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38 (Luang Pra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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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38 (Luang Prabang)

아랑다리 1 1501
북쪽으로 오니 와이파이가 전반적으로 느려서 글을 못 올렸습니다. 계산해보니 3G로 올려도 글 하나에 500원 정도 밖에 안하더군요. 괜히 스트레스 받으면서 있는게 어찌 보면 무의미해서 이제 그냥 3G로 올립니다.  축적분이 있어서 내일 아마 몇개 더 올릴거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http://lkfar.tistory.com/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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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와서 처음 겪는 불면증이다.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에 오고 방에 나혼자 있으니 한국 생각이 났나? 아니면 오늘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는 노파심 때문이었을까.


한국에서는 다음날 중요한 일이 잡히면 그날 밤은 거의 못 잔다고 봐야 한다. 약간의 완벽주의와 집요함이 있다보니 일이 생기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머리가 돌아가니 잠이 올턱이 없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정도는 아닌데, 뭔가 심리적으로 잠시 한국에 갔다왔나보다. 아마 다른 게스트하우스로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이곳은 닭이 문제가 아니라 아들내미가 문제다. 어찌나 아침부터 괴성을 질러대는지, 아마 떼를 쓰는게 아닌가 싶다. 누구 아들인지 어느집 아들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계속 혼나면서도 악에 받힌듯 영혼 깊숙이에서 끌어오르는 진성 발성으로 악을 질러댄다. 어제도 그러더니, 아직까지 뭘 그리 혼나는 걸까.


어제 잠이 안오는 바람에 드디어 모든 사진을 내 방에서 홀로 외로이 주인을 위해 일하고 있는 나스에 백업완료하였다. 한인 게스트하우스가 다른건 몰라도 확실히 와이파이는 좋다. 이럴때 뭐든 더 해야한다. 아침에는 사진을 넣지 못했던 미얀마 여행기에 사진도 업로드했다. 라오스가 전반적으로 와이파이 환경은 좋은거 같지만 어떤 상황이 샐길지 알 수 없다.


잠이 안오니 오랜만에 목적 없는 웹서핑도 좀 하게 되고 아이유의 신작이 있음을 발견한다. 김수현과 공효진, 차태현이라니. 아이유를 개인적으로 가수로 좋아하지 배우로서는 관심 없지만 그래도 이 조합이면 망하지는 않겠다. 드디어 동남아에도 아이유의 매력이 전파될것인가. 한국 가면 몰아서 한번 싹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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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버스고 8시반까지 준비를 해두라고 했으니 7시에 일어나서 짐을 좀 싸고 아침을 먹으러 나온다. 오늘은 긴 시간 이동이 준비되어 있으니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중간에 휴게실에서 밥을 먹을 수는 있겠지만 이동할때는 왠만하면 제대로 식사를 안하다보니 이번 아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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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반인데 식당들이 아직 준비가 덜 됐다. 이 시간이면 아침 손님 받을 준비가 끝났어야 하지 않나. 큰길로 걸어가다 열린 식당이 하나 보이길래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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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에는 특히 좌식 식당이 많다. 이곳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서양인들은 양반다리를 하고 앉지 못하던데 이런게 많은 이유를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가장 편한 자리다.


2만킵 짜리 조식세트와 5천킵 커피를 한잔 시킨다. 생각해보니 카톡 계정이 끊긴 후에 부모님에게 연락을 안했어서 번호로 연결을 하고 어제 뛰어내리던 오징어 사진과 걱정말라는 메세지를 보낸다. 사진을 보시더니 나보고 말랐단다. 저게 어찌 마른거로 보이나요. 역시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은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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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은 샌드위치의 구성품을 따로 주니 알아서 합체해먹으라는걸까. 빵과 베이컨, 계란 그리고 각종 야채가 따로 나온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곳은 바게트가 굉장히 많이 보인다. 일단 바게트 가운데를 칼로 잘라서 주어진 재료들을 다 쑤셔넣는다. 그리고 캐찹을 뿌리고 크게 한입 베어서 뜯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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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으로 나쁘지 않다. 야채, 고기, 그리고 계란까지 들어가 있어서 영양도 조화롭다. 커피와 함께 마지막 한입까지 싹 다 정리한다. 배가 든든한게 마음에 든다. 여행은 근본적으로 체력을 소비하는 활동이니 연료인 밥을 잘 채워줘야 한다.


