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s Story - 19 그리고 36
올 해도 어김없이 휴가철이 돌아왔다. 여름 초입만 되면 도지는 '역마살'이 올해라고 피해갈 리 만무하고 꼭 해야만 하는 숙제처럼 다가온다. 매년 여행기를 함께 장식하던 김군은, 지난 해 마지막 여행기를 올렸을 때 올해만큼은 꼭 같이 다니지 말자고 한 약속을 꼭 지키려 한 듯 빠지고 말았다. 원래 '사나이 약속은 풍선껌'인데 그 걸 곧이곧대로 이행하다니... 라오스 함께 가면 안 되겠니? 참고로 김군은 올 9월 중순에 장가를 간다.
하지만 손쉽게 다른 여행 파트너를 구할 수 있었다. 유군... 그는 나의 이종사촌 동생이다. 대학 1학년, 아직 만 20세까지도 한참 남은...
지나가는 말로
"너 방학 때 뭐하냐? 할 일 없으면 형이랑 라오스나 다녀오자"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지나는 말로
"너는 뱅기값만 갖고 와, 형이 경비는 댈테니까..."
그래, 단지 지나가는 말이었다... 마치 길 가다 오랫만에 만난 사람에게 '우리 언제 술이나 한 잔 하지?'와 같은 '전화할게'와 같은 기약없는...
"네, 형"
두 말도 없다, 단지 영어 번역도 쉬운 'Yes, Brother' 이 것이 전부였다... -.-;;
보통 여름휴가는 3일에다 년차를 이틀 정도 끌어다 쓰고, 앞 뒤로 주말, 일요일을 붙이면 8~9일 정도의 시간을 벌 수가 있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2주 조금 못 되게 휴가계를 내버렸다. 만약 회사에서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면 어떡하나? 아예 이참에 책상 빼버리지!' 라고 한다면, 나도 어느덧 인생의 중반에 접어든 만큼 제 2의 도약기를 준비하는 시점이기에 책상 한 번 크게 내리치고 '자르고 싶으면 자르시오'라고 말하는..... 대신, '날짜를 잘 못 적었네요' 할 참이었다. 다행히도 이 노총각의 역마살을 충분히 이해해 주신 우리 이사님. 콥 짜이~!!!
우여곡절 끝에 15일 출국해서 27일 입국하는 방콕(in-out)행 타이항공 티켓을 세금포함 58.5만원에 구했다(탑항공). 갈 때는 홍콩을, 올 때는 대만을 경유하는 이번 여행은 '한국-홍콩-태국-라오스-태국-대만-한국' 장장 5개국을 거치니 여권에 도장은 안 찍었어도 누가 뭐래도 5개국을 여행한 것이다.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인이 된 것이요, 이 번 여행이야 말로 진정한 세계여행이 아닐 수가 없도다...
사전에 유군과 여행을 위한 오리엔테이션도 없이 간단한 일정표와 트래블 게릴라에서 프린트한 자료만을 이메일로 전달한 것이 전부였기에 내심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젊은 녀석이니 나보다는 이해도 빠르고 첫 해외여행이니 알아서 준비도 잘 해오겠거니 싶었는데, 역시 이 녀석도 나랑 같은 부류였다. 2주나 집을 떠나가 있는데 책가방 하나만 달랑(이 것도 나중에 잃어 버리고), 나중에 보니 디카도 충전기를 안 가져와 무용지물, 물어보니 몇 주전에 농활 1주일 다녀왔는데 그 때도 충전기 안 가져가서도 잘 쓰다 왔기에 일부러 안 가져왔단다. 강적... 앞 날이 심히 걱정이 된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인천공항은 막바지 휴가철답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만석이 된 비행기에 오른다. 이제 떠나는 구나. 낯선 땅을 간다는 설레임보다는 마치 집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먼저다.
기내식이 나올 시간이 되자 유군이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지며 묻는다,
"형, 저거 얼마내야 해요?"
"...............그냥 내가 사줄게..."
그래, 나도 처음 비행기 탔을 때 지갑을 가슴에 꼭 안은 채 스튜어디스에게 물어보지도 못 하고 콜라 한 잔에 얼마일까, 생각보다 비싸면 어떨까 얼마나 노심초사 했던가... 심지어 빨간 카페트가 깔려 있기에 신발도 벗을 뻔 했었는데......
