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34 (Vang Vi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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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34 (Vang Vieng)

아랑다리 0 1708
방비엥 괜찮네요.

업로드 하는데 2시간. 졸려 죽는줄 알았습니다. 내일 바쁜 하루니 빨리 자야겠습니다.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http://lkfar.tistory.com/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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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비싼 숙소가 그다지 의미 없는게 여기나 어제 기차나 잘 잔건 매한가지 같다. 에어컨은 있으면 좋지만 새벽에는 좀 추워서 끄기 위해 일어났다가 다시 더워지면 켜기 위해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는데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언제나 그렇듯 5시에 일어나지만 이곳도 해돋이를 볼 곳은 아니기에 6시반이 지나서야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을 먹어야 한다. 아침을 먹어야 몸에 힘이 들어가고 하루에 활기가 생긴다. 고맙게도 아침부터 신호가 오기에 근심부터 해결한다. 어느순간부터 동남아식 비데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은근히 좋다. 날씨가 워낙 더운 이곳인지라 깔끔하게 해결해야 뒷탈(?)이 없는데 물로 씻는것만큼 깔끔한게 어디있겠나. 좀 더러운 얘기일수도 잇지만 언제나 얘기하듯 여행에서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덕분에 오늘 하루도 깔끔하게 시작한다.


나가기 전에 누워서 이것저것 검색 좀 해본다. 오늘 이곳에 머문다면 어디를 갈지, 또 떠난다면 어떻게 할지를 구상해본다. 좀 보다가 '므앙응오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딱히 특별한건 없지만 조용한 동네라는게 마음에 든다. 오늘 바로 가볼까? 구글 지도를 열고 검색해보니 그건 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라오스의 북부동네라 여기서는 좀 멀다. 헌데 그곳을 생각하니 동선이 그려진다. 제일 가까운 방비엥, 그 위에 루앙프라방, 그리고 북부 도시들까지 한줄로 쫙 그어진다. 하나씩 거치면서 북부로 가고, 그쪽으로 향하면 베트남도 가까워지니 육로로 베트남으로 넘어간 후에 베트남 북부를 돌다 하노이에서 서울로! 이 코스가 최적이라는 느낌이다. 좋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그냥 방비엥으로 떠나볼까? 어제는 좀 고민했지만 결정은 항상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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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엔의 새벽거리는 다른 동남아 도시들에 비해서 꽤나 조용하다. 아 오늘이 일요일이라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또 요일 감각을 잊었다. 노여사가 지금 여행 중이라는 사실에서 주말임을 상기해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식당들도 다 아직 셔터를 열지 않고 있다. 이거 아침 먹을 곳이나 있을런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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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걷다보니 거리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영업중인 곳을 발견한다. 어제 저녁에는 못 본듯 한게 아마 아침에만 잠시 영업하시는곳 아닌가 싶다. 이런 저렴하고 가까운 곳은 환영이다. 보아하니 죽과 국수가 있기에 죽을 달라고 하고 얼마냐고 물어본다. 뭐라 하시는데 라오스말로 하셔서 모르겠다. 아 숫자도 빨리 외워야겠다. 어리둥절하며 보고 있으니 만킵짜리를 한장 꺼내서 보여주신다. 만킵이면 얼마지? 1000원 조금 넘는 돈이다. 비싸지 않은데 자꾸 비싸게 느껴진다. 빨리 익숙해져야지.


앉아있으니 곧 그릇에 뜨끈한 죽을 담아서 가져다주신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이것 저것 넣어서 먹기에 나도 그럴까 하고 눈치를 보고 있으니, 앞에 앉은 다른 남자가 이것저것 내게 넘겨준다. "꼽사이"라고 감사를 표하고 주신 것들을 넣어본다. 레몬을 짜서 넣고, 설탕을 조금, 후추를 적당히, 그리고 마늘을 말려놓은거 같지만 뭔지 모를 건더기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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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섞어서 먹어보니 이 맛은 익숙하다. 빠이에서 아침에 먹었던 그 죽과 거의 흡사하다. 하긴 죽이 죽이지 뭔 큰 차이가 있겠냐. 다만 여기는 뼈가 붙어있는 잡다구리한 고기 건더기들이 꽤나 많다. 심지어 선지도 보인다. 동남아에서 선지는 처음 본다. 원래 이런 소위 특수부위를 좋아하기에 맛있게 먹어준다.


다 먹고 버릇처럼 그릇을 정리해서 가져다드리고 만킵을 공손하게 드린다. 내 공손함에 비해 시크하게 받으시지만 하루 본 거니 뭐 어쩔 수 없다. 한 곳에 정착하고 단골을 만들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야 이 사람들도 마음을 연다. 어서 빨리 라오스에서도 '시포' 같은 곳을 찾고 싶다.


어제 버스표를 40,000킵에 판매하는 곳을 찾아나서본다. 문은 닫았겠지만 근처에서 커피라도 마시면서 기다리면 열겠지 뭐. 근데 아무리 찾아도 모르겠다. 분명히 이 근처였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내 길눈이 이리 어두웠던가? 45,000킵에 팔던 곳은 여행자거리 한복판이니 그냥 쉽게 발견한다. 안되면 이곳에서라도 사야겠다. 5,000킵하면 커보이지만 사실 600원 정도 차이다. 60,000킵을 달라는 숙소와는 다르다.


카페도 모두 문을 닫았다. 진짜 일요일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이곳의 아침이 늦게 시작하는건지 모르겠지만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지금 호텔 체크아웃이 11시던데, 버스표를 사야 마음이 안정되지만 어쩔 수 없다. 날씨도 약간 더워지고 일단 방으로 돌아온다. 9시쯤 다시 나가서 돌아다녀봐야겠다.


