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태국사랑 7-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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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태국사랑 7-완결!

may 2 1363
<1월 3일>

그동안 먹고 싶은 것도 맘껏 못먹고 긴 거리를 걸어다니고....
그것은...돈 아끼려고가 아니었다.

그럼 왜? 해변에서의 꿈같은 시간을 위함이지.행복~

오늘은 드뎌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변으로 뜨는 날이다.
몸을 혹사시켰더니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호홋... 수영복을 입을 수 있겠구만.

(서울 오자마자 막 먹고 누워만 있었더니 지금은 다시..--;)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서 오랜만에 버거를 먹어주러 맥도널드에 갔다.
맥샐러드와 치킨버거 세트가 겨우 69밧!
다 먹고 뿌듯한 맘에 배두드리고 앉아 쉬는데...

배가 너무 아프기 시작한다. 허겁지겁 먹고 탈이 났나.. 장도 안좋은 것이 겁도 없이 아침부터 버거를 먹은 것이 잘못이었나.

속이 울렁거리는 건 물론 숨이 가빠오고, 걸어다닐 기력조차 없다. 흑.... 푸켓에 가는 하필 오늘.....

아 이놈의 철없는(^^:)시장소녀 아픈 날 끌고 빠뚜남에 가서 침낭을 산다고 한다. 길도 못찾는 애
(만남의 광장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혼자 보낼 수도 없고 같이 가긴 하는데... 한 걸음 한걸음 떼는게 너무 고역이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따뜻한 음료 한잔으로 배를 진정시키려 월텟의 던킨에 갔다.

앉아서 쉬고 있는데 한국말이 들린다.
푸훗....... 뒷자리의 웬 한국남학생.
태국 현지 처녀 꼬시기 작전중이다.

짜슥... 영한 사전까지 꺼내놓고 열나게 꼬시고 있는데...
여자 반응은 시큰둥이다.. 하핫~

아픈 나도 웃음 참기 힘들어 푸하하 실컷 비웃어주고 있는데...

이녀석이 뒤돌아보고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아 유 프롬............(한참 뜸들이고) 코리아?'

크헉~ 얘 왜이러니.. 한국말 쓰는 거 보면 모르나.--;
이분 덕에 아픈 것도 잠시 잊고 웃었다.

다시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힘은 더 빠지고... 시장소녀가 밥을 먹어야겠다고 한다.

- 너 아까 던킨에서 도너츠 먹었자너.
-그건 도넛이지. 밥은 아니야.

이놈의 식성의 끝은 어디인가... --;

닭꼬치와 찰밥꼬치 사들고 기뻐하는 순박한 그애를 내 어찌 욕하겠는가.
어린것(?)이 배고프다는데...

버스 떠날 시간이 30분정도 남아 여행사 앞으로 갔다.

여행사 앞에 하나는 쭈그리고 앉아 닭꼬치 먹고.
하나는 배아파서 엎드려 있고...--;

하필이면 해변가는 오늘... 이런 궁상을!!

이 순간.

닭꼬치가 너무 느끼했다며 파인애플 한봉지를 사오는 시장소녀.

-언니 좀 먹을래?
-아니 괜찮아. 너 다 먹으렴.

잠시 눈을 감고 엎드려 있다가 일어났다.

음..내 눈앞에 보이는 건.. 빈 봉지를 들고 있는 시장소녀.
난 옆에서 아파 죽겠다는데 혼자 꾸역꾸역 ...닭꼬치에 밥에 파인애플 한개를 다 먹다니....
말라리아 걸렸다면서도 밥먹고 과자먹고 먹을 껀 다 먹던 이 인간에게 이건 시작일 지도 모른다...-.-; (시작이었다.)

차는 6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출발했다.

2층 좌석에 맨 앞자리에 앉아 다리를 쭉 뻗고...(우린 여행에 적합한 몸 냠냠~)
일단 비치 타올을 한겹 덮은뒤.
우리의 시장소녀가 구입한 침낭을 덮었다.
에어컨 강풍이 암만 몰아쳐도 우린 끄떡없다!!