그런데 왜 자꾸 유군을 보면 이 번 여행이 힘들어질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비행기는 경유지인 홍콩에서 사람을 내리고, 새로 태우느라 1시간 가량 머물렀다. 면세점을 잠시 둘러보고 시간에 맞춰 탑승하려는데 유군은 입장시키지 않고 줄에서 빼내어 기다리고 있으란다. 이유인 즉은, 유군이 여권과 항공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면 화장실 갈 때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하는 것들이건만, 아무리 봐도 우리 유군은 베낭여행 가는 게 아니라 어디 시골 농활 가는 모양세다. 탑승객들 다 타고 나서도 유군의 정체(?)가 확인되지 않아 출발이 지연되고, 유군 말로는 기내 가방에 여권을 두고 내렸다기에 급기야 유군은 밖에 둔 채 현지 스텝과 함께 기내에 올랐다. 유군이 말한 가방에는 아무리 찾아도 여권이 보이지를 않는다. 결국 가방을 그대로 들고 밖으로 가지고 나와, 가방을 거꾸로 뒤집어봐도 역시 여권과 항공권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도 우리지만 홍콩 스텝도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아마도 어디다 흘린 것 같다. 제발 인천공항에서 흘리지만 않았으면, 부디 비행기 안 어디에다 흘렸으면 좋겠다... 제발...
만약 유군의 여권과 항공권을 찾지 못 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유군만 집으로 돌려보낼 것인가, 여권도 항공권도 꼭 가슴에 품고 다니는 나도 같이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만감이 교차한다. '유군, 할 수 없다, 너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라 내가 네 몫까지 잘 구경하고 오마', '그래, 비열한 남자라 해도 할 수 없다. 이모에게는 잘 말씀드려라...'
여권과 항공권은 인천 면세점에서 유군에게 담배 한 보루 사줄 때 담아 준 비닐팩에서 발견이 되었다. 우리보다도 홍콩 현지 직원들이 더 기뻐한다.
홍콩을 떠나 방콕으로 향하는 중간에도 기내식이 한 번 더 나온다. 경유행이 다소 시간은 지체되어도 먹는 데 목숨걸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먹을 걸 많이 주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러면 안 되지만 태국에서 냉방이 엄청난(?) 장기 버스를 타본 경험에 비춰 유군에게 담요 한 장 챙겨라, 했더니만 내 것까지 2개나 챙겼다. 기특한 녀석... 아, 이미 내 베낭에 대한항공 것도 하나 있는데... 미안요~!!!
아침 10시 20분에 한국을 떠나 현지 시간 4시쯤 되어 방콕 돈무앙 공항에 내렸다. 공항을 나서며 느끼게 되는 동남아 특유의 후덥함이 이번에는 그리 심하지 않다. 예의 그렇듯 출국장 3층에서 택시를 잡고 '머칫 마이(북부 터미널)'로 가자고 하였더니 기사가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으로 50밧을 더 내야한다고 한다, 기사의 어깨를 가볍게 한 번 툭 쳐주며 "I've been here 5 times! no highway!" 했더니 웃으며 더 이상 말을 보태지는 않는다. '50밧 안 내려고 3층 올라왔다구요', 대신 전에는 터미널 입구까지 태워줬었는데, 이 번에는 길 건너편에 내려주며 육교를 건너가란다. 이런... 택시비는 100밧이 조금 덜 되게 나왔는데, 잔돈까지 확~ 다 받아버릴까부다... ^^
라오스를 가기 위해서는 태국 국경 도시인 농카이까지 가야한다. 제복입은 분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준 덕분에 터미널 3층 97번 부쓰에서,
"농카이 V.I.P 까우 까우 까우(VIP999 ; 700밧)"
했더니만 표 파는 아주머니께서 재밌다는 듯이 웃으시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 주신다. 8시 30분 출발이기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1층 대합실에서 TV나 보자고 내려왔다. 무슨 말인 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데 지루하지는 않다. 이 친구가 누구인 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나라 '노홍철'과 외모나 스타일이 똑같다. 각종 CF에서도 자주 보이고 길거리 간판에서도 자주 보이고, 금방이라도 튀어나와서 '그래~ 가는~거~야'를 외칠 것만 같다. 나중에 방콕의 유명한 나이쏘이 국수집에서도 주인장과 같이 찍은 사진이 걸려 있는 걸로 봐서는 태국에서는 꽤 유명 연예인인 것 같다. 이후로 이 친구를 볼 때마다 노홍철이다~ 노홍철이다~ 했다.