9시가 되서 나가니 숙소 로비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어제 그 어여쁜 여인 둘이서 가방을 다 챙겨가지고 있는게 아마도 버스를 기다리는듯 하다. 이들도 나를 보고 놀라며 여기 숙박했냐고 묻는다. 12달라면 괜찮은 것 같아서 묵었다고 얘기해준다. 여기 좀 돌아다니면서 물어보니 도미토리 아니면 12달라에 에어컨방은 사실 거의 못 찾을듯 하다. 나름 딜을 잘했다.


버스 기다리면서 방금 전에 어제 만났던 그 벨기에 총각도 만났단다. 내가 있었으면 중매 좀 섰을텐데 아쉽다 .싸움 구경과 연애 구경만큼 잼있는건 없다. 역시 여행 다니다보면 한번 마주친 사람은 다시 만나는 일이 흔하다.


이 친구들 혹시 버스표를 여기서 60,00킵에 구입한건 아닐까?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어제 35,000킵에 샀단다. 35,000?! 내가 어제 제일 저렴하게 본게 40,000킵인데 능력 좋다. 젊은 처자들이 제법이다. 당장 어디인지 물어보니 명함을 가져왔다고 하나 준다. 나도 저기를 찾아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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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어차피 같이 방비엥으로 가니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겠지. 어제는 간만에 만난 한국 일행에 내 흐름이 많이 영향 받았지만 지금은 괜찮다. 하루 자고 나니 다시 나만의 외롭고 쓸쓸하지만 자유롭고 자유로운 여행자로 돌아왔다.


이제 명함 하나 들고 이들이 찾았다는 이곳의 최저가로 예상되는 곳을 찾아간다. 어제 이곳을 몇바퀴 돌았더니 지도만 봐도 대충 감이 온다. 그다지 헤매지 않고 근처까지 간다. 어제 내가 봐뒀던 여행사도 발견하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지금 가는 곳도 문 닫지 않았을려나. 이름을 보니 게스트하우스라도 그러지는 않았을거 같다.


근처에 여행사가 하나 있기에 혹시 몰라서 물어보니 50,000킵이란다. 당황스럽군. 그냥 지나치니 바로 옆에 그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밖에 떡하니 35,000킵이라고 적혀있다. 그럼에도 바로 옆에 있던 그곳에서 50,00킵에 사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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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서 확인하니 맞다. 혹시 몰라서 에어컨 버스임을 다시 확인한다. 사실 서너시간 가는거라 큰 의미는 없지만 이왕이면 에어컨이 좋겠지. 2시 출발이고 내가 있는 타위게스트하우스로 1시에 픽업온단다. 11시에 체크아웃이니 짐싸가지고 나와서 점심 먹고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먹으면서 띵가띵가하고 있으면 딱일거 같다. 표를 소중히 지갑 안에 갈무리한다.


이제 어디로 갈까? 점심 먹기에는 시간이 이르고 숙소로 돌아가기는 싫다. 그러고 보니 어제 강 근처 한국 여행사에 들렸던 기억이 난다. 내 사정을 얘기하고 혹시 한국에서 돈을 송금하면 라오스돈으로 줄 수 있냐고 물으니 가능은 한데 시간이 늦으니 다음날 오라고 했었다. 시간도 남으니까 한번 들러볼까. 대충 하루 3만원으로 계산하면 30만원에서 40만원 내외면 충분할거 같다. 남은 200달라는 베트남으로 갈지도 모르니 비상금으로 남겨두자.


여행자거리를 지나서 쭉 강가쪽으로 걸어간다. 근데 여기 여행자거리는 맞을까? 딱 보아하니 그런 느낌이긴 한데 확인은 못해봤다. 뭐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여행자가 많이 오면 그게 여행자거리지.


강가 근처에 가니 여행사는 보이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아저씨, 왜 오늘 오라고 하셨나요. 뭐 어쩔 수 없다. 한국의 위성도시라는 방비엥에 가서 뽑지 뭐. 삼겹살 가게까지 문을 열었다니 한국 여행사는 분명 쉽게 찾을 수 있을거다.


남은 시간에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은데 적당한 곳을 못 찾는다. 그러다 메인 사거리에 있는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어제는 너무 비싸보여서 지나갔지만 오늘은 커피 한잔이니 괜찮을듯 싶다. 슬쩍 안에를 염탐해보니 에스프레소 머신도 보인다. 현지 커피도 좋지만 제대로 된 얼음동동 아메리카노도 한번 먹을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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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으니 여사장님이 유창한 영어로 뭘 드실거냐고 묻는다. 갑자기 유창한 영어를 들으니 당황해서 내가 버벅거린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아메리카노'를 영어로 얘기할때면 온몸이 느글거린다. 다른 단어는 영어식으로 굴려도 상관없는데 유독 '아메리카노'는 그냥 한국식으로 '아.메.리.카.노.'가 맞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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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기다리는데 여사장님 이번에는 뒤에 서양인과 유창하게 불어로 대화를 나누신다. 라오스 신여성이다. 불어도 엄청 유창하다. 과연 몇개국어를 하시는걸까? 외모도 나이는 적당히 있으신듯 하지만 한때 미모로 날리셨을거 같다. 어제 지나갈때 서양 홀아비 같은 여행자들이 잔뜩 있던게 이유가 있었다. 나도 동양 홀아비 여행자로 오늘은 합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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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가 나온다. 한모금 쭉 빨아보니 진정 아메리카노다. 아 좋아라. 라오스에서의 된장남이 된다. 사실 된장남이라고 하기에는 이 한잔이 12,000킵, 즉 2000원이 안된다. 그래도 제대로 된 아메리카노 한잔에 기분이 업된다. 입으로 전달된 카페인이 온몸을 돌고 뇌까지 전달되는게 느껴진다.


