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 - 동네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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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 - 동네잔치

천주 2 2883




동네잔치.

루앙남타의 한 촌구석 동네잔치에서는 우리는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었다.

그냥 지나가는 손님이라고 봐야겠지.

이 날은 굉장히 즐거웠던 날이다.

어제 이요가 지나가는 일본인을 만났는데 다음날에 아카족 마을에 자전거를 타고 같이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단다.

그 일본인의 일행이 한국인 두명이라고 하는데,

딱히 한국인이라고 땡기고, 안 땡기고를 떠나서 귀찮아서 가지 않으려다가 그날 저녁 그들과 술 한잔 때리고 나니 몹시 가고 싶어진다. 아마 몹시 즐거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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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미스터 임, 뒤에는 모르는 아, 천주, 이요, 김군.

참.. 뒤에 모르는 아 하고 천주 사이에 얼핏 보이는 히로시.


다음날 아침.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7월 말에 시작한 여행이라 비가 자주 내린다. 비가 내린다고 해서 취소하기에는 우리의 의지가 너무나도 확고했으므로,

김군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근처 시장에서 비옷을 장만하여 기념샷을 날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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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요, 천주, 히로시, 미스터 임

<히로시는... 자세히 봐라........ 무천도사 같다.>



저 멀리서 고산족 아줌마가 우리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웃는다.

같이 찍자고 하니 주저없이 우리와 같이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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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전..통 의...상을 입은..듯한 고산족 아줌마

쑥쓰럽다.

이리 시작하여 우리는 아카족 마을로 간다.

주위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쉬어가면서, 근처 현지인네 집 화장실을 써가면서 약 10km가 넘는 비포장 도로를 엉덩이가 쥐가 날 정도로 달린다.

하지만. !

저 먼발치 아카족 마을을 강 건너편에 두고 돌아가야만 했으니,.

빌어먹을 우기요, 우기는 강물 수위를 높여놓고, 선두로 먼저 건너가려는 김군이 세발짝 건너기 전에 저 멀리서 강을 건너려는 우리에게 현지인이 말하길 (말이 아니라 손짓이겠지.) 물이 머리꼭대기까지 찬다고, 건너면 죽는다고 하니 그 서러움과 허전함과 실망감은 나의 위장속에 죽지 않고 살아남을 헬리고박터 파이로리균처럼

오랫동안 갈 줄 알았더니, 또 그게 아니더라.

먼발치 아카족 마을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한 마을을 구경했는데, 마침 어떤 이장네 집에서(기타, 마이크, 스피커 시설 확보로 인한 제 멋대로 추측)동네 잔치(그냥 음식 해놓고 술 마시고 노는 걸 수 있는데 억지성 추측)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김천주..

어떤 사람인가.

비가 오면 아무집이나 들어가서 비를 피하고,

목 마를 때에는 아무집이나 들어가서 물 좀 달라고 하고,

흙탕물에 빠졌을 때에는 아무집이나 들어가서 수돗가에서 발 씻는 사람이 아닌가.

아니 저 앞에서 동네잔치를 하고 있는데 당연히 우리가 참여해서, 분위기를 한껏 더 띄워야지.

암 그렇지 그게 여행자의 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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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과 천주과 가족들과

<본인에게 안겨 있는 아이의 표정이 썩소인걸 방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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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해맑은 웃음을 가지고 있는 아줌마에게 귀고리 증정 후

<그녀는 금귀고리를 하고 있었고, 내 귀고리는 하트모양의 스댕인데, 혹시나 내가 그녀에게 이 귀고리를 주면 그녀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금귀고리를 주지 않을 까 0.03초 생각했는데 손에 꼭 쥐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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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찾기 놀이

<중간은 김군이다. 하지만. 피부색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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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아이들은 사진기로 자신들을 찍고 난 후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여느 고산족 아이들 처럼 사진을 찍었으니 돈을 달라는 것도 없다.

그냥 그 사진을 보면서 깔깔 거리면서 웃고 즐기다 보니

나 또한 부담없이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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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 제외 대략 단체사진이라 보여지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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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와 이요

여태껏 만나보지 못한 독특한 일본인

히로시또한 내가 접해보지 못한 스타일의 일본인이었는데,
같이 지내던 한국인 탓이었는지 한국말을 곧잘 따라하곤 했다.
'맛있어요.' 와 '멋있어요'를 자주 혼동 한 탓에 늘 자기를 가리키며 '마씨써요~~~' 를 대박 외치던 청년이다.

히로시는 아이들과 노는 것을 특히 좋아했는데, 정말 계산되지 못한 순수한 모습을 자주 봤던 것 같다. 땅바닥에 뒹굴고, 흙탕물에 서 뛰어놀고..
내가 보기엔 아이들이 히로시와 놀아줬던 것 같다.

당시 히로시가 입고 있던 옷은 타이거 맥주옷이었는데,
히로시가 라오라오로 얼큰하게 취하자 내가 웃으면서 '너는 드렁큰 타이거다..' 라고 혼자 깔깔 거리면서 뒤집어지는데..

히로시는 이해 못한다.

혼자서 주섬주섬 설명하는데..
'드렁큰 타이거는..한국에..유명한 힙합가수인데.... 니가..취했고..너는 타이거 옷을 입었으니...'


설명 길게 하니 하나도 안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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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작렬 꼬마


여기서 한 3시간 넘게 놀았던 것 같다.

김군 제외 모든 이들이 알콜에 쩔어들어 돌아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미스터 임은 자전거에서 4번 떨어지고, 루앙남타 시내에서 술에 취해 쪼그려 앉아있었고,


한시간이면 족히 왔을 거리인데 후발주자 김군, 히로시, 이요가 몇시간째 도착하지 않아 혼자 걱정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역시 히로시.


히로시는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다가 강물에 떨어져 '헬프 미! 헬프 미!' 를 연신 외쳐대다가 화들짝 놀란 김군이 히로시와 히로시 자전거를 구하러 다이빙.

물은 허리춤 밖에까지 안 오는 또랑이었으니,

자전거 또한 물에 휩쓸려 가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고대로 있었으니,

비틀거리다 못해 춤을 추는 히로시를 때마침 지나가는 현지인의 도움으로 오토바이 뒷좌석에 태우고, 김군은 히로시 자전거를 끌고 자전거를 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김천주.

술 취해 비틀거리며 자전거를 타다가 그날 산 비옷이 바퀴에 걸려, 그날 개작살 났다는..

그리고 기억은 잘 안나지만.

넘어진 것 같다는.........



2 Comments
시골길 2008.10.24 02:39  
  그래도 일행들이 다 모이고서..반드시 해장술을 걸쳤으리라고 짐작되는 1인...클...ㅎㅎㅎ
메타 2008.10.31 02:03  
  읽으면서 계속 미소가...ㅎㅎ 기분좋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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