남들이 보면 ..정말 '이날만을 기다렸다 '같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모포도 없는 버스에 에어컨이 너무 춥다고 징징대기만 한다.

이 버스는 2층으로 1층엔 기사와 승무원. 그리고 화장실이 있고. 2층은 승객들이 탄다.

2층의 맨 앞 측 전면 유리 앞에 흡사 침대처럼 매트리스가 설치되어있다. 시장소녀... 거기서 아예 누워잔다.대단하다, 정말.

의자에서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다 겨우 잠이 들었다 휴게소에 도착했다. 새벽 1시가 넘었다.

시장소녀 배고프다며 빵을 산다.
음...
난 여전히 아파서 괴로워하는 동안.
물도 없이 꾸역꾸역 빵을 넣고 있는 그녀...

'결코 먹고 싶어 먹는게 아니다. 속이 아파 먹는거다.'

궁색한 변명같으니라구...
서울가서 너의 이 만행을 만천하에 공개할테다.

<1월4일>

다시 한참을 달려 수랏타니에 도착했다.새벽 3시...
작은 매점 같은 곳에 내려주고 갈아탈 버스를 기다리라고 한다.
윽....... 결국 해가 뜨고... 6시 반에 썽태우에 매달려 버스 갈아탈 곳으로 갈 수있었다.

괴로워. 절대 여행사버스 다신 이용하지 않으리. 여러분.. 터미널 버스를 이용합시다.

한참을 달려 푸켓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 아... 기대했던 곳에 도착했지만..

몸도 아프고 오랜 여행에 기진맥진.
이날만을 기다려왔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된닷 하며 악에 받쳐--;겨우 쌀국수 한그릇을 먹고 힘을 내어 숙소를 찾았다.

푸켓타운(시내)에 더블룸 숙소를 잡고.
수영복을 사기위해 백화점으로 갔다. 엘르 수영복을 적당한 가격(1100밧)에 구입하고..

이것 저것 구경하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었다.. 멀쩡한 걸 보니 음. 이젠 다 나은 것 같다.다행이다..^^

이제 해변으로 가야지?

두근두근... 사실 난 물을 너무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 한국에서도 바닷가한번 제대로 가보지 않았다. 수영복도 이번에 처음 사는 거나 다름없다.

이 민망스런 물건을 입고 돌아다닐 수있을까 그게 더 두렵기도 하다..^^

썽태우를 타고 먼지와 소음속에서 구불구불한 곡예에 가까운 도로를 달려 빠똥해변에 도착했다.

오호.... 이곳이 그 유명한...
역쉬 소문대로.. 예상대로 서양늙은이 현지 처녀 커플이 참 많다.
방콕에서도 많이 봤지만... 이곳의 커플중 절반은 현지처커플인 것 같다.
쯥.... 배나오고 머리 부실한 분들이 10대 후반이나 되었을까 하는 어린 아이들의 손을 꼭 붙잡고...

물론 서로가 필요에 의해 자의로 맺어진 관계겠지만 보기 안좋은 건 사실이다.(음.. 솔직히 말하면 오바잇 쏠린다. 욱~)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해산물 가게 기웃거리고--;
아까 썽태우에서 남의 바나나를 바라보던 시장소녀의 눈빛이 맘에 걸려 바나나를 사주었다.

뛸듯이 기뻐하는 순진한 그애를 미워할 수 없다.--;

해변에 들어가려는 순간... 여기서 마지막 썽태우가 5시 20분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얼핏 들리는것 같다. 엇.... 지금 시간은 5시.--;;;;;;;;;;

우리가 해변에 가서 한 일이라곤 벤치에 앉아 썽태우를 기다리며 바나나를 까먹은 일이 전부였다.
(음...내가 하나 먹고 우린 왜이러냐 하며 한숨을 쉬고 있는동안 5개의 바나나를 먹어치운 시장소녀.
이놈의 엽기식성아 느끼하지도 않냐고 구박을 해봐도
뭐 어때~~ 하는 그녀의 무덤덤한 얼굴.)

