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바이디 라오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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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바이디 라오스(9)

이준용 0 3342
- 팟타야 도착 -

터미널에서 내린 우리를 맞은 것은 썽태우. 소형트럭의 짐칸을 개조해서 사람이 앉을 수 있
도록 만든 건데, 듣던 대로 이곳에서는 대표적인 운송수단이다. (크기는 작지만 우리나라에
서 군인들이 타는 트럭과 똑같다) 오늘의 트럭은 장군운수. 동남아의 중고차는 거의 다 한
국에서 수입된 것들인가 보다. 편안하게 자리를 잡은 후 "빠이 쎄컨로드 쏘이 씹"하고 연습
한 대로 외치니 드디어 출발!! 시원하게 불어오는 아침 공기를 가르며 달리기 시작한다.

고생고생하며 이곳까지 달려오며 가졌던 '휴양지'에 대한 기대. 막연하게 상상 속에서 그렸
던 건 하와이의 모습... 그러나 실제로 눈에 들어오는 팟타야에 대한 첫 느낌은 국민소득의
차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지저분함이다. (난,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청결의 정도'라
고 나름대로 이해한다)
특히 이런 지저분함에 일조하는 것은 거리에 수없이 돌아다니는 개떼들이다. 애완인지 똥갠
지 구별도 안 되지만, 특히 피부병에 걸려서 털이 빠져버린 개들을 보면 아이구... 현지에서
주워 듣기로, 이렇게 태국 전역이 [개들의 천국]이 되는 이유는 소비가 없어서라고 한다.

- 숙소 찾기 -

2번 도로 10번가에 도착. 이제부터는 가방 질질 끌고 다니며 숙소를 찾아야 한다. 제일 먼저
신이 나서 들어간 곳은 아이스 인. 태사랑에서 좋다고 어느 분이 강력 추천한 곳이다. 그러
나... Full! 아... 이 실망감... (기대가 엄청 컸음)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렵사리 찾아간
곳은 역시 좋다고 소문난 다이애나 인. 그러나 역시 Full!! (아.. 슬슬 짜증난다) 어느 도시든
지 처음에 도착하면 방향감각이 없어서 뱅뱅돌기 마련인데, 지금은 버스에서 나눠준 빵조각
으로 아침을 대신한지라 배까지 엄청 고프다. 게다가 날씨는 덥다못해 푹푹 찐다. 세번째로
찾아간 렉호텔까지 우리를 외면!!

돌아다니면서 보니 방이 없다. (장사 엄청 잘 되네...) 숙소에서도 말하기 싫은지 이젠 가방
끌고 들어가면 손부터 내젓거나, 아니면 프런트에 Full이라고 아예 써 놨다. 이제부터의 전
략은 아무데나 들어가기.

그러나 그 '아무데나'가 없다. (하나 있긴 했는데 너무 거지같았음) 그렇게 땀 찔찔 흘리며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곳이 J&P Court!! 아직도 마무리가 덜 됐는지 앞마당은 공사판이다.
새로 지었으니 당연히 시설은 좋겠지? 아주 불쌍한 얼굴로 들어가 보니 여기도 방은 없다.
그러나 오후까지 기다리면 방이 나올테니 함 기다려보라고 한다. 솔직히 이젠 그 '기다려'란
말조차도 반갑고, 다른데 가봐야 무슨 '영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따라서 죽치고 대기. 하
지만 이제 고작 9시가 넘었는데 어떻게 3시간 이상을 기다리나 싶다. 사는 게 고생이다...

- 한국식당 -

배가 고파서 허리가 꺾일 지경.. 이제 현지음식이라면 진절머리를 대는 아내도 불쌍하고, 나
역시도 카우팟 냄새에는 진력이 난다. 따라서 프런트에 짐을 모두 맡겨두고 한국식당 '아무
데나'를 향해 출발!!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한 곳은 [만수정]. 태릉갈비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태사랑에 보면 어느 여행자가 태릉갈비에서 찌개백반 시켰다가 쫓겨난 얘기가 나온다. 정
말 그러는지 한편 궁금...)

