의 맞는 첫 아침.

밖으로 나와서 보니, 그건 캄보디아 오리식 울부짖음이었다.
어찌나 울음소리가 요상한지, 태국의 방정맞은 닭울음소리 저리가라였다.

그리고 숙소 벽 전체 둘레엔 녹색옷을 입은 도마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숙소 아주머니 말씀으론, 요 녀석들이 사시사철 모기들을 잡아 먹어줘서,
일부러 키우시는 거라고, 그러셨다.*_* 아아 첫 날 부터 적응해야지!
라고 다짐하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넘겼다.

하하.

글로벌 게스트 하우스를 강추해준 재윤군의 핵심은 이거였다.
무엇보다, 아침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뭐 별거겠냐 하겠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어디 식당을 찾아 먹고,
메뉴 고르고 이런건 귀찮다. 여간 귀찮은 짓이 아니다.
아침에 띡- 일어나 식당으로 향하니,
빵과 버터가 놓여져 있었고, 커피와 홍차를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게 비치되어 있었다.

아 좋아라!
아침 시간에 맞춰 일어난 우리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어젯밤 드라이버와 약속한 8시에 맞춰 숙소 밖으로 나갔다.

아니 근대 이게 왠일이람,
오토바이 한대가 아니라 두대가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드라이버도 어제 내가 본 라따나 이외에
또 한명의 남정네가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우리는 옥신각신 끝에 한대당 4달러를 주고,
3일동안 앙코르 유적지를 가이드 해줄 드라이버로 그들을 임명했다.
룰루-

나는 라따나 뒤에 올라탔고, 곤양은 다른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이제 부웅-! 출발이다. 앙코르 유적지를 보기 위해 출발.
도로 위에 달리는 오토바이들 대부분은 관광객을 실어 날으는 드라이버들의 오토바이.
그 중 하나가 되어 버린 나.
라따나와 그의 친구 '마브' 그리고 나와 곤양.
이렇게 넷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 된 셈.

먼지바람이지만, 그래도 아침 공기라 그런지 제법 선선한게
태국보다 덜 더운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오토바이를 이렇게 원 없이 타게 될 줄도 몰랐으니 말이다.
라따나와 난 서로에세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르고 달리는 바람 소리때문에,
서로의 이야길 들으려면, 귀를 쫑긋 세우고 머리를 마주 대야만 했다.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새 앙코르 유적지 입구에 와 있었다.


앙코르 유적지를 보는 코스는 다양하다.
1일권, 3일권, 7일권, 한달권 등등, 많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3일권을 애용한다.
첫 날 앙코르 톰과 앙코르와트를 보고,
둘째날, 또 앙코르 톰 주변과 와트 주변의 그외의 유적지들을 보고,
셋째날, 조금 더 멀리 나가서 룰로스 유적군을 보고.
이렇게 3일 입장권을 끊으면 보게 되는 거의 정해진 루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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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유적 입장 하기 위해 통과하는 거대한 문을 지나면
사진 찍고 오느라 늦게 걸어온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그들이 있다.
우리의 드라이버들! 마브와 라따나(왼쪽 오른쪽)
이 사진이 내 카메라에 제일 처음으로 라따나와 마브를 담아낸 컷이다.
아직은 서로 수줍은지 멋쩍게 웃고 있지만, 하하 훗날엔.


