땃사이와 딸렉 폭포, 나비떼, 푸카오쿠와이 국립공원.
날은 뜨겁지만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무척 설레였다.
한번 뿐인 인생인데 매일 똑같은 일상은 잼없다.
게다가 천편일률적이고, 상투적이고, 지루하고, 고루한 일상이라면?
난 걍 남태평양의 무인도에 가서 살겠다. 깝깝한건 마찬가지니까.
비엔티엔 시내를 막 벗어날 즈음 만물상이 보였다.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이다.
두어시간을 달리다가 가게에서 물을 사 마시는데
아주 귀엽게 생긴 동물이 보였다.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이름이 '온'이라고 한다.
장난삼아 저거 맛있냐 물었더니 정색을 하며
온은 잡아먹는거 아니란다. 키우는 거란다.
난 동물을 참 좋아하는데 온이 너무 귀여워 며칠이 지나도 계속 생각이 났다.
탈렉 폭포 표지판
2차대전 때 만들었음직한 산판차가 보였다.
그야말로 산에서 굴러떨어져도 고장 안나게 생겼다.
우리나라 강원도에 가도 저런 차가 있다.
탈렉과 땃싸이 폭포가 나를 갈등의 기로게 서게 했다.
손바닥에 침을 퇘 뱉어 튀겼더니 땃싸이를 먼저 가라 한다.
폭포 입구에 도착하니 울창한 원시림이 나를 반겨준다.
왠지 갱치가 지길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앞의 저 친구는 동시에 나와 같이 도착했는데
세 명이서 그물, 튜브, 도시락 등을 챙겨 물놀이를 왔다.
폭포를 가는 길에 아주 나비떼를 만났다.
특이한 것은 색깔별로 구역을 나누어 살고 있었다.
이것은 황족
폭포를 가려면 이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한다.
여차해서 빠지면 끝이다.
가늘고 흔들리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는데 겁나서 오줌을 지렸다.
그래도 다행히 건너편에 왼수는 없었다.
드뎌 폭포가 나오고
언덕에 멋진 정자가 지어져있다.
우리처럼 풍류를 아는 라오스인들이다.
풍경이 이뻐 내 배낭은 그냥 하나의 정물이 되었다.
근데 라오스인들이 언제 소쇄원에 와서 정자 짓는 법을 배워갔지?
샤가지 없는 세놈이서 따라오라며
폭포를 성큼성큼 올라 상류로 사라져버린다.
물살이 세고 바위가 뾰족뾰족해서 혹시 오늘 밥숟가락 굿바이 하는건 아닌지 겁이 났다.
이건 블루족
색깔이 참 이뻤다.
암석을 색깔을 보니 외계 행성에 온 기분이다.
어떤 라오스 아파치족이 트라이앵글을 만들어놨다.
가방걸이로 쓰고 잠시 휴식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이 사진을 부연설명 없이 예술의전당 아방가르드 사진전에 걸어두면
사람들이 뭔가 심오한 알레고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석양>.................................... 어쩌고 저쩌고 하면 얼마나 감상적일까마는
속이 타들어갔다.
아직 산속인데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한다.
진흙길, 자갈길, 물살 때문에 만들어진 협곡길을 수시간 달려야 하는데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사위가 온통 어둠에 잠겨버리면 운전이 어렵다는 점이다.
썬팅된 헬맷을 쓰면 길이 전혀 안보이는데 벗을 수가 없다.
온갖 날타리들이 얼굴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처럼
해는 지고, 비는 오고, 날은 춥고, 배는 고프고, 덩은 마렵고, 호랭이는 쫓아오고....
결국 사단이 났다.
자갈길 내리막길에서 자빠지고 만 것이다.
무르팍이야 재생되면 되지만
비싼 2000원짜리 내 단벌 얼음바지가 넝마가 되었으니 우야믄 좋노
.
자빠지거나 말거나 사정없이 쎄리밟으며 가는데
푸카오쿠와이 국립공원 표지판과 검문소가 나온다.
시커먼 라오스 경비대가 이 야심한 시각에 워떤 외계생물체가 덥썩
나타났냐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나야 뭐 종족을 안 따지는 인류애를 타고났으니
무대뽀로 초소로 들어가 나 여행하다가 다쳤응께로
존 말 할 때 아까정끼 가져와봐 했더니 약봉지를 들고 온다.
근데 문제는 소독약이 우리것과 다르다 엄청난 알콜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상처를 소독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나왔다
결국 이날 어두운 산길을 밤새 달려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