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s 라오스 여행기(11)[빡세]-사람 반 설탕포대 반인 썽태우를 타고 빡세로~
아파서 잠을 설쳤다.
5:30
퉁퉁 부운 눈을 억지로 뜨고 아침 공기라도 마실 요량으로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가니 본의 아니게 ‘탁발’을 볼 수 있었다.
조용하고 소박한 탁발을 보다가 떠오른 것이 있었다.
“아.!! 사진기. 사진기!!” 방으로 뛰어가 사진기를 가져왔지만 승려들은 탁발을 끝내고 저 멀리 가고 있었다.
[탁발 마치고 떠나는 승려들]
탁발을 보고 나니 할 게 없어 일단 밥부터 먹었다.
밥 먹고 나니 또 할 게 없어 무작정 돌아다녔다.
괜히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며 인사 하고 다시 나오고 직원이 없는 ‘짬빠싹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앉아 있다 나오고 그러다 보니 벌써 7시가 넘었다.
오늘은 ‘빡세’를 가기로 한 날
사장님은 버스(썽태우)가 7시부터 20~30분 간격으로 오후 3시30분까지 있다고 하였다.
어차피 ‘빡세’는 가고 싶어 하던 곳이 아니어서 천천히 준비하다 떠날 생각이었다.
얼른 체크아웃과 짐을 정리하고 게스트하우스 입구 앞에서 의자를 하나 놓고 사람들 구경하고 있었고 내 옆으로 사장님과 앞집에 사는 친구와 체스 비슷한 게임을 하였다.
게임에 너무 집중 하시는 두 분을 뒤로하고 게스트하우스 공용냉장고 손잡이에 태극기가 그려진 북 액세서리를 몰래 걸어두고 나왔다.
[냉장고에 몰래 걸어둔 자랑스러운 태극 문양 그려진 북 장신구]
[게임에 집중 중인 사장님과 앞집 친구 분]
게임의 재료는 병뚜껑과 게임판인데 게임방법은 한쪽은 병뚜껑을 뒤집고 한쪽은 병뚜껑을 정면으로 하고서 서로의 병뚜껑을 움직여서 먹고 먹는 게임이다.
그 장면이 신기해서 관심을 보이다 물어보았다.
“니 쓰 냥.?(이거 이름이 뭐에요?)” 난 아차.! 싶었다. 라오스어로 물어보면 대답을 다들 라오어로 대답을 하는데 영어를 좀 하시는 사장님이 아니라 친구분이 나에게 신나게 라오어로 설명하였다.
너무 진지한 라오어 설명에 나도 이해는 안 되지만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꽤 오랜 설명 끝에 다시 게임에 집중하시는 두 분.
아무 소음도 안 나는 환경 탓에 나도 같이 그 게임에 집중하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썽태우 소리가 들린다.
‘후다다닥.’ 게임에 집중하시던 사장님 썽태우(버스) 소리가 들리더니 게임을 하다 마시고
도로변으로 달려가신다.
시간은 9:45 사장님의 다소 소란스럽던 손짓으로 썽태우를 세우고 난 덕분에 썽태우를 탈 수 있었다.
“사장님 감사해요~ ”
일단 내가 제일 먼저 할 일은 가격을 물어보는 것.!
썽태우 요금을 수금하는 사람에게 가격을 물었다.
“빡세 타오 다이.?” 들려오는 대답은 2만낍이었다. 나쁘지 않은 가격 썽태우는 만석으로 사람이 탈 자리에도 설탕 포대가 깔려있어 앉기도 힘들고 양 옆으로 채소 바구니를 든 아주머니가 나를 공격하고 있어 여간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그래도 다들 내가 자리를 잡지 못 하니깐 순식간에 내가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그렇게 썽태우에 탄 사람들과 말문이 트였다.
여행하기 전 라오어 공부가 덕을 봤는지 나의 몇 마디 라오어에 썽태우 안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더니 이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제점은 난 라오어를 말하기만 알았지 알아듣지는 못 했다.
꽤 정신없어 보이던 썽태우 안은 내가 생각지도 못 한 질서가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정확히 스는 썽태우 그리고 재빠르게 돈을 수금하고 요금을 지불하는 사람들 또 거기에 물건 배달까지 척척 막힘없이 진행된다.
[선착장에서 잠시 휴식 겸 식사시간. 많은 사람들이 잠시 내렸다.]
처음 그렇게 호기심으로 힘든 것도 모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듣다가 역시 쭈그리고 갈려고 하니 여간 힘든게 아니었고 무엇보다 계속 머리가 천장에 부딪혔다.
여러 짐과 사람들로 꽉 찬 썽태우의 2시간 탑승은 나에겐 충격적이고 꽤 힘들었다.
“아우.. 내 머리야. 휴우..아까 사람 없는걸 탈걸.”