대합실에 앉아서 TV를 보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모두 주섬주섬 일어나기에 버스가 떠날 시간이 되었나 보다 싶었는데, 둘러 보니 대합실 사람들 모두가 일어서 있다. 유군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TV를 보니 태국 깃발이 흔들리며 국가가 나오고 있었다. '아, 국기에 대한 경례', 난 태국 사람도 아닌데 일어나지 말까, 하는 생각을 0.5초쯤 하다 앉아 있기에도 뻘쭘한 상황이라 국가가 끝날 때까지 서 있었다. 태국을 여러 번 와봤어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대합실 밖에 사람들은 이 의식에 참여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공공장소에서만 유효한 듯 하다. 유군에게 우리나라에서도 6시에 길 가다가도 이렇게 애국가가 흘러 나오면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했던 거 아냐고 물어보니, 모른단다. 그래, 넌 19살, 난 36살이다...
'19 그리고 36'
콜린 하긴스의 블랙 코미디 제목을 페러디한 것 같다만 우리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참고로 이번 여행의 일정표를 올려본다.
15일 인천공항 출발, 홍콩경유 3:50 방콕 도착
북부 터미널 - 농카이 출발(VIP 999)
16일 라오스 국경통과 비엔티안 도착
씨앙쿠안(부다파크), 왓 파깨우, 왓 씨싸켓, 딸랏 싸오, 빠뚜싸이, 탓 루앙
메콩강 노점식당에서 저녁노을
17일 방비엔 출발 10:00
탐짱 동굴, 남쏭 일몰
18일 폰투어 카약킹 & 케이빙
19일 루앙프라방 도착
야시장 구경, 홍콩 레스토랑(정통 공연과 라오 정통요리 부페)
20일 빡우동굴, 왓 씨앙통, 왓 마이, 왕궁 박물관, 푸씨사원
21일 탁발행렬, 아침시장, 왓 위쑨나라, 왓 아함,
쾅시폭포, 야시장 5000kip 부페
22일 치앙마이 도착(항공편)
왓 프라씽, 왓 째디 루앙, 삼왕상, 깐똑 디너쇼, 나이트 바자
23일 치앙라이 고산족 투어 1박 2일
(온천, 화이트 사원, 골든 트라이앵글, 도이메살롱 중국인 마을)
24일 치앙라이 고산족 투어 1박 2일
(미얀마 국경지역, 여러 사원, 왕어머니 별장, 롱넥마을 방문)
치앙마이 도착 - 쑤콘타 무까타(부페식당)
25일 도이쑤텝, 보석정원, 방콕 출발(나콘차이)
26일 07:00 방콕도착
왓 프라깨우, 왓 포, 왓 아룬, 짜뚜짝 주말시장, 카오산
27일 서울도착
하지만 손쉽게 다른 여행 파트너를 구할 수 있었다. 유군... 그는 나의 이종사촌 동생이다. 대학 1학년, 아직 만 20세까지도 한참 남은...
지나가는 말로
"너 방학 때 뭐하냐? 할 일 없으면 형이랑 라오스나 다녀오자"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지나는 말로
"너는 뱅기값만 갖고 와, 형이 경비는 댈테니까..."
그래, 단지 지나가는 말이었다... 마치 길 가다 오랫만에 만난 사람에게 '우리 언제 술이나 한 잔 하지?'와 같은 '전화할게'와 같은 기약없는...
"네, 형"
두 말도 없다, 단지 영어 번역도 쉬운 'Yes, Brother' 이 것이 전부였다... -.-;;
보통 여름휴가는 3일에다 년차를 이틀 정도 끌어다 쓰고, 앞 뒤로 주말, 일요일을 붙이면 8~9일 정도의 시간을 벌 수가 있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2주 조금 못 되게 휴가계를 내버렸다. 만약 회사에서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면 어떡하나? 아예 이참에 책상 빼버리지!' 라고 한다면, 나도 어느덧 인생의 중반에 접어든 만큼 제 2의 도약기를 준비하는 시점이기에 책상 한 번 크게 내리치고 '자르고 싶으면 자르시오'라고 말하는..... 대신, '날짜를 잘 못 적었네요' 할 참이었다. 다행히도 이 노총각의 역마살을 충분히 이해해 주신 우리 이사님. 콥 짜이~!!!
우여곡절 끝에 15일 출국해서 27일 입국하는 방콕(in-out)행 타이항공 티켓을 세금포함 58.5만원에 구했다(탑항공). 갈 때는 홍콩을, 올 때는 대만을 경유하는 이번 여행은 '한국-홍콩-태국-라오스-태국-대만-한국' 장장 5개국을 거치니 여권에 도장은 안 찍었어도 누가 뭐래도 5개국을 여행한 것이다.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인이 된 것이요, 이 번 여행이야 말로 진정한 세계여행이 아닐 수가 없도다...
