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44 (Muang K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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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44 (Muang Khua)

아랑다리 2 2381
라오스에서의 마지가 날입니다. 별다른 사항만 없다면 말이지요. 이쪽은 인터넷이 느리군요.

내일 여행기부터는 베트남 게시판에서 뵙겠습니다. 별 문제 없다면 말이지요.

http://lkfar.tistory.com/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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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최고의 수면제는 피곤이다. 어제 무리를 하며 걸었더니 그냥 골아떨어져버렸다. 눈을 뜨니 7시다. 오늘은 므앙응오이누아를 떠나는 날이다. 그래, 떠나기로 했었지.


여행지에 정이 들었든 안들었든, 속시원한 마음으로 떠난 적은 없다. 안좋았던 여행지는 있을지언정, 싫었던 곳은 없었다. 이곳은 심지어 안좋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그냥 내 마음이 이곳에 대한 준비를 못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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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러 가자. 그나저나 오늘 혹시 Muang Khua로 가는 배가 있을려나?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티켓 사무소에 리스트 확인부터 하러 가본다. 그쪽이 거의 끝이라서 가면서 조식 뷔페를 보니 오늘도 안열었다. 결국 저건 못 먹고 가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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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에는 여전히 내 이름만 외로이 적혀 있다. 이곳에 여행자 자체를 다 합쳐도 10명이 될까 말까일테니 사실 큰 기대는 안했다. 그럼 결국 농키아우, 우돔싸이 ,무앙쿠아를 거쳐서 넘어가는 기나긴 코스를 가야 하는것인가. 그래도 비자 만료 기간이 3일이 남았으니 돌아가는 길을 간다 하더라도 시간은 충분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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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어디서 할까. 올때 보니 현지인들이 펼친 길거리 간이 좌판대가 두개 보였다. 성수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비수기라 그러한건지 이곳은 현지인과 여행자의 구분이 너무나도 명확하다. 4일을 있는동안 여행자가 현지인 식당이나 길거리에서 식사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오기가 생긴다.


수다를 신나게 떨던 아주머니들이 내가 앉으니 갑자기 당황하면서 말이 끊긴다. 그래도 성수기에는 여행자들이 꽤나 이렇게 먹을듯 한데, 뭘 놀라신데. 앉아서 얼마냐고 물어보니 5000킵이다. 역시 저렴하다. 한그릇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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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 위주의 국수다. 뒤에서 그냥 물로 행구고 행주로 닦은 그릇에 담아주신다. 원래 위생적인거는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 않기에 상관없다. 국물에 여러 양념을 넣어서 최적의 맛을 만든다.


맛이 나쁘지는 않은데, 사찰음식 느낌이다. 완전히 야채만 있고, 좀 질기다. 그래도 역시 먹을만 하다. 익숙하게 국물까지 다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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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에 보는 거리는 이전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다. 안보이던 작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팽이를 돌리며 놀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 고여있는 물에서 목을 적시는 강아지들의 몸놀림 같은 작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은 떠날때야 혹은 떠나서야 소중함을 아는 법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잠시 쉬다 8시반이 되서 짐을 싸기 시작한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노란색 우비는 버려버린다. 우기라도 우비를 쓸일은 없다. 우산은 비를 피하는게 아니라 해를 피하는 용도이다. 어차피 비가 오면 잠시 피해야 한다. 짐이 희한하게 갈 수록 작아지는거 같다. 다니면서 잃어버린 옷들이 있어서 그럴려나.


남은 돈을 계산해보니 90만킵이 넘게 남았다. 100달라가 넘는돈이다. 결국 마지막에 형님들한테 환전한 100달라는 건드리지도 않은 셈이다. 돈 들여서 액티비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워낙 좋은 가격에 환전을 해주셔서 나한테는 나쁘지 않다. 베트남 국경에서 남은 돈을 모두 환전해야겠다.


