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캄보디아 여행기(7/10; 앙코르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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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 여행기(7/10; 앙코르톰 외)

세상만사 1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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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여행기에 사용된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들인데, 사람의 얼굴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진은 제가 본인의 동의를 얻거나 아니면 행사장에서 찍은 것에 한해서 이 곳에 올립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면이 아닌 부분을 주로 찍었습니다.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사진을 퍼 가실 경우에는 초상권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처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앙코르유적 사진은 많은 분들이 저보다 훨씬 작 찍은 사진을 이왕에 올려 주신 곳이 많기에 저는 가능한한 적게 올립니다.


11. 씨엠립에서의 첫날(앙코르톰과 몇몇 유적; 9월 29일)

[처음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유적들이 전체적으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 두세개의 유적만 지나면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방문하는 유적 순서대로 책에 표시한 후 디지털카메라의 촬영기록을 확인하면 방문시간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무척 편리합니다. 저도 이 점을 고려하여 유적지에 도착하면 입구에서 전경을 한장 찍고 마지막 나올 때 다시 전경을 찍음으로써 어느 유적지를 언제 갔었는지를 명확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바욘사원이나 앙코르왓 회랑에서는 회랑전경뿐만 아니라 안내문이 있으면 그 것도 사진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미지 저장장치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카메라의 메모리 한계를 극복한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습니다]

호텔에서 아침(계란 스크램블)을 달라 해서 먹고, 3일간 쓸 $200을 제외한 돈과 여권, 비행기표 등을 프론트데스크에 보관시킨 후 빨래도 맡기고 물을 한병 챙긴 다음 7시 25분경 호텔을 출발했습니다. 툭툭기사는 항상 약속시간보다 한 10분전쯤 도착해서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물은 원래 2병씩 준다 했는데, 누군가가 1병을 가져갔던지 아니면 종업원이 1병만 넣어 놓은 것 같습니다. 여기도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좁은 길에서 복작대기는 하노이와 비슷하지만, 베트남에 비해서는 길도 좁고 오토바이가 적은 대신 자전거가 꽤 많이 보인다는 것이 두 나라의 경제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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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을 쓰고 번호가 적혀 있는 조끼를 입은 툭툭기사/유적지로 들어가는 길가의 아침 풍경

현대식으로 지어진 학교지역을 지나 매표소에 도착했는데, 사진이 없다 하니까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로 즉석 사진을 찍어 3일 티켓($40)에 붙여 코팅까지 해 줍니다(마지막날 깨달은 건데, 7시 조금 넘어 출발하기를 정말 잘 했습니다. 8시쯤 호텔에서 출발했더니 그때는 단체관광객들로 매표소가 무척이나 혼잡하더군요). 티켓확인하는 사람들이 펀치로 구멍을 뚫습니다. 이래야만 유효한 티켓이 되나 봅니다. 유적지로 들어가는 길 곳곳에는 ‘더 많은 관광객 유치로 더 많은 일자리를’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습니다. 호텔안에도 걸려있었지만 11월에 열릴 예정인 씨엠립-경주 문화훼스티발을 알리는 광고판도 곳곳에 보입니다.

드디어 앙코르왓이 보입니다. 툭툭은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앙코르왓을 오른쪽에 놓고 해자를 따라 움직입니다.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그러다가 왼쪽을 봤더니 길가에 간간이 사람들이 보이는데, 숲 속에는 집들도 보입니다. 유적지 내에도 사람들이 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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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구름 사이로 앙코르왓이 보이기 시작

오늘 일정은 앙코르왓 관람이 아니라 앙코르톰부터 시작하는, 트래블게릴라 추천코스입니다. 툭툭기사가 앙코르톰 남문 입구에 차를 세우고 절보고 사진을 찍으라 하면서 자기는 남문안에서 기다린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 기사와 의사소통문제가 생겨 잠시 실갱이를 했습니다. 툭툭에서 내린 제가 기사한테 나 혼자 앙코르톰 보고 나올 테니 넌 여기 남문입구에서 날 기다리라고 아주 건방진 소리를 했던 겁니다(입구에서 내린 다음 걸어서 해자를 건너 문 안에서 다시 툭툭을 타는 게 관행인 모양인데, 저는 그 것을 몰랐던 거지요). 기사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겠죠. 어느 분께서 쓰신 ‘기사와의 약속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다’는 글을 읽고는 제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림까지 그려가며 침을 튀겼는데, 결국 ‘앙코르톰이 무지 넓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제대로 볼 수 있다’라는 말에 꼬리를 내리고 다시 툭툭에 올라탑니다. 해자에 놓인 다리를 건너 4면불이 높게 새겨진 남문을 통과하여 앙코르톰 안으로 들어갑니다. 길 오른쪽에 있는 습지에서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잡고 있습니다. 물고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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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톰 남문 입구에서/ 바욘 동쪽 입구에서