사전에 유군과 여행을 위한 오리엔테이션도 없이 간단한 일정표와 트래블 게릴라에서 프린트한 자료만을 이메일로 전달한 것이 전부였기에 내심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지만, 그래도 젊은 녀석이니 나보다는 이해도 빠르고 첫 해외여행이니 알아서 준비도 잘 해오겠거니 싶었는데, 역시 이 녀석도 나랑 같은 부류였다. 2주나 집을 떠나가 있는데 책가방 하나만 달랑(이 것도 나중에 잃어 버리고), 나중에 보니 디카도 충전기를 안 가져와 무용지물, 물어보니 몇 주전에 농활 1주일 다녀왔는데 그 때도 충전기 안 가져가서도 잘 쓰다 왔기에 일부러 안 가져왔단다. 강적... 앞 날이 심히 걱정이 된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인천공항은 막바지 휴가철답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만석이 된 비행기에 오른다. 이제 떠나는 구나. 낯선 땅을 간다는 설레임보다는 마치 집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먼저다.
기내식이 나올 시간이 되자 유군이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지며 묻는다,
"형, 저거 얼마내야 해요?"
"...............그냥 내가 사줄게..."
그래, 나도 처음 비행기 탔을 때 지갑을 가슴에 꼭 안은 채 스튜어디스에게 물어보지도 못 하고 콜라 한 잔에 얼마일까, 생각보다 비싸면 어떨까 얼마나 노심초사 했던가... 심지어 빨간 카페트가 깔려 있기에 신발도 벗을 뻔 했었는데......
그런데 왜 자꾸 유군을 보면 이 번 여행이 힘들어질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비행기는 경유지인 홍콩에서 사람을 내리고, 새로 태우느라 1시간 가량 머물렀다. 면세점을 잠시 둘러보고 시간에 맞춰 탑승하려는데 유군은 입장시키지 않고 줄에서 빼내어 기다리고 있으란다. 이유인 즉은, 유군이 여권과 항공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면 화장실 갈 때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하는 것들이건만, 아무리 봐도 우리 유군은 베낭여행 가는 게 아니라 어디 시골 농활 가는 모양세다. 탑승객들 다 타고 나서도 유군의 정체(?)가 확인되지 않아 출발이 지연되고, 유군 말로는 기내 가방에 여권을 두고 내렸다기에 급기야 유군은 밖에 둔 채 현지 스텝과 함께 기내에 올랐다. 유군이 말한 가방에는 아무리 찾아도 여권이 보이지를 않는다. 결국 가방을 그대로 들고 밖으로 가지고 나와, 가방을 거꾸로 뒤집어봐도 역시 여권과 항공권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도 우리지만 홍콩 스텝도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아마도 어디다 흘린 것 같다. 제발 인천공항에서 흘리지만 않았으면, 부디 비행기 안 어디에다 흘렸으면 좋겠다... 제발...
만약 유군의 여권과 항공권을 찾지 못 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유군만 집으로 돌려보낼 것인가, 여권도 항공권도 꼭 가슴에 품고 다니는 나도 같이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만감이 교차한다. '유군, 할 수 없다, 너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라 내가 네 몫까지 잘 구경하고 오마', '그래, 비열한 남자라 해도 할 수 없다. 이모에게는 잘 말씀드려라...'
여권과 항공권은 인천 면세점에서 유군에게 담배 한 보루 사줄 때 담아 준 비닐팩에서 발견이 되었다. 우리보다도 홍콩 현지 직원들이 더 기뻐한다.
홍콩을 떠나 방콕으로 향하는 중간에도 기내식이 한 번 더 나온다. 경유행이 다소 시간은 지체되어도 먹는 데 목숨걸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먹을 걸 많이 주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러면 안 되지만 태국에서 냉방이 엄청난(?) 장기 버스를 타본 경험에 비춰 유군에게 담요 한 장 챙겨라, 했더니만 내 것까지 2개나 챙겼다. 기특한 녀석... 아, 이미 내 베낭에 대한항공 것도 하나 있는데... 미안요~!!!