와이파이가 잡히길래 좀 해보니 속도가 꽤나 나온다. 이럴때 후딱 여행기를 올려야한다. 사진을 첨부해서 올려보니, 30장이 30분이 안되서 오류 한번 없이 올라간다. 어제 2시간동안 고생해서 올린게 억울해지는 순간이다. 라오스의 인터넷이 느리지 않다. 그냥 내 방의 와이파이가 느렸던거다. 빠른 김에 나스에 접속해서 백업을 좀 해보니 200KB/s가 나온다. 동남아에서 100KB/s가 넘는 것을 처음본다.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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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는데 선글라스를 머리에 이쁘게 꽂은 한국 여성 여행자들이 지나간다. 누군가 그랬다지. 멋부리면 한국 여행자라고. 사실 멋 부리는게 뭐가 잘못인가. 부릴 수 있으면 부리는게 좋다. 믿기지 않겠지만 나도 나름 최대한의 멋을 부린거다. 이 티셔츠와 바지를 괜히 산줄 아나.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거지로 보이겠지. 너희도 한달동안 7키로 가방만 들고 다녀봐라.


오랜만에 전달된 진성 카페인에 몸이 반응을 한다. 정신은 바짝 차려지고 손은 조금 떨리며 심장은 두근두근거린다. 이 느낌이 나름 좋다. 짐싸러 일어나야 하는데 뭔가 가기가 싫다. 이 카페 뭔가 느낌이 좋다. 분위기는 정말 다르지만 왠지 제주도 대평리에서 귤을 공짜로 주셨던 그 카페가 생각난다.


그래도 일어나야지. 15달라를 12달라로 네고했더니 제일 위에 4층을 줬다. 체크아웃 늦게 하면 또 뭐라고 할지 알 수 없다. 떠나기 싫어하는 무거운 엉덩이를 다그치며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방으로 올라가는 길에 스탭에게 12시까지 있어도 되냐고 한번 물어본다. 한시간 차이니 뭐 있어도 큰 상관없겠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모든 것은 확실하게 하는게 좋다. 역시 괜찮다고 한다. 꼽차이.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잠시 누워있는다. 혹시 모르니 샤워도 한번 더 한다. 언제나 할 수 있을때 해야 한다.


12시가 다가온다. 이제는 일어날때이다. 짐을 5분만에 싸버린다. 이거 근데 짐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냥 잡다구리 덩어리? 버스를 탈거기에 두 가방을 합체하지는 않고 각자 메고 방을 나선다. 이런 좋은 방, 앞으로 라오스에 있는 동안에는 다시 오기 힘들겠지. 그래도 두 여성 여행자 덕에 좋은 방에서 하루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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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와서 스탭에게 얘기를 하고 메인 가방을 로비에 놔둔다. 점심을 먹고 한시까지 돌아오면 된다. 비엔티안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숙소 바로 앞으로 정했다. 어제 보니 사람이 항상 많은게 꽤나 맛있어보여서 떠나기전에 꼭 가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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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많다. 현지인도 있고 서양인도 있고 한국인도 보인다. 마지막 식사로 잘 고른듯 하다. 메뉴를 보니 무슨 스프링롤 같은거에 야채를 같이 먹는 식이다. 2만킵이면 먹어볼만하다. 전통 쌈 같은거일려나? 뭔지 모르겠지만 동남아에서 많이 보이던 Ovatine이라는 음료와 같이 주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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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기다리니 롤과 야채를 가득 담은 접시를 같이 가져다준다. 야채는 익히 보던 상추와 마늘, 오이, 그리고 고추이다. 특이한점은 쌈에 밥이 아닌 면을 같이 준다. 같은 쌀이니 뭐 이리 먹으나 저리 먹으나 상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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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에 들어간다. 고추는 조그만하길래 혹시 안매운건가 싶어서 살짝 먹어보니 엄청 맵다. 큰일날뻔했다. 마늘은 마늘이고, 오이는 오이다. 쌈은 향을 맡아보니 상추도 있고 고수도 있다.


상추를 하나 잡고 고수를 뜯어서 넣는다. 고기로 만든 롤을 하나 올리고 면을 적당히 잘라서 올린다. 마늘과 오이, 숙주나물을 넣고 주어진 땅콩소스를 조금 같이 담는다. 그리고 크게 한입 벌리고 입안에 넣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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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조화가 괜찮다. 쌈에 롤을 넣는 것도 그렇고 면을 넣는 것도 그렇고 익숙하지 않아서 어떨까 싶었는데 의외로 맛있다. 거기에 고추를 조금 베어 먹으니 자극적인 매운 맛이 전달되며 맛이 완성된다. 이거 저녁에 왔으면 딱 소주 안주이겠다 싶다. 하지만 곧 이동해야 하기에 소주를 마시지는 않는다.


헌데 아침부터 이상하게 속이 부글거린다. 나 물갈이 끝난거 아니었나. 한달이 지났는데 또 왜 이런다냐. 라오스 물은 또 다를수도 있겠다 싶다. 어제 먹은 버블티와 지금 먹는 차 모두 차가운 걸로 먹어서 문제가 된다면 큰일이다. 짧다고 하지만 그래도 서너시간의 버스 여행에서 잘못하면 지옥을 맛볼 수도 있다.


밥을 먹는 앞에 한국 중년 남성분이 현지인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있다. 라오스말도 조금 하시는게 이쪽에 오래 사신 분 같다. 아까부터 현지인들한테 계속 한국말로 얘기하시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나가면서 한번 난리가 난다. 뭔일인지 모르겠지만 큰소리를 하시고 "씨X 씨X"이라고 욕을 계속한다. 뭔일일까.


여행지에서 안좋은 일이 생길 수 있지만 이럴때도 가능하면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다. 모두의 여행방식이 다르기에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게 맞다라는걸 얘기하는건 어불성설이지만, 기본적으로 대화를 통하면 어느정도 해결이 가능한다. 오해라는게 언어의 문제에서 올 수도 있고, 문화의 차이에서 올 수도 있다. 이럴때 어떻게 대처하는가도 그 나라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좋든 싫든, 나오면 정말 국민 모두가 외교관이 될 수 밖에 없다. 내가 진상을 부리면 개인이 진상 부린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이 진상 부린걸로 인식된다.