8시반이 좀 지나서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은 험난한 하루가 될거다. 버스를 두번 갈아타야 하고, 하루 잔 다음에 또 긴 버스를 타야 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방을 어깨에 맨다. 묵직한 무게감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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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keo 게스트하우스, 꼬리뻬의 그 돈지랄했던 곳을 제외하면 가장 좋았던 곳이었다. 물론 얘도 단점은 있다. 컨센트가 딱 하나 밖에, 그것도 침대와 떨어진 곳에 있어서 충전이 어려웠고, 해먹의 높이가 좀 낮아서 그네 타듯이 누워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다 제외하고도 아름다운 풍경과 상대적으로 적은 벌레들, 그리고 아늑한 침대까지 거의 완벽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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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뷰를 감상해본다. 내 마음만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훨씬 더 이곳을 즐길 수 있었을건데, 아쉽다. 베트남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만날 수 있을까.


할머니한테 인사를 하고, 이곳 강아지 답지 않게 통통한 두 귀요미들과도 이별을 한다. 방이 5개밖에 없는 곳인데 내가 오늘 떠남으로서 모두 비어있게 되었다. 확실히 비수기는 비수기다. 그러니 나도 저렴한 가격에 있을 수 있었겠지.


메인 거리로 나간다. 천천히 길 끝에 있는 보트 티켓 판매소로 간다. 안그럴줄 알았는데 뭔가가 마음 속에서 울린다. 왜지? 여기는 그리 정 안들지 않았나? 친해진 사람도 없고, 친해진 식당도 없고, 심지어 친해진 동물도 없는 곳이었다. 헌데 왜 울컥하는걸까.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여행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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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사무실로 가니 몇명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아저씨한테 혹시 농키아우에서 우돔싸이로 가는 버스가 몇시에 있는지 아냐고 여쭤보니 11시에 있단다. 배를 타고 바로 우돔싸이로 넘어갈 수는 있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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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Muang Khua로 가는 배는 없냐고 웃으면서 물어본다. 아저씨 갑자기 '아 맞다!'라고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여신다. 오늘 떠나는 배가 있단다! 아 그런건 좀 먼저 얘기하시지. 심봤다!


근데 나 혼자 가게 되면 아마 20만킵일거라고 한다. 원래 혼자 가면 100만킵이니 그래도 저렴한거긴 하지만 그래도 비싸긴 하다. 어쩌지. 우돔싸이로 가서 무앙쿠아로 가면 가격은 좀 저렴해지지만 시간을 많이 버리게 된다. 게다가 꼭 배로 가고 싶기는 했다.


15만킵이면 가겠다고 한다. 아저씨 좀 고민해보더니 그러자고 한다. 원래 가격이 10만킵이니 이정도면 훌륭하다. 졸지에 돌아가려던 계획이 쉽게 풀려버렸다. 거기다 얘기를 들으니 시간만 맞으면 오늘 바로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것도 가능할 수도 있단다. 이제 가는구나, 베트남!


시간이 좀 남아서 배를 기다리는 다른 여행자들과 얘기를 나눈다. 베트남에서 이쪽으로 넘어온 애들도 있다. Muang Khua에서 이쪽으로 다 20만킵을 주고 왔단다. 비수기니 배는 정말 어쩔 수 없는것 같다. 나도 운좋지 않았으면 못 탈뻔했다. 한명은 미얀마에 다녀왔다며 그곳을 극찬한다. 나도 같이 합류해서 극찬한다. 그 친구가 하는 말과 내가 하는 말이 거의 비슷하다. 라오스 사람들이 많이 친절한 편이긴 하지만 미얀마는 차원이 다르다. 이건 가봐야지만 알 수 있다. 다른 한 친구는 우리가 극찬하는 것을 듣더니 솔깃해 하는게 조만간 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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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반이 되서 배를 타러 간다. 농키아우에 가는 사람들도 일제히 일어난다. 농키아우행 배는 만석이다. 한국인들도 몇명 보이는게 어제 온 사람들도 있었나보다. 다들 어디 있는지 안보이더니 배를 탈때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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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는 그 메인배가 아닌 옆에 작은 배이다. 두분이 같이 탄다. 이게 아마 나를 위해 가는게 아닌 화물을 수송하는거 같다. 올라타니 자리도 적절하지 않다. 인간 수송이 목적인 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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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화물이 안보인다. 배 뒷편에 진짜 나 혼자다. 뭐지? 자세히 보니 뭔가 자그마한것을 들고 오신다. 무슨 모터 같은데, 내 주먹만하다. 저걸 옮기기 위해서 두 사람이 이 배를 타고 4시간을 간다는건가? 일종의 택배인 셈일려나. 아니면 그쪽에서 또 돌아오는 뭔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나야 횡재한거다. 좀 불편하면 어떠랴, 갈 수 있으면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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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키보드를 핀다. 이렇게 이동하면서 글쓰는게 제일 좋다. 그래서 일부러 이동할때는 글을 남겨놓기도 한다. 좋은 경치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 있게 글을 쓰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 글은 솔직하다. 즐겁게 쓴 글은 즐거우며 울적하게 쓴 글은 울적하다. 다시 즐거운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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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기 절했다. 라오스의 마지막 경치를 우강을 따라 지나가며 감상한다. 말이 이동이지, 이것만을 위해 돈을 내는 사람도 분명 있을거다. 저 깍아지른 절벽들과 나무가 빼곡히 있어서 올라갈 길 조차 없는 산들, 그리고 강이 이루는 전경이 한폭의 그림 같다. 라오스는 온통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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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작한 'Tuesday with Morrie'를 편다. 이 책은 아껴서 읽기로 결심했다. 하루에 30분씩만. 속독이 아닌 정독을 하고 싶다. 오늘 이 책을 읽기에 여기보다 좋은 곳은 없어보인다.