아침 10시 20분에 한국을 떠나 현지 시간 4시쯤 되어 방콕 돈무앙 공항에 내렸다. 공항을 나서며 느끼게 되는 동남아 특유의 후덥함이 이번에는 그리 심하지 않다. 예의 그렇듯 출국장 3층에서 택시를 잡고 '머칫 마이(북부 터미널)'로 가자고 하였더니 기사가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으로 50밧을 더 내야한다고 한다, 기사의 어깨를 가볍게 한 번 툭 쳐주며 "I've been here 5 times! no highway!" 했더니 웃으며 더 이상 말을 보태지는 않는다. '50밧 안 내려고 3층 올라왔다구요', 대신 전에는 터미널 입구까지 태워줬었는데, 이 번에는 길 건너편에 내려주며 육교를 건너가란다. 이런... 택시비는 100밧이 조금 덜 되게 나왔는데, 잔돈까지 확~ 다 받아버릴까부다... ^^
라오스를 가기 위해서는 태국 국경 도시인 농카이까지 가야한다. 제복입은 분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준 덕분에 터미널 3층 97번 부쓰에서,
"농카이 V.I.P 까우 까우 까우(VIP999 ; 700밧)"
했더니만 표 파는 아주머니께서 재밌다는 듯이 웃으시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 주신다. 8시 30분 출발이기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1층 대합실에서 TV나 보자고 내려왔다. 무슨 말인 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데 지루하지는 않다. 이 친구가 누구인 지는 모르겠는데 우리나라 '노홍철'과 외모나 스타일이 똑같다. 각종 CF에서도 자주 보이고 길거리 간판에서도 자주 보이고, 금방이라도 튀어나와서 '그래~ 가는~거~야'를 외칠 것만 같다. 나중에 방콕의 유명한 나이쏘이 국수집에서도 주인장과 같이 찍은 사진이 걸려 있는 걸로 봐서는 태국에서는 꽤 유명 연예인인 것 같다. 이후로 이 친구를 볼 때마다 노홍철이다~ 노홍철이다~ 했다.
대합실에 앉아서 TV를 보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모두 주섬주섬 일어나기에 버스가 떠날 시간이 되었나 보다 싶었는데, 둘러 보니 대합실 사람들 모두가 일어서 있다. 유군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TV를 보니 태국 깃발이 흔들리며 국가가 나오고 있었다. '아, 국기에 대한 경례', 난 태국 사람도 아닌데 일어나지 말까, 하는 생각을 0.5초쯤 하다 앉아 있기에도 뻘쭘한 상황이라 국가가 끝날 때까지 서 있었다. 태국을 여러 번 와봤어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대합실 밖에 사람들은 이 의식에 참여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공공장소에서만 유효한 듯 하다. 유군에게 우리나라에서도 6시에 길 가다가도 이렇게 애국가가 흘러 나오면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했던 거 아냐고 물어보니, 모른단다. 그래, 넌 19살, 난 36살이다...
'19 그리고 36'
콜린 하긴스의 블랙 코미디 제목을 페러디한 것 같다만 우리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참고로 이번 여행의 일정표를 올려본다.
15일 인천공항 출발, 홍콩경유 3:50 방콕 도착
북부 터미널 - 농카이 출발(VIP 999)
16일 라오스 국경통과 비엔티안 도착
씨앙쿠안(부다파크), 왓 파깨우, 왓 씨싸켓, 딸랏 싸오, 빠뚜싸이, 탓 루앙
메콩강 노점식당에서 저녁노을
17일 방비엔 출발 10:00
탐짱 동굴, 남쏭 일몰
18일 폰투어 카약킹 & 케이빙
19일 루앙프라방 도착
야시장 구경, 홍콩 레스토랑(정통 공연과 라오 정통요리 부페)
20일 빡우동굴, 왓 씨앙통, 왓 마이, 왕궁 박물관, 푸씨사원
21일 탁발행렬, 아침시장, 왓 위쑨나라, 왓 아함,
쾅시폭포, 야시장 5000kip 부페
22일 치앙마이 도착(항공편)
왓 프라씽, 왓 째디 루앙, 삼왕상, 깐똑 디너쇼, 나이트 바자
23일 치앙라이 고산족 투어 1박 2일
(온천, 화이트 사원, 골든 트라이앵글, 도이메살롱 중국인 마을)
24일 치앙라이 고산족 투어 1박 2일
(미얀마 국경지역, 여러 사원, 왕어머니 별장, 롱넥마을 방문)
치앙마이 도착 - 쑤콘타 무까타(부페식당)
25일 도이쑤텝, 보석정원, 방콕 출발(나콘차이)
26일 07:00 방콕도착
왓 프라깨우, 왓 포, 왓 아룬, 짜뚜짝 주말시장, 카오산
27일 서울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