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에 만난 익숙함
익숙해진 불편을 감당하며
익숙해진 길위에 선다.
익숙해진 나힌 분지를 지나 꽁로를 거쳐
익숙해진 타랑다리에 머문다.
저녁의 수다,
맑은 환대,
대담한 추락,
절멸의 해넘이,
외로운 귀로,
중간계 같은 음울함까지
너무 익숙하다.
그리고
익숙해진 캄무안의 석회산 봉우리들을 가로지른다.
라오스에서 가장 아름다울지 모를 길.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모를 길.
이런 익숙함에서도 벗어나야 겠다.
그래서 사완나캣주의 므앙참폰으로 향한다.
영혼의 호수,
호수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사람에 기대어 사는 원숭이.
원숭이의 영혼조차 순해서
약탈하지도
징징거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라오스 기록문화의 결정체, Hortay Pidok
17세기에 지어진 이 법당에서
야자수 잎에 불경을 옮겨 책을 엮었다고 한다.
무려 4천권의 책을.
그 위대한 노고에 누구도 경내에서 양말조차 신고 다닐 수 없다.
익숙해지다 보면
편해지는 만큼 긴장을 잃게 된다,
여유로워지는 만큼 흥미가 사라진다.
길위에서 그런 것 처럼
나에게서 너도,
너에게서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