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쎄에서 자꾸 내 손에 들어오는 내 것이 아닌 그 무엇들
같은 도시라도 각각의 여행자가 가져가는 느낌은 다 천차만별이긴하죠. 일단은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에 따라 그 지역과 합이 맞고 안 맞고 하니까요. 그래서 전 여행기를 볼 때 막 좋다는 말도 안믿지만, 그저 밋밋하게 별볼일 없다는 말도 똑같은 이유로 안 믿어요. 사실 20년째 같이 살고 있는 요왕과도 여행지에 대한 선호도는 무척 다를 정도니까요.
사실 빡쎄(빡세,팍세,팍쎄)는 도시 자체만 놓고 보자면 그다지 볼게 없긴 하지만, 라오스 남부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필연적으로 거쳐야 되는 곳이라 다 짧게나마 기억의 조각들이 있을거에요.
저에게는 빡쎄의 여행자 구역인 강변 구시가지의 고풍스런 느낌들이 꽤 좋아 좀 정이 가는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저희에게는 몇몇 일들이 생기면서 좋은 느낌으로 남은 곳인데요... 다른 곳에서는 안 생기는 해프닝들이 한꺼번에 생겼어요.
첫 번째. 무료 숙박권~
일전에 말했듯이 아는 분이 급히 빡쎄를 떠나시면서 남긴 빡쎄호텔에서의 나머지 숙박 4박.
우리는 환전을 충분히 해오지 않아서, 돈뎃에서 빡쎄로 돌아가면 숙소를 저렴한 곳인 낭노이나 강변 언저리의 캠세 또는 요왕이 예전에 묵었던 싸바이디2으로 갈까?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숙소가 한방에 해결되었지 뭐에요.
빡쎄호텔은 올해 10월까지 리노베이션 공사를 한다고 하니, 출도착할 때 하루 정도는 묵기에 괜찮지만요, 장박을 하기엔 소음 때문에 좀 괴로울거에요. ^^
하긴 빡쎄에서 장기체류 하는 여행자도 별로 없긴 하겠지만요...
두 번째는... 길에서 괘 큰돈을 주웠지 뭐에요.
우리는 많이 걸어 다니는 편이지만 그동안 뭔가 가치 있는 걸 주워 본 적이 거의 없는데... 국수를 먹으려고 빡쎄 호텔에서 어슬렁거리며 나와 길가에 발을 딛자마자 요왕이 돈을 주은거에요. 돈이 한번도 아니고 두번으로 접혀져서 아주 자그마하게 땅에 떨어져 있길래 무심결에 일단 줍기는 했는데, 국수집 가는 도중에 펴보니 아니 이게 뭐야~~ 총 20만낍입니다.
바트로는 800바트 정도 우리 돈으로는 27,000원 정도죠. 이 정도면 라오스에서는 좀 큰돈에 속할라나요. 잃어버리면 무척 속상할 무게감...-_-;;
이런 돈을 줍는 운이 빡쎄에서 생기다니...우리나라에서 백원짜리 동전은 주워봤어도 말이에요.
사실 맨 처음에 돈을 봤을 때는 앗싸~ 하는 맘이 번개같이 순간 들었지만, 저도 돈 잃어봐서 아는데... 돈 잃어버리면 정말로 애가 타거든요. 막 여기 저기 오만데를 다 뒤지고, 절대 돈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까지 다 뒤집어엎고... 본데 또보고... ㅠㅠ
돈 주인이 발 동동 구르고 있을 생각을 하니 내 경험이 겹치면서 조급해 지더군요.
그래서 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줘야하는데...
1안 – 우리가 주웠던 그 지점 길바닥에 다시 놓는다... 이건 좀 그렇죠. 개가 물어갈지도 모르고 바람에 휘잉~ 날려가 버릴 수도 있고 말이에요.
2안 – 경찰서로 간다. 근데 현금 20만낍 잃어버린 사람이 돈 찾겠다고 경찰서로 찾아갈 것 같진 않다는 느낌이 들면서 이것도 탈락
3안 – 숙소 프론트에 맡긴다. 위치로 보아하건데 손님일 수도 있고 직원일 수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원주인에게 되돌아갈 확률이 제일 높겠죠.
재빨리 국수를 흡입하고는 숙소 프론트로 다다다 가서
“이 돈 이 앞에서 주웠어요. 누가 잃어버린걸거에요. 누군가가 뭔가를 찾으면 돌려주세요.”하고 맡기게됩니다..
직원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재차 설명하니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곧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하더군요. 혹시 원주인을 못 찾더라도 라오스에서 줏은 돈이니까 라오스 사람들이 쓰면 좋을듯요. 그나저나 정말 돈 잃어버리면 애가 많이 타는데...-_-;;
세 번째는... 빨래를 맡겼다가 저녁에 찾아와서 정리를 하다 보니 낯선 검은색 반바지 하나가 있지 뭐에요. 크크, 이게 뭐야.
사실 누가 입었는지도 모를 남의 집 반바지가 뭐 반갑겠습니까... 물론 이것도 다음날 빨래방에 가져다 주었어요.
여행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간혹 있어요. 물론 우리 빨래도 없어지기도 하죠 ㅠㅠ
돈이랑 바지가 금세 되돌아가긴 해도 어쨌든 우리 품에 한번 왔다간거니까... 억지춘향이긴 하지만 좋은 일에 끼워넣어야지...^^
네 번째는 빵을 사러 갔을 때의 일이에요.
13번 도로 바로 북편 뒷길에는 서양인, 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스인 아저씨가 운영하는 아주 작은 빵집이 있습니다. 이름은 ‘라 블랑제’였어요. 빵은 오전에만 판다고해서 우리는 11시 즈음에 총총거리며 갔죠.
이곳은 서양인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는지 문간에 서양인 남자들 몇 명이 담소 중이었어요. 아마 다들 프랑스인들?
우리는 약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 빵 사러 온 모션을 취하며 가게 안 쪽으로 들어갔는데...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선반에는 빵이 거의 남아있지를 않네요. 매대 사이즈로 봐서 매일 굽는 빵도 그렇게 대용량은 아닌거 같아요. 그냥 가정집 제빵소?
당황모드로 얼쩡거리는 우리에게 주인아저씨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오더니,
“오~ 오늘 만든 빵들은 이미 아침에 다 나가고 남은 게 이거밖에 없어요. 우리는 매일매일 그날 팔릴 정도로 만들거든요. 여기까지 왔는데 안됐네. 이건 그냥 당신들을 위한 프리 오브 차지. 맛이나 보세요.”
그러면서 크기가 꽤 되는 묵직한 바게트 빵을 봉지에 담아 주는 겁니다.
어멋~ 이게 뭐지. 어차피 우리가 사도 되는거였는데...^^
그래서 빵을 하나 공짜로 얻어오게 되었습니다.
이 빵은 일반적인 바게트랑은 맛이 달랐어요. 엄청 묵직하고 약간 찐빵같은 질감에 신맛도 꽤 나던데... 프랑스 제과제빵 잘 아시는 분들 계신가요?
빡쎄에서 지낸 날들이 며칠 되지도 않는데 뭔가 좋은? 일들이 생겨서, 저는 이 마을이 꽤 마음에 들었어요. 이번엔 왓푸도 안 가고 볼라벤 고원도 안 갔어요. 곧 다시 올 듯 해서요...
다른 여행자분들에게 이 두물머리 도시 빡쎄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구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