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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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바가지

조화나라 5 1403

착한 바가지 <by 첫 휴가, 동남아시아>

 

 

루앙프라방<라오스>에 밤이 내리면 메인 도로인 시사방봉 거리에는 차량이 통제되고 야시장이 펼쳐진다. 뭔가 살 것이 없더라도 시장에서 느끼는 사람 사는 냄새가 좋아 자주 기웃거린다. 그곳에서 나는 물건 파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군것질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에는 활기보다는 한가로움이 흐른다. 긴 세월 흥정이라고는 못 해봤을 것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고산족 할머니,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젊은 여인, 잠든 아이에게 부채질을 하는 어린 누이. 누구도 물건 하나 더 팔아보겠다고 달려들지 않는다. 물건에 가격표를 붙여 놓지 않았지만 그들이 불러주는 가격은 왠지 수긍이 간다. 속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정직한 가격 같기도 하고, 좀 속여도 괜찮을 텐데 싶은 착한 가격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모로코를 여행할 때가 떠오른다. 모로코의 상점에서도 가격표 따위는 구경도 못 해본 건 마찬가지이지만, 상인들이 가격을 부를 때면 매번 제대로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 들었다. 같은 슈퍼마켓에 세 번이나 들러 같은 과자를 샀는데, 갈 때마다 매번 가격이 달랐다. 불안한 정세에 출렁이는 환율이나 유가보다 더 높게 널뛰기하는 과자 값에 매번 어이가 없었다.

 

그와 달리 루앙프라방의 시장에서는 웬지 속아주고 싶을 만큼 착한 얼굴로 그럴 법한 가격을 부른다. 그럴 때면 사지도 않을거면서 물어본 게 괜히 미안해진다. 혹시라도 무언가 사야 할 때는 그들이 처음 부른 가격에 무조건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얕은 흥정 따위 하지 않고 그들의 ‘착한’ 바가지에 착하게 속아주고 싶다.

여행사랑7080

5 Comments
희망웃음 2016.06.25 21:14  
저도 예전에 루앙갔을때 시장 많이 돌아다니고 값 싼 물건은 많이 사줬었어요 ㅎㅎ
darkness 2016.07.13 20:26  
조화나라님 글을 읽으니 꼭한번은 루앙에 가보고 싶어지네요
좋은글 정말 잘읽고 갑니다
항상 즐거운 여행 하세요
육적 2016.07.17 22:38  
예전의 루앙이 아닙니다.....음식값과 교통(뚝뚝이) 비엔티엔의 1.5배....이웃나라 태국의 2배.....
태사랑구름빵 2016.07.26 16:14  
착한바가지 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지네요, 좀 속여도 괜찮을텐데 싶은 착한가격. 이라는 문구도 좋아요 ^^
침묵 2016.08.19 14:45  
정이 가는 글이네요
착한 바가지라......
저도 이번에 라오스라는곳을 찾아갑니다
예전도 마니 달라졌다는데.....
저도 순수한 정?사기?바가지? 느끼고 돌아오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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