다시 썽태우를 타고 타운으로 돌아왔다.
푸켓에 와서 물에도 못들어가고 이게 뭐람. 어차피 물도 더러운데... 낼 피피에 가서 실컷 즐기기로 했다.

보트를 예약하고(300밧)

오늘 저녁엔 스카이라운지 가자.
-비싸잖아
가서 칵테일같은거 마시면 되지.
-밥은?
너 바나나 다섯개 먹었잖아.--;
-그게 무슨 밥이야. 그럼 시장가서 밥먹고 그 담에 가자.
--;;;;

그동안 시장소녀와 함께하며 하루에 한번이상은 시장에 간것 같다.
오죽하면 별명이 시장소녀일까. 죽어도 식사는 쌀밥으로 해야한다며 늘 시장에서 덮밥및 꼬치를 애용하고..
세끼를 꼭챙겨야만 사람이 살수있다고 철썩같이 믿는 그녀.
택시비 40밧이 아까워 벌벌 떨면서도 70밧짜리 프링글스를 꼭 간식으로 먹어야한다는 그녀.

곰곰히 생각해보던 시장소녀도 바나나 다섯개는 자기가 생각해도 심한 것 같다며 스카이라운지 가자 한다.
호텔의 16층에 자리 잡아 날씨 좋으면 피피까지 보인다는 그곳에 갔는데...

전망도 별로고 규모도 상당히 작다. 이잉~

영화에서 봤던 생과일에 갖가지 꽃으로 장식한 과일 쥬스를 하나씩 놓고 먹었다.
기분 좋아졌다.느끼한 할아버지가 느끼한 목소리로 엘비스 노래를 부르지만 않았어도 오래있는건데...

그냥 일찍 들어와 쉬기로 했다.
내일을 피피섬. 디카프리오의 '비치'를 찍은 그곳.
너무 기대된다....
콩닥콩닥...


<1월 5일>

아침 일찍 픽업 차를 타고 선착장에 도착해 피피에 가는 배에 올랐다.
실내에 앉아 있어도 창문 틈으로 파도가 칠 정도로 파도가 강했다.
DJ DOC의 Run to you가 나오는 게 아닌가?
반갑다, 얘들아~~^^ 한시간 반쯤 지나자 드뎌 피피섬의 절벽들이 보인다.. 캬아...... 또한번 감동의 물결.

선착장에 도착해 숙소 하이에나들과 흥정을 해봤으나 역시 비싸다.
저렴하다는 롱비치까지 가야겠다.빵 하나씩 물고 가는 길...날은 무덥고... 무거운 짐을 들고 롱비치 해변까지 걸어가는 건 무리겠다 싶었다.
보트 택시는 1인당 40밧이다...
음... 결국 시장소녀는 돈이 아까워 걸어오고...--;;;
나와 짐들만 택시를 탔다. 피피섬의 에머럴드 빛 물 속으로 산호가 보인다.
정말 아름답다.

롱비치 방갈로에 문의해보니 방이 없단다. 예약번호 7번 올려놓고 땀뻘뻘 흘리며 걸어온 시장소녀와 상봉했다.또 길을 잃어버리고 저쪽까지 바위산을 넘어 다녀왔다는...--;

괜히 미안해진다.
방이 없다니 걱정이다. 이 해변엔 딱 두개의 방갈로가 있는데... 그나마 이곳이 저렴하다.

몇번씩 물어보다가 운좋게 체크아웃하는 여자가 있어 그 방을 잡을 수 있었다. 이제 수영복을 입고...--; 아 민망. 스노클을 빌려 해변으로 갔다. ..