숙소로 돌아오니 여기저기 청소중이시다. 방으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한다. 짐을 정리할때 보통 뭘 가방에 넣는지를 체크하지 않고 그냥 다 쑤셔넣은 다음에 방 곳곳을 보며 안넣은게 있는지 확인한다. 방에 내 물건이 안보이면 다 넣은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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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반이 되자 가방을 짊어진다. 여기는 몇일 안있었지만 은근히 정이 들었다. 조용한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대행사장님의 풍성도 무척 좋았다. 잠시 집에 왔다가는 듯한 기분이다. 물론 그러하기에 불면증도 따라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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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잠시 앉아있으니 뒷문쪽으로 미니버스가 한대온다. 왠일로 시간을 딱 맞춰왔다. 대행사장님이 안보여서 찾으니 안쪽에서 나오신다. 여기서 편안한 시간 잘 가졌습니다. 인사를 하니 버스 타는 곳 까지 나와서 배웅을 해주신다. 여기 계속 이곳에서 방비엥을 지켜주고 있으면 좋겠지만, 이틀동안 손님이 나 하나뿐인거 보면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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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올라타니 사람들이 꽤 많다. 슬쩍 보니 한국인 여성분도 두어명 보인다. 일단 조용히 앞자리에 앉는다. 여기 오는 차편에서는 부단히도 떠들었었는데 왠지 오늘은 수면부족에 피곤하기도 해서 조용히 가고 싶다. 책 좀 보다 잠들었으면 좋겠지만 버스에서 잠든적이 손에 꼽을 정도라 크게 기대는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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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태운 미니버스는 다른 여행자들을 태우고자 방비엥 시내를 한바퀴 돈다. 덕분에 마지막으로 시내를 눈에 한번 담을 수 있게 된다. 어제 온듯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여전히 길거리에서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고 있고, 어제 과음한듯한 서양인 여행객들은 아침을 먹으며 속을 달래고 있다. 역시 이곳도 나 하나 있고 없다고 해서 변화는 없다. 하지만 나에게도 이곳은 정을 준 곳이 아니라 즐긴 곳이기 때문에 쿨하게 이별한다. 오래 머물렀던 방비엥이지만 내 본처 자리를 밀어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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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기름을 채우더니 이제 드디어 길에 오른다. 길 양쪽으로 라오스의 절경이 이어지지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서 그다지 감동이 없다. 좋은 자극이든 나쁜 자극이든, 모든 자극은 익숙해진다.


6시간 정도 가는 이동이니 시간이 많다. 일단 라오스에서의 일정을 한번 잡아볼까 싶어서 여권을 꺼내 비자 만료시기를 본다. 6월 6일 만료니 9박이 남아있다. 생각보다 길지 않다. 물론 연장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번 여행을 두달 이상 끌 생각은 없다. 베트남 15일을 생각한다면 라오스는 15일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북부로 베트남으로 넘어가는 길이 있지만 확실하게 알아보지 못했다. 다니면서 알아볼 생각이다. 그렇다면 조금 여유를 두고 북쪽으로 이동하는게 좋다. 루앙프라방은 1박 혹은 2박만 해야겠다. 물론 도착하고 결정할 게획이다.


라오스는 소들이 길을 잘 먹는다. 경적을 울려도 피하지 않기에 차가 알아서 피해가야 한다. 지금까지 라오스의 이미지를 5단어로 표현하자면, 소, 나비, 산, 강, 바게트이다. 뭐 아직 진정 라오스를 안다고 하기에는 방비엥만 있었기에 부족하다.


아저씨 근데 너무 과속하시는거 아니에요? 커브에서 속도도 안줄이시고 마구 달리신다. 먼길인건 알지만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는 않다. 눈치 안채게 조용히 안전벨트를 맨다. 언제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출발한지 얼마 안되서 화장실을 가라고 차를 세운다. 한시간도 안지났구먼 뭔 벌써 화장실이냐. 어쨌든 사람들이 내리니 길을 비켜준다.