[내 짐을 찾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빡세 터미널 풍경]
빡세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기지개 한번 펴주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으였차~(기지개 피는 소리) 응..? 어..엇!!!!”
같이 캄보디아 국경을 넘었던 프랑스 커플이 내 옆에 날 보고 웃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돈 뎃에서 헤어지고 이렇게 다시 보니 정말 친했던 친구를 본 것 처럼 서로 좋아했다.
(누가 프랑스 사람은 자존심이 강하다고 했던가.!!!!!!!!!!!)
그렇게 빡세 터미널에서 빡세 까지는 꽤 먼 거리이기 때문에 뚝뚝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그 프랑스 커플과 같이 타기로 하고 뚝뚝을 잡기위해 기사에게 갔다.
“타오 다이.?” 들려오는 대답은 “3만낍”
훗.. 예상했다. 여행자를 보면 어떻게든 덤탱이를 씌우려는 속셈 그러나 다 준비하고 왔다.
“!!!!???? 팽라이.! 룯 다이버~” 라오어 중 제일 먼저 배운 ‘비싸요 깎아주세요’를 써 먹을때가 온 것이다. 바로 흥정에 들어가 1만낍까지 깎고 기분 좋게 빡세 중심부로 갔다.
20분이 걸려 도착한 빡세 시내 프랑스 커플은 따로 어디를 가고
나는 론리에서 점 찍어둔 나린 게스트하우스로 걸어갔다.
시끄럽기만 하고 볼 것도 없다고 하던 빡세는 볼 건 없었지만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았다.
가볍게 짐을 풀고 바로 밖으로 나가 나짐이라는 인도 식당으로 가 마늘 향이 풍부한 또띠와 커리를 시켰다.
직원에게 먹는 방법을 물어보고 한참 맛있게 먹던 중 뒤에서 무언가 들렸다
“니혼진 데스까.?” 소리가 들리는 뒤로 고개를 돌리니 웬 머리를 민 중년의 일본의 남자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놀래라. 무섭게 저런 눈으로 날 보는거야...)” 속으로 생각하고 나름 친절하게 한국인이라고 일본어로 대답 해주더니 꽤 불쌍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그 중년 남자를 보내고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주위를 둘러보니 돈 뎃에서 자주 보던 내 또래로 보이는 일본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서로 얼굴은 알고 있었던지라 눈 인사를 하고 나는 그냥 바로 밥을 먹는데 집중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아직 그 젊은 일본친구는 요리가 안 나와 기다리고 있어서 간단한 인사 후에 헤어지려고 그에게 다가갔다.
간단한 인사만 하려고 하던 게 결국 이야기가 길어지고 더 오래 있다간 같이 여행할 듯 해서 대충 말을 마무리 짓고 황급히 피해 나왔다.
[아직은 한산한 빡세 시장]
빡세도 짬빠싹 못지않게 작은 도시이므로 도보 관광을 결심했다.
길치 발동이 걸리고 애초에 지도를 보면서 계획을 세운 건 무용지물이 되었다.
“휴.. 푹푹 찌네.” 건물도 낮고 주위에 나무도 별로 없어 햇빛이 그대로 나에게 비친다.
빡세 쇼핑 센터를 지나 강변에 있는 버스 회사에서 내일 갈 위앙짠(비엔티엔)행 버스표도 사고 다시 위로 올라가 왓 루앙을 구경하러 갔다.
사원 입구에서는 입구계단에 걸쳐 앉아 담배 피는 어린 승려가 나를 반기고 바로 사원옆에 강이 있다 보니 별로 특징 없는 이 사원이 꽤 다른 사원과 다른 느낌이었다.
[걷다 지치면 휴식을 취하던 빡세에서 제일 좋았던 곳]
[조용하고 바람까지 분다.]
[세돈 강변에 자리잡은 버스회사 사무실]
[왓 루앙]
사원에서 나와 차 매연과 도로주변 공사장에서 나오는 먼지를 맞으며 왓 파밧을 들리고 다홍마켓으로 향했다.
꽤 규모가 큰 이곳은 옆에 신축건물들이 들어서는데 아마 그곳도 시장이 될 듯 했다.
[다 홍 마켓(아침시장)의 길거리 음식]
[다 홍 마켓(아침시장)]
또 정신없이 3시간 정도 걸었더니 몸도 지치고 무엇보다 몇일전에 자전거 타다 다친 무릎의 상처가 바지에 계속 쓸려 아팠다.
“이거. 붕대라도 사야겠는걸..”
[알록달록 우산을 쓰고 하교중인 아이들]
아픈 발을 질질 끌며 나의 보금자리 내 방에 들어왔다.
“음.. 오랜만에 빨래나 해 볼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무조건 걷고 또 걸었던 탓에 차비가 많이 안 들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남았다.
“분명 체크인 하면서 빨래 서비스 가능하다는 문구를 봤으니.. 좋아.! 챙겨보자”
좀 냄새가 심했지만 쉰내가 나는 옷을 봉지에 넣고 카운터로 내려갔다.