솔직히 푸켓해변은 파라솔이 빽빽히 차있고 물도 더럽고... 사람도 너무 많고
딱 우리나라 해수욕장 분위기였다.

이곳은 사람도 드문드문.. 파라솔도 없고 그냥 나무 아래 드러누워 있으면 된다.

무엇보다 새하얀 모래와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너무도 맑은 쪽빛 바다....

오 이곳은 말로만 듣던 천국?

그냥 누워만 있어도 아~~ 행복해.. 소리 절로 난다.
그러나 내게도 시련은 있었으니.. 내가 수영을 그렇게 못하는 줄은....
.
남들은 다 스노클 쓰고 물고기구경하는데 난 얕은 물에서 철퍼덕 바둥바둥~~

결국 스노클쓰고 구경하는건 포기하고..흑...

그냥 눈으로 고기보고..(나 시력 1.5 다행히 그냥 봐도 잘 보이더만..쯥...)

몸이나 구워야겠다 생각했다.

허나 구워본 사람이나 굽지...한번도 제대로 드러내놓지 않던 내 피부들은 암만 햇빛에 누워 있어도 구워질 생각을 안한다.
남들은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는데 혼자 허여물건... 순백의 뽀얀 살결도 아니고 허여물건, 누리끼리...
-.-;
한참을 굽고 잠시 물에 가서 식힐겸 버둥버둥~을 반복.

피피섬의 노을이 지려고 한다.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더 한적해진 해변. 여기서 살고 싶다!!스마일~

숙소로 돌아와 맛없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어찌나 목이 메던지...) 석양을 촬영하고 샤워를 하려는데.... 녹물이 나오다니. 음... 어쩌라고... 세수는 생수를 사서 해야했다.

어두워지자 손전등을 들고 바닷가 산책에 나섰다. 손톱 만한 게들이 우리를 보고 도망가는 모습... 참 귀엽다. 조개도 줍고...
롱비치 해변은 숙소를 빼면 아무 시설도 없어 조용하고 밤이면 참 어둡다. 어두운 곳에 가니 하늘에선 총총히 박힌 별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하다. 이 황홀함...

걷다보니 피피 파라다이스 펄리조트가 나왔다 .
그 앞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데.. 웬 피피청년이 오더니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주며 삼성~! 코리언 삼성~ 한다.

바로 한국인임을 알아보는군... 삼성 최신형이라며 핸드폰 자랑을 엄청 하는데... 이곳은 아시아이면서도 유럽형 모델이 인기이다. 우린 주로 폴더형이지만... 그네들은 바-형을 쓴다. 뒤엔 칩을 껴야 하고... 암튼 이곳 핸폰 역시 노키아가 꽉 잡고 있다.

나더러 타이말 아는 거 뭐있냐길래..

-마이사이팍치.

푸하핫.. 웃으며 엄청 좋아한다.

그뿐이냐 그외에 아는 단어 다 늘어놓기...(대부분 음식이름...^^)

시장소녀에겐 '나락'(cute), 나에겐 '쑤워이'(beautiful) 란다.
헤헤.. 짜슥.보는 눈은 정확하구나.

<1월 6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걸어서 선착장에 갔다.
바위넘고 물건너 가는길. 힘들게 도착해서 간곳은 피피베이커리.. 정말 맛있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고 이 섬에 있는 유일한 세븐 일레븐에 들러 과자와 우유등을 사서 돌아오는 길.

예쁜 피피섬 풍경이 가득한 엽서도 사고, 어제 봤던 손톱게가 박제되어 있는 열쇠고리도 사고, 시장소녀를 위해 바나나 한송이도 샀다.

다시 산넘고 물건너 롱비치로 간다. 오늘도 얕은 물에서 버둥거리기와 굽기를 반복한 일 밖엔 한 일이 없지만... 그 맑은 물을 바라보며 고운 모래 위에 누워있기만 해도 행복은 나의 것.