여자분들하고 인사를 한다. 방비엥을 떠나서 그런지 이 버스에서 한국인은 나랑 이 둘이 전부다. 비율적으로 확실히 줄어들었다. 7일 여행을 오셔서 비엔티안, 방비엥, 그리고 루앙프라방을 보신단다. 나쁘지 않은 일정이다.


이 아저씨 우리 화장실이 아닌 자기 식사를 위해 멈춘듯 하다. 아침은 좀 먹고 오지, 게으르시다. 아저씨가 밥을 다 먹을때까지 기다려준다.


다시 출발이다. 산을 올라가는지 길이 커브가 많고 험난하다. 이 아저씨 이니셜디 광팬이신가보다. 뭔가 배경음악으로 이니셜디 OST가 들리는듯 하다. 커브 진입속도를 이만큼 올려도 타이어 마찰력의 임계치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이라고 하고 싶으신지 엄청난 속도로 커브를 도신다. 원심력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은 목만 흔들리는 인형처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계속 왔다갔다한다. 지금까지 여행 중 가장 험한 길은 아니지만 가장 험한 운전은 맞다. 이 속도로 진입하면 전복되지 않을까 싶은데 또 문제 없이 잘 나오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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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나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 잠에는 장사 없다. 문득 눈을 떠보니 창문에 물이 번져 있다. 또 비가 오나? 밖을 바라보니 비가 아닌 구름이 나와 눈높이를 같이 하여 사방으로 펼쳐져있다. 그렇게 운무를 지나가는 경험도 한다.


산꼭데기에 오르더니 차를 잠시 세우신다. 이번에는 또 뭐지? 갑자기 "포토포토!"라고 외치신다. 이런 포토타임 서비스까지 있다니 나름 낭만적인 이동이다. 다 같이 내려서 사진을 찍는다. 구름에 반쯤 가려진 라오스의 자연은 상상한것 만큼 웅장하고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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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이다. 또 엄청난 속도로 드라이빙을 즐기신다. 하지만 중간에 속도를 줄여야 하는 구간이 있는지, 한번씩 또 많이 느리게 이동하신다. 나름 베테랑 같아서 조금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안전벨트는 잊지 않는다.


이 아저씨, 운전도 험하게 하지만 참 자주도 쉰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운전을 과격하게 하려면 집중이 필요하니 자주 쉬어주는게 좋을듯 하긴 하다.


이번에도 또 쉬는가 싶었는데 표지판을 보니 루앙프라방에 도착하였다. 오늘 오후 3시나 도착할 줄 알았는데 1시 조금 넘어서 도착하니 당황스럽다. 그렇게 빨리 운전하더니 역시나 빨리 목적지에 당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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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시에 오니 또 어리둥절이다. 한달을 여행했건 일년을 했건 새로운 도시에서는 다 초짜가 된다. 다른 점은 당황하지 않는다는거다. 뭐든 길은 열리게 되어 있다. 급할 것도 없으니 쉬엄쉬엄 분위기 파악부터 하면 된다.


같이 타고온 처자 두명하고 같이 여기가 어디인지를 고민해본다. 3G가 안잡혀서 지도를 보며 파악이 불가능하다. 일단 그 두분이 여행 책자가 있어서 같이 보면서 여기저기 물어본다. 대충 알아보니 여기가 시내 중심까지는 약 5키로 떨어져 있고 뚝뚝을 타면 인당 2만킵을 달라고 한다.


뭐 많은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네고를 좀 해본다. 뚝뚝을 9명 가득 채우면 15,000킵으로 협상한다. 사람 채우는거야 뭐 여기 사람들 모으면 금방이다. 그때 마침 미니버스가 한대 더 도착하고 그 안에서 한국인들이 우루루 내린다.


처자들하고 아는 사인가보다. 방비엥에서 같이 어울린듯 하다. 잘됐다. 내리자마자 이리저리 얘기해서 전부 합류시키니 딱 9명이다. 조금 더 협상해볼까 싶지만 나쁜 가격 같지 않아서 그냥 다 같이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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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없이 올라타고, 뚝뚝이 출발하고 나서야 인사를 한다. 내 앞에는 한 어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여행자가 있다. 물어보니 어머니와 아들이란다. 보고 있나 한여사. 다른 어머니들은 저리 잘 다니는구먼 왜 우리 어머니는 이리 겁을 먹는지 모르겠다. 효도 한번 하기 힘들다.


