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다녀왔습니다] 6. 므앙삼판⇒므앙쿠아⇒므앙응어이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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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다녀왔습니다] 6. 므앙삼판⇒므앙쿠아⇒므앙응어이느아

vixay 2 5127

(BGM) Clazziquai Project, Christina Chu - Speechless 음악끄려면 ESC

밤새 비가 내렸다. 너무 가깝게 들리는 빗소리에 자다깨다 하긴 했지만, 아저씨가 정성스레 준비해주신 잠자리 덕에 꽤 달게 잘 수 있었다. 7시에 출발한다는 므앙쿠아행 배를 타기 위해 서둘러 준비하고, 또 아저씨가 손수 해 주시는 아침밥을 먹었다. 라오스에서 주식으로 먹는 찰밥은 아침에 한 번 쪄서 하루 종일 나눠 먹는 게 보통인데, 아저씨는 어제 점심, 저녁, 오늘 아침까지 밥을 전부 새로 쪄 주셨다. 나라면 생전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아무 거리낌 없이 이런 호의를 베풀 수 있을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아침에 찐 찰밥 한 봉지와 삶은 계란 두 알을 가방에 넣어 주신다.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잊지 못할 거예요. 꼭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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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두 알의 여행

기름값이 어떻네, 수지가 안 맞네 하는 사공과 나루터지기의 옥신각신이 길어진 데다, 므앙쿠아까지 가기로 한 인간들이 간다는 말만 해 놓고 꾸무럭대면서 안 나오는 바람에, 8시 반이나 돼서야 겨우 배가 출발할 수 있었다. 므앙쿠아까지의 뱃길은, 곧 다가올 우기의 파종을 위해 곳곳에 불을 지른 산들이 좀 더 많은 걸 빼고는 핫사에서 므앙삼판까지의 풍경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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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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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민들이 산을 숯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게 심각한 자연훼손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라오스 정부나 원조단체들이 이들에게 화전을 대체할 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었지만, 아직 실효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11시쯤 므앙쿠아에 도착해서 한 15분 정도 동네를 돌아보았다. 여기는 관광지가 아니라 특별한 볼거리는 없지만, 베트남 디엔비엔푸 쪽으로 가는 육로와 우강의 수로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인 탓에 잘 만한 숙소는 몇 군데 보였다. 이름이 므앙구,군쿠아다리라서 무슨 거창한 다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다리라는 건 강 양쪽에 매어둔 케이블에 바지선을 달아 사람과 차를 건네주는, 조금은 생소한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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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아'의 실체. 하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다리는 작동을 하지 않고, 나룻배가 양쪽을 왔다갔다 하며 사람과 오토바이를 건네주고 있다. 차가 지나가면 다리를 쓰려나? 건너편의 길로 55km 정도 더 가면 베트남의 디엔비엔푸로 넘어가는 로컬보더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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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널찍한 므앙쿠아 나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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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베트남-중국식이 짬뽕된 듯한 건물들. 고양이 두 마리가 이방인을 경계하고 있다.

동네를 돌면서 이곳을 탈출할 방도를 찾아봤지만, 역시 점심때가 다 된 고로, 육로나 수로 양쪽 다 남아 있는 차나 배가 없었다. 관광객이 없는 철이라, 당최 남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 거의 유일한 방법은 스피드보트를 대절해서 므앙어이느아나 넝키아우까지 내려가는 것이었다. 여러 명이 대절하면 1/n만 내면 되지만, 혼자 배 한 대를 전세내자니 값이 만만찮다. 나루에서 여러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한결같이 므앙어이느아까지 60$, 넝키아우까지 70$를 요구한다. 특별히 바가지를 씌우는 것도 아닌 눈치고, 어디선가 그게 공식가격이라 들은 풍월도 있고 해서, 중간에 타는 사람이 있으면 그 요금은 반씩 나눠갖는 조건으로 합의를 봤다. 그 돈을 나누지 않고 나 혼자 가지겠다면, 추가로 돈 들어올 게 없는 사공으로선 굳이 힘들게 배를 대고 사람을 더 태우고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흥정을 해 두고 f퍼 한 그릇으로 요기를 했다. 이 동네의 f퍼 국물은 냄새가 약간 중국풍이다. 아니면 베트남풍인가... 여튼 향신료를 쓰는 게 수도와는 좀 다른 듯하다. 아무래도 베트남의 무역상들이 많이 오가는 영향이 있지 싶다.

