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년 여름 동남아 쏘다닌 여행기..라오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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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년 여름 동남아 쏘다닌 여행기..라오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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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멍라에서 라오스로 넘어오면서 중국 시솽반나를 잘 보고 오지 못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중국 반나(시솽반나의 준말)에서 아팠기 때문에, 그 땅을 벗어나면서 부터는 새로운 마음으

로 즐거운 일이 벌어지기를 기대했다. 국경을 넘고 나니, 라오스는 정말 듣던대로 시골이다.

이에 비하면 운남성은 정말 번화한 것이다.

라오스에서 내가 원래 생각했던 코스는 라오스의 중국 국경을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해서 바로

태국 치앙콩으로 빠져나가는 길이다. 라오스에 관심이 없었고, 치앙마이에서 빅과 뿌이 일행과

며칠을 같이 보내느라 태국북부를 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매력의 매력을 가진 라오스

에 나도 다른 여행자들처럼 빠져들었고, 결국 농카이를 거쳐 방콕을 향해가는 남행 코스를

가게 되었다.

1. 국경을 통과하고 루앙남타행 트럭을 탔다. 루앙남타에서 내가 가려는 목적지인 무앙싱까지 가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무앙싱도 중국과의 국경 도시지만, 이 국경은 외국인은 통과할 수 없다.

120km 이상을 결국 돌아가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120km는 짧지만, 산골 라오스의 도로 사정으로는

엄청 먼 거리. 아침 일찍 국경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질녁에 무앙싱에 도착했다.

사실 무앙싱 거리는 복잡한 시장 바닥과 버스 정류장이 섞여서 머물기에 썩 좋지는 않다. 리장에서

만난 영국애가 가르쳐 준 정보대로 아디마 GH를 찾아갔다. 마을에서 중국 국경쪽 산을 향해

썽태우를 타고 올라갔다.

야트막한 산과 논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이 숙소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해지고 저녁 9시까지만 전기가 들어오고 끊겨버린다. 루구후에서 본 은하수가 여기서는 더

진하게 보인다. 게다가 반딧불도 보인다. 이번 여행에 처음 보는 것이 많다.

다음 날 아침 물 한통을 사서 가방에 찔러 넣고, 산으로 올라갔다.

이 곳 무앙싱은 어딜가나 소수 민족들이다. 하니족과 아카족이 주로 있는 이 곳. 산을 오른지

얼마되지 않아 마을이 나타났다. 외국인의 때가 아직 덜 탄 곳이라 내가 여행자임을 잊어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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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사람이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할머니께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반기신다.

하지만 말이 안통하는 처지에 그리 할 말이 많았겠는가. 담배 한 대 피우시더니 할머니는 머라

말씀도 안하시고 손주를 품에 앉고 낮잠을 즐기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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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은 신을 위해 만들어진 문이다. 자세히 보면 여러가지 모양의 쇠와 나무로 장식을 걸어두고

있다. 몰라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사진 찍는 것을 마을 어른들이 봤으면 항의

하고 난리가 났을 거랜다. 그러니 나름대로 神氣어린 사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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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나 더 높이 올라가려는 데, 한 아이가 나를 부른다. 짧은 영어로 자기가 가이드를

해주겠단다. 가이드 없이 다녀도 충분한 산이지만, 먼저 적극적으로 마케팅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이 귀여워서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으니 손바닥을 다섯 번 친다. 무슨 뜻인

지 몰랐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5불을 뜻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내가 1불 주겠다는 의미로 손바닥

을 한 번 치니, 마구 웃는다. 돈보다는 외국인과 장난치는 것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결국 2불로 합의를 보고, 가려는데, 잠깐만 기다리린다. 10분여동안 집에 가서 엄마한테 이러저러

하다고 얘기를 하더니만, 나름대로 쫙 빼입고 나온다. 반바지만 입고 있던 놈이 긴바지에 하얀

와이셔츠도 챙겨입고, 물로 머리도 넘기고 나왔다.

나이를 물으니 10살. 더듬더듬 말하는 것도 귀엽고 한 마디 가르쳐주면 중얼 거리며 열심히 따라한다.

어리지만 미더운 동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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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만난 어떤 농부. 옆 마을로 옥수수 짐을 지고 가다가 물가에서 더위를 식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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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시간여 산길을 오르다보니, 또 다른 마을에 도착했다. 전 마을이 아카족 마을이였다면

이 마을은 하니족 마을이다. 마을 공터에서 놀던 애들이 내가 등장하니까 소리를 지르며 각자의 집으

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는 문틈으로 낄낄대며 나를 쳐다본다. 같이 놀자고 다가가면 부끄러워서

집 깊숙히로 숨어버린다.

그래서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냈을 때는 마을에 사람이 거의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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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집 같지만, 사실 아이들이 여기저기 숨어서 나를 지켜보며 자기들끼리 낄낄대고 있다.

마을을 돌아서 산으로 내려오면서 보니 마치 강원도 어딘가에 와있는 느낌이다.

낯익은 풍경들. 새롭지 않지만,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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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혼자 다니고 싶어 알로를 집으로 보내고 주변을 걸었다. 알록달록한 화려한 옷을 입고, 은장신

구를 한 고산족 여자아이들이 등짐을 지고 어딘가로 걸어가고, 남자아이들은 발가벗고 미역을 감는다.

그 모든 풍경 중에서 으뜸은 라오스의 파란 하늘.

윈도우 바탕화면 같다고 하면, 내가 너무 문명화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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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홈에 사진 조금 더 있어요. 필요하시면 구경하셔요.

www.abovetheair.wo.to
2 Comments
돌체비타 2003.09.16 23:23  
  다음 여행지를 라오스로 정하고 나니..더더욱 정겹게 잘보았습니다..저 흙길을 울 공주병이랑 투덜이랑 같이걸어다니고 싶으네요..아..내년은 언제오려나이~
2003.09.17 09:17  
  비타님..나도 델꼬가요.... 내년 언제쯤이유?  난 아그들이 더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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