바욘사원 동문앞입니다. 기사가 자기는 북문쪽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다 보면 그쪽으로 나와서 자기를 찾으라 합니다(이후부터는 다 이런 식으로 움직였습니다. 입구와 출구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 반드시 약속장소를 사전에 협의해야 합니다). 알았다 하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티켓 보여 달랍니다(이후 주요한 유적지에서는 모두 티켓확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웃긴 것은 바욘의 남쪽이나 북쪽입구에서는 표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운전기사에게 모든 관람객을 동문앞에 내려 놓으라는 지시가 있는가 봅니다).

입구부터 좌우에 배치된 사자상과 나가상을 살피면서 바욘사원 안으로 들어갔는데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티가 금방 났습니다. 책에는 분명 1층 회랑을 동문부터 시작해서 시계방향(남->서->북)으로 돌아보라는 말이 쓰여 있었고 많은 관람객들이 그대로 따라 가는데, 저는 사람 많은 곳은 피한다는 일념으로 겁도 없이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가 버린 것이죠. 다시 말해서 안내책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1층과 2층 회랑관람을 생략한 셈이 되었습니다. 바욘사원은 생각보다 컸고, 또 무너진 곳도 많았습니다. 특히 동쪽입구보다는 다른 세 방향의 훼손정도가 심했으며, 북동쪽에는 무너져 내린 돌이 엄청나게 많이 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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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욘의 무너진 돌 무더기/ 돌 계단을 보호하기 위한 철제 계단

관람을 시작하기도 전에 무더운 날씨에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발길 닫는 곳마다 문설주에 새겨진 문양이며 기둥에 새겨진 압사라 조각 등을 세심히 살피고 또 살폈습니다. 사진에서만 보던 압사라 조각은 몇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정말 아름답고 우아한 캄보디아 사람들의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양한 표정과 의상도 볼만했고, 상반신을 전부 드러낸 것은 당시의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습니다(원나라 사신이 썼다는 글을 보니 그 당시에는 남녀 구분없이 모두 하반신만 옷으로 가리고 살았답니다).

4면불이 엄청나게 많이 위치한 3층을 돌아다니며 내 미소도 비슷하겠지 하는 건방진 생각을 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 아가씨가 한글로 된 책을 들고 앉아 있습니다. 나처럼 혼자 왔나 해서 물어보았더니 일행이 있는데, 바욘사원 안에서 제각각 살펴 본 다음 다시 만나자고 했다네요. 서로 기념사진을 찍어주고(독립군 여행자의 경우 자기 기념사진 찍는 일이 정말 큰 일입니다) 3층을 돌아가며 구경하다가 그녀의 다른 일행도 만났지만, 서로 관심있게 보는 것이 달라서인지 잠시 후 헤어졌습니다.

3층에서 내려다 보니 무너져 내린 돌의 양이 엄청납니다. 또 1층이나 2층 내부 전체를 빈 공간으로 둔 것이 아니라 윗층의 기초가 되는 부분은 전부 돌로 채운 후 3층을 만들었기 때문에 사원 하나를 짓는 데 쓰인 돌의 양은 정말 대단한 규모입니다. 건축에 사용된 사암은 제법 거리가 떨어진 프놈쿨렌 지역에서 채취해 옮겨왔다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었을까요? 그런데 1층 회랑과 2층 회랑에만 지붕이 있고 그 폭도 상당히 좁아 아무래도 이 곳을 주거용으로 쓰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4면불을 모신 탑 아래에도 작은 공간들이 있고, 3층 중앙탑에 이르는 회랑에는 십자형으로 비교적 긴 공간이 있으나 여러 사람이 모이는 집회 등은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중앙성소를 포함하여 군데군데 불상을 모신 곳에서는 지나가는 관람객들에게 향을 올리라고 권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소매를 잡아 끄는 형식입니다. 저는 $1 놓고 잠시 예배를 드렸습니다.

