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하는 라오스 여행기 6 (루앙프라방으로)
1월 25일(목)
숙소 부설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오늘도 왕위앙은 절경을 보여준다. 체크 아웃을 하고 버스터미널로 가는데, 왕위앙의 절경이 자꾸 우리 발걸음을 잡아끈다.
그전에는 미니버스를 미리 예약하면 숙소에서 픽업 서비스를 해 준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제 폰 트래블에서 문의를 하니 숙소 픽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할수없이 숙소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짐을 들고 가는데 왜 이렇게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터미널 광장에는 벌써 여러대의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다. 역시 여기에도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차가 일본차 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아직 출발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혼자서 정류장 근처를 돌아 보기로 한다.
매표소에 붙어있는 가격을 보니 우리가 폰 트래블에서 예약한 가격보다 1달러 정도가 가격이 싸다. 이럴줄 알았으면 어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표를 예매했으면 2달러 절약 했을텐데...
주위를 촬영하고 있는데, 아내가 나를 크게 부르며 찾는다. 승합차가 모두 차서 출발하려고 하는데, 내가 없어서 출발을 못 하고 있단다. 아직 출발시간까지 10분이나 남았는데 무슨 영문이지? 아내와 승합차로 뛰어가서 차에 올라타니 바로 승합차가 출발한다. 아마도 아침에 루앙프라방 행 차량을 여러대 준비해 놓고, 만차가 되면 바로 바로 출발하는 시스템인가 보다.
시원스레 뚫린 길을 신나게 달린 차는 1시간만에 우리를 휴게소 앞에 세워준다. 아직 갈길이 먼데 벌써 휴게소에서 쉬나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이 의문의 해답은 바로 깨닫게 된다.
20분 정도 휴식 후 미니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잠시 후 갑자기 주위의 경치가 바뀌면서 왕위앙 못지 않은 절경지대가 펼쳐진다. 왕위앙에서 보던 카르스트 지형이 육지 위에도 펼쳐지고 꼬불 꼬불한 산길로 접어들면서 구름에 싸인 멋있는 산들이 나타난다. 아마도 여기가 김남희씨 여행기에 나오는 카시(kasi)라는 지역인가 보다. 김남희씨도 루앙프라방에서 왕위앙 가는 버스에서 본 경치가 너무나 멋있어서 일부러 오토바이를 빌려서 다녀왔다고 하더니 역시 '명불허전'이다.
승합차는 계속되는 산길로 접어들고 주위로는 계속되는 절경 지대와 고산족 마을이 나타난다. 멋있는 경치와 고산족 마을을 차 안에서만 바라보려니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아내한테 "우리 루앙프라방에 도착하면 작은 썽태우를 대절해서 이쪽으로 다시 구경오자"라고 말하니, 아내도 주위 경치가 아쉬운지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차는 2시간이 넘도록 계속 산악 지대로만 달린다. 산으로 이어지는 뱀같은 꾸불 꾸불한 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우리 차는 계속해서 좌우로 흔들린다. 나중에는 멋있는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아내는 차 멀미에 시달린다. 계속되는 산 길에는 쉴 만한 장소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래서 운전기사가 출발한지 1시간만에 휴식을 취하고 출발했나 보다. 계속되는 산길에 결국 내입에서 "내일 차 빌려서 여기 오기로 했던 말 취소"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솔직히 왕위앙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차편을 선택할때 많이 망설인게 사실이다. 좌석도 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익스프레스 버스를 이용할지, 출발 시간이 1시간 빠르지만 좌석도 불편하고 가격도 비싼 미니 버스를 이용할지...
결국 루앙프라방에 늦게 도착하면 숙소 구하기가 어렵다는 정보때문에 미니 버스를 선택했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다. 큰 덩치의 버스를 선택했으면 꾸불 꾸불한 커브길에 멀미도 더 심하게 하고, 도착시간도 훨씬 늦어졌을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다.
계속되는 산길로 접어든지 2시간 30분 만에 휴게소에 도착한다. 아내는 차 멀미 때문에 점심 식사를 포기하고 차에 누워있기로 하고, 혼자 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휴게소 근처 마을을 둘러본다.
차에서 잠시 누워있던 아내도 음료수와 바나나를 먹고 기운을 차리고, 휴게소에서 40분 정도 쉰 차는 다시 루앙프라방으로 출발한다. 만만치 않은 산길을 지나 오후 2시 40분에 루앙프라방 남부터미널에 도착. 왕위앙에서 출발한지 5시간 40분 만이다.
