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19박 26일 5개국 11일차 - 방비엥 자연속으로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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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19박 26일 5개국 11일차 - 방비엥 자연속으로 풍덩

카이딘 6 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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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

 

 

지출

 

치킨 볶음밥 15000K

 

 

눈은 자동으로 7시 이전에 떠진다

 

하지만 억지로 잠을 더 청한다

 

여행 11일 째 만에 처음으로 늦잠을 자기 위해서다

 

다른 여행자들 말을 들어보면 아침에는 절대 눈이 안 떠져서

 

점심쯤에야 겨우겨우 일어나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활동한다고 하던데

 

나는 이상하게 늦잠을 자기가 힘들다

 

노인네들은 아침잠이 없다고 하던데... 22살인 내가 벌써 노인네?;; ㅠ

 

남들이 말하는 여행에서의 달콤한 늦잠을 난 억지로 느껴보려 힘쓴다

 

그래서 침대에서 버티다 버티다 일어난 시간은 아침 10시

 

그 이상은 좀이 쑤셔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ㅠㅠ

 


 

아직 오늘 할 것을 정해둔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젠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일단 밖에 나가서 아침이라도 먹으면서 생각하기로 하고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 입

었다

 

밖에 나오니 비가 퍼붓던 어제와는 달리 아침부터 햇살이 쨍쨍하다

 

(방비엥에 머무는 동안 낮에는 화창하고 늦은 오후와 밤에 비가 오는 날씨가 지속되었다)

 

사실 쨍쨍하다기보다는 엄청 덥다 ㅡ.,ㅡ

 

오전 10시임에도 거의 한낮 날씨다 ㅠㅠ

 


 

이곳 방비엥은 여행자들이 많은 곳이라 여행자 식당이 아주 많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다들 자리가 한산하다

 

혼자인것도 쓸쓸한데 주변까지 조용한 것은 싫어서

 

어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던 응언파닛 옆 식당에 간다

 

치사하고 더럽지만 그래도 이곳에 손님이 많았기 때문이다 ㅠㅠ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으니 어제 나에게 그토록 눈치를 줬던 기분 나쁜 점원이 또 보인다

 

우씨.....

 


 

난 언제나 즐겨먹는 치킨 볶음밥과 라오커피를 시켰다

 

난 원래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곳 라오스에 그렇게 커피가 유명하다고 하길래 한 번 맛이나 볼까 해서 시켜보았다

 

점원에게 주문을 하니 커피를 아이스 커피로 할 것인지를 묻길래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아이스 커피와 그냥 커피의 가격차가 ‘아주’ 크다

 

여기서 메뉴판을 보고 아이스 커피 가격을 확인했어야 하는건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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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나온 볶음밥은... 뭐 원래 먹던 맛이고..

 

그렇다면 라오커피의 맛은?

 


 

‘루앙프라방과 방비엥의 중간적 맛이 나구요

 

메콩 강에서 수중발레를 하는 여인

 

하지만 그 여인이 친숙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워낙 저질입이라 엄밀한 맛의 판단이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맛을 묘사해보자면 원래 먹던 커피 보다 진하고 단 맛이 났다

 

뭐 간단히 말해 맛있었단 얘기다 ㅋㅋㅋ;;

 


 

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가이드북을 보며 오늘 뭐할지를 생각해본다

 

이곳 방비엥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은 튜빙과 카약킹, 그리고 동굴 탐험이라고 한다

 

어차피 방비엥에서 머물 시간은 많으니 튜빙과 카약킹과 같은 것은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일단 혼자서 방비엥을 돌아다니며 이곳이 어떤 마을인가를 느껴보기 위하여 동굴 탐험을 먼저 하기로 했다

 


 

계산을 하려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비쌌다

 

알고보니 내가 5000낍으로 알고 있었던 라오 커피가 그 두 배인 만 낍이였다;;

 

그냥 뜨거운 라오 커피는 내가 알고 있는 대로의 가격인데

 

거기에 얼음만 넣었을 뿐인 아이스 커피는 그 가격의 두 배라니... 몇천 낍 추가된것도 아니고 말이다...

 

가격판에도 그렇게 가격이 써있었지만 왠지 씁쓸했다...