다 먹었는데 시간은 좀 남고 자리는 많기에 키보드를 피고 있으니 계산서를 가져다준다. 3만킵이다. 첫식사를 4만킵이 넘게 줬다는걸 생각하면 꽤나 괜찮은 가격이다. 5만킵을 주고 잔돈을 기다린다.


조금 기다려보는데 잔돈을 안겨자온다. 혹시나 해서 내 돈을 가져간 사람을 보니 그냥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아까 그분이 싸운 이유가 이거였을려나. 한국인은 당연하게 팁을 준다고 생각하는걸까. 하지만 그래도 3만킵 식사에 2만킵 팁은 말도 안되잖아.


결국 종업원을 불러서 잔돈을 안준다고 달라고 얘기를 한다. 알았다고 돌아가더니 자기들끼리 나를 보며 좀 웃는다. 아까 그분한테도 그러했었다. 뭐지? 살짝 기분이 나쁘지만 2만킵을 가지고 와서 넘어간다. 역시 싸움은 양쪽을 다 들어야 안다. 헌데 내가 이해한 상황이 맞는지도 확신이 없어서 기분이 나쁘기도 애매하다. 뭐 좋게 생각하자. 뭔가 오해가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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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좀 남아서 숙소에 가서 인터넷 하며 기다린다. 와이파이 신호는 가득이지만 속도는 느리다. 아까 카페가 그립다. 하지만 뭐 그렇다고 인터넷이 급하게 필요할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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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가 지나서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왠 쌩따우 같은 버스가 온다. 헉, 저걸 타고 가는건가? 좀 싸다 싶었더니 이런 쓰레기를 나에게 준건가. 그래, 싸게 샀으니 감수하자. 좋은 경험이지 뭐. 하지만 에어컨 버스라고 했는데...


내가 울상을 짓고 있으니 호텔 스탭이 이걸로 가는게 아니라, 이걸 타고 버스 타는 곳까지만 간다고 일러준다. 표정에 보였나보다. 아 다행이다. 한편으로는 저거 타고 고생하며 가도 좋은 경험이었겠다 싶었어서 아쉽기도 하다.


쌩따우에 올라타서 보니 모두 딱 봐도 한국인이다. 아 이제 드디어 방비엥행이 시작되었구나. 괜히 눈치 볼 거 없이 처음부터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어차피 방비엥에서는 한국인을 피할 수도 없고 또 굳이 피할 이유도 없는거 같다. 자, 모두 한국의 위성도시인 방비엥으로 떠나보자.


거의 다 직장인들이 짧게 4일에서 7일 휴가를 내고 온 사람들이다. 얼마나 꿀 같은 휴식일까. 하루하루가 의미하는 바는 나에게 보다 이 사람들이 클거 같다. 좀 얘기해보니 다 좋은 친구들 같다. 근데 이 좋은 아이들이 왜 다 남자들끼리 온거니. 그래, 이런데는 남자들끼리 와야 더 잼있는법이지. 그럼그럼.


같이 방비엥에 있으면 앞으로 계속 마주칠지도 모르겠다. 다 좋아보여서 같이 액티비티를 몇번 하는 것도 좋아보인다. 하지만 같이 일행이 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을거다. 난 하루하루의 여유를 목표로 하고 이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즐겨야 하니 목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어떤 인연이 될려나.


혹시나 해서 버스표는 얼마에 샀냐고 한번 물어본다. 10만킵에 샀다고 한다. 잘못 들었나? 두명이 10만킵인가? 그래도 인당 5만킵이니 좀 비싼건데... 근데 인당 10만킵이란다. 그것도 한팀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팀도 그리 샀단다. 이건 너무 차이나는데? 거의 사기 수준이다. 나는 얼마냐고 물어봐서 3만5천 킵에 샀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이미 지불이 끝난 거니 괜히 되새길 필요는 없을텐데. 아마 버스라도 다르겠지.


쌩따우는 한 10분 정도 가더니 진짜 우리를 데려갈 버스가 서 있는 곳에 멈춘다. 근데 큰 버스라더니 미니버스가 하나 달랑 서 있다. 미니버스가 더 비쌌으니 이건 저들이 타고 갈 버스인듯 하고 내 버스는 어디 있지? 물어보니 그냥 이걸 타란다. 같은 버스를 타는거란 말인가.


이러면 이들은 같은 서비스를 3배의 돈을 주고 산 셈이다. 이건 바가지가 아니라 사기 수준이다. 라오스가 한국인이 많이 늘더니 한국인을 상대로 좀 사기치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아까 식당에서의 경험이 이어지면서 조심해야 하는 나라로 인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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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맨 뒤에 자리를 잡는다. 한국인 남성 6명, 한국인 여성 2명이 앞쪽에 앉고 나와 맨 뒤에 돌 정도 지난 아기를 데리고 온 프랑스 부부가 앉는다. 잠시 대화를 해보니 아기는 18개월이고 운전석 옆에 앉은 장모와 장인어른을 모시고 3달째 여행 중이란다. 이 부부는 2년째 여행중이다.


서양에서는 이런 경우를 많이 본다. 아시아 사람들은 왜 나이가 들어서 이렇게 못 다닐까? 언제 한번 어머니를 모시고 배낭여행을 가고 싶어서 여쭤봤더니 질색하시면서 패키지도 힘든데 이걸 어떻게 가냐고 하신다. 이런 경험을 어머니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진심 아쉽다.


애기는 뒤에서 난리가 났다. 여기 왜 이리 덥다냐. 더위에 익숙해진 나도 이럴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정말 덥겠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그렇듯이 뒤에 앉아서 키보드를 편다. 하지만 워낙 길이 험해서 쓰는게 쉽지 않다.


조금 가다 차가 멈추더니 왠 꼬마 아이를 하나 태운다. 자리가 있을려나? 맨 뒤에 프랑스 남편과 양쪽으로 땡겨 앉으며 자리를 만든다. 버스로 이동할때마다 이런 경우가 한번씩은 있는거보니 여기 사람들 중 돈이 좀 있는 자들의 이동수단이 아닌가 싶다.