과자 하나 들고 물에 들어갔더니 수백마리의 열대어들이 모여들었다. 나 그거 한마리 잡아보겠다고 봉다리 들고 설치고..--;

내일 다시 푸켓으로 돌아갈 보트를 예약하고... 아쉬운 마음에 해가 질때까지 해변에 있었다. 맘같아선 이곳에서 열흘이건 한달이건 머물러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힘들게 버텼던 레게머리를 푸는 날. 풀어놓고 사자머리로 기념 사진 한방 찍고...^^ 정말 시원하게 머리를 벅벅 감고.

피피에서의 마지막 밤의 끝을 잡으려 바에 나갔다. 모래사장 위에 작은 불을 펴놓고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며 맥주를 마셨다. 위로는 쏟아질 듯한 수많은 별들...

나의 여행도 며칠 안남았다. 그동안 재미있던 일들이 너무 많아 시간이 더 빨리 간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꾼다.

<1월 7일>

아침 일찍 일어나 택시 보트를 타고 선착장으로 가 푸켓행 배에 올랐다. 올때보다 사람도 훨씬 많고 파도도 더 세다..

난 2층에 앉아 아직도 구워지지 않은 다리를 구웠고. 시장소녀는 멀미때문에 1층으로 내려갔다.

다시 푸켓에 도착... 미니버스를 120밧에 타고 빠통으로 갔다. 저렴한 숙소 찾아다닌 끝에 350에 해변 근처 숙소를 찾을 수 있었으나...

침대가 싱글이었다.. 우린 둘인데 같이 잘 수 있나요? 이때 시장소녀와 나를 보더니 아저씨 하는말..

오 너희 둘이면 충분해..

--; 우린 여행에 적합한 몸으로 태어났다니깐...

맥도널드에 가서 식사를 하고 오늘은 패러세일링에 도전하리라. 보트에 패러숫을 달고 하늘을 나는 수상 레포츠.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성수기라 이것들이 800밧을 부른다. 깎고 깎아 500밧으로 합의 보긴 했는데.. 이런... 강풍때문에 한시간 기다리란다. 4시까지 기다리며 스타벅스에 앉아 현지처 커플 구경하고....

다시 갔다. 바람이 세서 오늘은 안되겠다 한다. .. 쯥... 내일 해야겠다.

또 누워서 굽고 있는데... 바람 그쳤다 해라. 그래? 아니 아니다 바람분다 기다려라.. 이걸 반복하다 결국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오늘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아 결단을 내렸다. 그까짓 바람 온몸으로 받아내리. 정말 어설픈 안전장치 매달고 구명조끼 입고.

-얘들아 나 수영못하니까 특별히 신경좀 써주어...

달린다. 그리고 날았다.

난 분명 날고 있었다. 첨 2초간은 이걸 왜 했을까 잠시 후회했으나 그 후엔 너무 신났다. 근데 바람이 너무 세다. 희연의 말로는 몸이 위아래 양옆으로 흔들리는데 정말 위험해 보였다한다. 발밑으로 시꺼먼 바다물이 보이고... 머리위에선 강풍이 .....

잠시 후 바로 추락...--;; 풍덩~.... 약 1분간 생사를 넒나들었으니... 그 깊은 바다에서 허우적허우적.. 구명조끼입어도 절대 안뜬다..흑흑~
짠물 수없이 먹고 귀안에 물 들어가서 아무소리도 안들리고... 헥헥.. 겨우 구조되어 돌아와 수많은 사람들의 환영(?)과 박수를 받고..쩝...

나의 첫 비행은 위험했지만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시장소녀도 하려다가 내가 하는걸보더니 너무 위험하고 무섭다며 바로 포기.

숙소로 와 샤워를 하고 해산물을 먹으러 나갔다.

시장소녀는 정말 이날만을 기다려 한국에서 초고추장을 준비해왔다!