 


 

방비엥 탐험에 떠나기 전, 마을의 은행에서 100달러를 환전했다

 

숙소에 돌아와 이 큰 돈을 고이 숨겨두고 방문을 와이어락을 이용하여 이중으로 잠근 뒤 나왔다

 

혼자하는 여행이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ㅠㅠ

 

일부 악질적인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주인과 점원들이 스페어키로 문을 열고 들어와서 돈을 훔쳐간다고 한다

 

덕분에 여행 내내 내 몸 걱정보다 숙소에 숨겨둔 돈의 안전 걱정을 하느라 언제나 긴장상태였다 ㅡㅡ;;

 


 

일단 만 낍에 자전거를 빌렸다

 

6시 까지 가져와야 한다고 한다

 

오토바이를 빌리는 곳도 물론 있지만 이곳 방비엥은 그다지 넓은 마을이 아니고

 

빠이에서 타볼만큼 타봤기 때문에 이번엔 자전거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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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도 빠이의 두 배 정도라서 심리적으로도 탈 마음이 안 생겼다..

 


 

방비엥 마을은 큰 강을 사이에 두고 크게 두 마을로 나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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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가고자 하는 동굴은 모두 강 건너편에 있었기에 우선 강을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찾는다

 

강을 건너가는 다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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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다리 입구다

 

 

그런데  이 곳 다리는 무려 통행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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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세를 알려주는 표지판.... 걸어서 4000K 자전거 6000K 등등이 적혀있다

 

 

다리를 돈 내고 건너본 적은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

 

자동차,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의 가격이 모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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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오면 바로 앞에 좌우로 난 갈림길이 눈에 들어온다

 

방비엥의 여러 동굴에 가고자 한다면 무조건 오른쪽으로 가야한다


 

왼쪽은 마을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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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Blue Lagoon’이라는 이름이 적힌 표지판을 보고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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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가게 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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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양쪽에는 푸른 색의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논이 있고

 

그 보다 좀 더 먼 곳에는 병풍처럼 산들이 늘어서 있다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색이여서 풍덩 뛰어 들고 싶을 정도였다

 

자연이 아름답다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것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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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분이 좋은 적은 여행을 하고나서 처음이었다

 

물론 다른 여행지에서 즐거운 경험을 많이 했지만

 

그런 것과는 다른 즐거움이었다

 

단순히 주변 풍경을 보기만 했는데도 가슴이 뻥 뚫리며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미친놈도 아닌데 말이

 

(하루 세 번 허경영을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날씨는 엄청 무덥고 작열하는 태양은 내 목덜미를 사정없이 강타했지만

 

이미 그런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마비되어 무감각해진 상태

 

진흙과 자갈로 인해 자전거를 타기엔 아주 힘든 길이었으나 덕분에 난 결코 힘들지 않았다

 


 

아름다운 자연으로 인해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느라

 

내가 자전거를 모는지 자전거가 나를 모는지도 모를 상태에서 눈 앞에 갈림길이 등장했다

 

원래 가던 방향 그대로 직진하는 길과

 

오른쪽으로 갈라진 샛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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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을 보니 오른쪽으로 가면 Khanh kham 동굴이라고 한다

 

원래의 계획에는 없던 동굴이지만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냥 들어가 보기로 했다

 

자전거를 몬지 얼마 되지 않아 매표원으로 보이는 꼬마애 한 명과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세워져있는 작은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지어진 것이 아니고 그냥 숲 속이다;;

 

몰고 온 자전거를 한쪽 구석에 조심히 주차해 뒀다

 


 

동굴 입장료는 만 낍이다

 

돈을 건네 주니 제대로 된 표가 아닌, 컴퓨터 프린트로 대충 뽑아 내서 가위로 오려낸 듯한 표를 건네준다

 

심지어 레이저 프린터도 아니고 잉크젯 프린터를 사용했는지 인쇄 입자가 상당히 굵다;;

 

아무래도 이 라오스란 나라는 철저히 실력(?) 위주로 관광객을 압도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처럼 입장권과 같은 부수적인 것은 허접하지만 관광지 그 자체는 정말 볼만하기 때문이다

 


 

동굴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니 어느샌가 어떤 꼬마애 한 명이 나로부터 10m 정도 떨어진 곳 앞에서 앞장을 선다

 

아무래도 가이드인것 같다

 

(사전 조사에 의하면 이처럼 동굴 근처에는 가이드를 해주고 돈을 받는 꼬마애들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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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이곳 칸 캄 동굴은 일단 동굴을 찾는 것부터 가이드 없이는 아주 힘들고

 

밀림 속에서 자칫하다간 길을 잃을 수 있으며

 

동굴 내부는 엄청나게 작고 날카로운 돌과 가이드가 미리 말해주지 않으면 빠질 수 있는 깊은 구멍이 있어서

 

