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떠난 '다낭-호이안' 4박5일 저렴한 여행기-첫번째
2018. 10. 30. 화요일
자.... 오늘은 내일 아침 9시까지 근무를 해야하는 당직 근무일.
밤 11시가 좀 넘은 시간.... 혼자서 심심하기도 하고 일하는 것도 슬슬 지겨워져 태사랑에 접속해 이것 저것 회원들이 올린 여행기를 보다가, 이번에는 아무 목적없이 '땡처리닷컴' 사이트를 들어가봤더니 갑자기 팝업창이 뜨면서 '씨엠립(앙코르와트) 4박6일 199,000원'이라는 땡처리 패키지가 눈에 띄었다.
읭? 앙코르와트 4박6일 199,000원?......
비행기 태워주고, 호텔에서 잠 재워주고, 밥 먹여주고, 앙코르와트 데려다 주고, 깃발 들고 옆에 붙어서 설명도 해준다는데 199,000원? 나쁘지 않은데?
게다가 11. 3. 토요일 출발에 11. 8. 목요일 새벽 도착이니 월, 화, 수 이렇게 3일만 휴가 내고 목요일 아침에 바로 출근해도 되니 사무실을 오래 비우지 않아도 되고, 굳이 어디 여행가느냐고 묻는 동료들의 관심을 받지 않고 살짝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 고민되는데?
혹시 먼저 다녀온 분들이 올린 후기는 어떤지 살살 읽어보며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낼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갑자기 사무실 문이 덜컥 열리면서 처리해야할 업무가 불쑥 들어왔다.
일단 웹브라우저를 잠시 내려놓고 업무에 집중.
간단히 들어온 업무를 마친 시간이 00시 20분.
이제 그럼 앙코르와트로 떠나볼까 싶어 신용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려고 하니, '이미 마감된 상품입니다'란다.
아놔~~~~ 불과 30~40분 사이에 막 인천공항을 이륙하려던 비행기가 바로 착륙해버리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그 후로 밤새도록 앙코르와트는 돈없고 시간없는 나에게는 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 되고 말았다.
2018. 10. 31. 수요일
당직 근무가 끝나고 대략 남아 있는 잔무를 마친 오전 11시쯤 퇴근을 하기 위해 밤새 열려있던 '땡처리닷컴' 페이지를 닫고 컴퓨터를 종료하려는 순간, 이상한 숫자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핫하다는 다낭? 99,000원? 내일 출발?
이건 고민하면 안되겠다.
어젯밤 꿈 속에 나는 나는 날개달고 구름보다 더 높이 올라 올라....가려다가 말아서인지, 마음 가득 후회로 가득찬 상태인데 그 후회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99,000원... 여행사 수수료 2만원까지 포함해서 119,000원.
망설임없이 입금했다. '근데....이 금액으로 진짜 갈 수 있기는 한건가?'
잠시 후, 휴대폰으로 '예약확정'이라는 문자와 이메일로는 'E-ticket'이 발송되었다. 우왓!!!!
집으로 귀가해 아내에게 '긴급 출장' 사실을 알리고, 현지에서 입을 옷들을 찾아 가볍게 배낭에 넣어보려고 여행배낭을 꺼내면서 아내에게 '여름 옷들 어디에 넣어놓았어?'라고 묻는 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면세점'이라는 사이트를 뒤지고 있는 아내느님을 발견하고, 진심어린 존경을 표했다.
밤에 학원을 마치고 귀가한 두 아들들과의 대화
나 : 아빠 내일 베트남 간다
큰 아들 & 작은 아들 : 갑자기? 왜? 어디? 누구랑?
나 : 다낭, 혼자서......갑자기 오늘 아침에 99,000원 짜리 비행기 티켓을 발견해서 나도 모르게 질렀어
큰 아들 : 그래? 진짜 싸네. 알겠어(끝)
작은 아들 : 아빠 진짜 병 걸린거 아냐?
나 : 왜? 좀 뜬금없기는 하지만, 돈 많이 안들이고 잠깐 다녀오는건데 뭐 어때.
작은 아들 : 아냐... 그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아
나 : 니 여자친구 아빠도 갑자기 일본 다녀오고 그런다며? 걔 아빠는 괜찮고 아빠는 병걸린 것 같냐?
작은 아들 : ㅇㅇ이 아빠는 그날 갔다가 그날 오는 거니까 괜찮지만, 아빠는 갑자기 갔다가 5일 후에 온다며?
나 : 야! 갑자기 그날갔다가 그날 오는게 더 이상하다.
작은 아들 : 아 몰라. ㅇㅇ이 생일선물로 립스틱 사야하는데, 돈 줄게 면세점에서 그거나 사와.
나 : ..............
아.... 잠이 안온다. 뭘 챙겨가야하지?
2018. 11. 1. 목요일
아침에 여행용 배낭을 메고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 타고 사무실에 출근.
조용히 책상 밑에 배낭을 넣어놓고 우선 급한 업무를 처리하면서 동시에 유심을 검색해보고, 인천공항에서 바로 수령하는 조건으로 베트남 유심 구매. 3,900원
다음은 여행자 보험. 두어군데 검색해보다가 http://openyourplan.com이라는 곳에서 MG새마을금고 여행자보험 기본형으로 가입 결정. 보험료 5,030원.
그리고 일단 오늘 오후 2시간의 조퇴와, 금요일인 내일 하루 연가를 결재 올리고,
곧바로 'E-ticket과 면세점 교환권 등을 인쇄.
뭐...갑자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결정된 여행인데, 일이 손에 잡히겠나?
게다가 다낭에 대한 정보나 계획도 없이 도시 이름만 아는 상황인데....
여행 어플리케이션 '트리플'에 들어가서 다낭에 대한 개요, 주요 여행지 등에 대한 정보를 보고,
일단 다낭 근처 '호이안'이라는 도시를 마음 한쪽에 두고, 실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다낭에 도착해서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4시. 사무실 직원들이 잠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자리를 비웠거나, 각자 자기 업무에 정신이 팔린 사이 옆자리에 앉은 직원에게만 '일이 있어서 먼저 조퇴한다'며 퇴근하고,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다이소에 들러 1,500원 짜리 수면안대와 귀마개 세트를 구매했다.(이것이 숙소에서 정말 요긴했다)
그리고는 바로 인천공항으로 직행.
처음 혼자가보는 여행에, 특가 항공권이라서 위탁수하물도 없으니, 그냥 바로 키오스크 앞으로 가서 웹체크인.
1분도 안돼 멋대가리 없이 흑백으로 인쇄된 항공권이 출력돼 나왔다.
게다가 나는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인지라, 기계 앞에서 자동출국심사를 할 수 있었으니, 역대 최단시간인 공항도착 30분도 되지 않아 면세점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작은 아드님이 부탁하신 무슨 '입생로랑 따뚜아쥬 꾸뛰르'라는 것을 사고, 아내느님께서 구매하신 장모님 약과 작은 화장품 등을 수령하기 위해 면세점 몇 곳을 방문 후, 탑승게이트로 이동.
준비가 끝났는데도 비행기 타려면 아직 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다. ㅠㅠ
아.... 혼자 오니까 이렇게 널널하구나.
눈치보며 2시간 조퇴 하지 않고 퇴근 직후 바로 쏴도 충분했겠는걸.... 하는 생각이
촛점없이 흐리멍텅한 눈으로 탑승게이트 앞 텔레비전을 쳐다보는 내 뇌리를 잠시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