우리가 고른건 랍스터찜과 도미 바베큐. 랍스터의 맛은 정말 환상인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내평생 가장 큰 도미를 만난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그 많은 음식을 둘이 다 먹고....(무려 1020밧)

푸켓타운의 밤은 정말 화려하다. 수많은 바. 클럽. 기념품 상점들 마저 밤이 되어도 화려한 불빛이 꺼질 줄 모른다.

특히 어 고고바. 동그란 바 안에 작은 무대를 설치 해놓고 그 위에서 언니들(우리는 트랜스젠더들을 이렇게 불렀다) 이 야시시한 옷차림과 몸동작을 보여준다. 즉석에서 남성 손님들과 얘기가 통하면... 외출도 나가고..--;

시장소녀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졸라서 가긴 했지만....음...오래있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우리가 앉은 무대에는 아웃사이더라고 할까... 얼굴이나 몸매가 소위 상급에서 거리가 먼 듯한 언니들이 춤을 추었는데.. 그래서인지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파랑 원피스 언니 정말 과감한 포즈로춤추더만(동작이 하리수와 많이 비슷했다.) 아저씨들 다 외면하고...--;

한편....가운데 무대의 언니들은 정말 예쁘고 늘씬...

음료 한잔씩 마시고 앉아있는데 우리 무대에 새로운 언니가 올라왔다.

헉. 조혜련?--;과 너무 흡사한 그 언니는.. 우리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우리에게 자꾸 말 시키고... 나아가 올라오라는(?) 손짓을..--; 하는 바람에 민망스러워 혼났다.
시장소녀는 내가 조금만 부추겼으면 정말 나갈 분위기였다..--;허헉...

푸켓의 마지막 밤도 이렇게 간다...

<1월 8일>

천천히 일어났다. 오늘 저녁엔 다시 방콕행 버스를 타고... 그리고 난 비행기로 서울에. 시장소녀는 북부 여행후 라오스로 간다. 아 이곳을 떠나기 너무 싫다. 시장소녀랑도 정이 너무 들었다.물론 학교 다닐때도 친했지만.. 역시 여행을 하면 정말 모든 것을 알게되는 것 같다. 이젠 거의 한 가족같다.^^

아침겸 점심으로 KFC의 치킨까스 도시락을 먹고... 다시 터미널로 갔다. 32석 버스를 쟁취하기 위해 (36석도 있답니다.) 뛰어다니고 6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다.

곧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맘이 안좋은 난 아까 산 과자를 우걱우걱 씹어먹으며 맘을 달랬다.

<1월 9일>

버스에 올라 다시 침낭으로 중무장 후 잠들고... 아침에 깨니 벌써 방콕이다. 역시 터미널 버스가 시간적, 체력적 면에서 이익이다.

다시 카오산에 와 그 일본 도미토리에 갔다. 난 오늘 밤... 정확히 말하자면 내일 오전 1시에 비행기를 탄다.

우리가 푸켓으로 떠나기전 만났던 일본 여자애 하나가 아직도 있다. 수개월간 인도를 여행한 후 너무 집이 그리워 돌아가려해도 아직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카오산에 머물러 있는 아이다. 내가 오늘 밤 집에 간다니까 참 부러워한다.

난 네가 부럽단다..^^;

시장소녀가 라오스 비자 신청하는 날이다.
혼자 길 못찾는 그애를 위해 같이 간다. 정말 힘들게 힘들게... 버스 갈아타고 썽태우 타고
도착한 그곳은 대사관이라 하기엔 너무 초라했다.

그래도 캄보디아 대사관은 시내에 있더만.. 이곳은 정말 변두리 시골같다.
가자마자 점심시간이라고 다 내쫓고...--; 한시간 후에 오라한다.
대사관 사람들이 정말 편하다니까...

노점에서 볶음밥과 춘권을 사먹고 비자 신청서를 냈다.