꼬마 가이드가 ‘필수’다)

 


 

이런 꼬마들은 가이드를 해주고 나중에 돈을 요구한다

 

내가 가이드를 해달라고 말도 안했는데 말없이 앞장을 서기에 왠지 괘씸하고 나중에 바가지를 쓰면 어쩌나 하는 걱

정도 했지만

 

그깟 돈 몇 푼이나 할까 싶어 꼬마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가 가는 길을 따라서 걸었다

 

(나중에 보니 정말 잘한 일이었다)

 


 

동굴은 이 곳 주차장과 매표소로부터 걸어서 약 30분 이상 걸리는 곳에 있다

 

가는 길은 중간 중간에 개울이 많아서 자전거와 같은 교통 수단은 이용할 수 없고 도보만이 답이다

 

우기라 그런지 물이 많이 불어서 물이 내 정강이 까지 차오르는 곳도 많았다

 

나는 샌들을 신고 갔기 때문에 발을 물에 담그어도 상관없었지만 트래킹화나 운동화를 신고 갈 사람들은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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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물을 가로 질러 첨벙첨벙 걸으니 발이 시원해져서 날씨가 뜨거웠음에도 그다지 덥지 않았다 ^^

 


 

그렇게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동굴,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ㅡㅡ;;

 

마치 던전 입구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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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동굴이라는 표지판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내부의 조명 같은 것도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자연 그 상태의 동굴이다

 

반대로 말하면 함부로 관람하기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거기다 그다지 알려진 동굴이 아니라 인적이 없어서 컴컴한 동굴에 있는 것은 나와 꼬마 둘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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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턴만으로 비춘 불상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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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의 후레쉬를 터트리면 이렇게 잘 보인다

 

앞으로의 사진들은 후레쉬를 터트려 겨우 찍은 사진들이다

 

 

 

꼬마 가이드는 손전등 하나를 꺼내서 앞장을 선다

 

나 역시도 미리 챙겨온 머리에 매는 등산용 랜턴이 있기 때문에 동굴에 들어가기 전 미리 머리에 장착했다

 

랜턴을 켰으나 동굴 안은 컴컴하여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와 꼬마만이 지나갈 만한 아주 작은 동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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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도 높지 않아 종유석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자주 허리를 굽신 굽신 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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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은 서늘하고 축축하여 오랜 행군으로 지친 몸의 열기를 식혀준다

 


 

내부는 온통 기괴한 석순과 종유석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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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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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처럼 쭈글쭈글한 모양, 접시처럼 얇은 판 모양, 거꾸로 된 빙산 모양 등 볼거리가 풍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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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심지어 모든 것을 손으로 직접 만질 수도 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꼬마 가이드는 손으로 종유석을 두드리기 까지 한다

 

자기가 시범을 보여줬으니 나도 한 번 따라해 보라는 시늉을 한다

 

종유석의 얇은 부분을 손바닥으로 치면 마치 악기의 소리와도 같은 소리가 난다

 

두껍고 얇은 정도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니 종유석 연주회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바닥에서 작은 돌덩이를 하나 집어 들더니 그것으로 종유석을 두들긴다

 

아까와는 다른 기묘한 소리가 난다

 

(재미는 있지만 이렇게 종유석을 만지고 두들겨도 ㅡㅡ 되는지 걱정이 됐다

 

종유석이 1cm 자라는데 수 천~수 만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렇게 돌덩이로 두드리다가 하나 뚝 떨어지기라도 한다

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며 이건 수 만년의 시간에 대한 모독이다

 

지금은 비록 여행객이 적어서 괜찮을지는 몰라도 나중엔 정부차원에서 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난 종유석 두들긴 남자다 ㅡㅡv

 


 

동굴 내부에는 커다란 불상도 있다

 

어떻게 이 어두컴컴하고 험한 동굴에 돌을 들여와서 깎았는지 모르겠다

 


 

꼬마가 동굴 속의 다음 포인트로 안내를 하는데 갑자기 내 앞에 뚝 멈추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르킨다

 

모야모야?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눈으로 따라가서 보다 마음 속으로 ‘헉!!’ 하는 소리를 질렀다

 

우리가 원래 가는 길 앞으로 구멍 하나가 발 아래쪽으로 커다랗고 시커먼 입을 벌리고 쑥 나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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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은 사람 하나 빠질만한 너비에 바닥이 제법 깊고 주변엔 날카로운 돌이 둘러싸고 있어

 

만일 빠지기라도 한다면 큰 사고가 날 것이다...