바욘사원 곳곳에는 복원공사를 위한 구조물들도 있고, 또 훼손을 피할 수 있도록 오르내리는 곳에 철제 혹은 목재 계단도 설치해 놓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석재가 신발에 닳기 쉬운 사암이라 이 정도의 관람객이 계속 방문한다면 계단부위 등의 훼손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습니다. 날씨도 매우 덥고 또 습도도 높습니다. 그런데 바욘사원 관람객은 자꾸만 늘어나 이제는 3층에도 사람들로 붑빕니다. 약 1시간 가량 바욘사원을 구경하다가 북문쪽으로 나가니 주차장에 있던 툭툭기사가 저를 반깁니다. 그런데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지 3일간의 앙코르 유적 관람도중 화장실에 간 기억이 없습니다(앙코르왓을 제외하고는 해자 등으로 구획된 유적지 안에는 화장실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주차공간이 있는 곳은 어디고 간에 관광객들을 위한 상점들이 있고, 이곳은 민속품외에도 각종 책자(물론 카피본) 등을 팔려는 사람들로 매우 시끄럽습니다. 관광객이 나타날 때마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손에 팔찌 등을 걸고 다니면서 ‘세개 완달라, three one dollar’ 등등 최소 대여섯개 나라말로 물건을 사달라 조릅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이 지역 교육자들은 관광객들에게 될 수 있는 대로 어린이로부터는 아무런 물건도 사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답니다. 그 이유는 어린이가 불쌍하다 하여 물건을 사 주면 부모들이 장사를 위해 아이들의 학교 등교를 막게 되기 때문이라나요? 아무튼 문맹퇴치를 주요 목표로 하고 있는 나라의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모르겠습니다.

툭툭에 올라탈 것도 없이 걸어서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바푸온으로 갑니다. 이 곳은 동쪽 입구에서 긴 다리를 건너 본당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그 다리가 일품입니다. 길이는 약 200미터로 아랫부분에는 기둥이 3열로 배치되어 다리를 받치고 있습니다. 또 이 다리에는 난간이 없으며, 매우 평탄하게 건설된 것이 특징입니다. 보수공사 때문에 관람객은 다리를 건너 만나는 첫번째 회랑까지만 접근이 허용됩니다. 이 사원의 가장 큰 볼거리가 작은 사각형 안에 부조가 조각된 회랑이라고 하는데 전 그 것을 구경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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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푸온 다리 및 회랑 입구

바푸온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 북쪽 외벽 출입구를 구경(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문과 그 옆에 붙어 있는 약 20미터의 벽체만 간신히 서 있음)한 다음 왕궁 성벽에 난 작은 문을 지나 피미아나까스로 갑니다. 원나라 사신이 중앙의 탑이 황금으로 만들어 졌다고 기록한 곳이랍니다. 이 곳은 서쪽 계단을 이용하여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갑자기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 한국 아줌마들 때문에 조용히 감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뭐 크게 볼 것은 없습니다만 여기서도 서로 다른 종류의 석재가 섞여 있고 무너진 정도도 다른 것으로 보아서 아마 후대에 보수공사가 있었는데, 그 때에는 사암을 구하지 못해 구멍이 숭숭 뚫리고 붉은 색을 띈 라테라이트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려와서 $5를 주고 앙코르왓 사진책과 엽서를 산 다음 왕궁터로 가서 서로 다른 크기의 연못(큰 것은 남자용, 작은 것은 여자용)을 보고 일본에서 왔다는 청년을 만나 서북쪽 끝으로 가 성벽을 나섰더니 숲속에 있던 소년 서넛이 따라 붙으며 안내자가 필요하지 않은지 묻습니다. 다른 관광객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그런 소년들을 만나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못 들은 척 하고 문둥이왕 테라스(그런데 저는 테라스 위에 있는 좌상을 보고도 왜 문둥이왕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책에서는 하의도 입지 않은 데다 손가락과 발가락 그리고 성기가 없어서 그렇게 추정한다고 하며, 또 모델이 된 왕도 아직까지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로 나왔는데,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진품은 프놈펜 국립박물관에 가 있고 이곳에 있는 것은 모조품이라네요. 문둥이왕 테라스는 2중벽으로 되어 있고 밖을 향한 부분에만 부조가 되어 있으며 2중 테라스 사이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조각은 대단히 섬세합니다만, 제 안목으로는 그 것을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남쪽으로 걸으면서 코끼리 테라스의 중간부분까지 휙 둘러본 다음 툭툭을 타고 조금 더 북쪽으로 가 왕궁성벽 밖으로 난 서쪽 숲으로 들어갔더니 이 곳에도 최근에 조성된 것 같은 큰 불상이 있고 한편에는 집과 우물도 보입니다. 큰 탑의 윗부분 같은 작은 조형물도 몇 개 보입니다. 툭툭에서 내려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무너진 쁘리아 빨리라이 유적을 둘러보다 보니 사진기의 배터리가 떨어져 기사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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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큰 불상의 모습