5키로라더니 금방 내린다. 내리고 나니 다들 나를 바라본다. 라오스에는 이상하게 장기 여행자가 없어서 내가 좀 튀게 된다. 다들 나만 따라가면 사기는 안당할거 같다고 한다. 하긴 같은 버스를 다 10만킵을 주고 왔단다. 난 8만킵을 주고 왔지만 2만킵 정도는 뭐 그럴 수 있다. 그정도를 아끼고자 단기 여행자가 가격을 물어보고 다니는게 오히려 사치다. 시간과 돈 어떻게 더 희소한 자원인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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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들 커플과, 처자 두분은 호텔이 같은거 같다. 뭐 딱히 할일도 없고 동네 분위기도 볼겸 한바퀴 돌려고 했으니 이들을 따라가본다. 어미니와 대화도 하면서 뒤에서 따라간다. 어머니와 함께 하고 있다니 아들도 뭔가 마음에 든다.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다.


조금 걸어서 호텔에 도착한다. 딱 보기에 내가 머물 곳은 아니다. 처자분은 예약 변경을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며 영어지원을 부탁한다. 스탭에게 물어보는데 오히려 영어를 너무 제대로 하면 못 알아듣는다. 콩글리쉬가 동남아에서는 더 잘 통한다.


이분들은 대략 40$ 이상을 내고 예약했다. 혹시나 싶어 물어보니 나한테는 35$에 주겠단다. 나에게는 의미 없는 할인이다. 건물을 보는 순간 이곳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알겠다고 한다.


이분들이 체크인을 끝내고 나도 떠날 시간이다. 여행 다니다보면 정말 짧은 시간임에도 정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는 어머니를 봐서 마음이 갔나? 뭔가 정이 많이 간다. 저녁이라도 같이 먹자고 할까 하다가 지금 시간도 이르고 연락할 방법도 없기에 그냥 인사하고 헤어진다. 좁은 동네니 인연이 되면 자연스레 만나게 되겠지. 어머니는 특히나 안전한 여행하세요.


이제 내 숙소를 찾을 차례다. 이분들을 따라오며 슬쩍 봤더니 이 동네 구조가 대충 파악된다. 강가를 중심으로 비싼 곳이 있는거 같고 그 건너편이 여행자 골목,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게스트하우스들이 배치되있는거 같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중심에서 멀어질 수록 가격도 내려가겠지.


어제 검색해서 한군데를 봐놓긴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냥 대충 여기저기 기웃기웃거린다. 몇군데 가격을 물어보니, 이곳 저렴하지 않다. 팬방이 왠만하면 10만킵이다. 방비엥에서의 에어컨방 가격이다. 시실리 도미토리가 3만킵인걸 생각하면 차이가 꽤나 크다.


여기서 비싼 곳에 머물 생각은 전혀 없다. 수영장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조금의 편리를 위해 돈을 쓰는건 사치다. 이제는 대충 가격을 알았으니 좀 허름한 곳 위주로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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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한 곳에서 5만킵을 처음 듣는다. 5만킵이면 방비엥에서 두번째 묵었던 그곳과 같은 가격이지만 여기서는 제일 저렴한 가격이다 .화장실이 외부에 있는 팬방이란다. 어쩌지? 화장실이 밖에 있는걸 개인적으로 좀 싫어하긴 하지만 일단 방을 보여달라고 한다.


방은 그냥 예상한데로 죄수 수용소 같다. 하지만 나름 깔끔하고 무엇보다 여사장님이 친절한게 마음에 든다. 그리고 화장실이 외부라지만 딱 보니 나 혼자 있는거 같다. 어제 도미토리에서 그 큰방을 혼자 독차지했듯이 이곳도 아마 혼자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분위기를 보니 더 할인이 안될거 같지만 그래도 버릇처럼 한번 물어보니 역시 안된단다. 그냥 5만킵을 내고 하루 계약을 한다. 하루 있을지 이틀 있을지는 오늘 좀 둘러보고 생각해봐야겠다.