 

어느 한 곳에 뚝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통행로 바로 옆에 아무런 안전 장치 없이 그대로 있어서

 

만일 가이드를 따라다니지 않고 나 혼자 왔다면 십중 팔구 이승을 하직했을 것이다

 

심지어 이곳은 조명이 하나도 없으니...

 

자기 랜턴 하나만 믿고 혼자 동굴 들어왔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모른 채 구멍 속으로 쑤욱~ ^^

 

라오스에서 병풍 뒤에서 향 맡기 정말 쉽죠잉?

 


 

이곳을 무사히 통과하니 이번엔 꼬마가 갑자기 바닥을 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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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사람 하나가 기어서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구멍이 나있었다

 

34 ㅡ 25 ㅡ 36의 몸매(물론 훼이크)를 자랑하는 나도 배를 바닥에 대고 길 수 밖에 없었다

 

좀 뚱뚱한 사람은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기어가다 중간에 배가 걸려 낄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들어가니 동굴의 끝이 나왔다

 

원래 왔던 구멍을 다시 배를 깔고 기어서 ㅡㅡ;; 통과한 뒤 어렵사리 다시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던전을 무사히 빠져나온 느낌이다

 

그러나 완전히 무사한 것도 아니어서 날카로운 돌에 무릎이 긁혀 피가 나오고 있었다 ㅠㅠ

 

꼬마가 자신에게 지금까지의 가이드비를 얼마 줄 수 있냐고 한다

 

만 낍을 제시하니 제법 표정이 시무룩해졌지만 그래도 군말 없이 잘 받는다

 

함께 동굴 속에서 위기를 넘겼던 동지였기에 동지애가 생겨서(참.. 위기는 나만 겪었겠지... ㅠ)

 

몇 살이냐고 물어보니 15살이라고 한다;;

 

10살도 안되어 보였는데...

 


 

왔던 길을 다시 개울물을 첨벙첨벙 밟으며 꼬마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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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 길 중간 쯤에서 내가 혼자서도 길을 찾을만한 곳에 도달하니 이젠 혼자가도 된다고 한다

 

꼬마는 새로운 여행객을 찾아 떠나고..

 

여기서 꼬마와는 빠이빠이

 


 

내가 동굴 관광을 이른 시간에 시작한 편이라 돌아가는 길에 이제 동굴로 향하는 여러 명의 관광객을 지나쳤다

 

끽해봐야 이제 동굴로 가는 길의 절반 쯤 왔는데 저질 체력이라 벌써 피곤에 쩐듯한 어떤 서양 여인네가

 

헥헥 대며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나에게 ‘정말 이런 고생을 하면서도 이 동굴이 볼만한 가치가 있냐?’ 하고 물어본다

 

나는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죽인다~ ㅋㅋㅋ’하고 답해줬다

 

하긴... 아까 봤던 동굴 속의 구멍에 빠져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지...

 


 

구슬땀을 뻘뻘 흘리며 결국은 주차장에 도착하니 커다란 나뭇잎으로 안장을 덮어 놓은 내 자전거를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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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열로 데워진 안장에 앉았을 때, 고환이 말 그대로 fire egg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 매표원 꼬마의 배려였

 

감동이다 ㅠㅠ

 


 

이젠 다음 목적지이자 원래 가고자 했던 탐푸캄으로 향했다

 

가는 길을 몰라 다시 아까 건너 왔던 다리까지 돌아가는 뻘 짓을 수행했다 ㅡ.,ㅡ

 

칸 캄 동굴 가는 갈림길에서 아까처럼 오른쪽으로 틀지 않고 원래 길로 직진하기만 하면 되는데...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다 ^^

 


 

칸 캄에서 탐푸캄은 자전거로 약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길에 돌멩이도 많고 경사도 심하여 많은 시간을 자전거를 타고 걸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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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진흙탕이 나와서 공짜로 발에 머드팩을 할 수 있었다 ^^

 

소똥 성분이 함유된 정말 좋은 머드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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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밟지 않으려해도 어쩔수가 없어서 아예 신발을 벗어 제겼다 ㅡㅡ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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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주변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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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에서 더위를 식히는 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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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10시 쯤 먹었는데 현재 시간은 약 2시...

 

가져왔던 물도 떨어져서 거의 아사 직전이었다 ㅠㅠ

 

날씨는 무진장 덥고... 자전거 타기는 힘들고...

