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의 동남아 가출일기 #35 - 나를 맞아준 무앙 응오이 느아
#. 5/1(TUE) D+37
0630 기상.
5월이다. 여행을 출발한 후 벌써 두번째 맞이하는 새달이다. 한국을 떠날땐 아직 추운 날씨였는데, 열대의 더운 날씨만 계속되는 이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잘 느끼지 못해서, 오늘부터 5월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래도 무심한 세월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오늘은 무앙 응오이 느아(이하 몽노이)로 떠나는 날이다. 다시 새로운 무대가 펼쳐 진다는 기대감으로 심기일전을 해본다.
라오스의 오지로 들어가서 인터넷도 휴대폰도 안되고, 심지어 전기도 몇시간씩 밖에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내가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러한 환경에 처해보지 못했으므로, 그렇게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난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차라리 그런 곳에서 아무 생각없이 빈둥거리며 머리를 비우고 나오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을 함께 가지고 출발 준비를 한다.
0730 아침식사. 메콩강변의 현지식당에서 누들수프(10000K) 먹음.
0830 픽업대기
시간이 지나도 픽업이 오지 않아 한참 기다림. 결국 게스트하우스 아저씨한테 독촉을 함.
시간이 지나도 픽업이 오지 않아 한참 기다림. 결국 게스트하우스 아저씨한테 독촉을 함.
0915 픽업툭툭 탑승
0925 터미널 도착. 일단 농키아우로 가는 미니밴의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같은 목적지로 떠나는 일본인 시마다 마코토(島田まこと, 30, 나라)를 만나 얘기를 나눔. 그도 농키아우를 거쳐 몽노이로 간다고 했는데, 일본의 골든위크를 이용해 짧은 여행을 왔다고 한다. 근데 얘기를 하다보니 몽노이(무앙 응오이 느아)가 아니라 무앙응오이로 간단다. 함께 가면 덜 심심할텐데 아쉽다.
루앙프라방 버스터미널(남부?) 모습
내가 탑승한 무앙 응오이 느아(= 몽노이)행 미니버스
0955 미니밴 탑승 및 출발.
현지인 2명은 조수석에 나머지 7명(유러피언 5명, 일본인 1명)이 좌석을 채움.
내 자리는 맨 뒷쪽 오른쪽인데 다행히 조수석 외에는 보조의자에 아무도 앉지 않아 다리를 필 수가 있다.
내 자리에서 본 버스(봉고)안 모습.
1020 차안에서 몽노이와 주변 지역에 대한 가이드북을 읽다가 의문이 생겨 일본인의 가이드북(地球の歩き方)을 빌려보았다. 결국 의문이 풀렸다. 한국 가이드북의 몽노이(무앙 응오이 느아)에 대한 설명과 일본 가이드북의 무앙응오이에 대한 설명이 일치하였다. 결국 같은 장소를 서로 다른 이름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었다.
1155 조그마한 팍몽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차량 두 대가 겨우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폭이 좁은 포장도로를 덜컹덜컹 달린다. 가다가 길은 조금 넓어졌지만 노면이 좋지않아 내 머리는 미니밴의 천장을 수도 없이 노크한다.
1227 농키아우 버스터미널 도착
1240 쏭태우로 보트선착장 도착(5000K)
1240 쏭태우로 보트선착장 도착(5000K)
농키아우 보트 선착장 모습
지저분해 보이지만 보트티켓을 판매하는 곳이다. 보트티켓을 구입하는 Shimada의 뒷모습
어설프긴 하지만 보트 선착장 옆에는 이런 여행안내소도 있다. 안내인은 없다..^^
1300 몽노이행 보트 티켓구입(25000K)
1310 점심식사. 선착장앞 식당에서 돼지고기 스테이크(25000K)와 Sticky Rice(5000K)를 주문.
보트 탈때 까지의 시간이 많이 남아서 여기서 식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1415 보트탑승. 1423 승객 20명(여행객16명)을 태우고 보트출발.
현지인들도 탔으나, 여행객이 대부분이었다.
시원한 물살을 가르며 드디어 출발.
아직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만큼, 이러한 생소한 모습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1433 비상사태 발생. 프로펠러에 뭔가 끼어서 강중간에서 배가 멈춤. 직원이 물에 뛰어들어가 5분 정도만에 끼어 있는 것을 떼내고, 오지랖 넓은 백인 청년 몇 명이 배를 밀면서 다시 출발 시킴.
프로펠러에 끼인 나뭇가지를 제거한 후, 보트를 밀어서 출발시키고 있는 모습.
1455 이번엔 또다른 (직원들과 주민들은 이미 알고있는) 비상사태로, 강의 수량이 적어서 수심이 낮은 곳을 배가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하여, 다들 내려서 팔자에 없는 강가 트래킹을 25분간이나 실시했다.
