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왓디 무앙타이(6)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싸왓디 무앙타이(6)

이준용 2 1023
- 아란야프라텟 -

여섯시에 방콕북부터미널을 출발하여 태국-캄보디아의 태국쪽 국경도시인 아란야프라텟으
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승차권에 표시된 번호를 찾아 앉고 보니 하필 화장실 앞이다. (이
버스에는 뒷쪽에 화장실이 있다) 결국 약간의 찌린내를 감수해야 했는데, 그것말고는 모든
게 만족스럽다. 버스는 상당히 크고 내부는 깨끗했으며 에어컨은 엄청 빵빵!! 조금 앉아 있
으니 동태가 될 지경... 준비해 간 긴팔 옷을 입고 바지는 갈아입지를 못하니 엉성하게마나
다리를 수건으로 둘렀다. 음.. 한결낫군.. (사실 난 한국에서 떠날 때부터 이 버스의 빵빵한
에어컨에 대해 알고 있었다. 완벽한 준비. 하하!!)

이렇게 버스 안에서 추우니 어쩌니 하면서 부시럭거리는데 어떤 분이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눈을 들어보니 웬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 일행.. 두 쌍의 부부니까 모두 네 분. 우리 둘이서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 한국인임을 아셨다는 그 분들도 캄보디아가 목적지였다.
"그럼 저희랑 같이 가시면 되겠네요?"
"그렇게 하시지요.."
우하하하!!! 이렇게 기쁠수가!! (지금 내가 왜 이렇게 기뻐하는지는 좀 있다가 사연이 나온
다) 또 다시 걱정거리 하나가 사라지자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몰려오는 잠... 어젯밤 한숨도
못 잔 우리는 그대로 달나라로 떠났다. 다리 앞에 배낭을 놓아 비좁기 그지없는 공간이어서
가끔 자다가 다리와 엉덩이에 쥐가 나는 바람에 눈을 뜨긴 했어도 대체로는 계속 수면...
얼마나 달렸을까?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가 넘었다. 출발한지 4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도착을 못했나? 밖은 경치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시골의 모습. 논과 밭이 있고 전
형적인 시골집의 모습을 한 민가들도 계속해서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30분쯤 더 달린 끝
에 우리는 이 버스의 종점인 아란야프라텟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두 다리로 서니 좀 살 것 같았다. 버스 안에서 하도 오그리고 있어서... 그냥
시골마을의 모습인데, 정류장 앞에 큰 노천식당이 있다. (사실 벽은 없어도 하늘은 가려져
있으니 노천은 아닌데...) 잠만 잤는데도 왜 배가 고픈지는 알 수 없으나 하여간 요기를 해
야지? 아까 터미널에서는 쌀국수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볶음밥을 먹어보자.
"카우팟!"
자는 동안에 태국어 실력이 향상됐는지 아줌마가 한번에 알아듣는다. 하하!! 한국에도 많이
있는 플라스틱 간이의자에 앉아 아내와는 나무로 만든 식탁을 마주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이곳의 첫인상은 참 고즈넉하다. 담배를 피우며 물을 마시며 천천히 주위의 풍경들을 눈 속
에 넣어뒀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지만, 여긴 뭘 주문하면 손님이 많건 적건 음식이 나오는
게 완전 세월이다... 말만하면 "녜--"하며 10분 안에 갖다주는 한국과는 다름)
드디어 음식 나옴. 이번에도 일단은 관찰. 기름에 고기랑 야채를 넣고 밥을 볶았는데 아까
쌀국수에서 나던 냄새는 이번에도 동일. 이 지역 음식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재료가 있는 모
양. 암튼 맛을 따질 입장은 아니므로 정신력으로 식사. 난 한국에서처럼 여기에서도 음식을
먹다 남기는 일은 없었다. 꾸역꾸역 참 잘 먹지... 근데 아내는 이제 아예 먹을 생각을 않는
다. 이유는 냄새 때문이던지 아니면 아직 배가 덜 고파서든지... 내가 무서운 얼굴로 눈을 부
라려도 요지부동.. 한국에서 같았으면 아내가 남긴 음식도 내가 다 먹어줬을텐데, 지금은 나
도 정신력에 의지하는지라...


- 뚝뚝타기 -

식사를 마쳤으니 이제 국경으로 이동할 시간. 아까 버스 안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여섯이서
이동하기로 했다. 이동수단은 뚝뚝. 오토바이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것을 장치한 뚝뚝은 태
국의 명물이다. (말로는 설명이 안되니 사진을 첨부한다. 참고하도록..) 다만 가격은 타기 전
에 운전사와 협상해서 정해야 한다. 난 여기서 국경까지의 공시가격(?)이 50바트임을 알고
있었는데, 일행 중 한 분이 여섯이서 100바트에 가는 걸로 협상을 했다. 그럼 우리 부부의
몫은 40바트. (정확히는 33바트겠지만, 사람이 그렇게 야박해서야...어디...)
부르릉- 부르릉-
신나게 출발하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하하!! (여기서 뚝뚝에 재미를 붙이는 바람에 나
중에 방콕에 와서도 이것만 탔다. 하하!!) 좁은 자리에 여섯이 끼어가니 짐까지 해서 약간은
불편하지만 얼마나 재미있는지... 하하!!

달리면서 얘기를 나눠보니 이 분들도 모두 선생님들. 하긴 일반 직장인들 같으면 이런 장기
여행을 꿈이나 꾸겠는가? 그것도 유치원부터 초, 중, 고등학교까지 종류별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 10분 정도 달리더니 커다란 시장에 내려준다. 이제부터는 걸어서 국경을 넘어야
한다.

사족:
1) 여행기의 내용이 이렇다보니 모든 태국 음식들이 다 한결같이 맛없고 이상한 것으로 여
겨질까봐 한 마디! 절대 그렇지 않다. 나중에 나오지만 여기에도 정말 맛있는 음식은 당연
히 있다.
2) 태국의 명물. 뚝뚝사진을 동봉한다.
2 Comments
titan 1970.01.01 09:00  
크아 저사진을 보니 터미널 기억이 납니다. 와아 감개무량 ... 제가 갔을땐 비가 내리고 있었죠 밤 11시 쯤 근처의 호텔에서 묵었답니다. 거기서 타이의 TV 도 보고 하하하
kks 1970.01.01 09:00  
물론 나중에 아셨겠지만 팍취향이죠. 저도 태국에 한2년간 있었는데 처음에는 향이 싫었으나 나중엔 팍치 없인 음식맛이 안나는것 같아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