사람은 모두 죽어가고 있다. 빠르게 죽냐, 느리게 죽냐의 문제일뿐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걸 인지해야 오늘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낀다. Memento Mori와 Carpe Diem.


오늘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이곳에 있게 되었다. 라오스에서 나를 떠나보내는 이 배에는 어저씨 둘과 나, 그리고 작은 소포 하나 뿐이다. 저 소포 덕분에 나도 이곳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행운이 그리 쉽게 올까. 전세 낸듯이 뒤에 홀로 앉아서 아무도 신경쓸 필요 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경치를 감상한다. 여행은 소중한 순간의 연속이다. 그리고 일상도 그러한 순간들의 연속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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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정도 간 배는 갑자기 어떤 마을에 멈춘다.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애들이 강에서 튜브 하나 가지고 놀다가 배가 들어오는걸 보고 비켜선다. 나를 보더니 서로 귓속말로 하는게 외국인임을 알아보는거 같다. 고맙다 애들아.


여기서 학생 같은 아이 하나와 아저씨 하나를 태운다. 약간 버스 같은건가. 가면서 사람들을 태우나보다. 빈배로 가는것 보다는 좋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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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가더니 아저씨는 어느 마을에 내려주고 다시 또 떠난다. 또 금방 다른 마을에 멈춘다. 하지만 이번에는 타는 사람이 없다. 자세히 보니 어떤 젊은이가 잡은 고기를 팔고 있다. 그걸 저울로 배 위에서 무게를 재더니 바로 구매한다. 옆에서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들이 물 속에서 놀다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쳐다본다. 여기는 아이들이 많은거 보니 좀 큰 마을인가보다. 근데 이 아저씨 물고기 도소매도 하나보다. 지나가다 물고기만 보이면 세워서 구입을 하거나 보고 그냥 지나친다. 어떤 아주머니는 엄청나게 큰 물고기도 지니고 계신다. 보아하니 물고기를 잡으면 이렇게 강가에서 배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판매하는듯 하다. 배는 그걸 사가서 큰 도시에서 판매하여 수익을 남기겠지.


