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머리소녀의 처녀여행] - 5 - 소녀, 고민하다. (후)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레게머리소녀의 처녀여행] - 5 - 소녀, 고민하다. (후)

레게머리소녀 7 2573

[5] 소녀, 고민하다. (9/8)

피곤함에 30분 정도 누웠다 약속 장소로 나가니, 언니들 놀이공원 안가고 거리 배회하고 있었단다.

혹시 새벽에 올지 모르는 슬라언니를 위해 홍익인간에 간단히 메모를 남겨두고 (휴대폰이 아쉬운 순간이다.) 택시를 타고 바이욕 스카이 호텔로 향했다. 길이 좀 막히더라...

재래시장 같은 곳인데 기사 아저씨 내려서 조금만 걸어가면 된단다.

의아함에 내리니 차가 많이 막혔다. 좀 그런 분은 끝까지 갔을 거라 싶은데.. 아저씨 참 고맙다.

미리 알았으면 팁이라도 좀 챙겨 드리는 건데 싶다.

재래시장을 지나 바이욕을 찾아가는 길에.. 리어카에서 이~따~시 만한 새우 (거짓말 좀 보태서

손목에서 팔꿈치만한 새우) 7마리를 100밧에 팔길래.. 먹고 가기로 했다.

앉아서 먹을 수 없냐니.. 즉석에서 리어카 뒷쪽에 탁자랑 의자를 마련해 주신다. 고맙다.

옆 리어카에선 과일의 여왕 두리안도 판다. 크기에 따라 가격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말로만 듣던 두리안을 여기서 만나다니 호기심에 이것도 먹어 보기로 했다.

즉석 탁자를 마련해 주신 고마운 새우 아저씨께 두리안을 조금 떼어드렸다.

새우는 평소 머리까지 먹는데 너무 크니 무섭더라. 맛은.. 행복하다~ ^^

두리안은... 말 그대로 과일의 여왕답다.. 냄새 쥑이더라.

처음엔 상한게 아닌가 생각도 했었지만 원래 이렇단다.

꼬리꼬리한 냄새가.. 맛은 텁텁하면서도 뭔가 금방 질리는 그런 맛..

그런데 먹을수록 괜찮지 싶다. 집에서 편하게 퍼지고 앉아 시원한 음료수랑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배 든든히 다 먹고 다시 바이욕을 찾아 헤메는데.. 의외다.

86층인가 83층짜리 거대한 고층빌딩인데.. 보통 이런 빌딩이 있으면 그 주위도 상당히 고급스러울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재래시장 옆에 있다. 뭔가 아이러니 하다.

두리안을 먹은 상태라 입을 함부로 열수 음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중간 로비에서 내려 티켓을 끊고 (가격이 가물가물^^;;)

엘리베이터를 갈아타고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처음 왔는데.. 뭘 알겠나.... 왔다갔다 좀 헤맸다.

어쩔 수 없이 옆 직원에게 물어보니 친절히 안내해 준다.

두리안을 먹어 냄새가 나서 미안하다니 살짝 웃어주신다. 브끄럽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3층으로 가는데.. 와우~ 정말 빠르다.

83층에 도착하니 야경이 굉장하다. 야경 속에 빠지고 싶다.

잠시 언니들과 사진 찍기 모드에 돌입~ ^^

사진 찍는 재주가 없어 야경은 찍기가 너무 힘들다. 계속 유리에 반사되어 엄한 나만 나온다. ㅡㅡ;


간단히 사진을 찍고 bar로 들어갔는데.. 200밧에 한해서 술이나 음료를 무료로 시킬 수 있단다.

물론 비싼 것들도 있다. 그건 따로 계산해야된다.

가이드 책엔 라이브 재즈연주를 해 준다는데.. 안한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9시부터 시작한단다.

우리는 중간쯤 앉았는데.. 앞부분에 서양인과 베트남인이 많이 앉아있다. 단체 관광 왔나싶다.

드디어 라이브가 시작되고 사람들 많으니 호응도 좋고 분위기 좋다.

그런데.. 세곡정도 부르고 나니 사람들 우르르 나간다.. 순식간에 분위기 썰렁해 졌다.

공연하는 사람들 힘 빠지겠다.

다음 곡은 베삼에 무쵸.. 아~ 이곡에 춤추고 싶다.. 파트너가 없어서 아쉬운 순간이다.

몇 곡 부르더니 라이브 접는다. 끝난 거냐고 물어보니 쉬었다 다시 한단다. 음..

목이 말라 얼음물을 달라니.. 현지태국인언니.. 여기선 물도 얼음도 다 돈을 받는단다.