10살 정도 되는 아이가 내 옆에 와서 앉는다. 새로운 사람이 왔으니 또 한번 무읙적으로 인사를 한다. 아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영어를 아냐고 물어보니 모른단다.


잘됐따. 이 기회에 라오스말로 숫자나 배워야겠다. 보아하니 태국말고 숫자가 앞부분은 같다. 태국말로도 '능, 송, 삼, 씨'까지만 외웠던 지라 그 이후는 사실 같은지 아닌지 모르겠다.


영어가 안통해도 이정도는 배울 수 있다. 어리둥절한 아이한테 손가락을 짚으며 "능, 송, 삼, 씨"라고 하고 다섯번째 손가락에서 아이를 빤히 쳐다본다. 갑자기 이해한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나머지를 가르쳐준다. "능 송 삼 씨 하 혹 쨋 뺏 코이 십." 잘은 기억 안나지만 태국어와 같은거 아닌가?


자 기본을 익혔으니 고급 단계다. 십 이후 백, 천, 만을 물어본다. 돈의 단위가 크다 보니 그 이후를 알아야 사실 의미가 있다. 못 알아들어서 계산기 어플을 실행시켜서 보여준다. 이해한 소년은 교육을 이어나간다. "씹, 호이, 한, 믄, 샘." 대략 여기까지 익힌다.


다음은 응용이다. 계산기에 숫자를 하나 쓰고 읽으면서 맞는지 봐달라고 한다. '45975' 시믄하한코이호이쨋십하. 쉽지 않다. 반복 학습을 하면서 쵀대한 익숙해지려 노력한다. 몇번 스스로 한 이후 소년한테 문제를 내달라고 한다. 무료 현지 과외다.


좀 익숙해지고 나서 답례를 하기 위해 한국어를 가르치려 해본다. 처음에는 내가 뭐하는지 못 알아듣던 소년이 내 의도를 알아채고는 손을 절래절래 흔들면서 싫단다. 그래, 공부하기 싫겠지. 미안하다. 그냥 잠이나 자면서 가자.


책을 피고 읽고 있으니 이 아이 피곤한지 꾸벅꾸벅한다. 살짝 어깨를 들이밀고 머리를 내쪽으로 기대게 한다. 자연스레 기대서 자는 아이를 보니 귀엽다. 아이들은 국적불문, 참 순수하고 이쁘다. 하지만 길이 아이를 편히 잠들게 하지 않는다. 엄청난 덜컹거림에 아이가 깨고 만다. 잘 자고 있었는데 안타깝다.


아이는 여기서 내린다. 공짜는 아니고 얼마인가를 내고 내리는듯 보인다. 이별의 인사는 라오스말로 아직 안배웠기에 바이바이라고 해준다. 나를 보고 미소를 한번 짓고 소년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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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비엥에 많이 접근했나보다. 길이 고불고불해지며 산을 오르는 것이 빠이 가는 길을 연상시킨다. 앞에 친구가 핸드폰으로 지도를 보고 있길래 얼마 남았는지 물어보니 대략 한시간 정도 더 가면 도착할듯 하다.


어디서 자지? 혹시 몰라서 어디를 얼마에 예약하셨나 물어보니 강가에 9만원으로 예약을 했단다. 9천원이면 모를까 9만원은 나에게 3일치 예산이다. 그냥 홀로 또 가방 메고 게스트하우스 사냥을 다녀야겠다.


옆에 프랑스 아이는 한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잠들어 있다. 아 귀여워라. 일허게 어릴때부터 여행 다니는 애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라게 될까?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자유로움을 아는 아이로 자라게 될까. 나중에 혹시라도 자식을 낳는다면 어릴때부터 이런 자유로운 여행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버스에 앉아있는데 앞에 남자가 '방비엥 맛집'이라고 검색하는 것을 본다. 나도 모르게 여행지 맛집은 네이버보다는 TripAdvisor가 좋아요, 라고 얘기하고 바로 후회한다. 일단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하지만 남의 핸드폰을 보고 얘기한거고, 그걸 떠나서 무슨 내가 얼마나 안다고 남의 여행에 조언을 한단 말인가. 여행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고 하고서는 방비엥으로 오면서 나도 모를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봤자 고작 한달 여행했다고 말이다. 한심하다. 모든 여행자의 여행은 특별하며, 그가 겪는 실패 또한 여행의 일부분이기에 이런 참견은 정말 무의미한거다.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부끄럽다.


우리를 싣고 달리던 미니버스는 5시가 되어서 방비엥에 세워준다. 모두 내리라고 해서 내린다. 내려서 보니 내 앞자리에 분들은 이미 없어졌다. 다른 남자분들은 있기에 그분들과 프랑스분들과 인사를 나눈다. 나는 이제부터 게스트하우스 사냥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도시는 언제나 낯설다. 이곳이 어디인지, 어디가 메인 거리인지, 강은 어디있는지 도통 감이 안잡히다. 일단 가방을 멘 상태로 방향을 한군대 잡고 무작정 걸어본다. 이럴때는 발로 느낄 수 밖에 없다. 발이 아픈만큼 동네는 더 친숙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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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을 둘러싸고 있는 산이 굉장히 멋지다. 때마침 일몰 시간과 맞아떨어져서 산 뒤로 은은하게 번지는 노을을 감상한다. 온지 30분이 안됐지만 뭔가 매력이 풍부한 동네라는게 벌써 느껴진다. '사람이 많고 유명한데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라던 한 여행자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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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걷는데 너무 시골스러운 곳들이 나온다. 이곳이 맞나? 7만원짜리 핸드폰의 A-GPS는 자기 멋대로 위치를 표시해주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좀 가다보니 이곳은 너무 외곽 같다. 외국인을 처음 보는듯한 사람들의 표정에서 가던 길을 되돌린다. 반대 방향으로 가보자.