마지막으로 나라야에 가서 선물을 좀 사고...
학생백화점에 들러... 한지노트랑 이쁜 타이 그림책(한권에 5-7밧)을 한보따리 사들고 왔다.

남은 돈으로 수퍼에 들러... 쌀국수 한보따리.. 옥수수차.쨈. 사탕. 라면등등을 구입하고 저녁을 먹었다.

언니 간다고 자기가 한방 쏜다며 수끼 먹으러 가자는 시장소녀.
희연인 아직도 여정이 한달 반이나 남았다. 그냥 평소대로 과일쉐이크에 꼬치 나 먹자꾸나.
희연이가 늘 먹고 싶어하던 족발 덮밥도 먹고....^^;

9시 30분에 미니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서둘러 숙소에 와서 긴바지 입고 짐 챙겨서 나왔다.

버스 기다리며 독일 기인 하나를 만났다.
한달동안 꼬팡안에만 있었다는
(한달동안 풀문파티만 즐기다 온것도 아닐테고... 난 한달간 많은 곳을 다녀왔는데 말이야.)
그는 어디서 한잔 하고 왔는지..
술냄새 풀풀 풍기며 짧은 영어로 자꾸 말을 거는데 너무 괴롭다.

드뎌 버스가 오고 희연이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둘이 끌어안고 헤어지기 싫어 난리를 피다가 버스에 올랐다.

윽.. 하필이면 옆자리에 그 독일 기인이 탈게 뭐람...
술냄새와 그사람의 체취...머리가 너무 아픈데 자꾸 말은 걸고...

-네 여자 친구는 어딜가니?
헉.. 여자친구라니... 우린 그냥 친구야..--;

우리의 이별의식이 좀 남다르게 소란스러웠던 탓에 오해를 했나보다.

정말 힘들게 공항에 왔다.
핫.. 그 사람 알고보니 내일아침 7시 비행기란다. 공항에서 사람구경하며 밤샐거라고..
역시 기인다우십니다.!!

출국 수속하고 이런.. 무슨 공항세를 500밧이나 받는지..
잠시 면세점 들러 화장품 하나 사고.

비행기를 기다린다.
예정보다 30분정도 늦게 출발.
올때와는 다르게 서비스가 참 좋다.
이것이 진정 싱가폴 항공의 모습이리라.
기내식도 괜찮은 편이고....

'디 아더스'를 상영해주는데 재미없을 것 같아 안봤다.
(서울에 오니 인기가 난리도 아니더군...--;)


<1월 10일>

인천에 도착하니 7시...
가디건만 걸치고 달달떨며 공항버스에 올랐다.

창밖으로 바라보는 풍경.
앙상한 회색빛 나무들.
하나같이 회색빛 옷을 걸친 잔뜩 웅크린 사람들.
군데군데 보이는 눈의 흔적.
이 추운 곳에 다시 왔군...


너무 즐거웠던 한달.. 어디가 젤 좋았다고 꼽기 힘들정도로 새롭고 흥미진진했던 곳. 태국.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도 인상적이었던 캄보디아.

졸업이 즐겁지 않은 우울한 4학년이지만....
이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새해를 시작하게 되어 행복하다.
떠나기 전 .... 취업때문에 방황하고 괴로워 했던 그 상황은..
물론 지금도 변한 건 없지만....
그 앞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새로운 날들에 대한 기대...
이번 여행이 내게 준 큰 선물이라 할 수있다.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며 이런 긴 여행을 다시 하긴 힘들겠지만 기회가 닿는대로..
아니 기회를 만들어 자주 여행을 해야겠다.
고단함 마저도 행복인 것이 여행이니까...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
이 글을 지금 치앙마이에서 마사지를 배우고 있는 시장소녀 희연에게 바칩니다..-.-;

http://my.dear-you.net/~sazuki/
2 Comments
패스맨 1970.01.01 09:00  
정말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요술왕자 1970.01.01 09:00  
그동안 긴 글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넘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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