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 1. 타켁의 민속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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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 1. 타켁의 민속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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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그는 교사였다고 한다. 

열악한 처우 때문에 교직을 떠났고 가라오케, 식당등 여러 사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5년 9월, 내가 만났을 그 때엔 타켁 버스터미널 근처의 'Samy's Guest house'를 운영하고 있었다. 

 

08시30분 팍세행 버스가 고장으로 인해서 운행하지 않는 다는 소리를 터미널에 도착해서야 알게되고,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라오스 여느 버스터미널 처럼 타켁의 버스터미널도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음은 물론이고 주위엔 시간을 보낼만한 할거리, 구경거리가 아주 제한적이다. 더구나 이른 이 시간에는 겨우 터미널내의 상점에 진열된 베트남에서 만든 옷이나 가방, 장난감을 만지작 거리거나 죽순같은 채소를 손질하며 팔고 있는 좌판의 아줌마들에게 서툴고 짧은 참견을 하거나, 베트남행 국제버스에 오르는 일단의 정체모를 젊은 여성들의 자태를 구경하는 것 뿐이다.

 

그의 게스트하우스는 터미널 정문에서 좌측으로 70미터 쯤 떨어진 곳에 있다. 게스트하우스 입구의 구멍가게가 리셉션이며 그와 그의 부인은 이곳에서 손님을 받고 손님을 보낸다. 그의 구멍가게에서 아침 공복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봉지라면 뿐이다. 라면물이 끓는 사이에 그는 나의 신상을 물으며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기타줄을 튕긴다. 많이 들어본 듯 한 애잔한 선율이다. 

 

그의 이목구비는 라오스 사람들에 비해 크고 뚜렷하다. 체격도 훨씬 크며 턱수염도 훨씬 많다. 물어보지 않아서 확실하진 않지만 그의 몸에는 프랑스인의 피가 반쯤 혹은 4분의1쯤 흐르는게 분명하다.  분명 비엔티엔에서 곧 중앙정부의 재무성에 취업할 유능한 그의 딸도 그를 닮아 잘생겼을 것이다.

내가 라면을 먹는 사이에도 그는 여러 가락들을 기타음으로 변환해서 들려주며 노래까지 불러준다. 곁들여서 이 노래는 어느 지방의 어느 소수민족 가락이라는 설명도 해준다. 북쪽 산악지방의 가락은 남쪽 평지지방의 가락보다 조금 더 빠르고 강하게 들린다. 

작년에 농키아우의 작은 절에서 스마트폰으로 녹음해둔 노래를 들려주니 기타로 편곡까지 한다. 독학으로 배운 기타를 통해 타켁의 라오스 민속음악연주 클럽에서 활동을 한단다. 

거의 2시간 동안 빼곡하게 그의 자부심이 담긴 가락을 듣고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에 다시 보자는 인사를 나눌 때에는 차표를 반환하고 하루 머물고 갈까 하는 갈등도 했었다. 


행여 타켁의 터미널에서 할일없이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다면 그의 게스트하우스에 들러 그에게 라오스의 민속음악을 청해보길 권한다. 반갑게 당신의 청을 받아주고 진심을 다해 기타줄을 튕겨 줄 것 같다. 

 

4 Comments
참새하루 2015.12.03 23:59  
그분의 얼굴 사진이 없는게 아쉽네요
아무래도 개인 프라이버시 때문이겠지요

타켁의 주변 풍경이나 게스트하우스 입구 사진이라도
있다면 글을 읽으면서 떠올리는 상상력에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역류님의 여행여담을 읽다보니
마음이 따뜻하고 정이 그리운분 같네요
역류 2015.12.07 12:54  
우연한 짧은 만남에, 그분이 너무 진지해서 사진찍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필리핀 2015.12.07 08:47  
으흠...

"베트남행 국제버스에 오르는 일단의 정체모를 젊은 여성들의 자태"

이 부분이 눈에 띄는 건 저의 응큼함 때문일까요?

아님 역류님의 의도적인 유혹 때문일까요? ^^;;;
역류 2015.12.07 12:56  
ㅋㅋ 저의 할일없음 탓에 생긴 관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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