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느낀 것들
여행기간 : <?xml:namespace prefix = st2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2006. 7. 25~ 2006. 8. 13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느낌
들어가는 태국에서
태국의 돈무앙공항에서 카오산로드로 향하는 길에 열국에서 느끼는 밤의 향취는 대단히 유혹적인 것.
카오산 로드
― 여행자들이 쉴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가까이 모여있다.
― 새벽까지 조그만 리어커에 물건을 실고 장사하는 젊은 남자의 피곤하나 순수해 보이는 눈망울 -> 길을 잘 가리켜준 그에게 난 보답을 하지 않았다. -> 인생은 피곤한 것이며 남의 보답이 없는 일이 상존한다.
― 잘 꾸며진 카페에서 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간혹 눈을 들어 옆으로 지나가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보며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태국의 번화가 RCA - Royal City Avenue
― 일정한 경제력을 갖춘 국가의 수도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는 모두가 비슷한 모양이다. 세계인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지금의 문화는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가 쉽게 파악된다.
라오스 입국하기
― 밤샘해서 농키우에서 비엔티엔으로 향하는 버스는 이층버스로 버스 내에 화장실까지 구비해 놓았다.
― 새벽에 도착한 국경은 한가한 읍이여서 밤에 잠깐 내린 비로 흙길이 살짝 젖어 있었고 그 바람에 올라오는 흙냄새가 피곤한 몸을 가라앉힌다.
― 어디에나 브로커가 있어서 사람들을 가볍게 협박하며 커미션을 취한다. 그 협박에 저항하려 하지만 대세가 그럴 진데 혼자만의 저항은 피곤함을 부를 뿐이다.
― 라오스 국경을 넘어서 갈아탄 버스는 그야말로 국력을 대변한다. 태국에서 타고온 버스가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이라면 라오스에서 타게 된 버스는 여인숙이다.
비엔티엔
― 라오스의 수도 그러나 시골 읍 소재지를 연상하게 하는 도시 모습.
― 음식값은 참 싸다 -> 쌀국수와 간단한 튀김을 더하여 700원 정도.
― 자전거를 빌려 여행하던 도중 은행 정문에서 마주친 경비아가씨와 서로 주고 받은 미소는 잊혀지지 않는다. -> 사람에게 보내진 미소는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며 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준다.
― 라오강가에서 아가씨들이 나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경쟁하는 부분에서 느낀점 -> 내가 그렇게 그 사람들과 다르게 보이나?
― 라오강가에서 사람들이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정말 한가로움 그 자체다.
― 라오스의 국립박물관은 시골 초등학교에 있는 박물관 보다 나을 게 없다.
방비엥
― 석회암지대로 풍화되어 생성된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구름과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 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남녀 아이들이 홀랑 벗고 개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 그네들이 그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가지는 이유 중 하나에 바로 저렇게 멋진 어린 시절의 시간을 보낸 기억도 포함 될 것이다. -> 그네들은 물과 아주 친하다. 비가 오면 그들은 비를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맞는다. 숫제 어린아이들은 비가 오면 그들의 잔치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네들의 주위는 물이 풍부한데도 비까지 자주 와서 그네들의 물을 좋아하는 마음을 더욱 기쁘게 해주고 있지 않은가.
― 방비엥의 깎아지른 산봉우리와 너른 들판은 정말 잘 어울린다.
― 소년의 집 초대에 방문한 조그마한 마을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입을 벌리게 한다. 자전거 페달을 밟기가 싫을 정도의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싫을 정도의 선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모습들이, 그림에서만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이 거기에 튀어 나와 있었다. 카메라의 한계가 정말 아쉬웠던 기억들. 상상이 가는가? 열대의 푸른빛으로 둘러싼 가파른 산봉우리들이 굴곡 없이 트이고 넓은 들판에 몇 백 미터 높이로 우뚝 솟아들 있으며 내가 가는 길은 황토 빛이 고운 부드러운 평길이며 거기에 잠깐 내린 비로 군데군데 투명하지만 아주 얇은 물이 고여 청명하게 파란 하늘에 한가로이 떠 있는 솜털 구름이 비취어 있다면.. 여기에다 열배만 감상의 도를 높이면 내가 본 것과 같은 느낌이 되리.
― 질퍽한 산길에 이마로 지탱하는 등짐을 지고 가는 아낙네들은 열대의 더운 훈김과 아울러 붉은 빛의 진흙길에 잘 어울려진다.