 

가는 길 곳곳에 여행자를 위한 간이 음식점이 있었고 물도 팔았지만

 

마을에서 먹는 것보다 2배 정도가 비쌌기 때문에

 

지금은 꾹 참고 마을에 가서 먹어서 돈을 아끼기로 했다

 

가난한 여행자의 비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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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이 가마니를 입으면 명품인 돌체엔가바나가 되고

 

옥동자가 돌체엔가바나를 입으면 돌쇠가 가마니를 입은 것이 되는 것처럼

 

방비엥에선 이렇게 하찮게 서있는 전신주 마저도 자연과 어울려 예술이 된다

 


 

결국은 도착한 탐 푸캄...

 

이곳 역시도 입장료가 만 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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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열심히 기어 올라가야 겠다 ㅠ

 

 

 

아까 갔었던 칸 캄 과는 달리 엄청나게 큰 동굴이었다

 

그러나 조명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여서 둘러 보는데 고생을 겪었다

 

이미 몸은 지칠대로 지쳤고 허기도 졌기 때문에 그냥 탐 푸캄 관람은 입구쪽만 살짝하고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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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너무 고생을 했나보다.... ㅠㅠ

 

동굴에서 나오는 길에 랜턴을 가지고 오지 않은 듯, 어두운 곳에서 발 디딜 곳을 찾느라 당황한 여행객들을 위해

 

그들의 발 아래로 내 랜턴을 비추어 줬더니 활짝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컵 짜이’로 ㅡㅡ;; (라오스어로 감사하다는 뜻)

 

같은 여행자로 판별될 경우 대개 ‘thank you’로 말하는데... 내가 아무래도 현지인으로 보였나보다... ㅠㅠ

 


 

돌아왔던 길을 다시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고 밟아 겨우 원래 강을 건너 왔었던 다리 쪽으로 왔다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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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소들이 떼지어서 가고 있었다... 모는 사람도 없는데 신기하게도 알아서 집을 찾아가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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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해보이는 소들이지만 이렇게 많으니 왠지 무서웠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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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디아블로의 헬카우방을 연상시켰다...

 

 

돌아다니며 진흙탕을 건너느라 샌들과 발이 진흙으로 말이 아니어서 마을로 돌아가기 전 강물로 간단히 씻어내었다

 

라오스의 강은 우리 나라의 강과는 달리 완전히 흙탕물이여서 뛰어들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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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 도중 바로 내 앞에서 남녀 할 것 없이 빨가벗고 즐겁게 수영을 즐기는 꼬맹이들을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데...

 

 

갑자기 큰 바구니에 설거지 거리를 가득 담은 현지 마을 아주머니들이 출현하셔서 내 바로 옆에서 설거지를 하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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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저 흙탕물에 설거지를? 그것도 곧장 강물에 하는 거라 수인성 질병 위험이 있을텐데...

 

게다가 음식물 찌꺼기로 인한 환경오염은 어쩌나? 애들이 수영하고 있는데 ㅠㅠ

 

하지만 이들에겐 일상이겠지.. 이게 바로 컬쳐 쇼크인가 보다 ㅠㅠ

 


 

진흙을 아직 다 씻어내지 못했지만 강물에 담근 발을 쓰윽 빼서 불안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까 난 세균이 들어가서 썩어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 설마 통째로 절단해야 하는건?


 

하긴 현지인들은 멀쩡히 쓰는 물인데 별일이야 있겠어? ㅋㅋㅋ(하면서 왠지 불안했다 ㅠ)

 


 

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마지막으로 음식을 섭취한 시각은 6시간 전!!

 

뱃가죽과 등가죽이 유착한 나는 이미 영양실조로 인해 조금씩 감겨 오는 눈을 억지로 게슴츠레 뜨고

 

이리저리 밥을 먹을 식당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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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발견한 식당인데 이곳 정말 진국이다

 

메인로드 쪽에 있는 가게처럼 TV가 있지도 않고

 

지붕이 슬레이트인 창고와 다름 없는 허름한 공간에 테이블 몇 개만 놓고

 

장사를 하는 것 같은데 값이 매우 저렴하고 음식 맛도 좋다 

 

양도 보통 가게의 두 배를 준다 (사실 이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ㅠㅠb)

 

방비엥 있는 동안 거의 이 가게만 오게 된다

 


 

일단 가게에 들어가서 테이블에 앉으니 툭 치면 데굴데굴 굴러갈 것 같은 퉁퉁한 꼬마가 메뉴판을 가지고 온다


 

앞으로 이 녀석을 초딩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까불거리게 생긴 모습이 딱 초딩이다... 이곳에 여러 번 오게 되어 친해지게 된다)

 

메뉴판 중에 ‘팟라오(라오스식 볶음 국수)’가 있길래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해서 시켜보았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팟라오가 나오고...