여기가 어딘지 도통 모르겠지만 일단 게스트하우스는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중에 적당한 곳을 들어가본다. 물으면서 다녀야 이것도 감이 잡힌다. 사장님 나를 보더니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바로 "꽃보다 청춘, 바로"라고 하신다. 방이 얼마냐고 하니 "십이만킵"이라고 대답해주신다. 동남아여행하면서 한국말 하는 현지인을 처음 만난 순간이다. 느낌상 이곳 사람들은 어느정도 한국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말 티비의 위력은 대단하다.


에어컨 방이고 좋긴 한데 12만킵은 너무 비싸다. 내 표정을 보더니 사장님 10만킵까지 해주겠단다. 그 가격이면 어제 비엔티안에서 묵었던 숙소와 같다. 여기 좀 유명해지더니 숙소 가격에 거품이 들어간듯 하다. 아무리 그래도 북부 시골 마을인데 수도보다 가격이 비싼건 좀 그렇다.

일단 나와서 또 걷는다. 걷는 것만이 답이다. 그런데 걷다가 "Sengkeo"라는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한다. Booking.com에서 이곳이 가장 저렴했기에 여기를 기준으로 돌고 있었지만 지도가 엉망이라 못 찾았는데 갑자기 내 눈앞에 나타난다. 이런거 보면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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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근데 입구에 공사판이 있고 안에 아이들만 놀고 있어서 게스트하우스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망했나? 만약 오늘 부킹닷컴에서 찾아보지 않았다면 망한 줄 알고 그냥 지나갔을듯 하다. 그래도 한번 들어가본다. 아이들이 비행기를 날리며 놀고 있다가 나를 흘낏 보고 그냥 다시 자기들끼리 논다. 야 그래도 손님이잖아. 혹시 리셉션이 어디냐고 물으니 안쪽으로 가리킨다. 여기 좀 머물면서 얘네랑 친해져볼까?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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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보다 더 눈에 띄는건 강아지 한마리다. 이놈, 사랑을 받고 자란 티가 난다. 내가 멀리서 손짓하니 미친듯이 달려와서 핥고 난리났다. 일반 길거리 개들과는 태도가 다르다. 귀여운 놈. 좀 놀아주다 리셉션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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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주머니가 맞이해준다. "싸바이디." 한명 숙소가 얼마냐고 하니 60,000킵이라고 한다. 이게 얼마지? 대략 계산해보니 7.5달라다. 부킹닷컴에 얼마였더라. 왠지 그거보다 쌌던거 같아서 내가 온라인 확인한 가격은 더 낮았다, 라고 하시니 50,000킵으로 하자신다. 혹시 더 할인은 안되나? 안된단다. 사실 어제 잔 곳이 100,000킵이었기에 반값이면 굉장히 저렴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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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보여준다. 들어가보니 확실히 좀 후질근하다.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와이파이도 신호는 약하게 잡히지만 잠시 속도를 테스트해보니 어제 숙소보다 낫다. 계약하자고 하고 5만킵을 드린다.


근데 부킹닷컴에 얼마였지? 한번 궁금해서 들어가보니 7.5달라다. 아 처음에 부른 60,000킵이 맞는 금액이었다. 그래도 바로 50,000킵으로 내리신거 보니 이정도 네고는 해주나보다. 확실히 비수기에는 온라인 예약보다 워크인이 더 저렴하게 할 여지가 많다.


일단 땀을 꽤 흘렸기에 목욕부터 한다. 빨래도 해야 하지만 요즘 머물지 않고 계속 이동했기에 할 시간이 없었다. 옷 두개를 번갈아가며 입다보니 나한테마저 땀냄새가 난다. 이곳에서 빨리 빨래를 해야겠다.


씻고 나서 동네 파악도 할 겸 작은 가방만 들고 나선다. 나오니 애들이 아직도 종이 비행기를 가지고 놀고 있기에 친해지려고 시도를 해본다. 내가 한창때 종이 비행기 좀 날렸지.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비행기 하나를 달라고 해서 나뭇가지로 날개를 돌돌돌 말아준다. 내 행동에 애들이 급 관심을 가지며 모여든다. 이제 이들하고 친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양쪽 날개를 다 같이 돌돌 말아준 후에 당당하게 던진다. 코앞에 떨어진다. 애들이 모두 나를 힐긋 쳐다보더니 다시 자기들 하던 일로 돌아간다. 이게 아닌데. 원래 이렇게 말면 비행기가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그러지 않았나? 미안해 애들아, 라고 얘기를 하니 한 아이가 "It's OK"라고 대답해준다. 그게 더 서럽다 이놈아.


나를 이미 잊고 자기들 놀이에 빠진 애들을 뒤로 하고 방비엥 탐방에 나선다. 가는 길에 한 허물어져가는 슈퍼 같은 곳에 할머니가 한분 있기에 들려서 세제를 하나 산다. 말은 안통하지만 눈빛과 행동으로 세제임을 확인하고 6000킷을 드린다. 오는 길에 소년에게 배운 라오스어를 잘 사용해먹는다. 이거 은근히 쓸만하다. 이삼일이면 마스터할 수 있지 싶다.


이 게스트하우스 리뷰에 메인 길에서 멀리 있다고 불평이 있더니, 아마 여기가 끄트머리인가보다. 그래서 그런지 길은 한적하고 외국인은 거의 안보인다. 여기 한국인이 많이 오는 곳 맞나? 왠지 이 동네에서도 정붙이고 잠시 지낼 수 있을거 같은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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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가니 이제 좀 번화한 모습이 나타난다. 여행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식당들과 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길거리 팬케이크가 있다. 조금 더 가니 은행도 보인다. 이곳이 읍내 중심인가보다.


이곳에 오니 한국인이 이제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삼삼오오 몰려 다니는 것이 동양인이다 싶으면 한국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양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약간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일반 여행자들이 다니는 모습은 다른 여타 여행지와 다를게 없으나 그와 별개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 이쁘게 차려입은 처자들, 중년 부부들, 그 구성도 다양하다.


