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자의 천국에서 두번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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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자의 천국에서 두번의 산책

탄허 2 1394

무엇을 해야할 것이 강요되는 곳과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될 자유가 있는 라오스. 


여기에 정착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게 가끔 라오인들이 묻는다. 

라오는 뭐가 좋아요?

내 대답은 매양 같다.


"할 것이 없어서 좋아요"


내가 하고 싶지 않으면 안하면 그만이다. 

이게 정말 좋은 것인데, 

한국에서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라고 해서 

뭘 안할 수가 있는가?

먹고 사는 것에서 자유로운 푼수라도,

관계와 눈치라는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한국은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자비하게 비판할 자유, 마음껏 잘난 척 할 자유, 실컷 비아냥 거려줄 자유, 음담도 농담으로 즐길 수 있는 자유....

한국에서 신분이 무엇이거나 여행자로 평등하게 대할 수 있은 기회의 땅. 

한국에 무슨 언론의 자유가 있는가? 

법 이전에 사회적 관계가 있고 모든 곳에 정치적 행동이 필요한데...


최소한의 가림. 

긴 수건 한장으로 당신의 몸을 가렸다고 해서 당신이 무례하다고 말할 사람이 없는 곳. 


안개가 걷힐 때 까지 

무엇을 했는 지도 기억나지 않는 시간을 에꾸고 

닝닝 레스토랑에 라오커피 한잔을 마시러간다. 

생두를 볶아 갈아마시게 된 나로서야 향이 없는 탕재같은 커피지만 

당으로 몸을 깨울 필요가 생겼으니까. 


아무도 아직 찾지 않은 카페. 

므앙응오이의 가장 전망좋은 곳일 수도 있다. 




마을에 상이 났다. 

라오에서 상은 한국의 장례에 가깝지 않고 잔치에 가깝다. 

탁자가 두 줄로 놓이고 음식들이 저녁에 놓여있어서 어느 집에서 잔치를 하나 싶었는데.....

사람이 죽은 집, 한국식으로 상가는 라오에선 흐안디라고 한다. 

좋은 집. (흐안:집 디:좋다는 형용사)

업에서 벗어났거나 풀려났으니 좋은 집이 아닌가?

인도적 세계관에서 보면 전혀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다. 

슬퍼해야 할 일도 아니고, 

망자를 앞에 두고 드잡이질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남우는 망자를 위하여 첫배로 승들을 농키야우에서 실어온다. 




므앙응오이의 오후. 

처럼 일행과 함께 했다. 

나로서도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을 안해 본 것이 있으면 마음에 남으니까 탐깡(탐:동굴)으로 마실을 간다. 


잔디로 덮여있는 초등학교와 중등학교가 있는 운동장을 지나 느릿한 걸음으로 탐깡에 도착했는데 

끄무족 여자 셋이 지난다.

마침 잘되었다는 듯이 수작을 건네고 호구조사를 하고. 


아참에 장에 쌀을 팔고 조미료와 기름을 사오는 중이란다. 

산을 네댓시간 걸어올라야 하는 오지에 사는 사람들이라 전기가 없어서 기름을 사간단다. 

그리고, 아지노모또. 

가난하거나 게으르거나 중독된 사람들의 화학. 


적당한 거리에 적당한 구경거리. 

적당한 걷기. 

다 적당하다. 


게으를 바에야 낮잠도 한잠 자야지....

깨어서 므앙응오이에 뜬 크리스마스의 달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2 Comments
역류 2014.12.26 11:10  
다 적당하다....라오스에서 자주 느꼈던 감정입니다.
주어진 상황이 적당하니, 원하는 욕심도 적당해지고 그러니 불만도 불평도 없어지고...
잘읽었습니다.
탄허 2014.12.27 19:11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믿는 종교는 같기도. 제가 믿는 이념은 적당주의. 제가 사는 땅은 뭐가뭔지라고 페북의 친구들에겐 농담을 합니다. 정말이기도 하고요. 파파야 같이 풍성한 날들이 되시길. 신년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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