 

한 입 넣는 순간, 난 마음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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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태어나서 3번 운다고 한다

 

발가락으로 문지방을 찼을 때

 

축구하다가 상대방이 코발로 냅다 후린 축구공에 급소를 맞았을 때

 

그리고 여행하다가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ㅠㅠ 음식 자체도 맛있었지만 배고픔이 반찬이라고 엄청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근 5년 간을 통틀어 가장 맛있어 먹은 음식이다...

 

와구와구 쳐먹는 모습을 초딩이 걱정스레 쳐다본다...

 

‘저 인간 쳐먹다가 목 막혀 죽는거 아니야?’ 하는 표정으로 ㅡㅡ

 


 

수박주스를 하나 시켜서 쭈욱 빨아 들였다

 

아아... 더 말해서 무엇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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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음식을 다 비우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게 밖엔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비가 그칠 때까지 무한정 대기를 탄다...

 

이윽고 비가 그치고..

 

생명의 은혜를 입은 것처럼 이 가게를 떠나면서 힐끔힐끔 뒤를 돌아본다

 

안녕... 저녁밥 먹으러 이따가 또 올게

 

 

진흙으로 자전거 더렵혔다고 빌린 곳에서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는데 아무 말도 듣지 않고 자전거를 반납할 수 있었

 

오호... 다행이다


 

숙소에 돌아와서 씻고 잠깐 쉰다

 

 

저녁을 먹으려고 밖에 나오니 다른 마음이 생긴다

 

‘다른 가게들도 아까 간 가게처럼 값싸고 양 많고 맛있으면 어떡하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왕이면 안 가본 가게로 가는게 좋지ㅋㅋ‘

 

하고 주변의 비슷한 가격대를 가진 가게로 들어갔다

 

 

거기서 시킨 것은 ‘라프’라는 라오스 음식이다

 

시킨 것이 나왔는데 매운 고기 볶음에 페퍼민트 허브를 넣은 것이었다

 

내 생각에 완전 아니었다 ㅡㅡ;;

 

페퍼민트가 완죤히 에러 ㅠㅠ

 

 

차라리 따로 따로 먹었으면 좋았을걸 고기랑 페퍼민트를 섞어 놓아서 오묘한 맛이 탄생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돈 주고 샀으니 먹어야지...

 

비어라오를 한 병 시켜서 맥주 한 모금 넘기고 라프 한 점 먹고 하는 식으로 결국 다 비우긴 비웠다

 

배는 가득 찼으나 남는 것은 허탈함 뿐.... ㅠㅠ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쓸데 없는 시도는 포기하고 원래 가던 집으로만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도 식사를 마친 뒤 해가 뉘엿뉘엿 지는 방비엥의 거리를 내다보며 비어라오를 마시니 기분은 좋아졌다

 


 

내일은 카약킹을 하기 위하여 폰트래블로 가서 예약을 하려 했으나

 

이미 여행사는 닫은 상태;;

 

약 7시 밖에 안되었는데도 상당히 일찍 닫는다;;

 

어쩔 수 없지.. 내일은 일정을 바꾸어 그냥 오늘 처럼 마음대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ㅋㅋ


 

숙소에 돌아와서 쿨....

6 Comments
아러이찡찡 2009.09.21 22:21  
재밌게보고있어요ㅋ
카이딘 2009.09.23 00:00  
감사합니다 ^^ 나중에 올릴 베트남편도 잘 봐주세요~
태린 2009.09.23 15:48  

잘 보고 있습니다..

간만에 라오스 생각하며 담배한대..피웁니다..

카이딘 2009.10.10 21:14  
잘 보고 계시다니 감사합니다 ^^
dandelion 2009.09.24 16:31  
전에 EBS에서 하는 라오스 편 보고 라오스에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님 여행기를 통해 정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네요.... ^^*
여행기 너무 재밌답니다~~~
카이딘 2009.10.10 21:16  
저 역시도 누군가 저에게 동남아를 다시 가려면 어딜갈래? 하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라오스를 말할 정도로 라오스 정말 좋은 나라인것 같습니다 ㅎㅎ

늦기전에(?) 꼭 한 번 가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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