오늘 베트남을 넘어가려면 비행기표가 있어야 한다. 어제 예매를 했지만 혹시나 해서 화면 캡쳐해놓은것을 찾아본다. 어? 근데 17일인줄 알았던 비행기가 18일이다. 17일 아니었나? 이게 문제가 있는게 18일이면 오늘 베트남으로 넘어가면 안된다. 오늘이 3일이니 오늘 넘어가면 15일 비자가 17일에 만료된다.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출발했더니 오히려 남는다. 뭐 큰 상관은 없다. 오늘 Muang Khua에서 하루 자면 된다. 라오스를 너무 급하게 떠나는거 같아서 아쉬웠는데 어찌 보면 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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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가는데 좀 졸려서 바닥에 드러눕는다. 머리가 배겨서 가방에서 패딩을 꺼내 배게로 삼는다. 잠이 솔솔 오는게 좋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상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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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멈추길래 깬다. 잠시 잠들었었나보다. 아까 같이 탔던 젊은이가 여기서 내린다. 내리면서 돈 내는걸 보니 30,000킵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10만킵이나 15만킵이 그렇게까지 비싼건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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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두명을 더 태우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강 건너편으로 가더니 바로 내려준다. 건너는 서비스도 하나보다. 이 배 하나 타고 가면서 이곳의 삶을 많이 체험한다. 역시 타기를 잘했다. 버스 타고 갔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타고 아무런 경험 없이 내렸을거다. 시간도 단축되고 시원하고 경치 좋고 문화 체험까지 가능하니 훌륭한 이동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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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에 도착한다더니 생각보다 오래 간다. 이제 다시 우리 세명밖에 남지 않았다. 졸리면 자고, 깨면 책을 보고 하다보니 멀리서 큰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거는 Muang Khua일 수 밖에 없다.


누워있다 슬슬 일어나서 물어보니 역시 Muang Khua가 맞다. 시계를 보니 1시반이 조금 넘었다. 9시반에 출발했으니 4시간 정도 온거다.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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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들한테 인사를 하고 배에서 내린다. 라오스 사람들이 미얀마 사람 같이 특출나게 친절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동남아 다른 곳에 비해서는 꽤나 친절하다. 기사님들이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서 서로 웃으며 그냥 눈빛으로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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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에서 올라오는 길을 보니 확실히 큰 도시에 왔음이 느껴진다. 무앙응오이 같은 아기자기함이 안보인다. 요즘 이쪽이 발달하고 있는지 콘크리트 건물이 두세개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다른 점은 거리가 무앙응오이처럼 깨끗하지 못하다.


올라오면서 보니 게스트하우스들이 조금 보이긴 하는데 좀 더 가보기로 한다. 버스 터미널도 확인을 좀 하고 싶다. 내일 당장 떠날 곳이니 오늘 시간 있을때 최대한 조사를 해놔야 내일 편하다.


큰길로 올라서니 이제 확연히 다른 점들이 보인다. 농키아우보다도 큰 마을인게 은행만 해도 두세개가 눈에 들어온다. 다섯시간 위로 올라왔을뿐인데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다는게 어지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북쪽 지역이라 그런지 특이한, 아니 익숙하지 않은 복장을 한 소수민족들도 꽤나 보인다.


어디로 갈까? 게스트하우스 표지판이 보이긴 하지만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때 표지판에 화살표와 함께 NamOu Guesthouse라고 이쁘게 서 있는게 보인다. 뭐지? 걸어가는데 계속해서 그 표지판이 나타난다. 한번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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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을 따라가니 어느 음침한 골목에 당도하게 된다. 이거 괜찮은곳 맞을까? 돌아설까 싶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한번 가보기로 한다. 아니면 돌아서면 그뿐이다.


강가에 구석진곳 까지 들어간다. 들어가는 입구를 보니 여기는 왠지 아닐거 같다. 주저하면서 입구 같지 않은 입구를 들어서니 후질근한 식당과 건물이 보인다. 헌데 식당에 서양여행자들이 서너팀 보이는게 뭔가 이곳에 대한 신뢰감을 들게 한다.


주인이 안보여서 불러낸다. 여사장님이 나오길래 방값을 물어보니 3만킵이란다. 아 싸다. 시설이 좋지 않겠다. 화장실은 당연히 별도란다. 방을 한번 보자고 한다. 올라가보니 예상한 수준의 시설이다. 어쩔까? 고민을 잠시 하다 그냥 머물기로 한다. 어차피 내일 일찍 베트남으로 떠날텐데 좋은 숙소는 그다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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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면서 화장실을 물어보니 1층이란다. 가보니 문이 안잠긴다. 그래, 하루인데 그냥 잘 넘기자. 샤워할때 누가 들어오지는 않겠지? 내일 먼길 가야 하니 장을 깨끗이 비워야 하는게 좀 걸리지만 이제는 적응되서 왠만한 곳에서는 큰 문제가 안된다.