만수정은 알카자쇼장 바로 옆의 냉면전문점인데, 우리가 갔을 때(오전 10시반)는 식사시간이
아니어선지 손님은 없다. 종업원은 한 10명쯤 되어 보이는데 모두 현지인. 김치찌개와 된장
찌개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먼저 반찬 입장!! 어묵볶음, 무생채나물, 오이장아찌, 배추김
치, 열무김치인데, 밥을 기다릴 것도 없이 맨입으로 먹어치우기 시작. 결국 10분도 안돼서
뽕빨!! 종업원들이 볼 때는 어디서 거렁뱅이가 들어온 줄 알았을 것 같다.
드디어 찌개입장!!
정말 큰 기대를 가지고 한 숟갈 입에 넣었는데... 아내 왈
"맛이 뭐 이래?"
그랬다. 한국의 맛은 좀 아닌 것 같다. 종업원이 모두 현지인이라서 그럴까? 하지만 꼭 같진
않더라도 비슷하기는 하므로 그냥 만족하고 먹기 시작. 그러나 결국 둘이 각각 두 그릇, 도
합 네 그릇의 밥을 먹어치웠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반찬은 수없이 더 갖다 먹었고...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서는데, 아내가 또 음식 맛에 대한 불평을 한다. 그래서 내가 조용
히 말했지.
"우리가 그런 말할 자격이나 있냐?"

- 지도 찾아 삼만리 -

배도 채웠으니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지도를 구하는 것. 어디가 어딘지를 알아야 돌아다니
던 말던 하지? 트래블게릴라에 수록된 지도를 인쇄해 오긴 했는데, 인쇄상태가 안 좋아서
좀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아프다. (제 프린터의 문제일 뿐, 지도 자체는 엄청 좋습니다.
숙소까지 깡그리 표시되어 있음. 그냥 거리이름과 몇 개 유명한 곳만 표시된 TAT판보다
더 좋죠) 처음엔 아무데나 호텔에 들어가서 구했는데, 하필 태국어 버전. 결국 TAT사무실
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 우리의 고행이 시작됐다.

아무도 TAT를 아는 사람이 없네? 게다가 아직은 팟타야에 적응이 안돼서 썽태우를 타면
반대방향으로 가기까지 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특히, 처음에는 일방통행인 해변도로와
2번도로 때문에 엄청 헛갈립니다) 게다가 썽태우로 갈라치면 부르는 게 100바트다. 결국은
착한 아저씨의 썽태우를 타고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로 가자고 해 버렸다. 그러나... 이 아
저씨 지도 볼 줄 모르나? 좀티엔 비치까지 뱅뱅 돌더니 그래도 모르겠는지 아예 차를 세워
놓고 지도 연구!! 결국 고생고생 끝에 TAT 도착.

깨끗한 사무실. 시원한 에어컨. 말쑥하게 흰 와이셔츠를 입은 직원이 우리를 맞는데... 지도
가 없단다. 있는 것은 중국어판과 태국어판... 우리가 황당한 얼굴을 하자, 여기저기를 다시
찾아본다. 나도 함께 찾기 시작하는데, 보다보니 치앙마이도 있고, 아유타야도 있고... 암튼
주요 관광지는 다 이렇게 지도가 구비되어 있는 모양이다. 아.. 좋다...
젊은 아저씨는 우리를 위해 정말 열심히 찾는다. 사무실을 다 뒤집을 기세... 좀 찾다가 귀찮
아지면 '없다'고 할 법도한데... 각고의 노력 끝에 영문판 지도 발견!! 나와 아내는 너무 기뻐
서 탄성을 질렀다. 아저씨도 기쁘신 듯 함께 웃고... 너무 고마워서 뭔가 보답을 하고 싶은
데, 방법이 없다. 음료수 자판기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 홍익비치하우스 -

오후에는 내일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홍익비치하우스를 찾았다. 먼저 전화를 해서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를 문의하고, 일러준 대로 숙소 앞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니 엄청 넓은
도로(쑤쿰윗도로)가 나타난다. 여기서 시내버스에 승차.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버스
는 냉방도 안 되고 많이 낡았지만 팟타야의 시민들을 볼 수 있는 게 즐겁다.
태국에는 과속단속도 없는지 속도계는 망가져 있는데, 버스는 엄청 빨리 잘도 달린다. 버스
에는 70년대의 우리나라처럼 차장이 있는 게 특징. 차장은 꽤 어려 보이는데, 정차하면 제일
먼저 잰걸음에 내려 오토바이 등으로부터의 안전을 확보하고, 주행 중에는 돌아다니며 차비
를 걷는다. 방콕의 차장은 여자인데, 여기는 남자인 점이 차이.

