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켁 루프 (꽁로마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여행은 출발전 부터 우리에게 묘한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 불안감등이 복합적으로 다가오는데 특히 처음 시도하는 오토바이 여행은 더욱 도전정신을 부채질한다.
오토바이 여행은 주위에서 걱정하고 말리는 여행의 한 분야다. 그리고 대부분 젊은이들의 전유물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후배 해동거사는 악담까지 해가며 극구 말린다. 세상에 제일 착한 사람이 오토바이 타는 사람이라고 스티브 호킹박사가 그랬다는데 그 이유인즉 자동차 타는 사람은 가해자가 많은데 오토바이 타는 사람은 자기가 다치던가 피해를 본다는 예 까지 들어가며 입에 거품을 문다. 듣다보니 나보고 오토바이 타다가 다치라는 얘기인지 말라는 얘기인지 구분이 안간다. 그렇다고 내가 자기가 가지말라고 해서 갈 걸 포기하고 안 갈 사람인가?
4월 30일 아침 7시반 출발하는 타켁행 버스를 타려고 6시에 터미널로 나갔다. 터미널까지는 멀고 교통편이 불편해 가지고 간 차를 버스 터미널 주차장에 5일간 주차를 시켰다. 주차비 10만 킵을 받는데 한국돈 1만 3천원이니 그리 비싼 금액은 아니다.
타켁 까지 6시간 걸는 라오의 장거리 버스 운행은 우리나라 동네 마을 버스 처럼 타고 내리는 것이 자기들 마음 대로다. 넉넉한 마음을 갖고 버스에 몸을 맞긴다. 마음을 비운 덕분인지 시간 전에 타켁에 도착을 한다.
타켁은 라오스 남부지방 여행의 시발 점인데 그 비경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특히 추천할 코스는 타켁을 시발 점으로 꽁로마을을 거쳐 다시 타켁으로 돌아오는 2박 3일의 400키로 오토바이 루프 코스,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코스다.
타켁의 숙소는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Thakhek Travel Lodge다. 터미널에서 툭툭이를 타고 도착한 뒤 3만킵 달라는 것을 깎아서 2만 오천킵을 주었다. 흥정 할 때는 한국말로 하는 것이 필수, 다 와서 돈 계산 할 때는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답답한 법이고 나는 숙소에 도착을 했으니 걱정할 일이 없다. 거리는 약 2km, 2만 킵이면 되는데 5천킵을 더 주었다.
▼ Travel Lodge는 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듯,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게스트 하우스가 나오는데 숙소는 저렴한 편으로 도미토리에서 싱글, 더블등 고루 갖추어져 있고 샤워실과 화장실은 공용이다. 도미토리는 6천킵(8천원)부터 시작 되는데 동양인은 역시 나 혼자, 도미토리는 침대가 1방에 10개 정도 있는데 남,여가 한 침대에서 자기도 한다.
나는 당당하게 트윈 룸, 거금 7만 8천킵을 주었다. 그런데 직접 와서 계산하면 7만킵인데 이상하게 인터넷 예약이 더 비싸다.
오토 스쿠터는 1일 10만킵으로 3일, 30만 킵(3만 9천원)을 지불했다.
숙소 입구에 오토바이 렌트 샾이 있어 내일 타고 갈 오토바이를 미리 예약했다.
아침 7시반, 오토바이 조작하는법을 배웠다. 매일 아침 타는 자전거와는 완전히 감이 다르다. 우선 무게감이 차이가 나서 자전거 식으로는 핸들이 제어가 안된다. 45년전 타던 오토바이의 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집안 마당에서 왔다 갔다 하며 연습을 해보는데 만만치가 않다. 야! 이래가지고 어떻게 400km를 달린단 말인가? 그렇다고 누가 대신 운전해 줄 것도 아니고 내일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
처음 10km,, 다음에 20km의 속력으로 조금씩 속도를 높혀 보는데 오토바이 운전은 이론 보다는 몸에 적응시키고 각인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도 인증샷은 필요한 거 같아, 주인 아줌마 한테 한장, 부탁, 그 아줌마는 계속 불안한 눈으로 나를 쳐다 본다.
" 이 영감한테 차 빌려 줬다가 다 망가지는 거 아냐?"
" 이 영감한테 차 빌려 줬다가 다 망가지는 거 아냐?"
▼ 자! 출발한지 2시간이 지났다. 주위의 경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제 서서히 페이스를 올려 보자
▼ 다행이도 차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 그래!, 여행은 길 떠나면서 시작이 되는 것이지....
차편이 없으면 걸어서, 좀 형편이 나아지면 말을 타고, 우리의 조상들은 어디를 가노라면 길에서 세월을 다 보냈다.
요즘 같으면 100리길도 차로 가면 얼마 안걸리지만 옛날엔 하룻길로도 가기 힘든 길이었다.
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길 건너에 세워 놓은 오토바이가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새 정이 들었나?
▼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 보면 앞 강물이 뒷 강물이 되고, 뒷 강물은 먼 강물이 된다.
▼ 내가 지나간 이 길,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열심히 가슴에 담아두자!!
▼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이 한국의 가을 들판을 보는 듯 하다.
▼ 차가 다니는 길은 찻길, 숲이 우거진 길은 숲길, 처음 가는 길은 첫길, 혼자가는 길은 혼잣길, 들에 나 있는 길은 들길, 도로의 한쪽 길은 갓길,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가기 싫은 길은 황천길, 그러나 이 길을 가는 것도 내 몫의 길이라면 황천길이라도 어쩔수 없이 가야만 하겠지...
그래, 우리가 살면서 평생 가는 길이 바로 인생길이 아니던가?
▼ 갑자기 내리는 빗줄기가 시원하기는 한데 , 얼굴이 따갑다, 그러나 이 비가 내리고 나면 또 다른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나그네 여행길의 풍경은 수시로 변한다.
나그네
-술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지훈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오늘 가야 하는 거리가 183km다, 최고 속도 40km로 쉬엄쉬엄 가다보니 오늘 안에 다 못가게 생겼다. 5시 반인데 아직 40 km가 남았다. 굽이굽이 산길을 어두울 때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가다가 조금 큰 마을 나힌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빨리 간다고 옥색고무신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서두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9시간 가까이 긴장하며 운전하다 보니 피곤하기도 하다.
마당이 넓은 게스트 하우스, 방은 여러개 인데 자는 사람은 나 혼자, 식사도 나가서 먹고 오란다. 그런데 침대며 시설이 형편 없다. 벌레들하고 하룻밤 동침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방바닥엔 온통 날벌레 시체 들이 널려있다.
그래도 야외 텐트에서 잔 것 보다는 훨신 고마운 일이지....
내일은 꽁로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