드라이버들은 알아서 리드해서 우리를 첫번째 유적지에 내려 주었다.
우리가 유적지를 구경 하고 다시 나오는 동안,
그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우리가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또 다시 우리를 다음 유적지로 데려다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처음 본 앙코르 유적지는,
사진에서 미리 본 것과 같이 거대했고, 각종의 유적 안에 새겨진
문양들이며, 얼굴들이며, 이야기들이며, 미리 뽑아온, 각 유적지의
설명글들 프린트 해온 것을 봐가면서 공부도 하고, 구경도 하고,
처음엔 사진 찍기도 바빴고, 하나하나 놓치기 싫어서,
천천히 서서 음미해보기 도 했다.
아 근대 태양이 우리 머리 위로 떠올라 강하게 내리 쬘 수록
현기증도 일고, 너무 무리해서 보는 건가 싶어,
이만 내려와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점심 먹기 전에 주린 배를 움켜 잡고 봤던 유적지에서 발견한 것!
그것은 바로 자연에 순응한 채 그대로 조화를 이루며,
남겨져버린 유적들,
봐라, 고목이 유적을 훼손하고 있는 것을,
하지만, 이것을 훼손이라 부르지 않고, 그냥 같이 어우러져
모두 묶어 하나의 유적이 되어 삶에 남겨지는 것을 말이다.
아아-
정말 *_* 우리나라 유적지 였다면 절대 있을 수 없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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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는 달리,
유적지를 보는 것이 많아 질수록, 그 방대한 유적의 양에 우리가 지쳐 갔다.
한 유적지 돌아보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음은 당연했고,
그런 우리를 이상하게 눈치채고 드라이버들은, 점심 먹으러 갈거래니깐.=_- 이해 안간다는 표정.
하긴, 비싼 돈 주고 유적을 보고 싶어하는 것도 이해 안간다는 말도 라따난 내게 했었다.
'너 진짜 유적 보고 싶냐?' 라고 물어봐서 당황시키기도 했었음=_=훗.

그들은 그렇게 필사적으로 보고 싶어하던 우리들에게 구경 더 하고 밥 먹으라는 것 같았다.
아아악- 배고프단 말야. 곤양과 난 당장 점심을 먹으러 가야 했다.
관광도 좋지만, 배를 채워야겠다! 후후,
시내로 나가 어느 허름한 시장안에서 입맛에 다소 맞지 않은
음식들로 대충 배를 채웠다.
아 근대 확실히 달러가 무섭다. *_* 태국보다 밥값이 너무 비쌌다.
캄보디아에서 예산을 확실히 아껴야 했던 우리들은,
앙코르 유적지 안에서 절대 콜라 한병도 산 적이 없었다.
3일동안 물 한병 샀나 그랬을거다=_- 아무튼,
점심을 먹고 다시 드라이버들을 만나서 유적지 안으로 향했다.

<앙코르 유적지는 아이들에게 놀이터와도 같다.>

유적지안에서 노는 아이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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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앙코르와트 사원을 보러 가는 거였다.
그 전에 잠시 시간이 남는지, 드라이버들이 가는 길에 오토바일 세워놓고,
우리에게 장난질을 하는 것 아닌가. 뭐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괜히 원숭이보고 웃어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것들 신기하게 쳐다보고 사진찍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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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창 드라이버들과 얘기하고 놀고 있을때,
원숭이들은 서서히 오토바이를 점령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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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나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은 원숭이 친구들=_=
이게 바로 내가 3일동안 타고 다녔던 라따나의 오토바이~!

우리들에게 외국인이라기보다는 친구같이 대해 주는 그들과 점점 친해질 것 같은 예감.
뭐 그런 예감으로 놀다보니, 어느새 앙코르와트 사원을 둘러볼 시간이었다.

아아 드디어 앙코르 유적지의 앙꼬! 앙코르와트 사원을 보러 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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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 흔하디 흔한 구도로 잡히는 앙코르 왓 사진이다!
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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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에서 바라본 것.

곤양과 난 들뜬 마음으로, 사원에 도착하자마자.
사진기를 둘러메고 부지런히 다녔다.
아아 근대 앙코르와트 사원 하나만으로도 너무 크고 거대해서
도저히 다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둘러보다 지쳐서 잠깐 앉아 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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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는 모두들 오후에 관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사원자체가 서향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사진 촬영하기가 오전이나 오후엔 불편하기 때문이다.
해질녁이 되어야 빛이 사원 안으로 들어와 사진 촬영도 쉽고
관광하기가 더 좋기 때문에, 앙코르 유적 코스안에서 앙코르왓은 항상 마지막이다.