루앙프라방
― 루앙프라방에 도착한 첫 느낌은 아늑하다 였다. 그러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는데 그 비는 그 도시에 머물러 있을 동안 계속 되었다.
― 좋은 호텔을 잡는 것은 운에 크게 좌우한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하루 5000원 정도의 방값에 강 쪽으로 베란다가 멋진 깔끔한 방을 구했다. 거기에 묵고 있는 사람들도 친절하고 유쾌해 보였다.
― 서양인들의 눈동자 빛깔은 어찌 그리 힘이 없게 보이는가. 잿빛이건 하늘색이건 오직 확실히 보이는 것은 동공의 검은색이다. 그네들이 얼굴마저 평탄 했다면 문제가 심각했을 것이다.
― 차분한 분위기의 도시에서는 차분하게 보내는 것이 어울린다. 볼 게 많은 곳보다 오히려 더 오래 머물게 된다.
― 오사카에서 유치원의 얘들에게 미술을 지도한다는 중년의 일본 여인에게서 영화 김두한에서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contacts" />김두한을 좋아하는 선이 간결한 일본 기생의 모습이 겹쳐진다.
농키에우
― 그네들의 집은 도로 양옆으로 도열 해 있다. 마당을 그냥 도로로 전용해버린 느낌이다. 루앙프라방에서 농키에우로 가는 도중에 내린 한 남자가 그 도로 옆에 있는 움막 같은 곳으로 그냥 들어간다. 자가용이 따로 없다.
― 베틀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창문으로 빠끔히 들여다보니 그 안의 아가씨가 들어오란다. 친절한 그네들의 미소를 차 한 잔과 더불어 접대 받고 띄엄띄엄의 대화로도 그들이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집의 며느리가 정말 미인 이였다.
므앙느어이
― 농키에우에서 강을 타고 두 시간 올라간 거리에 있는 강가의 촌락.
― 라오스적인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방갈로, 그 앞에 걸려있는 해먹위에서 흔들거리는 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느낌.
우돔싸이
― 우돔싸이에서 가장 좋은 호텔에서 묵었는데 정전이라니..
― 맥주 한 병에 가볍게 취해 설핏 잠을 자다 깨어나서 내려다본 정전의 암흑에 쌓인 도시, 원래도 어두운 도시였으나 번개의 조명을 받으며 내리는 폭우에 잠겨있는 한 밤의 도시는 순간적인 섬광과 대비되어 더욱 어둠에 잠기다.
― 많은 학생승이 절에 머물러 생활하지만 그들 사이에 서열관계는 전혀 없다.
― 나이어린 동자승이 나를 꾀어 자신이 생활 하고 있는 곳을 보여준 후 그가 공부하고 싶은데 책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다는 말과 함께 책을 사줄 수 없겠냐는 말을 들었을때, 순간 드는 생각은 ‘음.. 영악하군!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생각 ‘그래도 이 얘는 자기 꿈을 이룰 수 있겠구나’
― 기름진 음식을 잔뜩 쌓아 놓고 맥주와 함께 먹는 기분도 상당하다.
루앙남타
― 그들의 가옥 대부분은 아래층이 기둥만 있고 벽이 없는 형태의 이층집이다. 그 집의 효율성은 폭우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았다. 루앙남타로 들어갔던 전날 밤 많은 비가 내려 강이 넘쳐 사람 사는 마을의 골목으로도 많은 물이 흘러 들어왔지만 사람들은 그게 오히려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사각형의 그물을 대나무에 묶은 도구, 혹은 삼마이 그물로 흥분해서 고함치며 고기 잡기에 바쁘다. 그들은 그들 집의 나무 울타리사이에서 씨알이 큰 붕어를 잡아 올렸다.
― 인도음식점에서 인도사람이 만든 탈리를 먹다.
― 라오스는 개발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중국에서 애가 타서 그네들의 큰 소비시장인 태국으로 가기위해 라오스를 경과하는 길을 뚫고 있었다.
― 자전거로 중국 운남성을 거쳐 라오스로 넘어온 스위스 커플이 있었다. 네팔에서부터 출발했단다. 여자분의 허벅지 굵기가 그 사람의 이력을 말해주고 있었다.