얘한테 "방쌀레이!!"하고 말해뒀더니 한 20-30분 후에 내리라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
도 팟타야는 맞는데, 시내를 벗어나서인지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길을 건너니 오토바이 기
사들이 죽 늘어서 있다. "까올리!!"하고 외치니 오토바이는 부르릉-하고 출발. 5분만에 커다
란 집 앞에서 내려 준다.
여기가 [홍익비치하우스]인가보다... 철문은 열려 있긴 한데 우리를 보더니 대여섯마리의 개
떼가 짖으면서 우르르 몰려나오니 무서워서 들어갈 수가 있나? 잠시 기다리니 개 짖는 소리
에 주인장 등장.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주인장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셨는데 후덕해 보이고 친절했다. 투어신
청은 전화로 해도 되는데 일부러 왔느냐고 한다. (괜히 헛고생했군!) 하지만 그 바람에 인터
넷에서만 보던 집 구경도 하게 되었으니 손해난 것도 없다. 아울러 궁금했던 점에 대해 자
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도 좋았고.

- 낭누알 씨푸드 -

투어 신청을 하고 다시 우리는 팟타야로 돌아와 워킹스트리트로 향했다. 어느덧 해가 저물
기 시작하니 저녁 먹을 시간. 저녁시간이 되니 날씨가 선선해지고 거리에는 온갖 사람들 천
지에 흥겨운 음악도 흘러나온다.
오늘 저녁메뉴는 아내의 뜻에 따라 씨푸드. 워킹스트리트에서도 특별히 좋은 곳은 낭누알,
돌핀 씨푸드, 랍스터 팟인데, 우리가 찾은 곳은 그 중 가장 전통있고 유명하다는 낭누알레스
토랑.
밖에서 보니 간판부터 으리으리하고 깨끗하며 환해서 좋은데, 가격은 장난이 아니다. 가재가
100그람에 160바트... 마음 같아서는 한 1킬로 먹고 싶지만 쫄아서 500그람만 시키고 입장!!
아까 가게는 분명 육지에 있었는데 들어간 레스토랑은 바다 위의 선착장이다. 최소한 수백
명은 앉을 듯한 규모에 바닷바람은 사방에서 불고, 팟타야의 낭만적인 야경이 불을 밝히니,
분위기 정말 '죽인다' 캬아... (이런데는 애인데리고 와서 폼잡기 좋겠다!!)

우리 부부가 기분이 너무 황홀해져서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도 찍으며 한참 주접을 떨었더니
마침내 음식이 입장하는데...
이런...
내가 주문한 것은 가재요리인데, 나온 것은 오이, 토마토 무침.
가재 토막은 어쩌다 하나씩 눈에 띈다. 허허허...
가재 말고 게 요리도 하나 더 시켰지만 그것도 나을게 없다.
아내는 그래도 맛이 좋은지 엄청 열심히 먹어대는데, 난 그저 오이토막이나 씹을 뿐... 나까
지 먹겠다고 달려들면 음식값은 누가 감당하나?
결국 애꿎은 밥만 두 그릇 먹고 계산해 보니 1,480B. 먹은 것도 없이 4만5천원이라니... 그나
저나 여기가 이 정도면 배타고 물위에 떠다니며 먹는 쟤네들은 얼마나 비쌀까?

