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쎄(팍세)의 우리 둥지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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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쎄(팍세)의 우리 둥지 <빡세호텔>과 <한국라면식당>

고구마 9 1062

 

저는 이곳 라오스 남부가 초행이지만 요왕은 7년 전에 한번 여행을 해본 곳이었어요. 

그 당시에 정말 배낭여행자용 초저가 숙소에 묵었는데, 너절한 분위기의 선풍기방에서 지내느라 더위에 기진맥진한 채 마을 곳곳을 구경 하다가 이 노란색 외관의 빡쎄 호텔Pakse Hotel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다는 거에요. 다소 은은해 보이는 고풍스런 분위기도 그렇고 덩치도 그렇고... 조명을 밝히고 있는 위풍당당한 옥상식당도 멋있고 보이고... 뭐 이런저런 이유로 말입니다. 

 

사실 이 빡쎄호텔 자체가 히스토리 있는 건물이구만요. 호텔 안내서를 보니 짬빠싹의 마지막 왕의 지휘아래 건설되었고 건설이 완료된 건 1962년이라고해요. 2000년대에 들어와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하고, 라오스 관광청으로부터 공식적인 3성 호텔로 인증 받고 등등등 뭔가 선전문구를 가득 써놨습니다. 

예약사이트에서 찾아보니 22만낍(880밧) 정도에 나와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제일 저렴한 이코노미 룸을 예약했더니만, 헐... 객실 창문이 외부가 아닌 실내 복도를 향해 있고 따라서 자연광이 하나도 안 들어요. 이것은 마치 토끼굴 같습니다. 다행인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에서 냄새가 난다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게 좀 희안하더란 말이죠. 

좋게 생각하자. 그래... 아늑하다고 봐야하나? 빚이 없으니 동굴에 들어가 있는 박쥐들 마냥 오순도순 지내게됩니다. 

그리고 아침식사도 포함이라길래 그냥 간단한 토스트 정도 내줄거라 생각했는데, 작지만 뷔페식으로 차려졌어요. 밥과 3가지 아시안 더운 요리, 원하는 달걀요리, 쌀국수, 시리얼과 과일 약간 요거트, 그 외 빵과 쨈 커피와 차 등등 아침으로는 이정도만 먹어도 뭐... 이건 기대 이상으로 꽤 괜찮았어요.

 

그래서 여행 전에 미리 알아둔 시장통 만낍 반찬 덮밥집과 뼈다귀 국수집을 눙물을 머금고, 크크크... 패스할 수밖에 없었어요. 위치도 다 알아놓고 그 앞을 지나가기도 했건만... 아침나절엔 배가 불러서 못 먹고, 저녁엔 그 식당들이 영업을 안하니까 말이에요. 

 

1박하고난 다음날도 어디론가 움직이기가 싫지 뭐에요. 여독이 쌓였나 나이가 든건가 아니면 토끼굴에 들어앉아 있으니 잠이 솔솔 잘 와서 그런가...

그래서  프론트에 내려가 “하루 더 연장 하고 싶어요. 얼마에요?” 물었더니 조용히 호텔 공식요금표 240,000낍을 가리킵니다. 허걱~ 현장에서 네고 안 해 주는 분위기인거야? 지금 비수기이고 한데... 그래서 조용히 방으로 올라와 인터넷으로 1박 더 예약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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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빡쎄 도착 첫날 저녁이 되자 낮에 이동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는지 배가 빨리 고픕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음식 먹은지도 좀 된 것 같고... 이럴 때는 역류님이 운영하는 ‘한국라면식당’으로 가야죠. 이곳은 오후 5시부터 영업이니까 저녁식사하기에 딱 제격이에요. ^^

13번 도로상에 있는 이곳의 위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서, ‘란캄 호텔’ 맞은 편 또는 ‘쌩아룬 호텔’ 왼쪽편 또는 ‘프렌드쉽 슈퍼마켓’ 오른쪽이라 할 수 있겠어요. ^^

우리는 제육덮밥과(25,000낍;100밧), 계란말이(20,000낍;80밧), 라면(20,000낍;100밧), 그리고 돼지 숯불구이(40,000낍;160밧) 등을 먹었는데요, 제육덮밥이 한끼 단품식사로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라면도 물을 제대로 맞춰서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딱 좋은 정도랄까... 김치도 맛있어서 한번씩은 리필을 받았습니다. 아~ 물론 저걸 한끼에 다 먹은건 아닙니다요. ^^;

 

게다가 빡쎄에 도착한 첫날 들린 한국라면식당에서 좀 놀라운 일을 마주했는데... 여기에서  태사랑 회원님을 두분이나 우연히 만나게 된거에요. 게시판에서도 글을 꽤 볼 수 있는 s모님과 낚시할아버지(낚시를 좋아하셔서 우리가 붙여드린 별명). 

이 망망대해같은 낮선 길 위에서 어떻게 이렇게 만나게 되는걸까...

그러고보니 여행 중에 느끼는건데 해외의 한인 배낭여행자 업소는 마치 우주에 떠있는 우주정거장 같습니다. 이 낯설고 정처 없는 길 위에서도 서로를 잇고 연결해주는 도킹 스테이션 같달까...