루앙남타에서 훼어싸이가는 길
― 라오스에서 가장 좋지 않다는 길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 묘하게 엮어진다. 그 길은 off-road car에게도 무리하게 생각되었지만 그네들은 그 길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모양이다. 안 좋은 길이 우기와 겹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가 잘 보여주는 일이 발생한다. 몇 번의 산사태로 막힌 길을 뚫고 나가던 차는 감당할 수 없는 고비에 이른다.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차는 대략 픽업트럭 6대, 사람들은 20명 남짓 그 길이 막히자 그들의 소풍이 시작된다. 바나나 잎을 따서 자리를 만들고, 나무를 해 와서 불을 피우고, 옥수수를 구해 와서 굽는다. 그들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쉽게 아주 친해진다. 아니 아예 남과 나의 구분이 없는 사람들 같다. 처음 보는 젊은 여자와 젊은 남자와의 대화도 내가 보기엔 아무 거리낌이 없다. 그들은 함께 웃기를 좋아하고 함께 나누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들은 가지고 온 음식을 모두 한데 모으거나 나눈다. 네 것 내 것 구분이 없어 보인다. 어른 아이의 구분이 없어 보인다. 10대 후반쯤 되는 남자 얘가 대화를 리드하지만 나이 든 어른 누구도 그를 나이 어린 사람의 접대를 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들은 동등하게 보인다. 나중에 길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왔는데, 양쪽에서 길을 뚫지 못하고 저쪽에서만 뚫어오는데, 길이 막힌 곳이 많아서 뚫고 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이 쪽에 온 이유는 저 쪽으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뚫으려는 사람들과 막혀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아주 쾌활했고 거리낌 없다. 그 사람들은 오자마자 차안에서 많은 음식을 풀어 놓아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 사람 중의 한 사람은 관리 총책임자로서 높은 지위에 있는 것 같았지만 사람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그 어떠한 격의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편안하고 유쾌하게 보였다. 비록 조그마한 일단의 사람들과 사태로 전체를 판단 할 수 없지만 그 사람들은 내가 본 그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서로에 차별이 존재하지 않고 서로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며 서로를 견제하지 않고 위로 하고 사랑하며 친구가 되어 미소를 주고받으며 살고 있는 것 그 것이다.
훼어싸이
태국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국경도시, 태국과 비교되어 초라해 보인다. -> 라오스가 비록 행복지수가 높을 것 같은 나라이지만 비교되어 초라해 보이는 것은 아직도 내 생각이 물질을 더 중시하는 범주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가..
태국의 치앙라이
― 여행자를 위한 도시라고 느껴질 만큼 편안하고 볼거리가 많다. 그것도 라오스와 비교된 강도일까?
― 나이트마켓은 겨울이 없는 열대지방 사람들의 외향적 삶을 엿 볼 수 있는 곳이다. -> 겨울이 없고 항상 더위를 느끼며 사는 그들은 집안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거리에 나와 있는 것을 좋아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밤이면 항상 열려있는 개방된 놀이터가 유용하리라.
― 그러나 놀 것이 많은 도시는 외로운 여행자에게는 함정과 같은 것, 외로움은 깊어지고.. 집 생각 역시 간절해 져라..
여행 후기
인간의 이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인류가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이상적인 사회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에 대한 힌트를 라오스에서 구한 것도 같다.
인간이 사는 데는 많은 게 필요 없다. 지금의 여러 도구와 설비 중 많은 것들은 그 필요성에 비해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 그들은 자체의 필요성 보다는 주로 남과 비교우위를 위해 구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의식주와 그리고 필요량의 노동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간사이의 사랑이다. 훼어싸이로 가는 길에 그들이 보여준 모습들은 그것에 가까웠다. 그들이 그렇게 막힌 길 위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그들을 제한시키는 시간적 한계가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일것이며, 그들이 그들의 음식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생산량이 소비량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일것이고, 또한 그들이 서로에게 차별을 두지 않고 서로 첫 대면에서도 밝게 웃으며 허물없이 대화 할 수 있었던 것은 경쟁이 심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만들면 우리 사회도 변화할 것인가?
과연 생산과 소비 일로로 나아가는 세계는, 더 확대 되어 가는 생산과 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더욱 복잡한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 지금의 세계는 인간을 얼마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산업기반 사회가 첨예화 되어 비대해져 그 유지에 급급해 짐에 따라 그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인간이 점점 확신해 갈 때 이러한 사회가 허물어지면서 적은 생산과 적은 소비 그리고 적은 경쟁 즉, 우리 인간에게 더 많은 시간적 여유와 더 많은 서로 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인간기반 사회는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