메인 가방을 놔두고 작은 가방만 들고 나온다. 문은 굳이 안잠근다. 저 가방에 훔쳐갈거는 아무것도 없다. 내려와서 여사장님한테 버스정거장을 물어보니 나가서 왼쪽으로 가란다. 영어를 못하셔서 이정도 이상의 정보는 얻기 힘들다. 가다보면 뭔가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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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서 'Kao Soy'를 먹는다. 왠지 이 육계장 비스무리한 것을 먹으면 루앙프라방에서 하루 놀았던 그 한국 친구들이 떠오른다. 지금쯤 다 한국에서 일상으로 돌아갔겠지.


시간이 늦었으니 저녁 먹을걸 생각해서 간단히 쌀국수로 배를 채우고 1만킵을 내고 일어선다. 이제 답사를 해야 한다. 아까 게스트하우스 여사장님이 일러준 방향으로 걸어보는데 너무 막연해서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 가면서 사람들한테 물어보지만 다들 영어를 못해서 뭐가 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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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다리가 나오기에 건넌다. 근데 버스 정거장이 엄청 멀리 있는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게스트하우스를 거기 잡은 것이 경솔했나? 좀 고생하더라도 버스터미널을 확인하고 근처에 잡았어야 했나 싶다. 가는 길에 젊은 여인들이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길래 이번에는 온갖 바디랭귀지를 동원하여 물어본다. 방향을 알려주는데, 엄청 멀단다. 내 신발을 가리키며 그걸로 갈 수 없을거라고 한다. 뭐지? 얼마나 먼걸까. 그리고 많이 멀다면 도데체 길은 왜 가르쳐준거지.


잠시 고민하다 돌아선다. 무작정 가다가 오히려 문제가 될듯 하다. 아까 Tourist Information을 본듯 하니 거기를 들러서 한번 물어봐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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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ist Information 간판만 떼면 폐가 같은 곳에 당도한다. 들어서니 사람이 없어서 옆방에 물어보니 2층으로 가란다. 가보니 사람 두명이 있다. 그리고 드디어 영어가 통한다! 할렐루야!


영어가 통하니 쌓여있던 질문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놓는다. 하나씩 차근 차근 들어보니 이거 은근 난감한 상황이다. 일단 버스 터미널은 없단다. 있어도 거기서 타는건 아니다. 여기서 2분정도 가면 있는 삼거리가 버스를 타는 곳이다.


버스는 하루에 두번 7시와 11시에 있는데, 문제는 버스가 있을지 없을지를 모른단다. 결론은 7시에 가보고 없으면 다시 11시에 가고 그마저 없으면 다음날 가야 한다. 아무래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버스가 아닌 현지인들이 베트남으로 넘나드는 수단인거 같다.


확실히 와봐야 아는게 오기전에 아무리 구글에서 검색을 해도 이런 내용은 없었다. 현장에 와서 직접 겪어야 이런 정보를 알수가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방법이 있다면 됐다. 이런 정도의 난관은 오히려 무료할수 있는 여행에서 활력소가 된다.

혹시 몰라서 얘기한 그 삼거리로 가보지만 버스 정류장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내일 와봐야 알게 되겠지. 이번 숙소는 머무는 곳이 아닌지라 어디 가서 음료수라도 마실까 하다가 아까 서양 여행자들을 본게 기억나서 숙소로 돌아온다. 혹시 모르니 정보를 좀 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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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 보니 커플이 하나 보인다. 이 커플, 순정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듯한 훈남, 훈녀다. 앞머리에 저 굴곡진 웨이브를 봐라, 저게 인간이냐. 뭐 나도 대한민국 훈남이니 동서양 훈남 훈녀끼리 얘기 잘 통할듯 하다.


먼저 말을 걸고 물어보니 얘네는 베트남에서 오는 길이란다. 라오스는 오늘 처음 왔단다. 내가 정보를 얻으려고 말을 걸었지만 결국 한참 내 정보를 먼저 풀게 된다. 이런 자리에서 여행자들을 만나면 서로 정보를 얻을려고 혈안이다. 이 커플은 내가 온 반대방향으로 간다. 무앙응오이의 숙소를 알려주고 방비엥에서 혼자 다이빙한 곳, 그리고 루앙프라방 콴시폭포에 대해서도 모두 알려준다. 희한한게 우리가 찾은 그 비밀의 장소는 이미 알고 있다. 회사에서 소문이 놀라울 정도로 빨리 퍼지듯이 여행자 사이의 소문도 정말 순식간에 퍼진다. 메신져의 도움도 없이 말이다.


