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 - 방비엥에서 하릴없이 지내는 시간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설레거나 흥분되지는 않는다
두 번째 찾는 라오스여서일까?
2013년 12월 처음 라오스를 여행 했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딱히 보고 싶은 곳이나,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있지는 않았다
누군가 내게 이런 얘길 한다
"그럼 여행을 뭐하러 가요? 그 나라 유명한 곳이라든지 유명한 먹거리 등등
즐길 게 많잖아요! 부지런히 둘러봐야죠"
그건 니 스타일이고!
여행하는데 어떤 규칙이 있겠는가만은 적어도 나와는 맞지 않는 여행이다
여행을 다녀온 후 주변에서 어땠냐, 뭐하고 왔느냐, 어떻더냐
질문을 하는데 대답해 줄 내용이 없어서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라오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는 별로 해줄 이야기가 없다
그렇다고 멍때리고 왔다고 이야기한들 이해나 하겠니?
물론 전혀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보성 백수가 방비엥에서도
백수로 지냈다고 하면 한심한 듯, 아니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할 거면서 ㅋㅋㅋ
늘 그렇듯 방비엥의 아침은 산책으로 시작된다
한 달 내내 오토바이를 탔지만, 이 시간만큼은 방비엥 이곳저곳을 걸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참 좋았다
방비엥 송강을 건너 방갈로 사이를 지나면 수확을 끝낸 논이 나온다
논을 가로질러 한참을 걷다 보면 다들 알고 있는 유명한 산자락
아래까지 도착을 하는데 가끔 아침 식사를 하는 말도 만날 수 있고
넓은 논을 놀이터인양 무리 지어 다니는 못생긴 라오스 닭도 만난다
이 말들은 외국인이 운영하는 리조트(?)에서 키우는 건데
듣기로는 이 논도 외국인이 다 사들였다는 소문도 있던데
확실히 사업적인 마인드가 우리나라 사람하고는 다르다는 걸
이야기 듣는 내내 느꼈다
한국에서는 말을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으로만 봤었는데
내가 직접 만져 보게 될 줄이야
주의? 경고?
한가지 충고를 하자면
방비엥에서 유명한 블루라군을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는데
요금이 1만 킵이다 그 요금 아까워서 혹은 재미로 사진에 보이는
다리를 오토바이로 건너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강으로 떨어져 다치기도 하고 랜트한 오토바이 수리비를
왕창 물게 될 테니 말이다
단
블루라군 가는 비포장 길을 시속 6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실력이라면 OK
낮에 그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내고 작년 한 해 동안 후원받은
농산물을 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마련한 가정용 구급약품상자를
세팅하고 있다.
바이크 온더 클라우드 칸과 함께 약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챙겨 넣고
기념사진도 찍고, 이렇게 무엇을 나눈다는 것이 즐거움으로 남기에
하릴없는 백수로 지낸다 해도 즐거울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정리는 다 해 놨는데 이번 여행에 아쉽게도 몽족마을에 전달을 하지 못했다
미안하다 얘들아 아저씨가 올겨울에 가서 나눠줄게
조금만 기다려~ ^^
가진 거 없어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난다
가진 것이 없으니 가진 자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작년 한 해 아이들에게 줄 무엇인가를 준비하며 알게 됐으니
내가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내게 선물을 준 거라
생각하며 참 즐겁게 마음을 쏟았던 거 같다
이 녀석들 방비엥 시내와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살면서도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에 방비엥 새벽시장 채소를 팔러 나오는 일 말고는
이렇게 여유를 부리며 여행자에게는 비싸지 않은 샌드위치를
먹을 수 기회가 없기에 여행 후반부에는 거의 매일 아이들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강가에 앉아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아저씨가 한 달 동안 방비엥에 머물면서 지들하고 지냈던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는 것을 알랑가 몰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