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만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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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만남....2

cafelao 9 1214

그의 차림새는 여행자는 아니었다.

약간 염색이 바랜 갈색 머리카락에

거무스레 햇볕에 그을린 얼굴

여행자라면 대부분 하는 크로스백도 없이

달랑

지갑과 핸드폰과 담배만 가지고 있고

깃이 있는 티셔츠에 한국 남자들이 사랑하는

등산복이 아닌 청바지를 입은...

그는 분명 라오스에서 일 때문에 체류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라오스에서 일하시나요?

 

네...

 

아...그러시구나...

 

그렇게 그들은

테이블 두 개를 사이에 두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를 끝내고

그녀는

그녀 테이블의 계산을 마친 후

캔 맥주 하나를 들고

그의 테이블로 옮겨 앉았다.

 

어디 묵으시나요?

저는 조기 저 불켜진 방인데요.

방이 엄청 이뻐요.

그녀가 먼저 방 자랑을 했다.

 

1815호 묵으세요?

 

네...어떻게 아세요?

 

어,,,,저 호텔 묵으세요?

 

 

그들은

우연히 같은 호텔 투숙객 이었다.

 

그는 그녀보다 하루 전 그 호텔에 투숙하였고

전날 투숙했던 방은 강변을 향하고 있어서

시끄럽다고 반대편 쪽으로 방을 바꾼거 였고

전날 그가 묵었던 방은

그날 그녀의 방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는

다음날 그 도시에서 업무상 라오인을 만나고

아침 일찍 비엔티안으로 올라가서

저녁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그는 추석을 보내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이었고

그녀는 추석 기간을 이용해 라오스를 여행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우연히 나이도 같았다.

그는 동갑내기를 만나기 힘들다며

반가워 했고 그의 생일을 말하면서 그녀의 생일을 물어 보았다.

그녀가 그보다 며칠쯤 생일이 먼저였다.

 

ㅎㅎㅎ

제가 생일이 먼저니까 누나네요

 

그녀는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장난을 지인들 한테 하듯이

그에게도 웃으며 농을 했고

그는 일찍 학교를 들어가서 78학번이라고 강조했다.

 

330ml의 작은 캔맥주 하나를 마시는 동안의 길지 않은 시간

그는 꽤 담백한 사람이었고

그녀가 경계하지 않아도 될 건전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거한 저녁으로 가득해진 포만감과

맥주 한 캔으로

밀려드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에게 다음날 조식당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같이 조식을 먹자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는

맥주 한 병을 더 하고 가겠다고 자리에 남았다.

 

 

혼자 남은 그에게

그녀는

위기의 주부에 나오는 수잔이라도 된 듯

그녀도 손을 들어 쿨하게 인사하고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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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향고을 2016.10.07 22:17  
뭔가 분위기가 잡히는듯 흥미가 끓어오르다가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뭔가 약간 아쉽게 식어버린 느낌!
아쉽네유
아마 다음날 조식먹으며 뭔가 잼있는 스토리가 이어질듯하네요.
cafelao 2016.10.08 08:29  
저런~~~
이상한거 상상하시는건 아니시죠? ㅎㅎㅎ
누구나 여행 하다보면 잠깐씩 짧은 만남들이 있죠.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랍니다...
참새하루 2016.10.12 16:41  
길위의 만남
제목을 유심히 보게 되네요
저도 여행하면서 수없는 인연들을 스쳐지나갔지만
이렇게 여행기 수필로 써볼 생각은 못했습니다
길위의 만남에 어떤 반전이 있을지...
그런데 물리적 시간이 너무 짧은데요
다음날 돌아가는 스케쥴이라
온밤을 새워 그 만남의 인생담을 듣는것도
나쁘지 않았을듯
그런데 카페라오님 78학년이셨구낭
ㅎㅎㅎ 저보다 누님이십니당^^
저 개구잡은 포즈로 찍은 사진
잠옷바지단에 맨발을 보니
라오카페님 성격이
제 상상보다 훨씬 오픈마인드에
적극적이고 재미있을것 같다는,,,,생각이 드네요
cafelao 2016.10.12 21:14  
60년이면 79학번인데 '그'는  한해 먼저 학교들어가서 78학번이라고
선배라고 ㅠㅠ
어쨌든 제가 참새하루님 보다 누나는 맞을거에요 흠흠....
저 잠옷아니고 강변에서 산 코끼리 바지에요 ㅎㅎㅎ
좋은 만남이긴 하지만 밥먹는 시간 정도가 딱...좋아서요.
누워서 창밖을 보면 너무 이뻐서 저렇게 뒹굴하고 노는것도 좋아서요
라오슈슈 2016.10.13 13:02  
잼있네요 타국에서 새롭게 느끼는 이런감성 부러워요~~^^
cafelao 2016.10.14 07:07  
아이고~~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셔서요
오늘도 행복하시길요....
namdnd 2016.11.22 12:51  
중년의 만남이라 더 새롭고 진한 여운이 남네요 ㅎㅎ
우사랑 2016.12.31 17:22  
다시 음미헤 보는마지막날밤 새벽~~
cafelao 2016.12.31 22:19  
의미있다면 의미있는 한해의 마지막날 새벽에
저의 글을 읽으신다니
부끄럽군요.
두시간 남짓 지나면 새해가 되는군요.
새해에도 좋은일만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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