툭툭기사는 저를 태우고 앙코르톰 북문을 지나 쁘리아 칸으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도중 페트병에 담긴 것을 사더니 연료통에 붓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노란 빛깔의 페트병이 상점 앞에 많이 전시되어 있던데, 그 것이 모두 오토바이용 휘발유인가 봅니다. 해자위에 놓여진 다리를 지나 서쪽 고프라(사원 출입문 같은 곳)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왼쪽에 관광안내소 건물이 있는데, 압사라춤 훈련장도 겸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나타나자 길가에 있던 악사들이 갑자기 연주를 시작합니다. 그들 옆에는 압사라음악이 수록된 CD가 놓여 있는데, $10의 가격표가 붙어 있습니다. 여기는 관람객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쁘리아 칸은 앙코르톰을 세운 자야바르만7세에게 매우 중요한 장소였다고는 하나 무너진 지역이 너무 많은 데다가 일부 압사라상의 얼굴은 인위적으로 떼어간 듯한 흔적이 역력해서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암과 라테라이트가 섞여 있는 걸로 봐서 아마도 후대에 보수공사 내지 증축 등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는데, 두 종류의 석재가 강도가 달라 건축물의 붕괴를 더욱 재촉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기둥 등에 붉은 색 채색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 이채롭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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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리아 칸 입구/링가와 얼굴이 완전히 파괴된 압사라상/다른 돌로 보수된 것 같은 담장/무너지기 일보 직전

중앙부근으로 갈수록 제 작은 키로도 가끔 고개를 숙여야 될 정도로 문의 높이가 낮아집니다. 중앙성소에는 녹색 빛을 띈 크지 않은 둥근 탑이 있는데, 이는 여느 큰 탑의 맨 위 부분에 해당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작은 구멍이 질서정연하게 뚫려 있는 벽체도 녹색을 띄고 있는데 아마도 이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북동쪽으로 2층으로 된 구조물도 보이는데, 책에서는 도서관터라 합니다. 동쪽방향으로 가다가 중앙으로 되돌아 와서 북쪽으로 나와 다시 처음 들어갔던 서쪽입구로 돌아 나오는데 파인애플을 깎아 파는 아낙네의 호객소리가 요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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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성소의 모습/도서관(?)/저 작은 구멍에 보석이?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씨엠립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툭툭기사 의견대로 쁘리아 칸 입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는데, 물 1병과 기사 점심까지 포함해서 $7 달라네요($10짜리 냈더니 12,000R을 거슬러 줍니다. 이후 이 곳에서는 모두 $1=4,000R로 계산됩니다). 여기서는 관광객들이 나타날 때마다 시원한 물 있어요 하면서 호객하는 소리가 제법 요란합니다. 심부름하는 소녀에게 몇살이냐 했더니 16세랍니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13살 정도로 봤는데 말이죠. 어쨌거나 음식값은 바가지 수준입니다.

두시간 가량 해먹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니악뽀안으로 갔습니다. 예전에 어느 분이 인터넷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며 물이 가득찬 모습을 보고 싶다 하셨는데, 제가 갔을 때는 중앙 연못에는 물이 차 있더군요. 큰 길에서 남쪽방향에 있는 니악뽀안(즉 출입구는 북쪽임)으로 들어가는 중간쯤에 있는 간이매점에서는 새끼 돼지 두 마리를 줄을 매어 키우고 있었고 그 옆에 어린이가 놀고 있습니다. 병아리를 몰고 다니는 어미 닭도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이 나라 닭은 크기가 작은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지나갈 때 그늘에 퍼져 자고 있던 개는 제가 구경을 마치고 나올 때에도 그 자리에서 꿈적도 하지 않고 누워 있습니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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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 가둔 것이 아니라 줄로 묶어 논 돼지/팔자좋은 개/ 닭