이번에는 내가 정보를 좀 얻는다. 버스는 만약에 직행으로 가면 4시간 정도지만 중간에 하도 멈춰서 6시간은 걸린단다. 자기들도 저 삼거리에서 내리긴 했다는데 어차피 나랑 반대 방향이니 알수가 없다. 베트남에서는 사파가 제일 좋았단다. 그놈의 사파, 여행자들한테 하도 들어서 안가도 간거 같다. 라오스에서는 믕앙응오이를 모두 얘기하더니 베트남은 모두 사파를 얘기한다. 한 국립공원도 좋았다고 얘기를 해준다. 그리고 기차가 버스보다 5배 정도 비싸다가 왠만하면 버스를 타라는 얘기도 해준다. 남쪽으로 이동할때 기차 타려고 했는데 고민해봐야겠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난다. 베트남 돈 혹시 있는거 있냐고 물어보니 조금 있단다. 잘됐다. 서로 처분하기 힘든데 맞교환하자고 한다. 은행을 통해서 교환하면 서로 손해이기에 이게 최선이다. 그친구들도 좋다 하며 있는 돈을 다 바꾼다. 뭐 그래봐야 25달라다. 여기 다른 여자애가 하나 자고 있는데 얘가 베트남 돈이 꽤 많다고 저녁에 한번 얘기해서 바꾸라고 한다. 난 오늘 저녁 그리고 내일 버스비만 남기면 전부 바꿔도 된다. 근데 그게 얼마일려나.


그래도 이 게스트하우스를 오기 잘했다. 다들 나처럼 낚인건지 아니면 여기만 오픈한건지 모르겠지만 모든 여행자가 이리로 오는듯 하다. 물론 그래봐야 10명도 안된다. 그래도 환전도 하고 정보도 얻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시설이 좋은 것 보다 이게 훨 중요하다. 문득 국경지대에 아예 대놓고 이렇게 정보 교류도 하고 환전도 서로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드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사업 아이디어인걸?


이 친구들은 내일 응오이 가는 배를 알아본다고 가고 혼자 남아서 글을 쓴다. 마른 하늘에 천둥이 치기 시작한다. 바람에서 습기가 느껴지는게 비가 오겠다 싶더니 또 순식간에 비가 오기 시작한다. 물론 순식간에 멈춘다.


이곳에 앉아있으니 모든 여행자들이 모인다. 나도 정보를 얻으려니 좋긴 한데 모두 라오스는 지금 들어오는 친구들이라 했던 얘기를 계속 다시 하게 된다. 므앙응오이누아의 Latkeo 할머니는 내일 갑자기 손님이 마구 들이닥쳐서 놀랄듯 하다. 헌데 진짜 콴시 폭포의 두번째 숨겨진 장소는 알려진 '비밀의 장소'인가 보다. 아예 그냥 '비밀의 장소'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다. 우린 어렵게 찾은 곳인데, 괜히 아쉽다. 물건을 저렴하게 샀는데 물어보니 여기저기 다 그 가격임을 알았을때의 기분이라고나 할까. 돈이 필요한 친구들도 많아서 모두 환전한다. 더 해달라고 하지만 내일 버스 요금은 필요할듯 해서 20만킵 정도는 남겨놓는다. 순간 사설 환전센터가 되었었다.


나만의 비어라오수치 판별법도 알려준다. 식당을 가면 일단 메뉴판을 본다. 비어라오 큰거가 1만킵이면 현지 가격 수준의 저렴한 식당이다. 12,000킵이면 적당한 수준이다. 15,000킵이 넘어가면 관광객 상대 식당이다.


나도 많은 정보를 얻는다. 베트남 여행 전반에 대해서 얘기를 듣고 트레킹 했던 가이드 전화번호도 받는다. 가격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준다. 한명이 해주는게 아니라 모두가 한번씩 얘기를 한다. 베트남 화폐의 개념이 아직 없어서 키보드를 꺼내고 일단 무작정 받아적는다. 역시 론리플래닛 같은 가이드북은 없어도 그만이다.