조금 더 지켜보다 보니 이러한 모습이 생길 수 있는 이유도 가늠이 된다. 다른 여행지와 다르게 여기는 확실한 '액티비티'가 있다. 그것도 트래킹 같이 난이도 높은 활동들이 아닌 강을 무대로 펼쳐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활동들이다. 그러니 머무는 여행자들 뿐만 아니라 즐기러 오는 관광객들도 포섭할 수 있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으로 방비엥이 유명해졌지만 잠시 반짝하고 사라질 인기는 아닐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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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돌아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한국인들이 많이 자리잡은 식당으로 가서 자리에 앉는다.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돌아다니다보니 왠지 이쪽이 제일 맛있어보였다. 한쪽에서는 원래부터 알던 사이는 아니지만 이번에 액티비티 하면서 친해진듯한 8명 정도의 한국인들이 술을 마시며 시끌벅적하게 놀고 있다. 좀 시끄럽긴 하지만 이거가지고 뭐라 하면 안된다. 약간 다른 방식이긴 해도 서양인들은 이보다 더 시끄럽게 더 늦게까지 논다. 빠이에서 경험했다.


한바퀴 돌고 나서 생맥주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나는 일단 라오스 음식이라고 적혀 있는 35,000 짜리를 주문한다. 왜 첫 식사는 비싸게 먹게 되는걸까. 혹시 몰라 "Draught Beer"가 있냐고 물어보니 ABC맥주가 그거라고 한다. 어, 있나? 10,000킵 짜리 맥주라 일단 달라고 해본다.


이게 뭔 생맥주냐, 병맥주지. 아마 맥주 종류의 하나인가보다. 예전에도 어디선가 이런적이 있었다. 라오스는 그냥 생맥주가 없는 나라인가보다. 가지도 않은 베트남이 그리워진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습관처럼 키보드를 찾는다. 헌데 가방에 없다. 큰가방에 넣고 나왔나보다. 이런. 갑자기 얘가 없으니 너무 허전하다. 그럼 킨들이라도 봐야겠다 싶어서 보니 걔도 없다. 이 둘다 없는건 여행다니면서 처음이다.


갑자기 아무 할일이 없어지면서 급격한 심심함이 몰려온다. 난 확실히 홀로 여행자가 아니라 '글과 함께 여행하는 여행자'였나보다. 이런 아무것도 없는 환경을 처음 맞이하다보니 이상하게 외롭고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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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앉아있으니 다행이 음식이 나온다. 음식은 우리나라로 치면 죽통밥 같은 무슨 통에 들어간 밥과 낮에 점심에 먹었던 비슷한 쌈이 나온다. 이렇게 쌈싸듯이 먹는게 라오스식인가보다. 한번 먹어봤기에 익숙하게 먹는다. 밥이 찰진게 일반 동남아 밥과 다르다. 쌀은 같을테고 조리 방법에 차이가 있나본데 꽤나 맛있다.


앉아있는데 보니 이 앞쪽 왼쪽 길로 물놀이를 하고 오는 듯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여기 물놀이도 할 수 있나? 일단 그럼 내일은 분위기를 하루 더 보고 액티비티는 그 다음날 하는걸로 방향을 잡는다. 방비엥 자체가 최소 3일은 있을만한 곳으로 보인다. 물론 성향이 맞으면 장기투숙도 괜찮을듯 하다.


여기는 한국인을 만날까 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곳이 아니었다. 내 생각이 짧았다. 한국인이 너무 많으니 오히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뭉칠 일이 없다. 미얀마 같이 한국인이 귀한 곳에서나 한국인을 보면 반갑다고 인사하고 일행이 되거나 하지, 이렇게 어느 식당에서든 한국인이 반인 곳에서는 오히려 한국인끼리 무시하게 된다. 이 당연한 진리를 식당에 앉아있으면서 깨닫는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앉아서 계산서를 달라고 한다. 60,000킵이 나왔다고 한다. 뭐 이리 많이 나왔지. 10만킵을 주고 4만킵을 돌려받는다. 그리고 나갈려고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숙소가 5만킵인데 아무리 그래도 6만킵은 너무 나온거 같다. 메뉴판을 찾아본다. 음식이 3만5천킵이고 맥주가 1만킵이다. 고로 45,000킵이다.


종업원을 불러서 설명해준다. 한참 듣더니 그런가 하면서 가더니 1만킵을 더 가지고 온다. 잘못 들었나. 15,000킵을 줘야 한다고 얘기하니 다시 가더니 가지고 온다. 이거 과연 실수일까? 라오스와서 이런 경험을 많이 하다보니 이제 의심이 된다. 실수도 반복이 되면 실수가 아닌거다. 아까 버스를 10만킵 주고 탄 한국인들부터 해서 뭔가 한국인을 소위 호구로 여기는게 아닌가 싶다. 라오스에서는 정신 좀 차리고 다 체크하면서 다녀야겠다.


너무 따지는 것도 문제지만 호구가 될 필요는 절대 없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내는 만큼만 내고 매너는 돈으로 하는게 아니라 웃음과 대화로 보태는거다. 아직 확실치 않지만 정말 라오스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우습게 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바가지 당하고 가는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도 어느정도 책임은 있는게 아닐까.


찝찝한 기분을 안고 가방을 챙겨서 일어난다. 일단 강가로 가본다. 가다가 여행사가 있길래 시세를 알아볼려고 여기 액티비티 가격을 물어본다. 카야킹과 동굴 탐험이 점심 포함해서 9만킵이란다. 아까 오면서 물어봤더니 다 10만킵이었는데 여기 좀 저렴하다. 게다가 내일 7명이 있다고 나 혼자 들어가도 부담이 안된단다. 고민하다가 결제해버린다. 내일 하루 더 분위기를 보고 액티비티를 하려고 했는데 조건이 좋아보여서 그냥 마음을 바꿔버린다. 갈대와도 같은게 여행자의 마음이라던가. 헌데 돈이 조금 부족하다. 줄수는 잇지만 그러면 환전 전에 정말 땡전 한푼 안남게 된다. 결국 노여사 돈에 손을 댄다.