북바라이 안에 세워진 니악뽀안은 그렇게 크지 않은 중앙 연못 주변(한변의 길이가 70미터)에 4개의 작은 연못이 있고 작은 연못에는 각각 사람(동쪽)이나 코끼리(북쪽) 형상을 한 조각의 입을 통해 중앙 연못으로부터 물을 공급받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전 그 중앙 연못에 어떻게 물을 공급할 수 있었는지 아직도 매우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호수 중앙에 있는 둥근 탑의 기단은 두 마리의 나가(큰 뱀)의 형상이 에워싸고 있는 형태로서 나가의 머리는 동쪽으로 각각 나 있고 꼬리는 서쪽 방향에서 합쳐져 있습니다. 또 중앙탑의 동쪽 연못 한가운데에는 탑을 향해 헤엄치는 모습의 말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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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 동편 사람 모습/중앙의 마상

다음에는 따솜으로 갔습니다(14:50). 뭐 꼭 추천코스대로 다닐 필요는 없었지만, 다니다 보니 추천코스는 길을 따라 가면서 관람소요시간을 감안하여 만든 것 같았습니다. 이 곳도 대충 무너진 부분과 온전한 부분이 섞여 있는데, 서쪽에서 출발하여 앙코르톰과 마찬가지로 4면불이 새겨진 입구(이 쪽은 비교적 온전한 편입니다)를 지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암이 아닌 라테라이트로 보수공사를 한 것 같은 담장을 보면서 중앙부분을 구경한 다음 동쪽 고푸라로 갔더니 여기는 거대한 나무뿌리가 돌을 완전히 감싸고 있었습니다(사원 안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고푸라를 지나 밖으로 나가야 잘 보입니다). 저 나무를 자를 수도 없겠고 그냥 둘 수도 없겠고(보수공사를 위해서는 중장비가 들어와야 할 텐데 그럴 경우 일부 담장을 헐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참 아쉬운 모습이었습니다. 무너진 잔해를 피해 남쪽으로 돌아 나오는데, 여기서는 뿌리를 드러내며 넘어진 나무에서 가지가 수직으로 자라고 있는 강인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둥에 새겨진 부조 등의 특징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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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솜 입구(서편)/나무뿌리에 포위된 동편 고프라/뿌리를 드러냈으나 가지는 하늘로 향한 나무의 위대한 생명력

다시 출발점(따솜 서문)으로 돌아 나오니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서양인들이 보입니다. 괜찮냐고 물었더니 기분 최고랍니다. 이어지는 유적은 동바라이 한가운데 세워진 동(東) 메본입니다(15:20). 길 좌우는 벼를 키우는 논입니다만, 논 가운데에는 약 1미터 높이의 흙 언덕에 의지해 서 있는 나무들이 많이 보입니다. 예전에 저수지였던 곳에 왜 그렇게 높은 흙더미가 쌓여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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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저 흙더미는 무엇(?)

동 메본은 지금까지 지나 온 유적들이 사암을 기본자재로 하고 붉은 색의 라테라이트는 기단이나 보수용 재료로 건축된 것에 비해, 문설주 등을 제외한 벽 등에 라테라이트가 주로 사용되었으며 붉은 색이 도는 작은 벽돌로 탑을 세운 것이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라테라이트를 쌓았던 곳은 대부분 지금이라도 금방 무너질 것만 같습니다(붕괴를 막기 위해 버팀목 등을 대어 놓은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음). 이 곳에 와서야 비로서 눈치챈 것이 있었는데, 그 것은 탑 하단의 공간이 모두 동쪽으로만 열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눈에 크게 띄는 특징이 없는 것 같아 동쪽입구에서 시작하여 약 20분만에 탑이 있는 부분까지 올라갔다가 되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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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기운이 감도는 동메본(작은 벽돌로 쌓아 올린 탑)

다음에는 동 메본과 분위기가 비슷한 쁘레 룹입니다(15:50). 쁘레 룹은 동 메본보다는 보존상태가 조금은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탑 위에 풀이 나 있어 언제 무너질지 모르겠습니다. 중앙부분에 있는 탑을 살펴보았더니 맨 위가 그냥 뚫려 있습니다. 원래부터 덮개가 없었는지 아니면 세월이 흘러 덮개부분이 무너져 내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압사라 등의 부조는 벽돌로 쌓아올린 곳에 조각을 해서 그런지 지금은 매우 거친 모습입니다. 여기도 동쪽 입구에서 출발하여 남쪽 입구로 나가는 데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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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붉은 벽돌로 기초를 쌓아올린 쁘레 룹(조각이 상당히 거침)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일몰을 보려 했지만 제가 너무 빨빨거리고 다녀서 시간이 조금 남는다고 반띠아이 끄데이와 스라쓰랑을 본 다음 다시 쁘레 룹으로 돌아와 일몰 구경을 하자고 기사가 수정 제의합니다.