- 어 고고바 -

팟타야의 명물!! 역시 관광지답게 가장 발달한 것은 섹스산업이다.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
오는데 보이는 것은 모조리 정육점 불빛들... 태국 아가씨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음악 소리
도 요란하고 태국 여인들의 매혹적인 자태는 관광객을 유혹하고도 남는다.
야호!!
서양남자와 태국여자의 절묘한 만남. 곳곳의 노천카페에서는 서양남자 한 명이 여자 여럿을
양팔에 끼고 놀고들 있고, A Go-Go Bar 란 붉은색 네온사인은 우리를 부른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저기는 들어가기만 하면 천국이라는데... 들어갈까 말까... 사실 마음같아
서는 당장 뛰어들어가고 싶은데, 엄청 겁이 난다. 혹시 바가지쓰거나 봉변 당하는 건 아닌
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결국 선뜻 들어가진 못하고 주위만 한참을 뱅뱅 돌
며 고민에 고민을 했다. 그러다 내린 최종 결심!! 여기까지 와서 이 좋은 걸 안 본다는 게
말이 되나?

들어가기로 했으니 이제는 업소 선택. 마침 예쁜 아가씨 두 명이 가게 문 앞에 짧은치마를
입고 앉아 있는 게 눈에 띈다. 옳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저 집으로 가자. 내가 긴장했
으니 아내는 또 얼마나 덜덜 떨고 있을까? 이런 아내의 손을 이끌고 보무도 당당히 입장!!
야호!!
들어와 보니 별천지는 별천지다. 가운데 무대에는 속옷만 입은 아가씨들 세 명이 춤을 추고
있고, 우리 부부는 종업원에 의해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가게 안에는 우리말고도 몇몇 손님
이 더 있는데, 아직은 초저녁이어선지 대체로 한산.. 하이네켄을 마시며 구경하는데, 눈을 어
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아내 눈치 봐가며 이런 구경을 하려니 애로사항이 많음) 그러나
3천원짜리 맥주 한 병을 먹으며 이 좋은 구경을 할 수 있다니... 이런 천국이 또 있을까?

사족:
1) 나라 전체가 '개'판인 것은 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의 공통점 같습니다. 불교국가
에선 개를 안 먹는다네요? 우리나라에도 불교신자는 많은데... (이해 안됨) 그리고 소나
돼지는 괜찮고 개는 안 되는 이유는? (더 이해 안됨)
2) 1월초의 팟타야는 엄청 성수기입니다. 방이 없어요. 그리고 해변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는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입니다. 모두 다 숙소를 짓는 듯 하더군요.
3) 팟타야에는 한국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왜 한국어판 지도는 없을까요?
4) 모르긴 해도 저처럼 미련한 방법 말고 지도를 구하는 쉽고 편한 방법이 있을 겁니다.
5) 동남아의 한인업소 사장님들 중엔 유달리 경상도 출신이 많은가봐요. 위에 쓴 홍익비치
하우스 뿐만 아니라 라오스의 알디, 캄보디아의 글로벌도 경상도 분들...
6) 홍익비치에서 사장님을 봤을 때 솔직히 말해서 좀 괜히 혼자 미안하더라구요. 홍익비치
에서 묵질 않았으니까요. (그 분이 뭐라고 해서가 아니라, 그냥 스스로 그랬다는 얘기)
제가 홍익비치에서 묵지 않은 이유는 팟타야의 중심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이거든요. 그
런데 그 분도 잘 아시더군요. 사장님 말씀이 처음에 팟타야에 오는 사람은 무조건 시내
로 들어간대요. 마치 저희처럼... 그러나 두 번 이상 오는 사람은 조용한 좀티엔을 찾는다
는 거죠. 방 값도 팟타야보다 싸고, 또 휴양지로는 이만한 곳도 없답니다.
7) 나중에 나오지만 방콕에 와서 팟퐁에도 갔었습니다. 역시 유흥가는 팟퐁이더군요... [슈퍼
걸]은 [어 고고바]보다 훨씬 더 야해요.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아가씨들이 빨개벗고 뛰
어다님)
8) 유흥가 가실 땐 아내나 애인 등 하여튼 여자를 데리고 가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이
러면 거기 아가씨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질 못하거든요? 그래서 마음은 더 편할 수 있
습니다. (물론 구경하는데는 약간 지장 있음) 남자끼리 가면 그 지지배들 맥주 사주던지
팁 줘야지, 특히 유혹하는 거 이겨내야지... 자신 있으세요?
9) 오늘의 사진은 워킹스트리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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