도착 시간이 예상보다 빨라서 그런지 터미널에는 삐끼도 없고 썽태우 2대만 달랑 있다. 시내까지 썽태우는 무조건 1인당 1만낍이다. 손님이 원하는 숙소를 말하면 숙소앞에 차례대로 내려준다고 한다. 우리는 메콩강에서 가까운 왓 빠파이 옆 낀나리(Kinnaly) 게스트로 가본다. 숙소는 규모도 아담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객실도 깨끗하다. 가격이 약간 비싼감(13달러)이 있지만, 차에서 너무 시달리고 피곤해서 더 이상 돌아다니지 않고 여기에서 묵기로 결정한다.
아내는 피곤하다고 해서 잠시 숙소에서 쉬기로하고, 혼자 숙소 근처에 있는 사원을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서본다. 낀나리 게스트 하우스 근처에 있는 사원만해도 4군데가 넘는다. 사원에는 주로 나이 어린 스님들이 마당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일반 여염집 같은 분위기가 많이 난다. 왓 씨앙무앙에 도착했을때는 저녁 예불을 알리는 건지 젊은 스님들이 북과 바라를 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와는 달리 북을 치는 스님들이 경건함과는 거리가 멀고 완전히 군기가 빠진 모습이다.
<왓 씨앙무앙>
<왓 농 풍경, 모 가이드 북에는 왓 빠파이로 소개되어있다>
1시간 만에 사원 4군데를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푸씨언덕으로 일몰을 보러간다. 타논 씨싸왕웡으로 들어서니 벌써 야시장 준비를 위해 도로에 물건을 펼치고, 자리를 잡느라고 분주하다. 왕궁 박물관 바로 앞 계단으로 진입해서 언덕까지 올라가는데, 많은 외국인들이 몰려든다.
언덕위에는 번쩍이는 탑과 함께 수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루앙프라방에 오면 푸씨 언덕에서 석양을 보는게 필수 코스 인가? 낮은 언덕이지만 주위에 높은 산과 건물이 없어서 루앙프라방 시내가 전부 한 눈에 들어온다. 메콩강과 칸강 사이에 야자수와 노을 빛과 어울린 시내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절로 들게 한다.
잠시 후 산 넘어 해가 지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비행기 한 대가 석양을 배경으로 나타나서 우리 눈앞으로 내려온다. 사람들이 모두 환성을 지르고 박수를 친다.
해가 지고 왕궁 박물관앞으로 내려오니 씨싸왕웡 거리는 본격적으로 야시장이 시작되고 있다. 어디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야시장은 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도 인파에 묻혀서 장 구경을 하는데, 그동안 라오스 여정에서 만나거나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을 야시장에서 모두 만난다. 루앙프라방에서 사람을 찾으려면 야시장에 1시간만 서 있으면 모두 만날것 같다.
야시장 구경 후 내일 빡우 동굴예약을 하고, 고대하던 라오스 왕실 요리를 먹으러 빌라 싼티로 우리는 발길을 옮겨본다. 여러 책자에서 라오스 왕실 요리를 제대로 내 놓는 레스토랑이라고 소개를 해서 우리는 큰 기대를 안고 거금을 투자하기로 했다. 1인분에 10달러씩 하는 왕실 코스 요리를 주문하고 기다리니, 7시부터 라오스 전통 공연도 시작하고, 고급 호텔답게 우아한 서빙이 시작된다. 그런데, 무슨 코스요리가 음식이 하나씩 나오는게 아니고 쟁반 하나에 여러가지 음식을 한데 모아서 한꺼번에 나온다.
잔뜩 기대를 했던 우리는 솔직히 실망을 많이 했다. 음식도 그동안 먹어보던 라오스 음식과는 달리 고급스럽고 맛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상상했던 왕실 요리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우리나라 돈 만원 정도에 우아한 서빙과 호텔 테라스에서 분위기있는 식사를 했다는 것으로 것으로 위안을 삼고 오늘의 일정을 접어본다.
<오늘의 사용 경비>
1. 썬셋레스토랑 조식 : 29,000낍
2. 휴게소 중식 : 13,000낍
3. 남부터미널 썽태우 : 20,000낍
4. 푸씨언덕 입장료 : 20,000낍
5. 빡우 동굴 예약 : 9달러(4.5*2)
6. 빌라 싼티 석식 : 23달러(10*2+맥주 3)
7. 숙박비 : 13달러
8. 기타 : 55,000낍(과자, 음료수)
총 사용 경비 : 45달러, 137,000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