좀 쉴겸 리셉션에 앉아서 여사장님과 대화를 나눈다. 라오스 말을 몇개 물어봐서 리스트에 추가한다. '나'는 '코이', 이름은 '슴'이다. 방비엥에서 만난 태국 애들이 '나'가 '라오'라고 했는데 그건 여성들만 쓰는거라고 알려준다. 이것들 지네가 여자라고 나한테 그걸 알려주면 어쩌니.


벨기에 친구 기욤이 나한테 몇일 안있을건데 언어를 자꾸 왜 배우려하냐고 물었었다. 언어는 문화와 연관이 크다. 언어를 알아야 문화를 알고 문화를 알아야 언어를 한다. 게다가 배울려는 그 자세 부터가 현지인들의 마음을 열게 한다. 단순한 몇마디 말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것도 물론 무시못한다. 숫자를 익힌 후에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꼈음을 몸서 체험하고 있다.


이것 저것 하다보니 벌써 2시가 넘었다. 밥을 먹어야 한다. 여사장님한테 인사를 하고 거리를 또 거닐기 시작한다. 아마 오늘은 계속 거닐게 될것 같다. 도시는 발로 익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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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보자마자 시장처럼 보였던 곳이 있는데 거기부터 가보니 또 바게트 샌드위치다. 여기도냐. 게다가 아침에 이미 먹고 왔기에 여기는 패스한다. 메인 길을 다녀보는데 이곳은 현지 현지식당보다는 유럽음식점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가격도 꽤나 비싸다. 여기 그냥 내일 떠나야 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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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보니 강가로 왔다. 강가에 포장마차식으로 펼쳐져 있는 식당이 있기에 슬쩍 메뉴를 보니 나쁘지 않다. 일단 뭐라도 먹어야겠기에 들어와서 앉는다. 강가라 그런지 불어오는 바람이 꽤나 시원하다.


2만킵 국수와 1만킵 오바틴차를 주문한다. 비엔티안 말고는 어디든 음식 가격이 비싸다. 저녁을 제대로 먹을까 싶어서 점심은 그냥 때운다고 생각하고 저렴한 애들로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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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나왔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더니 퀄리티가 안좋다. 좀 짜게 하고 고수를 써서 맛을 가리고 있지만 깊은 맛이 안느껴진다. 국수에서는 육수가 생명이거늘. 어차피 큰 기대 안하고 있었던지라 영양분이라 생각하며 먹는다.


다 먹고 잠시 앉아 있다 일어난다. 이 동네가 아직까지 정감이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첫날이니 여행자로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자. 한바퀴 돌면서 네 매력이 뭔지 한번 찾아봐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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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를 따라 쭉 걷는다. 루앙프라방하면 유네스코에 등재된 곳으로 유명한데 난 건축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그렇다. 원목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게 이쁘다면 이쁘지만 우리 한옥이 진짜 백배는 더 이쁜거 같다. 이게 아니라면 루앙, 넌 다른 어떤 매력이 있는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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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따라 식당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비수기라 그런지 사람은 그다지 없지만 꽤 맛있어 보이는 곳도 많다. 아까 거기서 먹지 말고 좀 더 들어와서 먹을걸 싶다. 뭐 저녁이 있으니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한번 제대로 먹어볼까나.


강가에서 한 스쿠터가 멈추더니 나한테 인사를 한다. 누구지? 자세히 보니 아까 뚝뚝을 타고 왔던 분들 같다. 바깥쪽에 앉으셔서 나는 잘 못 봤지만 내 인상은 워낙 강하니 먼저 알아봐주신거 같다. 역시 사람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스쿠터를 대여하셨길래 얼마냐고 물어보니 15만킵이란다. 방비엥이 4만킵이었는데 이 터무니 없는 가격은 무엇이란 말인가. 여기서는 스쿠터를 대여할 일은 없지 싶다. 두분은 아직 숙소를 찾으신다기에 보내드린다. 차마 내가 잡은 숙소를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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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가다 강가길을 벗어나서 메인길로 들어가본다. 사원이 하나 있는듯 하지만 태국, 미얀마, 그리고 앙코르와트까지 본 지금 사원은 왠만해서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 시장길이 쫙 펼쳐져 있는 것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이 동네의 매력은 모르겠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


