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사람의 천국 므앙응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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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사람의 천국 므앙응오이

탄허 0 1517

우돔싸이에서 빡몽까지의 길은 힘들다. 

부실공사와 무제한으로 짐을 실어 다니는 화물차, 

그리고 세찬 비바람으로 흘러내리는 절개지의 토사로 포장되었던 길이었으나 

파이고, 눌리고, 쌓이고. 

7시에 출발한 우리는 10시 40분에 도착했다. 

물어보니 11시에 므앙응오이로 배가 뜬단다. 이배 놓치면 3시간을 기다려야 하므로 타기로 결정을 했다.


일행 두 사람은 아점을 먹고. 나는 커피를 갈았다. 

허겁지겁 비좁은 배의 공간을 확보해서 겨우 므앙응오이로 들어간다. 


나루터에서 라오 여자를 만나 정착해서 아이낳고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을 하는 잘생긴 스위스인 가브리엘이 언제나처럼 손님을 맞고 있다. 방은 다 차고 딱 하나 남았다고 한다. 

나와 길동무님은 초행이 아니라 묵어야 할 곳이 정해져있다. 실은 므앙응오이를 우기에 두번이나 갔던 장기여행자가 고르고 골라 묵었던 곳인데....

귀어두운 할머니와 딸이 운영하는 빌라형의 숙소이다. 

집에 붙어있을 날이 없는 아줌마가 길에서 약속이라도 한듯이 우리를 맞는다. 아줌마 성수기라고 8만낍을 부르고서는 절대 양보할 생각이 없다. 나의 역사에 안깍아본 적이 없는데....지고 말았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가 묵고서도 서양인들이 몇사람 방을 물어보기도 하고, 허팅을 치기도 했다. 

아줌마의 배짱을 키우는 것은 손님의 양뿐만 아니라 주변 시세다. 


할머니는 여전히 가정집 같은 게스트하우스의 텃밭을 가꾸고 계신다. 귀가 어둡다.

자신의 소리를 알 수 없는 할머니의 쉰 목소리로 톤이 높다.  

내 실력으론 알아들을 수 없는 라오어다. 

아무려면 어떠랴? 

반갑다는 거지.

이럴때는 말이 필요없이 안아드리는 것이 최고다. 





므앙응오이의 겨울 볕이 따사롭다. 

북단에서 얼다온 우리는 그 볕이 좋았다. 


들어가자마자 김치파우치 하나 통으로 넣고 끌여 길동무님과 라면을 나누었다. 


그리고 자유시간. 


일행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고 나는 발코니와 내 방을 오가는 것이 고작 동선이었다. 

페이스북 오후 5:09에 담긴 감상 


"게으른 사람, 게으르고 싶은 사람들의 천국 므앙응오이


세상에 배낭여행자의 천국이 많아. 

김밥 천국도 아니고. 

그런데 여긴 진짜 게으름뱅이 천국 맞어. 

세상 제일 부지런떠는 한국사람 안보여. 이 보다 강력한 증거가 어디있겠어?


일행들은 동굴 구경 간 모양.  

나는 걍 발코니에 앉아 적당히 이쁜 산들에 내리쪼이는 햇볕을 배경 삼아 제비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있어. 


강남스타일의 비행!"







발코니 아래에 있는 파파야가 그들먹하게 자란다. 

그것을 찍어 사람들에게 파파야처럼 풍성하고 푸르싱싱하라는 덕담을 담아 카드들을 날리고...


저녁 무렵에 므앙응오이의 주 도로를 따라 산책을 나갔다. 

남우. 우강. 퐁쌀리로 가는 강. 

우강의 우는 무슨 뜻인지 모른다. 

여길 더 거슬러올라 5시간을 가면 몽쿠와, 그리고 다시 하루의 뱃길이면 퐁쌀리에 닿는다. 

우돔싸이, 그리고 우돔싸이 므앙라의 거친 길을 생각하면 배로 가는 편이 차라리 좋을 것이다. 

몽쿠와는 남우와 남팍의 사이에 자리잡은 마을이란다.  

남팍. 

휴식의 강. 이름 자체가 벌써 강력하게 날 유인한다. 
다음 북쪽 방향의 답사는 뱃길로 퐁쌀리를 가봐야겠다. 


나게게 휴식만큼 강한 유혹은 없다. 

내게 가정이 있는지도 가물하지만 늘 전선에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가정의 의미는 휴식이다. 

전장도 전선도 잃어버린 나는 전우와 떨어졌고, 가족과도 공간을 달리해있다. 

인도차이나는 노동, 놀이, 휴식이 어울려있는 사회다. 

근대 산업의 기준에서 그들의 생산력과 기술, 숙련은 형편없는 것일지라도 

삶의 양상은 괜찮다. 


노동과 놀이와 휴식이라는 3개의 매트릭스를 갖는 삶. 

노동이 놀이고, 놀이가 휴식이고 그럴 수 있다면.... 


내 사정은 어떻거나 남우는 흐르고 나도 강변으로 내려와 작은 오솔길을 이용해서 강을 따라 걷는다. 

므앙응오이의 삶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전기. 

전기가 흐르는 선의 방해를 받지 않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와 녹색의 호수(농키야우란 지명의 뜻)처럼 유장한 느낌으로 모든 것이 흘러가는 곳에서 발을 멈춘다. 


* 사진은 링크된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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