반띠아이 끄데이는 동쪽에서 들어갑니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흰 소 2마리가 정겹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아직도 힌두교 전통이 남아 있어 소가 대접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 때 뒤에서 ‘언니! 나 소를 배경으로 찍어줘’라는 말에 돌아보니 한국 여성 2명이 보입니다. 반갑게 우리 말로 인사를 하고 서로 액자놀이용 사진(출입문이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어 문설주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 마치 액자에 넣어 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함) 등을 찍어 준 후 어떻게 왔냐고 물었더니 둘 다 직장인인데 이 곳에 한번 와 보았던 여자가 계획을 짜고 젊은 동생은 인터넷을 통해 그 계획에 합류한 것이랍니다. 친 자매가 아니란 이야기이지요. 말씨로 보니 부산출신이더만요. 아침에 만난 팀은 친구사이 같았는데,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서도 팀이 구성되는 것을 보니 역시 대한민국은 일상생활에서도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인터넷 강국이란 말이 새삼 실감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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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아이 끄데이 경내의 흰 소

이 인터넷 자매팀과는 스라쓰랑(16:50)에 나와 사진 몇장 더 찍고 헤어졌는데, 이 사람들은 숙소는 저렴한 데 잡았지만 택시를 타고 다니며 먹는 것도 좋은 것으로 하기로 했답니다. 제가 저녁 먹을 곳으로 찜했던 레드 피아노에 대해 의견을 물었더니 아마 내 입에는 맞지 않을 거라 하더군요. 아무튼 젊음이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라쓰랑은 조용한 호수입니다. 서쪽 둑에만 돌로 쌓은 편평하고도 크지 않은 구조물이 있습니다(탑 같은 것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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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라쓰랑(전경을 잘 찍어 보려 하였으나 아이들이 비키지 않아 할 수 없이 좌우만 찍었음)

서쪽 하늘을 보니 구름 때문에 멋있는 일몰을 구경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아쉽지만 그냥 씨엠립으로 철수하기로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쁘라삿 끄라반(17:10)에 들렀는데, 이 곳은 전통적인 크메르 양식과는 달리 낮은 기단에 요즘 말로 하면 원자력발전소 모양을 한 3개의 탑이 약간 노란색을 띈 돌로 축조되어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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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라삿 끄라반의 특이한 모습(미꼬씨의 여행기를 보면 내부가 자세히 나와 있음)

씨엠립이 거의 다 도착해서 서쪽 하늘을 바라보니 태양이 잘 보입니다. 이래서 일몰 보는 것이 쉽지 않구나 생각했지요. 돌아오는 길 옆에 있는 자야바르만7세 병원 앞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여인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많이 불편해진 오른쪽 발가락 사이에 연고를 바른 후 1회용 반창고를 붙입니다. 아무래도 내일부터는 양말을 신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저녁은 처음 생각으로는 그래도 레드피아노를 한번 가 봐야 할 것 같아 툭툭기사에게 이야기를 했다가 아무래도 부산아가씨들의 충고가 마음에 걸려 글로벌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장원식당(호텔에서 6번 도로를 따라 공항방향)으로 변경했는데, 툭툭기사는 저를 레드피아노로 데리고 가더군요. 다시 잘 설명해서 글로벌게스트 하우스로 가서 툭툭기사를 돌려 보낸 후 삼겹살($6)로 포식하고 호텔로 걸어 오다가 스타마트에서 다음 날 아침에 먹을 빵과 음료 등을 구입($6)했습니다.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기 때문에 호텔에서 아침을 먹을 수 없을 테니까요.

호텔방에 돌아오니 아침에 맡겼던 빨래가 예쁘게 돌아와 있었습니다.

이 날은 입장료 $40을 포함해서 총 $60.5 썼습니다.

1 Comments
kevin13 2006.11.04 23:28  
  글 초반에서 초상권 까지 신경 써 주시는 모습을 보니 무척 사려싶으신 분 같습니다. 사진까지 넣어주시니 덕분에 잘 읽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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