일단 좀 씻고 쉬다가 저녁에 다시 나와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도 봤던 뚝뚝기사가 자꾸 따라오며 흥정을 한다. 난 가만히 있는데 볼때마다 조금씩 저렴해진다. 이곳에 유명한 콴시폭포를 보러 갔다오는데 인당 3만바트까지 내려갔다. 5명이 채워지면 간단다. 혹시 몰라서 일단 얘기를 들어보고 아저씨의 마수에서 벗어난다. 방비엥에서 좋은 곳을 많이 봤더니 여기 호수가 좋을려나 싶기도 하지만 또 태국여인 팸이 페이스북으로 꼭 한번 가보라고 나한테 얘기를 한거 보니 땡기기도 한다. 고민해봐야겠다.


숙소로 향하는데 멀리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거참 작은 동네라지만 이리 쉽게 만날지는 몰랐다. 아까 같이 왔던 그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두 처자다. 처자들은 내가 말을 거니 깜짝 놀랜다. 가까이까지 왔을때도 현지인줄 알았단다. 그래... 그래...


이 일행들은 자전거나 스쿠터를 빌려서 돌아다닐 생각이라고 한다. 역시 부지런하구나. 문득 아까 뚝뚝이 5명 기준으로 얘기한 생각이 난다. 내일 혹시라도 갈려면 혼자서는 좀 힘들고 이 사람들하고 같이 가면 서로 편할 수도 있겠지 싶다. 이번 여행 들어서 진짜 처음으로 내일 일정을 같이 하기를 권해본다. 야, 나도 많이 변했다. 병적으로 혼자 다니기를 원하더니 이제는 그런 집착도 좀 벗어나나보다.


나를 흥정의 도사로 보고 있는 분들인지라 내 제의에 좋아하신다. 내일 오전에 어떤 사원을 보고 오후에 폭포를 생각하고 계셨다고 해서 그러면 사원을 보시고 오후에 내가 합류하는건 어떤지 묻는다. 앙코르와트 이후 사원은 어디든 그다지 안 땡긴다. 오전에 아침 먹고 강가에서 쉬다가 폭포를 보러 가면 될듯 싶다.


일단 그 자리에서 못 정해서 카톡 아이디를 받아놓는다. 난 아직도 내 카톡 계정을 연결 못했다.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전에 번호를 모르면 안된다는 정말 원론적인 대답이 왔다. 그런 대답을 원하면 굳이 개별문의를 왜 할까나. 한국 가서 직접 얘기하든지 해야 풀릴듯 하다.


이분들은 오후 관광을 즐기시라고 하고 나는 숙소로 돌아온다. 돌아와서 방에 들어오니 뭔가 '윙'하는 소음이 들린다. 창문을 여니 바로 바깥에 물탱크가 있다. 이거 뭔가 신경쓰일듯 해서 여사장님한테 가서 방을 옮겨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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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옮긴 방에 짐을 풀고 충전을 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방에 콘센트가 없다. 내가 살다 살다 전원 꼽을 곳이 없는 방은 처음 본다. 살짝 확당한 웃음을 짓고 다시 가서 사장님한테 말씀드린다. 사장님 길다란 전원 연장선을 꺼내서 화장실 앞에 꼽고 방으로 이어주신다. 그래, 전원만 있으면 됐지 방식이 뭔 상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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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비싼 동네는 방이 문제다. 만약 내일 투어를 하게 되면 이곳에 하루 더 있어야 할듯 한데 원래 목표했던 도미토리로 옮길까 고민된다. 헌데 또 먄약 내일 투어를 하면 여기는 그냥 잠만 자는 곳이라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일단 너무 더워서 샤워를 하러 간다.


