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다녀왔습니다] 1. 우돔싸이 Udomx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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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다녀왔습니다] 1. 우돔싸이 Udomxai

vixay 0 5396

(BGM) Robbie Williams & Nicole Kidman - Something Stupid 음악끄려면 ESC

루앙파방에서 우돔싸이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세 번 있다. 08:30/11:30/15:30. 여덟 시도 안 돼서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08:30 차는 벌써 사람들로 가득 찬 채 출발하고 있는 중이다. 최소 한 시간 전에는 와야 되는구마... 하는 수 없이 11:30 버스에 배낭을 자물통으로 묶어두고(설마 배낭만 데리고 가버리진 않겠지) 시내로 돌아가 시간을 좀 죽여야 했다.
아침의 교훈도 있고 해서 10:30에 터미널로 돌아왔는데, 아니나다를까 버스는 열한 시가 좀 넘자 바로 출발해 버린다. 이런 부지런할 데가. 이 부지런한 버스는 점심때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신다. 빡몽에서 점심먹는다고 다들 내리길래 나도 따라 내려서 훠를 한 그릇 시켰는데, 막 한 젓가락 입으로 가져가려는 찰나, 이놈의 버스가 슬슬 출발하는 게 아닌가. 놀라서 내가 소리를 꽥 지르고, 훠집 아줌마가 뛰어가서 버스를 잡고 해서 겨우 올라탈 수 있었다. 기사님, 평소 하던대로 해 주세요. 우돔싸이에 보고픈 미아노이(첩)라도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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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돌아다니다 본 학교. 푸탓(탑산)이 뒤쪽에 있다. 어느 도시나 있는 까이선 전 대통령(혁명영웅)의 흉상

꼭 다섯 시간 걸려서 네 시에 우돔싸이 터미널에 도착했다. 루앙파방에서 빡몽까지 두 시간 정도 주변 경치가 참 좋았고, 빡몽 이후론 그저 그랬던 것 같다. 우돔싸이도 그냥 별 특색 없는 한산한 풍경... 수도 위앙짠의 변두리 어디쯤 되는 분위기였다. 중국사람들이 많은지 곳곳에 한자로 된 간판이 붙어 있는 게 좀 특이하다면 특이할까. 우돔싸이는 인도차이나 전쟁때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됐다가, 최근 30년 이내에 새로 건설한 도시라고 한다. 그러니 도시가 심심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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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 근처의 "따뜻한" 호텔 -..-

Beng 강변 다리 근처에 있는 Vivanh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싶었는데, 방이 다 찼단다. 그 이외에는 다 그나물에 그밥 같아서, 큰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허름한 곳(어디다 이름을 적어 놨었는데, 당췌 찾을 수가 없다. Phouxay Hotel과 Phou That GH 맞은편의 2층건물이다.)에다 짐을 풀었다. 앞으로 계속 더 시골로 갈 건데, 허름한 데 익숙해져야 할 거 아닌가. 버스터미널에서 오는 길에 보았던 Saylomyen 게스트하우스도 좀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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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탓에서 내려다 본 우돔싸이 시내 전경

숙소 근처에 적십자에서 운영한다는 마사지-사우나가 있었다. 마사지 매니아, 우돔싸이 마사지는 어떤지 몸소 맛을 안 볼 수가 없지. ...맛은 그저 그랬다. -_-; 다섯 시간동안 차 타고 오느라 뻣뻣해진 몸을 겨우 풀어주는 정도... 마사지를 받는 동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통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한 시간 반이나 울면서 사우나를 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이라도 좀 있었으면 그 정도야 우스웠겠지만, 혼자서 하는 한 시간 반의 사우나는 면벽수행 그 자체였다. 천둥번개가 엄청 쳐대는데, 제발 전기나 안 나가길 바랄 뿐이다.

비가 살살 그치길래 우산을 사러 시장에 들렀다. 판쵸랑 접는 우산을 안 챙겨갖고 온 게 아쉽다. 그런데 아무 데도 접는 우산을 파는 곳이 없다. 게다가 우산 파는 잡화점 주인들은 싸그리 중국인들. 라오스말도 제대로 못한다.
접는 우산을 한참 라오스말로 설명하다 못 알아 들어서, 옆에 쓰던 접는 우산이 있는 걸 보고 이런 걸 달라고 했더니, 그거 새거니까 사가란다. 누가 봐도 십 년은 쓴 건데... 이런 젠장찌개백반 같으니. 미친 거 아닌가 모르겠다.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천연덕스럽게 '그거 새거야' 하는 쥔장을 보니 새삼 '중국것들'에 대한 혐오가 부글부글 치밀어오른다.

가게 문도 거의 닫고, '새 접는 우산'에 기분도 팍 상하고 해서, 그냥 아무 우산이나 하나 사 들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식당에 혼자 먹는 아저씨가 또 하나 있어서 말을 붙여 봤더니 위앙짠의 내가 아는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란다. 고향사람이네... 반가운 마음에 둘이서 맥주를 한 대여섯 병 비우면서 여행의 첫 밤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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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은 Sinphet(또는 Pholay-간판이 두 개다) 식당 푸탓(탑산)올라가는 길

아침에 일찍 눈이 떠 졌다. 숙소 바로 옆의 푸탓에 올라 우돔싸이 시내를 내려다 보았다. 어제 숙소 구하러 돌아다닌 길이 우돔싸이의 거의 전부였다. 몇 km 정도 나가면 온천도 있고, 동굴도 있다곤 하지만 여행의 목적지가 되기엔 별 매력이 없는 곳 같았다. 나중에 루앙남타 쪽으로 가게 되면 다시 여기를 지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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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탓에서 내려다 본 동쪽 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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