라오스, 베트남 뿐만 아니라 전체 여행에 대해 얘기도 나눈다. 모이다 보니 영국인 커플 하나, 미국인 여자애 하나, 그리고 이스라엘 커플 모두 6명이다. 다들 6개월 이상 여행한 사람들이다. 나도 이제는 장기여행자들하고 얘기를 할때 더 편한거 같다. 어쩌다보니 나를 중심으로 얘기를 나눈다. 결국 두명은 미얀마로 일정을 바꾸게 만들었다.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내가 얘기를 할때 눈빛이 반짝였나보다. 정말 열심히 듣더니 순간적으로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한다. 그 조정을 하면서 한국이 빠진다. 나 불충한건가?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7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보를 주고 받고 대화를 나눈거 같다. 더 얘기를 하면 좋겠지만 나는 8시면 잘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일단 샤워를 하고 와야겠기에 얘기를 하고 욕실로 간다. 여기 화장실은 정말 최악이다. 여기 숙소 안좋은데 왜 다들 여기로 모인걸까? 미국 여자애도 나와 같은 종류의 방에서 자는데 도저히 샤워를 거기서 못하겠는지 영국 커플 방에 가서 샤워한다. 들어보니 5만킵 짜리는 화장실이 실내에 있단다. 그냥 그걸로 할걸 그랬나. 내가 가난해보였는지 얘기 자체를 안해서 생각도 못했다. 뭐 하룻밤이니까.


씻고 나오니 애들이 밥을 먹으러 나갈거라고 같이 가자고 얘기한다. 재미는 있을거 같긴 한데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밤은 시끄럽지 않게 혼자서 보내고 싶다. 그렇게 얘기를 하니 여행자들이라 다 이해해준다. 가기 전에 라오스 음식에 대해 설명해준다. 다른건 모르겠지만 찰밥은 손으로 먹을것. 숫가락으로 먹다가는 한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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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떠나고 맥주와 음식을 주문하고 혼자 자리에 앉는다. 조용하니 좋다. 나쁘지 않은 라오스의 마지막밤이다. 사람들과 정보를 주고 받으니 정리하는 느낌이 든다. 다들 베트남에 대한 애정도 보여서 기대도 된다. 아, 영국 남자애는 생맥주가 베트남 여행중에 최고였다고 해서 내 기대치를 높인다. 나는 라오스를 소개시켜줬고, 그들은 베트남을 소개시켜줬다. 나에게는 큰 사랑을 받지 못한 라오스였지만, 나쁜 아이는 아니니 사랑해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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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호박국과 밥이 나온다. 이거 양이 뭐 이리 많냐. 이건 아무리 나라도 도저히 못 먹겠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음식을 남긴다. 내가 생각 없이 주문을 많이 한건지 너무 많이 준건지 모르겠다.


오늘은 좀 일찍 자려고 숙소로 올라온다. 다시 봐도 여기가 워스트 게스트하우스 넘버1이 확실하다. 그래도 여러 정보를 주고 받았으니 이해해주련다. 하지만 오늘 잘 잘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 왠지 귀신이 나와도 할일 없을듯한 비쥬얼이다.


내일은 아침 7시 버스를 기다리고, 안오면 11시 버스를 기다리고 또 안오면 2시 버스를 기다리고 다 없으면 하루 더 머물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야 하는 기나긴 날이다. 그래도 내일 저녁이면 생맥주를 먹을 수 있다! 이 생각 하나만으로 들뜨는 저녁이다.
2 Comments
나나주니 2015.06.22 16:26  
맥주가격으로 식당구분하기 정말 와닿네요^^
옛날 옛날에 ㅋㅋ 갔을때 다 1만낍 할때 동네 구석에서 8천낍하는 맥주를 발견하고는
여행자들이랑 박스로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진상은 아니었기를 바랄뿐 ㅠㅠ
찌질이의여행기 2015.07.08 14:40  
우와...여행초보자입니다~글 너무 잘봤습니다. 저도 라오스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베트남은 어디 여행하실 계획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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