방을 옮겨서 샤워실이 가까운건 좋다. 옷을 벗고 물을 트니 물이 안나온다. 설마, 그래도 물은 나오겠지. 샤워호스를 머리 위로 올리면 물이 안나오고 허리쯤으로 내려야 졸졸졸 시냇물처럼 나온다. 압력이 낮은듯 하다. 가지가지한다. 그래도 어쩌겠냐. 씻기는 씻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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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터미네이터가 된다. 미래에서 현재로 온 터미네이터가 나체로 있던 그 모습 그대로 샤워기를 머리에 댄다. 그래야만 머리를 감는 것이 가능하다. 여행하면서 왠만한 상황은 겪어본거 같지만 이건 또 신선하다. 이따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도미토리를 무조건 알아봐야겠군 속으로 오만번 다짐하며 겨우 샤워를 마친다. 샤워하기가 이리 힘들었다는 것을 처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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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낮시간이라 그런지 방이 덥다. 선풍기를 세게 틀어나도 덥다. 마오네부터 치앙마이, 방비엥까지 항상 동네에 입성해서 처음 가는 게스트하우스는 안좋았지만 이곳은 그중에 으뜸이다. 왜 계속 기록을 갱신하는걸까. 밤에 덥지만 않기를 기원해본다.


페이스북으로 시포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들이 메세지를 보냈다. 방콕에 왔다고 그날 사진을 보냈다. 사진을 보자마자 빵 터진다. 이것들이 내가 술 취해서 뻗어있는 그 뒤로 온갖 기념 사진들을 찍어놨다. 이런 굴욕이... 다음에 혹시 보게 되면 술 잘마시는 친구 하나 데리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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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같이 있었을뿐인데 이 친구들은 왜 이리 정이 많이 가는지 모르겠다. 여행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마음이 간다. 시포에서 만나서일까. 아님 이 친구들도 내가 시포를 좋아하게된 원인일까. 여행지에서의 인연은 하루가 한달과 같다. 언제 한번 꼭 다시 보고 싶지만 인연이 닿을지 몰겠다. 자기의 하나 부족한 손을 부끄러운게 아닌 자랑이라고 얘기하던 알봉과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강남스타일을 추던 요한.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그리운 사람이 생기긴 했다.


좀 쉬다 7시쯤 나온다. 낮의 그 총각에게 카톡을 보내놨는데 아직 답장이 없어서 좀 기다리다 나갈까 하다가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그냥 나간다. 그나저나 유심 충전을 어제 했는데 왜 3G 연결이 안되는걸까? 미스테리다.


나오면서 화장실을 혹시 몰라서 재점검해본다. 물이 콸콸 잘 나온다. 어제 시실리처럼 안나오는 시점에 내가 썼나보다. 그냥 있을까? 잠시 고민하지만 일단 원래 찾아봤던 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본다.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한골목만 안으로 들어가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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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서양인들이 당구를 치고 있는게 여기는 좀 게스트하우스 냄새가 난다. 들어가서 얼마냐고 물어보니 도미토리가 4만킵이란다. 역시 도미토리라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어쩌지? 일단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운만 띄우고 결제는 안하고 돌아온다. 내일 상황 돌아가는거 봐서 옮기든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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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나서보니 몇시간 안에 다른 세상이 열려있다. 모든 거리 곳곳에 좌판대가 펼쳐져있고, 옷과 장신구 등 다양한 제품들과 각종 음식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흡사 치앙마이 선데이마켓에 다시 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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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보니 여기는 음식이 메인인가보다. 15,000킵에 십여가지 음식 중에서 한그릇에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을 담아서 먹을 수 있단다. 이따 이거나 먹어볼까?


알단 구경을 좀 더 하려고 나오다가 이건 그냥 넘기기 힘든 유혹 같아서 다시 돌아간다. 뷔페 한접시와 비어라오 작은 것을 주문하여 선불로 25,000킵을 준다. 그리고 음식들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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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담을려고 보니 왜 저렴한지 알겠다. 고기가 없다. 유일한 단백질은 계란과 두부이다. 일단 여기서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거리에서 소시지 꼬치 하나를 먹어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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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욕심 내지 않고 이것저것 먹을만큼만 담는다. 남기면 처치 곤란이다. 큰 기대 안하고 먹어보지만 기대를 안했음에도 맛은 부족하다. 역시 싼거 치고 좋은건 본적이 없다. 매번 겪는 진리다. 그래도 남기지 않고 한그릇을 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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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로 나가는 길에 남은 맥주를 들고 소시지 꼬치를 1만킵에 하나 산다. 먹어보니 이것도 별로다. 오늘 식사는 망했다. 한번 먹으면 배불러서 더 못 먹는데, 선택들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난 절대 음식은 버리지 않는다. 약간 역겨울정도로 먹기 힘들지만 걸어다니면서 꾸역꾸역 다 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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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마켓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축소판인 여기를 좋아할리가 없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돌아다닌다. 혹시 아까 그 일행을 만날려나 싶어서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하지만 찾는 사람을 찾은 적은 없다.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찾지 않은 사람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다.