오지로 간다는 느낌을 벌써부터 갖게 해주는구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늘 오전11시의 보트가 오는 중간에 수심이 낮은 구간에서 보트가 강바닥에 부딪치는 사고가 있어서 당시에는 강의 중간에서 승객들이 내려서 대피하고 임시수리를 거쳐 겨우 몽노이까지 오게된 사연이 있다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늘 오전11시의 보트가 오는 중간에 수심이 낮은 구간에서 보트가 강바닥에 부딪치는 사고가 있어서 당시에는 강의 중간에서 승객들이 내려서 대피하고 임시수리를 거쳐 겨우 몽노이까지 오게된 사연이 있다고...)
중간에 배에서 내리는 모습. 이때는 한 5분 정도 걷다 말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강가의 모래톱 위를 설렁설렁 걸었었다.
그리고 나서는 강 옆의 숲길을 씩씩거리며 걸었었고...
나중엔 산길을 트래킹하듯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었었다. 몽노이까지 걸어가는줄 알았다..ㅠㅠ
1520 우여곡절끝에 다시 보트에 타고 출발.
다시 보트를 타고 가는 도중에 만난 수영하는 어린이들..
그리고 역시 이 강에서 삶을 영위하는 많은 어부들도 만났었다.
1600 몽노이 도착.
마침내 몽노이에 도착하여 보트에 있는 짐을 함께 옮기는 모습
대낮에 나온 반달이 몽노이에 첫 발을 디딘 우리들을 반기고 있었다.
1610 닝닝GH 체크인(50000K/day).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어서 다른데로 가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어차피 전기가 안들어오니 그런 물건들은 무용지물임을 뒤늦게 깨닫고 여기에 머물기로 정함.
닝닝 GH의 입구 모습
내 방의 전경. 몽노이의 다른 GH도 마찬가지이지만 모두 방갈로이다.
내 방의 모습. 에어콘도 선풍기도 없지만(전기가 없으니까..) 창문을 열어두면 바람이 시원하게 방안으로 불어 들어온다.
GH의 식당에서 바라본 전망. 하루에 몇차례 보트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1730 동네 산책. 고작해야 300m 정도의 비포장도로 하나를 두고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는 것이 마을의 전부이지만, 동네 아이들이 외부인들을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 것을 보니 무척 많은 외국인에 노출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몽노이의 메인 스트리트(?).. 도시와는 보트길로만 연결되어 있으므로 자동차는 없다. 물론 보트로 들여온 오토바이는 몇 대가 있긴 하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라오스에는 시골마을에도 이러한 꼬마들이 매우 많다.
Shimada가 사온 사탕을 나눠주자.. 동네 애들한테 소문이 퍼져 Shimada는 금새 유명인(^^)이 되었다.
낚시를 갔다가 저녁거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어린이들.. 너무나 자연스러운 광경이었다.
산책중에 오늘 보트를 같이 타고 들어왔던 현지인(Mr. Piya, 35)이 동네사람들과 맥주를 마시다가 지나가던 우리를 부른다. 그 자리에서 함께 맥주를 얻어 마시다가 저녁시간이 되어 헤어짐. 그때 함께 있던 성격이 밝고 영어를 잘하는 Mr. Shai(24)가 밤에 맥주 한잔을 더하자고 제안한다.
등을 보이고 있는 Shimada 외의 사람들이 모두 몽노이 주민들이다. 검정 셔츠가 Shai이다.
내 카메라로 Shai가 찍은 몽노이 아낙네의 모습. 세련된 모습은 없지만 구김도 없어서 무척 편함을 느꼈다.
1830 Shimada와 함께 GH의 식당에서 저녁식사. 나는 식욕이 없어서 그냥 맥주(12000K)와 스프링롤(15000K)을 먹음.
저녁에 먹은 것은 맥주와 안주(스프링롤).
1950 오후에 맥주를 얻어 마신 것도 있고해서 Shimada와 함께 맥주 4병과 내가 가지고 있던 안주(도시락김, 참치포)를 가지고 Shai의 가게로 찾아갔다.
Shai의 가게 간판이다. 가게 이름을 The Resting Lady라고 지은 이유는 몽노이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산의 모습이 휴식하는(잠자는) 여인을 닮아서라고 한다. (적당한 사진이 없어서 설명하기가 힘든데, 여행가시는 분들은 직접 산을 보면 그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침 Piya도 있었고 Noy(? 40대)도 있어서 가게앞에서 함께 맥주를 마셨다. 언어장벽 때문에 깊은 얘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그래도 현지인과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 여겨진다.
풍부하지 못한 그들의 삶이지만 밝게 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져서 다행이었다.
2130 숙소로 돌아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