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6일 태국여행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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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6일 태국여행 (5)

카플렛 2 1042

(다섯째 날)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 날은 코란 일일 투어를 다녀올 예정이라 5시 50분에 일어났습니다.
6시 반에 비엥따이 호텔 로비에서 픽업을 받기로 되어 있었어요.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안전금고에 소지품을 맡긴 후 픽업 온 밴을 타고 시내 여행사로 갔습니다.

모인 사람은 인도인 셋, 중국인 둘, 남아프리카공화국인 둘,
버마인 한사람과 나를 포함해서 모두 9명이었습니다.
한국여행사를 통해 신청한 것이라 한국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 혼자더군요.


파타야(Pattaya)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일단 파타야 해변에서 한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을 가진 다음 배를 타고 코란으로 향하게 됩니다.
가는 도중에 원하는 사람은 패러세일링을 즐길 수도 있는데 물론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하죠.

 


 

 

코란은 관광객들에게 "산호섬"이라고 알려져 있는 파타야 인근의 섬입니다.
파타야에서 8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쾌속정을 타면 30분 안에 도착합니다.
파타야가 한국의 동해안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을 보여주는 데 비해
코란은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남부의 섬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해수욕만을 즐긴다면 코란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바닷물에 뛰어드니 따뜻하고 맑은 물이 나를 반겨줍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햇볕이 좋고 물이 맑아서 운이 좋다고 하는군요.
사람 많은 해변인데도 물속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돌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수영을 배운 후에 처음으로 바다에서 수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조금씩 깊은 수심으로 헤엄쳐 나가봅니다.
어느새 물이 차가워지면서 몸을 세워도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몸을 다시 수평으로 하고
자유형과 평영을 하면서 해변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수영을 배우며 세워 둔 목표,
물속에서 더 자유롭고 싶다는 오랜 바람이
조금이나마 이루어진 것 같아 웃음이 나왔습니다.

어릴 적 프랑스 영화 "그랑부르"를 보면서
바다 속으로 내려가 곰치에게 먹이 주는 소년의 모습에 크게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 내게도 그처럼 프리다이빙을 멋지게 해낼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설령 오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조금씩 나아가는 것 자체가 행복이니까요.


여행을 하며 느끼는 행복도 결국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속'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즐거움처럼,
낯선 세상 속에 홀로 들어가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또한 여행의 큰 즐거움이겠지요.

 

이렇게 해변에서의 즐거운 오후를 끝으로, 짧은 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나는 그 날 저녁 방콕으로 돌아와 밤 비행기로 귀국을 했고, 며칠 밀린 잠을 정신없이 잤고,
이제는 LCD 앞에 앉아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사진을 뒤적이며 태국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추억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쓰는 것처럼, 언젠가 이 글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는 날이 있겠죠.
그렇게 삶은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I still believe in paradise. But now at least I know it's not some place you can look for,
cause it's not where you go. It's how you feel for a moment in your life,
and if you find that moment... it lasts forever...

나는 여전히 낙원을 믿지만, 그곳이 찾아간다고 해서 나타나는 장소가 아님을 또한 알고 있습니다.
낙원은 내가 삶에서 느끼는 순간 속에 있고, 그 순간을 발견할 때 비로소 그것은 영원할 수 있을 테니까요.

 


- carflet. 2006.



2 Comments
이상익 2006.10.07 03:15  
  잘 읽었습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멋진 기행문 한편을 읽은것 같네요.^^
카플렛 2014.05.10 22:34  
7년 반이 지났는데, 여전히 가끔씩 그 시절을 떠올립니다. 이 글이 아직 남아 있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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