여행 떠나기 전에 노여사가 예전 여행하고 남은 돈이라고 달라로 150달라 정도를 줬었다. 고맙게 받았지만 쓸 생각은 없었고 돌아가면서 이걸로 면세점에서 선물이나 사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핸드폰을 잃어버리면서 돈을 뽑을 수가 없게 되었고, 결국 오늘 열게 되었다. 원래 용돈으로 준거니 잘 쓸께. 대신 한국 가면 맛있는 곱창을 사주도록 하마.


9만 킵이라 10달라로 8만킵을 퉁치고 나머지 1만킵을 라오스킵으로 드린다. 여기서는 이유 불문하고 1달라 8000킵으로 통일되어 있다. 막상 은행에서 바꿔도 8020킵 이러니 달라를 써도 크게 손해보는건 아니다. 상인들도 미세하지만 이익이기에 마다하지 않는다.


내일 아침 9시까지 오란다. 수영복을 입고 오냐고 물어보니 그냥 옷을 입어도 된단다. 우리 물에 안들어가나? 그건 다른 액티비티일려나. 그래도 난 수영복을 입고 와야겠다. 강을 다니다 갑자기 뛰어들고 싶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나 대비해야한다.


계산을 하고 길을 따라 더 내려가니 강가를 중심으로 진정한 여행자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펍들이 쭉 늘어서 있고 게스트하우스들도 엄청 많다. 그리고 한국인도 엄청 많다. 특이한 것은 4개 바가 줄지어 있는데 모두 미드 '프렌즈'를 틀고 있다. 나도 프렌즈를 4번 정도 본 매니아이다 보니 나중에 와서 보면서 맥주 좀 마셔도 괜찮겠다 싶다. 그러고 있는 서양인들이 꽤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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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은 진짜 뭔가 매력덩어리 같다. 액티비티도 한둘이 아니다. 튜브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있기에 뭔가 봤더니 빌린 튜브를 들고 뚝뚝을 타고 상류로 간 이후에 그 튜브에 몸을 실어 각자 내려오는 액티비티도 있다. 그 유명한 블루라군은 아직 어떻게 가는건지 감이 안잡힌다. 스쿠터를 빌려서 가야 할려나? 이곳에서 일주일간 매일 같이 액티비티를 해도 다 못할 거 같은 느낌이다. 거기다가 길거리는 빠이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


길을 가니 현지인들이 말을 건다. 뭐지? 자세히 들어보니 스페셜 어쩌고 하는게 마약이다. 론리에 보니 여기가 원래 마약 소굴이었다가 지금은 잡혔다더니 아닌가보다. 히피들이 많이 있을 곳으로 보이니 마리화나가 빠질 수는 없겠지. 나한테 물어보는거보니 한국인들도 많이 하는거 아닌가 우려된다. 뭐 자기들이 알아서 할일이지.


이곳에 게스트하우스가 너무 많고 또 마음에 든다. 한 곳 찔러서 한번 들어가본다. 강가에 있는 것도 마음에 들고 번화가에 있으면서 조금 들어가니 소리가 조용한 것도 좋다. 하지만 비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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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냐고 물어보니 5만킵이라고 대답한다. 내가 잘못 들었나? 0 하나를 잘못 들었나 싶어서 물어보니 5만킵이 맞다. 화장실이 야외인가? 화장실도 실내란다. 방을 보여달라고 한다. 들어가보니 지금 있는 방보다 깨끗하다. 아니 지금 게스트하우스가 제일 싼줄 알고 시설이 안좋아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러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와이파이 공유기도 내 방 바로 앞에 있어서 풀로 잡힌단다.


바로 계약한다. 가격에 놀라서 네고 생각도 못한다. 뒤늦게 생각이 들지만 늦었다. 대신 하루 더 있거나 그러면 얘기를 해봐야겠다. 내일 오전에 액티비티를 가야 하니 그냥 돈을 주고 열쇠를 받아온다. 아침에 짐을 들고 여기 맡기고 강가로 놀이를 가야겠다. 역시 숙소는 와서 느껴야 안다. 온라인으로 백날 봐야 제대로 된 곳을 찾을 수 없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벌써 8시반이다. 오늘은 일단 귀가해야겠다. 키보드를 안들고 와서 글도 밀린데다가 내일은 액티비티가 있는 날이니 좀 쉬어줘야 한다. 난 더이상 이팔 청춘이 아니다.


돌아오는 길이 상대적으로 멀다. 화려한 골목을 지나 한참을 걸으니 어두컴컴한 골목이 나오고 그 한구석에 내가 있는 Sengkeo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여기 마당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그래도 바꾸기 잘한거 같다.


방에 들어와서 샤워부터 한다. 물이 졸졸졸 나온다. 그래, 내일 옮기니까 괜찮아. 씻고 침대에 누우니 온갖 벌레들이 난리다. 정말 지금까지 중 벌레로는 최고다. 오랜만에 떠올리는 마야네보다 심하다. 그래, 내일 옮기니까. 오늘 계약하고 오기 잘했다.


누워서 글을 쓴다. 글은 그때그때 써야지 이렇게 밀리면 뭔가 짐이 된다. 하지만 오늘은 여러가지 일이 있었기에 재미있게 작문을 한다. 내일이야 말로 물놀이 액티비티라 중간에 못 쓸 가능성이 많으니 좀 걱정이다. 내 성격상 배 위에서도 쓸려나? 시포에서 트래킹하면서도 썼는데 또 못 쓸 이유는 없지 싶다. 난 글과 함께 여행하는 여행자니까.


방비엥은 생각보다 무척 마음에 든다. 한국인이 너무 많으니 역설적으로 한국인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숙소만 괜찮고 여러가지 상황이 맞으면 좀 오래 머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은 언제나 이변의 연속이기에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또 여행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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