뭐 이후의 장면은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이야기 듣고의 무한루프였어요. 

그런데 오후 8시만 넘어가도 꽤나 조용해지는 빡쎄의 특성상... 아~ 그리고 식당의 영업시간이 10시이기도 해서 우리는 방콕에서보다는 훨씬 이른 시간에... 알콜로 불콰해진 얼굴들을 하고 각자의 길로 헤어집니다. 

 

 

제육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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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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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숯불구이와 계란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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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쎄의 두 번째 날도 별일없이 보내었어요. 이곳은 웬지 막 바쁘게 움직이는게 잘 안어울리는 도시같아요. 

그저 빡쎄호텔 주변에 있는 작은 규모의 시장이랑 쇼핑센터(?) 구경하고, 요왕은 다른 여행자분들과 썽태우를 대절해 빡쎄에서 메콩강 건너 바로 남쪽에 있는 ‘왓 푸쌀라오’의 황금불상 보러 다녀온 게 다입니다. 그곳에 오르면 빡세 전경이 한눈에 다 보이는데, 해질녘에 가면 훨씬 더 멋있을거에요. 

4명이서 이렇게 한대 빌려서 산 아래 말고 정상 사원까지 왕복으로 둘러보는데 16만낍(640밧)이니까 혹시 대절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길요. 

참고로 라오스에서는 10,000낍에 대충 40밧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이 사원은 라오-일본 우정의 다리로 강을 건너서 좀 더 전진하다 산 아래에서 내려, 트레킹하듯이 헉헉 거리면 올라가거나, 아니면 차나 오토바이로 도로를 빙빙 둘러서 사원까지 편하게 가거나 둘 중의 하나인데... 도보로 올라가는 건 힘들었다는 평도 있고 어떤 분은 중간에 포기했다는 후기도 있었어요. 그러니 평소에 체력관리에 힘 꽤나 쓰신 분들만 도전~ 해보시길요. 요왕 일행은 당연히 빙~ 둘러서 정상까지 차로 간겁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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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을 열어두고 온 우리는 빡쎄에서 두 밤이나 자고난 후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할지 살짝 고민에 빠지게됩니다. 볕이 안 드는 이 토끼굴방이 편해서 외부와 단절된채 뭉기적거리고 있다가는 귀차니즘의 홀에 빠져 곤란해질 것 같은 느낌이...

이럴때는 빨리 몸을 움직여서 공간이동을 해야 그나마 여행이 되지요.  

그래서 4000개의 섬이 있다는 메콩강의 넓은 품으로 풍덩 빠지려고 씨판돈 돈뎃행 티켓을(60,000낍;240밧)을 사게 되었어요. 그곳은 어떤곳일까...?

 

 


9 Comments
필리핀 2018.07.02 13:39  
아... 그리운 팍세ㅠㅠ
그리운 한국라면집... 쟈스민식당...ㅠㅠㅠ
고구마 2018.07.02 17:56  
어여 스케쥴 만들어서 가보세요.
하긴...틈이 통 안나시니 못가시는게겠지만....ㅠㅠ
밀짚모자 2018.07.02 22:05  
안녕 하십니까? 낚시할배입니다 집에온지 4일밖에
 되지않은대 벌써 또가고 싶어지는군요
담에는 좀더 많은 낚시터 정보를 가지고 가야겠읍니다
고구마 2018.07.02 22:15  
아하하. 안녕하세요. 밀짚모자님. ^^
한국라면가게 앞에 고이 모셔진 오토바이를 보니, 밀짚모자님이 라오스를 떠나셨다는게 확 느껴지더라고요. 곧 오토바이가 주인을 만나게 될테지요. ^^
cafelao 2018.07.03 09:24  
요왕님과 고구마님이 빡세를 가셨군요
빡세호텔이 나름 괜찬은가 보네요
빡세가면 세돈강변으로 숙소를 잡아볼까 했는데
빡세호텔에서도 쉬어 봐야겠어요
날으는곰임 2018.07.04 00:44  
토끼굴 같은 곳이 싫으시면 비슷하거나 저렴한 가격의 생아룬호텔도 괜찮습니다. ... 그나마 창문이 있죠 ㅋ
고구마 2018.07.04 15:35  
근데  이 호텔이 올해 10월까지 보수공사라서 소음과 신나냄새가....ㅠㅠ, 올해말이면 상황이 다 정리되어서 괜찮을거에요.
그리고 제일 낮은 등급 방 아니면 저런 토끼굴은 아니였어요 .^^
저는 다음에 가면 강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preah 2018.07.13 21:53  
조식 포함 아니었으면 저 가격에 Pakse Hotel 창문 없는 방에 전 못 갈 것 같군요...
제가 Lankham Hotel에 갔을 때에도 내부에서 신나 혹은 유성 페인트 냄새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Alisa Guesthouse로 갔는데 가격 대비 좋은 곳이었습니다.
고구마 2018.07.15 10:58  
아..알리사에 묵으신 여행자분이 거기 객실에서 와이파이가 엄청 안된다고 하시던데
시설은 괜찮다 하시더군요.
팍세 가면 강변 게스트하우스 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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