내려오는 날 본 직원은 멀뚱멀뚱 쳐다본다. 살짝 오해를 살 만한 표정을 나에게 보이는 직원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이거 빨래 부탁해요.” 이내 퉁명스러운 대답이 들려온다.
“내일 체크아웃이니깐 안 됩니다.” 나는 다시 차분히 내일 밤에 출발하니 충분히 지금 빨면 내일까지 마를 거라고 이야기 했다. 현재 시간 오후 4시 그 직원은 계속 안 된다는 거부감을 보였고 단지 거부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귀찮은 듯 말을 빨리 끝내려 했다.
어쩔 수 없이 교통비 아낀 돈으로 빨래 하려고 했더니 그냥 손빨래나 했다.
“내 인생이 뭐 이렇지..”
손빨래 최대 난코스 청바지까지 빨고나니 너무 개운했다.
17:30
밤에 더 활기차다는 빡세 시장으로 갔다.
목적은 시장 구경과 식사와 그리고 발에 감을 붕대 구입 이였다.
시장은 해가지니 한국의 인천 월미도처럼 놀이기구가 돌아가고 성별 나이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나와 밥도 먹고 물건도 구입하고 쇼핑도 하였다.
[모든 불빛이 모인 빡세 시장]
그 시장은 나에게 꽤나 충격적이었다.
시장과 함께 가운데에 쇼핑센터가 있었는데 1층에는 잡화 2층은 대형마트와 먹을거리 3층은 옷 가게로 규모도 크고 에스컬레이터도 있었다.
불과 여기서 멀리 안 떨어진 도시들은 전기도 귀하고 조용했는데 여기는 한 쪽에서 공연도 하고 여러 라오스 젊은이들과 소녀들이 옷과 악세서리를 구경하며 수다도 떨고 있었고 무엇보다 대형마트는 나에게 충격적이고 반가운 느낌을 안겨주었다.
[2층 먹거리 지역 한 편에서 공연 중인 피에로]
[빡세 쇼핑센터 내부]
붕대도 사고 여러 간식도 살 겸 마트 안으로 들어가 라오스에 입국하고 한 번도 못 먹은 달콤한 간식과 음료를 보면서 흥분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이 마트 안을 사진기 속에 담고 있었다.
‘탁.탁.탁’ 뭔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마트 직원이 사진을 찍지 말라는 충고를 듣고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붕대를 사기위해 생필품 코너로 보이는 곳에 가서 찾아보기도 하고 왠지 의약품이 있어보이는 곳에서 두리번 거렸는데 전혀 기본적인 약이나 의약품이 하나도 없었다.
다시 마트를 나와 3층으로 올라가 여기저기 구경했다.
마치 5년전 동대문의 밀리오레를 보는 느낌이 들었는데 시계,팔찌,신발,옷,전통의상,브랜드 의류를 팔았는데 호객행위가 없어서 그런지 하나하나 자세히 구경 할 수 있엇다.
꽤 오랜 시간 시장을 구경하고 빡세 호텔 주변에 있는 과일 셰이크가 일품인 ‘쑤안 마이’레스토랑에서 파파야 셰이크와 요하우를 먹었다.
[고소한 땅콩 소스가 곁들인 요하우와 파파야 셰이크]
맛있는 식사를 그렇게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강변 쪽으로 가 산책을 했다.
강변에는 식당이 즐비했는데 생각보다 조용했던 이곳이 여기에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사람들도 구경하고 강변의 야경도 구경하면서 마침 내 눈에 띈 약국이 보여 붕대를 살 겸 들어갔다.
서글서글한 웃음을 보이며 약국 안으로 들어갔다.
“싸바이 디” 내가 인사를 하니 약사 부부가 나를 반겨준다.
인사를 하고 나니 아차 싶었다.
‘이런. 붕대가 영어로 뭐지.? 으.. 모르겠어 전혀 그럼 붕대 비슷한게.... 아.!!! 휴지 그렇지 근데 휴지가 음.’ 속으로 붕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너무 막막해 하다가 하나의 답을 얻어내고 약사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티슈. 티슈.!” 고작 생각한게 티슈라니 역시 그 약사분은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다시 생각을 바꾸고 몸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약사에게 대뜸 오른팔을 뻗어서 보인다음에 왼손은 오른팔을 붕대감는 시늉을 하면서 중간 중간 지금 내가 입고 있는 면티를 만지면서 몸으로 표현했더니
바로 알아들으시고 붕대를 보여주셨다.
“아.. 이것이 말 안하고 몸으로만 의사소통이 된다는 상황이구나.!”
막무가내로 붕대를 구입하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약국을 빠져나와 오늘도 너무 피곤했는지 방으로 들어와 바로 뻗었다.
[oo 타이어의 싸바이 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