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은 시절이다.
대기는 무겁고 대지는 축축한 시절이다.
뽀송했던 사람이 그리운 시절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찾아 떠나기는 더욱 주저되는 시절이다.
예년과 달리 비가 많은 이번 시절은 더욱 그러하다.
떠나기 보다는 뿌리를 단단히 박고 있어야 할
시절이다.
또 비가 내린다.
세돈강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었다.
그러나 요란을 떨거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강변 사람들은 이 시절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언제쯤 수위가 낮아지는지도 알고 있는 듯
하다.
이 시절에는 메콩 본류도 위태로워 보인다.
애처롭게 잘 버티기는 하지만
흔적없이 사라지는게 많은 메콩의 시절이다.
뿌리를 단단히 박고 있어야할 시절이다.
이 시절에도 삶은 이어가야한다.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더 우울한 시절이지만
휩쓸리지 않을 정도의 뿌리를 유지하면서라도
버텨야 한다. 이 다음 만나는 세상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