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이야기 #024 - Episode. 우돔싸이 히치하이킹.
라오스 이야기 - Episode. 우돔싸이 히치하이킹.
벗어나고 싶어...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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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은색 도요타 웨건의 뒤에 앉아있다.
내 뒤로 멀어져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앞만 보고 달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되는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결국 히치하이킹에 성공했다.
잘있거라 팍몽.
몇 대의 차들이 비웃듯이 서행 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상황에 기가 죽기는 커녕,
오히려 약이 바짝 올라서 오는 차마다 달려들어 종이쪼가리를 들이 댔더니 내가 지금 타고 있는
도요타 웨건이 드라마틱하게 멈췄던 것이다.
다만 자리가 없어 짐칸이었지만, 오늘 중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게 어디야!
하며 곱짜이 라이라이를 랩하듯이 외치고 레츠 고! 우돔싸이! 하게 되었다.
하지만 커브,비포장도로,맞바람 3종 세트는 초심을 잊기에 충분한 조건이었거늘.
라오청년 셋이 타고 있던 이 검은색 웨건은 뭐가 그렇게 급했던 건지,
포장이 되다가 만 울퉁불퉁한 라오스의 비포장 산길을...
30분 전에 교차로에서 히치하이킹 하던 중에 날 비웃으며 지나갔던 차들을 모두 앞지른다 -_-;
뒤를 보고 앉아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면 서로 어색하게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른다.
심지어 서로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자세를 몇 번이나 고쳐가며 앉아도 사람이 앉아야 하는 곳과 짐을 실어야 하는 곳이 명백하게
구분 되어 있는 웨건의 승차감이 얄미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이다. 진짜 여행.
이런 마음 하나가 나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 주었다. 비록 승차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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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쯤 지났을까?
정신없이 오르막 산길을 달리다가 내리막길에 접어 들었을 무렵이었다.
정말이지 외국인은 커녕 현지 여행자도 안올 것 같은 길을 계속해서 달리는데,
길가의 건물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이런데서 외국인..금발..배낭..으응...?
“HEYYYYYYYYYYYYYYYYYY!!!!"
프렌치 부부가 길가에 앉아 국수를 먹고 있다. 순식간에 지나쳤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인사를 하는 초능력이 발휘되었다. 한 시간을 일찍 떠난 프렌치 부부를 만나다니!
이건 정말 시간을 달려온 기분마저 든다. 터져 나오는 웃음에 흙먼지가 입에 들어가든 말든
신나게 웃어재끼고 서서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 어떤 석양보다도 감동적이고 예뻐 보인다.
도요타 웨건 위에서 바라본 석양...
프렌치 부부와 순식간에 인사하고 20여분 정도 더 달리니 드디어 도시가 보인다.
우돔싸이다.
오늘 중에 절대 못 올것 같았던 우돔싸이에 도착했다.
도요타 웨건의 라오청년들은 숙소를 구하기 쉽도록 시내 한복판에 내려주었고,
차에서 내린 나는 그제서야 다리가 후들거리고 멀미가 나기 시작했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계속해서 웃으며 괜찮았다고, (데려다 준 것도 고마웠는데, 내리자마자 자리가 나빠
힘들었겠다 걱정을 하는 바람에...) 그들이 멀어 질 때까지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흔들어주었다.
아마 내가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더 있을 여행이지만, 잊지 못할 순간에 대해 이야기 하라고 한다면,
오늘의 이 날들이 언제까지나 생각나겠지.
하아.
정말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든데 웃음이 나는 이유는 대체 뭘까.
멀미할 것 같은 속을 진정시키고 몇군데의 숙소를 둘러보다가 피곤한 와중에 그나마도 맘에 드는데서
자야겠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또 다른 웨건 한 대가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친다.
“어머!”
프렌치 부부가 도착했다.
우리는 같은 숙소의 옆방을 나란히 잡고, 마치 영화 같았던 오늘 하루의 일들에 대한 영웅담을 늘어놓고,
그렇게 “꼭 가야한다!” 했던 목적지에 도착해 잠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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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청년들이 내려준 곳.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기념사진을 찍어두었다.
p.s_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니 온 몸이 멍투성이였지만 -_-;;;
p.s_ 좀 더 실시간 버전은 그냥 암꺼나 게시판에 :)
https://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97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