저 앞에 저 여자, 낯이 익은데 누구지? 옆에 서양 남자를 보는 순간 반가움에 소리치려고 한다. 하지만 팸이 먼저 나를 보고 "리!"라며 소리를 지른다. 루앙프라방에 있는건 알고 있었지만 약속 없이 여행자들을 이리 만나는건 참 익숙해지기 힘들다. 이들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만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길에 서서 대화를 좀 나눈다. 이들은 내일 배를 타고 태국 국경으로 간단다. 나도 여기서 배를 타고 북부로 갈 계획이니 방향이 정 반대가 되는 셈이다. 팸 한손에 과자가 잔뜩 들어있는걸 보니 숙소로 돌아가는 길인가보다. 그 봉지에 역시나 맥주는 없다.


둘이 오봇한 시간을 보내라고 악수하며 떠나보낸다. 좋은 인연이지만 지금 술 한잔을, 그렇다고 차 한잔을 하기 다 애매하다. 아마도 이들과의 인연은 여기까지일거다. 문득 둘 사이는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지지만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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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끝까지 쭉 가본다. 하지만 역시 내가 관심 있어할만한건 없다. 동남아를 돌다 보니 이제 시장, 사원 등 자주 보이는거에 무심해졌다. 지금은 오로지 자연과 음식만이 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제 돌아갈때가 된건가. 그래도 남은 라오스와 베트남이 자연 경관으로 유명한 곳들이라 다행이다.


여기 끝까지 온 김에 아까 그 친구들이 머물던 숙소에 가서 이름을 알아온다. 아까 카톡 친구추가가 잘된건지 햇갈려서 혹시 연락이 안되면 아침에 이쪽으로 전화를 해보든가 해야겠다.


한시간 정도를 돌아다니니 지친다. 아무래도 루앙푸르방은 나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만약 내일 투어가 아니라면 바로 떠났을지도 모르겠다. 내일 오전에 북쪽으로 가는 배편과 버스편을 좀 알아보고 오후에 그래도 팸이 극찬했던 폭포를 좀 구경하고 이곳에서의 마무리를 해야겠다.


오늘 땀 흘린거에 비해 수분 섭취가 부족한듯 해서 돌아오는 길에 1만킵에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쥬스를 하나 사서 마신다. 바나나를 괜히 넣었다. 식이섬유가 강한 바나나를 넣으면 음료가 청량감이 떨어지고 텁텁해진다. 오늘 저녁에 시도한 음식은 모두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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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샤워부터 한다. 물이 콸콸콸 나오니 너무 행복하다. 있다가 없으면 그 소중함을 안다고 이런 작은 거에 감동하게 된다. 터미네이터 샤워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곳을 떠나지 않아도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잠자는 것을 보고 결정하자.


여기 와이파이는 창문에 딱 붙어야 그나마 속도가 나온다. 그래도 사진까지 올릴 수 있을려나 모르겠다. 안되면 내일 밥먹으러 와이파이 잘 되는 곳에 가서 올리지 뭐.


방비엥에서 신나게 놀다가 루앙프라방에 떨어진 후 부터 뭔가 기운이 영 없다. 이런 곳은 머물면 안된다. 유네스코 마을이고 유명한 사원이고 간에 여행지는 궁합이 맞아야 한다. 내일 하루 사람들과 어울리고 진정한 내 목적지인 북쪽으로 떠나보자. 그래도 몸은 피곤해서 오늘 밤은 잠이 잘 들지 않을까 싶다.
1 Comments
깨몽™ 2015.05.31 16:55  
!!!
무릎을 치며 잘 읽었습니다.
방금 비가 쏟아졌네요. 좀 시원해졌습니다.

루앙남타 쪽에서 왔는데 저도 아래 쪽이 무지 기대(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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