므앙쿠아에서 므앙어이느아까지까지의 뱃길은 60$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졌다. 전세낸 스피드보트로 물살을 가르며 仙景을 통과하는 짜릿함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후아이싸이에서 루앙파방까지의 스피드보트는 괴롭기로 유명하지만, 그건 타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런 거다. 두 시간이 채 안 걸리는 우강에서의 모터보트 레이스는 일종의 수상스포츠라고 볼 수도 있겠다. 지난 여름, 해운대에서 제트스키 10분 타는 데 3만 원 정도 하는 것 같던데, 거기 비하면 2시간에 60$은 뭐...
평범하지만 오밀조밀 짜임새 있는 산들이 계속되다가, 산세가 갑자기 무협영화풍으로 돌변하는 지점이 므앙어이느아였다. 어디선가 불쑥,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다. 이 곳은 왕위앙과도 비슷한 석회암 지형. 동굴도 많다지만, 왕위앙에서 지겹도록 들락거린 게 동굴이니까 여기선 패쓰~. 아는 사람 없는 동네에서 그냥 좀 쉬었다 가는 게 여기서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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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쪽 끝의 절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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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입구의 간판. 반므앙어이까오, 반왓타나탐이라고 적어 놓았다. <舊므앙어이, 문화의 마을>이란 뜻이다. 원래 여기가 므앙어이의 중심이었는데, 강을 따라 한 시간 남쪽에 다리가 놓이면서 그쪽으로 중심이 이동해간 것이다. 이동해간 동네의 이름은 넝키아우, 또는 므앙어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이 동네는 그곳과 구별하기 위해 북쪽에 있다고 므앙어이느아, 또는 옛 므앙어이란 뜻으로 므앙어이까오라고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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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므앙쿠아 방향) 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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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넝키아우 방향) 경치

쉴 곳을 찾아 동네를 한 바퀴 돌고서도 썩 내키는 데를 찾지 못했다. 1.5~2.5$ 정도 하는 강변의 방갈로가 대세였는데, 해지고 나면 뵈는 것도 없을 걸 굳이 강변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싶었다. 해먹보다는 테이블에 의자가 있었으면 했지만, 방갈로들 중에는 별로 그런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시간도 좀 있고 해서, 일단 나루터 근처의 랏타나웡사Latthanavongsa 식당에서 커피를 한 잔 시켜놓고 하루종일 배에서 지친 몸을 잠깐 쉬었다.
식당에선 게스트하우스도 겸하고 있었는데, 화장실 딸린 방이 5$란다.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다시 돌아다니기도 귀찮아서 그냥 짐을 풀까 싶었지만, 오늘은 방이 다 찼단다. 어라, 인기있는 덴가봐?
방을 구하러 다시 나선 길에 귀여운 꼬마가 점잖게 호객을 하길래, 한 번 방이나 보자 하면서 따라간 곳이 의외로 괜찮았다. 방이 깨끗하고 널찍한 데다, 화장실도 딸려 있었다. 5$면 이 동네에서 제일 비싼 방이지만, 겨우 하룻밤인데 2~3$ 아끼자고 발품을 더 팔기에는 벌써 여독-사실은 酒毒이겠지만-이 꽤 쌓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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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테두리의 간판이 서 있는 곳이 아룬마이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이다.

꼬마삐끼는 이 아룬마이Arounmai GH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돕는 거란다. 위앙짠에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데, 수도에서 이 먼 곳까지 일하러 오는 사람이 있는 걸 보니 여기가 관광지로 뜨기는 떴나보다. 아닌게아니라, 비수기인데도 꽉 찬 숙소가 있기도 했고, 여기도 반 정도는 찬 것 같다. 딸린 식당에 나와 앉아 있는 사람이 꽤 된다.
라오말을 하는 외국인이 신기했는지, 꼬마는 동네를 구경시켜 주겠다며 내 손을 잡아끌고 나선다. 그래봤자 작은 동네, 아까 숙소 구하며 다 돌아본 길이다. 이쪽 끝으로 가면 꼬마가 다니는 학교가, 저쪽 끝으로 가면 절이 있고, 그 사이의 길가에 늘어선 가게들이 동네의 전부다. 파악하기 쉬워 좋다. 여행자들이 이 마을의 경제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는, 굳이 마을 인구와 방갈로의 숫자를 비교해보지 않더라도,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만 잠깐 걸어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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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운데다 애들이 그려놓은 그림.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하는데, 전기는 7시나 돼야 들어온단다. 이제 더 들어올 여행객도 없으니 꼬마의 삐끼업무도 여기서 종료. 함께 강변에서 물장난을 좀 치다 배가 고파져서 돌아왔다.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오 메뉴인 삥빠(생선바비큐)-땀막훙(파파야생채)-카오니아우(찰밥)-비어라오(맥주)를 시켜 먹고 혼자 해롱거리며 놀았다. 혼자 노는 게 안 돼 보였는지, 옆 테이블의 중년부인이 말을 걸어온다. 프랑스에서 온 부인은 벌에게 발을 쏘이는 바람에 며칠째 이 동네에 갇혀 있단다. 족히 60은 돼 보이는구만, 혼자 이렇게 여행하는 용기가 놀랍다. 비자문제로 내일은 꼭 루앙파방까지 가야 한다는데... 글쎄, 과연. 행운을 바랄 뿐이다.
2 Comments
파랑까마귀 2006.11.15 18:33  
  라오스에 다시 가고싶네요~
vixay 2006.11.16 09:28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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