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비엔티엔 - 낮고 평평하고 친근한
수십개국의 수도를 다녀봤지만 비엔티엔 만큼 낮고 평평하고 소박한 도시는 처음이다.
수도라고 해서 굳이 수직으로 높은 건물이 있어야 할 이유도 없고
포장상태가 양호한 넓은 도로가 있어야 할 이유도 없고
밝고 화려한 야경이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필요와 여건에 따라 최적화의 상태를 가지면 된다.
그렇다고 비엔티엔이 이러한 상태를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에서 처럼 수도 혹은 대도시가 주는 위압감은 전혀 받질 못한다.
자전거 만큼 낮고 평평하고 친근한 이 곳을 엿보는데에 좋은 이동수단은 없지 싶다.
만일 숙소가 메콩강변의 여행자거리라면 출발점은 대통령궁이 좋을 것 같다.
이 곳에서 제일 넓고 반듯한 란상대로는 대통령궁에서 파뚜싸이에 이르는 3km 됨 직한 왕복 6차선 도로이다.
파뚜싸이에서는 대통령궁이 훤히 보이고
대통령궁에서도 빠뚜싸이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이 도로 중간쯤에 이 곳에서 제일 큰 쇼핑몰인듯 한 딸랏싸오 쇼핑몰이 있다.
이 곳 사람들이 금을 좋아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지만
쇼핑몰 매대의 반 정도가 금거래를 위한 매대란 것은 놀라울 일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소핑몰 식당코너에는 우리 한식을 비롯한 여러나라의 다양한 음식이 저렴하고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다.
쇼핑몰 뒷편의 도로는 이 도시에서 제일 번잡하고 교통량이 많은 길인 것 같다.
이 길 건너편에는 딸랏사오 버스터미널이 있다.
방비엥 가는 버스도 여기에서 탈 수 있기도 하다.
떠나고 머무르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 인것 같다.
대로가 끝나는 지점에 빠뚜싸이PatuXai(승리문)가 있다.
1958년 프랑스 지배로 부터 벗어난 기념으로 세워진 시멘트 재질의 건축물이다.
혹자는 비엔티엔 활주로 건설을 위해 미국이 지원한 시멘트를 빠뚜싸이 건립에 사용했다 하여
수직활주로라고 비꼬기도 한다만,
비엔티엔의 상징물이 될 자격은 충분한 듯 하다.
빠뚜싸이를 뒤로하고 우측 도로를 따라 2km 정도 올라가면
라오스의 상징인 탓루앙That Luang에 이른다.
탓루앙은 세타티랏왕이 1566년에 건립한, 부처의 뼈와 유물을 묻은 탑이라 한다.
왕은 버마의 위협으로 부터 수도를 이 곳으로 천도하면서,
수도의 위엄과 불교의 상징을 나타내는 건축물이 필요 했을 것이다.
그 덕분에 탓루앙은 라오스의 국기는 물론 지폐, 각종 기념물에 도안되는 상징물이 되었다.
그러나 탑의 양식은 아이러니 하게도 천도의 원인 제공국이었던 버마양식이라고 한다.
뜻하지 않게 검은 사리탑이란 뜻의 탓담That Dam에 이른다.
16세기 경에 건립되었을 것이란 추정은 하지만
18세기 중엽, 태국 시암왕조의 침략에 왓시사켓과 더불어 파괴되지 않은 유이한 건축물이란 것은 자명한 것 같다.
대통령궁 바로 앞엔 왓시사켓Wat Sisaket과 바로 옆엔 호프라깨우Ho Pha Kaew가 있다.
에매랄드 불상을 모신 1565년에 세워진 사원이지만, 시암군에 의해 파괴된 것을 1936년에 재건하였다 한다.
신발을 벗고 출입해야 하며 사진 촬영이 안될 만큼 신성한 곳이라고 한다.
불행하게도 에메랄드 불상은 시암군에 의해 약탈되어서 지금은 방콕의 왓프라깨우 사원에 모셔져 있다.
낮고 평평한 도시의 구석을 찾는다.
어설프거나,
혼란스럽거나,
정제되지 않거나,
소박하거나,
부족하거나,
조금은 불결하거나,
불편할지라도
1970년대 대한민국 시골에서 유년을 보낸 나에게,
이 곳은 친근하다 못해 익숙하다.
저녁이 올 때를 기다려 메콩강을 찾는다.
강을 두고 저쪽은 이 곳을 괴롭히기도 하고 원조도 주고 했던 태국이다.
강변엔 아누봉Anouvong왕의 동상이 메콩강 건너 태국쪽을 향해
화해의 손짓인지, 호령의 위엄인지 모를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왕은 비록 1805년 태국 시암 왕조의 힘을 빌어 왕위에 오르긴 했지만,
베트남 응우엔 왕조와 동맹을 맺고 참파삭 지역을 회복한 후,
1827년 혼란했던 시암 왕조를 공격해서 방콕 근처까지 점령했었다.
그러나 1828년 시암왕조의 역공을 받아,
비엔티엔은 탓담과 왓시사캣을 제외한 모든 건축물이 철저히 파괴되었고
에매랄드 불상을 비롯한 보물들이 강탈되었으며,
라오스 통일을 꿈꾸던 왕은 끝내 시암의 수도에서 죽음을 맞는다.
수백년전 치열한 전선이었을 강변의 지금은,
비엔티엔 시민의 건강을 위한 집단 체조장이기도 하고
사랑을 나누는 낭만적인 공간이 되기도 하고
이 곳에서 제일 큰 야시장이 되기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하기에 좋은 안식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왕의 동상은 뒷편의 대통령궁을 보호하려는 의미를 가진지도 모른다.
시간은 틈을 주지 않고 흐른다.
시간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객은 이 장면을 끝으로
높낮이가 심하고 울퉁불퉁한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