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5월10일 라오스 팍세
태국 아유타야에서 전날(5월 7일) 21:40분에 출발한 기차는 오늘(5월8일) 아침 8시 무렵에 우본랏차타니에 나를 내려준다.
라오스 팍세 가는 09:30분 버스를 타기 위해선 지체없이 서둘러야 한다. 밍기적 거리며 우본을 둘러 볼 여유도 없다. 역광장에 있는 성태우 2번에 올라타고 종착지인 우본 버스 터미널로 간다. 골목 골목을 누벼가는 탓에 50분이나 걸린다. 10밧의 착한 요금으로 50여분 동안 우본의 아침 골목 풍경을 눈에 담기는 하지만 마음이 바쁘니 즐기지는 못한다. 아침 더위 역시 나의 동작을 최소화 시킨다.
제시간에 우본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200밧을 주고 09:30분 팍세행 버스에 오른다. 우본에서 총맥 국경까지는 1시간 30분 걸렸으며 출입국 심사 역시 의의로 간단하다. 다만 라오스 입국시 한국여권 소지자는 별도의 입국 신고서 작성 없이 6번 창구에 가서 여권과 용도가 불분명한 수수료 50밧을 주면 바로 입국 스탬프를 찍어준다.
드디어 작년 북부 라오스를 밟은 이후 10개월 만에 남쪽 라오스 땅을 밟는다. 총맥에서 팍세까지는 1시간 정도 우본에서 탓던 버스로 더 가야 한다.
버스는 모닝마켓에서 남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작은 터미널에 내려주는데, 묵고자 했던 낭노이 G/H까지 툭툭을 10,000킵에 흥정해서 가는 것이 폭염을 감안하면 제일 좋은 이동 방법인 것 같다. 괜히 걸어간다고 고집 부리거나 더 싼 값에 툭툭을 탄다고 흥정을 하지말자!!! 몸은 축나고 정신은 혼미해질 것이다. 나처럼...
모닝마켓 근처엔 환전이 가능한 은행이 많다. 그 중 한 곳에서 100달러를 802,000킵으로 환전해서 이제서야 툭툭을 10,000킵에 대절했다. 바보같이. 씨엠립의 툭툭 기사들 과는 달리 헤매지 않고 정확하게 목적지에 내려준다.
<팍세 중심 구역>
밤이면 시원해질 것 이란 경험 혹은 믿음을 갖고 팬룸에 기거한다. 싱글룸이 없어서 더블룸 6호실에 70,000킵을 주고 묵었는데( 다음날 6호실이 와이파이가 제일 안터지는 곳이라 주인장이 미안해하며 말해준다. 참고할 만 한 대목이다.) 빨래 건조에 좋은 발코니도 있고 침구도 깨끗하고 수압도 좋아서 나름 만족했지만 단 하나, 천정에 달린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크다.
G/H에서 15,000킵을 주고 자전거를 빌려 폭염에 달궈진 팍세 시내를 헤매본다.
<팍세 모닝 마켓>
<일본이 건설해준 다리위에서 본 메콩강>
간 밤 습함과와의 전쟁을 힘겹게 치루고 나니 선선하고 건조한 대기를 빨리 만나고 싶어진다. 낭노이 GH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200m 정도 가면 제법 갖춰진 시장이 있고 왼쪽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아침용 식당 골목이다. 닭죽으로 배를 채우고 G/H에서 100,000킵을 주고 스쿠터를 빌려 곧장 팍송으로 향한다. G/H의 모토사이클 대여 담당자가 팍세 시내 지도, 팍세 주변 지도를 챙겨주며 안전운행과 유사시 대응책을 알려준다. 알려준 주유소에 가서 20,000킵의 기름을 넣고 동진을 한다.
동진을 하면 할 수록 온도와 습도가 내려지는 것을 느끼리라. 그 쾌적함을 즐기며 40여 km 정도 달려오면 오른편에 입간판과 함께 탓판 폭포 들어가는 비포장 진입로가 나온다. 입장료 5,000킵에 주차료 3,000킵이다.
조금만 더 가면 탓유안 폭포인데 입장료 10,000킵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별 차이가 있을까 싶어 패스한다.
그렇게 탓유안폭포를 미련없이 뒤로하고 소박하고 조용한 아스팔트 포장길을 10여km 더 가면
23번 도로를 따라 산개해 있던 순박한 사람들과 순박한 길거리 음식들이 한 곳에 밀집해 있는 팍송 중심지에 다다를 수 있다. 밀집이란 단어가 부끄럽긴 하지만 이 단어를 대신할 단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하룻만에 참파삭까지 진군하려면 이쯤에서 되돌아 서야한다. 목도 축이고 전열도 정비하고 세상소식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기에 안성맞춤인 이름도 정확히 모르는 커피숍에서 10,000킵을 주고 볼라벤고원 특산 커피를 한 잔 마신다. 아울러 속도 빠른 와이파이를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다.
팍세로 되돌아 오는 길, 탓판과 탓유안 사이에 있는 탓참피에 5,000킵의 입장료와 3,000킵의 주차료를 지불하고 둘러본다. 23번 도로에서 상태가 더욱 안좋은 비포장길을 한 참 가야 만날 수 있는데, 그런 접근성이 안좋은 탓인지 사람이라고는 폭포 앞 매점의 모녀로 보이는 두 명의 현지인과 한 명의 선선하고 건조한 대기에 들뜬 외지인 뿐이다.
먹구름이 밀려온다. 폭우가 쏟아질 것은 뻔한 이치이다. 비 피할 곳은 찾아야 한다.
스쿠터 속도를 올려서 내려가던 도중 결혼식인지 생일잔치인지 마을 집단 행사가 있다. 비 피하기 바쁜 나를 자꾸만 손짓으로 초대를 하지만...모른척, 미안한척 하면서 냉정히 돌아선다.
곧 장대비는 시작되고 다행스럽게 길옆 헛간인지, 상품 가판대인지 모를 볏짚으로 엮은 천장이 있는 곳에 스쿠터와 몸을 의탁한다.
전 날 저녁, 간식용으로 사둔 사탕과 과자를 장대비를 기꺼이 맞이하는 동네 꼬마들과 나눠먹는다. 같이 흙탕물속을 뒹굴자고 하지만 용기가 없다. 난 여전히 잘나지도 못한 외모를 걱정하고 베려버릴지 모를 옷과 신발에 집착하나 보다.
장대비는 거의 한 시간 가량 쏟아졌고 그 시간 동안 비를 즐기는 꼬마들 보는 것을 즐기며 보내버렸다.
이렇게 되면 참파삭행은 포기해야 한다. 자전거로 보지 못했던 팍세나 구석 구석 보자 싶다. 어차피 기름도 10,000킵 더 넣어뒀으니 넉넉하다.
일본에서 지어준 다리, 그러니깐 태국 총맥를 통과해서 팍세로 들어올 때 만나게 되는 다리 이쪽 편에는 팍세가 있고 저 쪽 편 산 언저리에는 금칠을 한 거대 불상이 있다. 이 불상까지 가기 위해서는 입구에서 산을 빙빙 둘러 거의 20여분 스쿠터로 올라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올라서면 팍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탁트임이 있다. 더구나 입장료는 없다.
이렇게 하루의 주간 일정은 마무리 짓고, 근처 시장에서 밥과 소간구이꼬치, 준비해 간 컵라면으로 저녁을 떼운다.
아, 오늘 밤엔 비어라오를 마시면서 내일은 어디로 갈지 결정을 하고 동선을 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