앙코르와트 사원을 구경 후에는 꼭 사원 꼭대기로 올라가 석양을 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사 가파른 앙코르 사원 맨 꼭대기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른 여행자들도 그 석양을 놓칠세랴, 꼭대기로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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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와트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올라갈때보다 내려올 때가 좀 더 아찔하다.
앙코르와트 사원의 계단이 가파르고 경사가 급한 이유는,
건축되어 질때 감히 인간이 범하지 못하도록,
오직 신만이 다닐 수 있도록 더욱더 계단을 가파르게 했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주워 들은 기억이 있다.


서서히 붉은 색 노을이 캄보디아를 덮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가 와 있는 곳은 기원전에 만들어진 어마어마한 사원.
그 안이었고, 그곳엔 나 말고도 많은 여행자들이 있다.
태양이 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듯이.
경이롭고 아름답다. 다시봐도 아름답고, 또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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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듯한 대낮의 더위도 다시 시원한 바람에 어느 정도
빗겨갔고, 먼지들은 이미 내 몸과 일치되어, 더이상, 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만에 캄보디아에 적응해가고 있었던 것인가보다.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시간을 좀 많이 소요하고,
밖으로 나왔더니, 그 드라이버가 꽃을 주는 것 아닌가.
훗, 자기들 말로는 돈 주고 직접 샀다는 거다.
봤더니, 꺾은 것 같진 않았는대,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고맙게 받았다.
꽃향기는 아직도 못 잊는다. 와 정말 확- 쏘는대 왠만한 약 냄새 같았다.
꽃 이름을 말해달랬더니 '롬도르' 랜다. 롬도르- 무슨뜻인진 몰라도,
어감이 신비스러워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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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가져와서 찍은 사진! 숙소에 내내 나뒀더니, 나중엔
롬도르 향이 방안 가득했었다*_*

룰루랄라 한손에 꽃을 들고, 또 한손으론 오토바이 옆을 쥐고,
씽씽 숙소를 향해 달리는 라따나 오토바이 위에서,
난 고개를 젖혀 바람과 뽀뽀하고 하늘과 인사했다.

안녕!

라따나 오토바이는 suzuki
낮에 한번 고장이 났었는대, 고쳐왔는지 다시 썡쌩 달린다.
라따나와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서로의 장래희망도 물어보고, 그러다가 유행하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서로 웃기게 놀고 있었다.

그러다 또 난 노래도 불러재끼고,
재밌는건, 가사를 틀려도 다 맞는 줄 안다는 것.
날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듯이.
난 가사 끝까지 외우는 노래 없다.
난 태연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틀린 가사를 당당하게 불러줬고
라따난 감동먹었다.

하하하-
이게 진정한 여행의 묘민가.

숙소 앞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 그들은,
굿나잇,을 외치고, 내일 볼 것을 기약하며 돌아갔다.

곤양과 난, 꽃 냄새 가득 실은 손을 흔들며,
내일보자! 라고 답을 해주었다.

하하, 재밌기도 하지. 왜 하필 우리또래 애들 만나서,
이렇게 즐거울게 뭐람.
공포의 국경에서 상상했던 캄보디아 여행의 이미지가
너무 하루만에 정겹게 뒤바껴버린 우린, 실로 행복해하며,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불 같이 뛰어나와 저녁밥을 먹었다.

역시 후식은 또 수박.^*^
아아 글로벌 게스트하우스에서 비싼 한국 음식 먹으면,
비싼만큼, 맛있는 포만감과 행복감에 꿀잠을 잔다.



지출내역.

오토바이(2)-8불.
쥬스-1불.
점심밥+음료수(2)-4불.
앙코르 입장권(2)-80불.
물-1불.
저녁밥(김치볶음밥)(2)-5불.
숙소(2)-8불.

합계-106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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