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몸 여행
여성 직장인 네분이 아주 짧은 휴가를 왔다
돈으로 나를 통해 시간을 샀는데...
라오스의 가장 유명 관광지인 왕위양(방비엥)까지 내가 모시고 왔다.
이분들은 내게 여행을 맡긴 것이 아니라서,
내가 준비물을 소홀히 한탓에
여행도구와 장비 일체를 집에 두고서 달랑 몸만 왔다
세면도구도, 갈아입을 옷도 잘챙겨만 두고 오롯이 남기고 왔다.
이틀밤 삼일을 버텨야 하는데....
모처럼 쇼핑을 한다.
팬티3개 1팩 2800원, 몸빼2장 7000원, 반바지 한개 2800원. 티2장 5600원.
여기는 상품의 가격이 만만하면 한국돈 2800원인 2만낍인 경우가 많다. 구매력의 기준같아 보이는 액수. 그래서 18,200원에 입성을 토탈로 챙겨입었다.
장보는 것을 즐기지 않는 나는 눈에 보이는 족족 사서 해결해버렸으니 스트레스도 없고. 새옷의 세탁은 친한 게스트하우스의 할머니가 그냥 해주셨다. 어딜 가나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어렸을 적 부터 이골이 나서. ^*
이 할머니는 지지리 복도 없다. 사내만 6명을 낳고, 고명딸을 하나 두었는데 아들들 장가보내느라고 힘깨나 들었을 것이다. 데릴사위 하나에게서 보충을 해야 하는데.
노트북도 이민을 생각하고 세번째 라오스로 여행을 온 총각에게 빌려서 쓰고.
궁즉통이다.
유럽 여행을 가서도 베르린에서 이태리 녀석들로 보이는 조직적인 치기배들에게 걸려 락카를 털리고 그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두고온 것과 잃어버린 것의 차이는 있지만. 그때는 내가 반바지와 티하나, 빤스 한장 빼고 달포를 외제로만 뽑아입고 다녔다. 프랑스와 체코에서 주로 사입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경험도 재미가 있다.
다 내려놓았지 않았는가?
의식이 있으면 못내려놓는다.
실수가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이다.
몸과 돈, 여권만 가져가고 빈몸으로 여행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방비엥으로 올라가는 길은 정확하게 숙소까지 3시간, 비엔티엔으로 내려오는 길은 2시간 40분이 걸렸다. 내려오는 길이 적게 걸리긴 하는데 여태까지의 기록을 10분 단축했다. 실은 거리상으로 150킬로에 불과하니 결코 자랑할 만한 레코드는 아니지만, 도로 조건과 내가 쉼없이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인 것을 감안하면 빨리 달린 셈이다. 내려오는 길이 기록적이었던 것은 토요일이었고, 더구나 정오를 2분 넘기고 출발해서 교통에 방해가 될만한 요인이 적었던 탓이다. 친구는 다음날 로컬 버스가 아닌 유명한 운수 회사의 버스를 타고 9시에 출발해서 내가 취재를 하는 호텔에 우연히 그 차가 들렸는데 3시 50분이었다. 무려 7시간이 넘게 걸릴 뻔한 것을 6시간 50분만에 구원. 늦게 도착한 이유를 물어보니 운전자가 애인으로 보이는 여성과 연애질을 해가면서 오는 통에 ㅎㅎㅎㅎ)
6월 19일 오후 12:47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