직원에게 확인해 보니 60밧 이란다. -0-

처음 알았다.. 놀래서 취소 취소~


저기~ 어떤 오빠야가 우산을 쓰며 걸어오신다.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다. 하이네켄을 마시면 우산을 꽁짜로 준다며 홍보한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에 우리 셋이서 게이로 임명했다..

나중에 춤도 추시는데.. 피가모자라 언니 왈~ 이효리를 능가하는 몸놀림이란다.

그 말에 고개 한번씩 끄덕여 줬다.


어떤 점잔은 분이 다가와 주문을 더 하겠냐고 물어보신다.

당연히 no다..

나중에 한번더 오셔서.. 얘기하다가 친해졌다.

여기 매니져님이신데.. 이름은 pet 이다.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을 보시곤 아버지와 딸 같다고 실망 하신다...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 물어보니 마흔다섯 이란다. 우리 여사님보다 어리시다..

아직 젊어 보이신다고 위로해 드렸다.. ^^

잠시 후 다시 오시더니 두꺼운 실로 여러 가지 마술을 보여주신다. 너무 신기하고 잼 있다.


야경만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 무료한 감이 온다.

언니들도 그런지 다른 곳으로 가자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순간 내 머리를 스친 곳.. 브릭바다. 카리스마 짱 귀여운 드러머가 있는 곳 브.릭.바.

숙소에서 가까워 부담스럽지도 않고 딱이다.

언니들에게 브릭바 얘기를 하며, 가는 동안 카리스마 짱 귀여운 드러머 얘기를 했었다.

브릭바에 도착하니.. 입구에 줄서서 티켓을 끊는다.

몇일 전은.. 영어로 안되서 ^^;; 어제 왔을 땐 그냥 들어갔었는데 오늘은 왜 티켓을 끊냐고 물으니

금요일이라 그렇단다. 150밧에 티켓 끊고 들어갔다. 물론 맥주는 한병 공짜다.

전엔 티켓 없이 맥주만 110밧에 샀는데.. 금요일을 감안하면 비싸단 생각은 안든다.

역시 금요일 답게 사람이 너무 많다..

어라? 그런데 공연하는 팀이 다른 팀이다. 어.. 오늘은 안하나 싶은게 잠시 실망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귀여운 드러머가 있는 팀은 11~01시까지 공연을 한단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자리 잡고 있으니 귀여운 카리스마 짱 드러머 팀이 악기 세팅을 하고 있는데..

우리 카리스마 짱 드러머, 그 귀엽던 올백머리를 마구 풀어헤쳐서 처음엔 몰라봤다.

피가모자라 언니.. 나더러 남자 보는 눈 없다고 핀잔주시더니 나중엔 볼수록 정감 간다더라. ㅋㅋ

동지가 생겨서 기쁘다.


젤 앞자리에 서서 공연 동영상도 찍고 드러머 사진도 찍었다..

아~ 저 뚱한 표정 봐라... 너무 귀엽따. 살짝 눈감고 담배 피며 연주하는 모습은 꺄~ 듁음이닷~ ^0^

피가모자라 언니와 나.. 둘이서 어설픈 춤추며 아주 신났다.

춤추다가 옆에 있는 사람들과도 친해졌는데... 대부분이 저 팀 팬들이란다.

이름은 sine 22살이다. 시끄러운 와중에도 같이 얘기꽃을 피워주셨다.

한명 한명 꾸밈없는 미소가 너무 이쁘다.

사진을 같이 찍고, 보내준다며 이멜 주소를 적어달라니.. 주소와 함께

[I'm a thai girl. that you saw me at brick bar. don't torget me! Good luck and have a good trip.]

라는 메모도 같이 적어준다.

이 작은 배려에 얼마나 감동을 했는지 모른다. 고마워서 끼고 있던 팔찌를 선물로 줬다.

(야시장에서 샀던 자주색 뱅골 팔찌다.)

더 있고 싶었으나.. 현지태국인 언니가 너무 피곤해 보여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많이 피곤 했을텐데 즐겁게 노는 우리를 조용히 기다려준 언니의 배려가 고맙다.

언니들 간단히 씻고, 피곤해서 다 같이 누웠다.


아~ 전화해 줘야 되는데.. 고민이다.

그냥 전화 하지말까 하는 무책임한 생각도 잠시 했었다만... 내가 또 기다리는데 디인 사람이라..

기다리는 심정을 잘 안다. 연락은 해줘야 되지 싶다.

슬라 언니라도 옆에 있다면 의논이라도 할 텐데.. 지금은 내가 생각하고 결정해야 된다. 어렵다.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그냥 주위사람 신경 쓰지 않고 내 맘 가는 데로, 내가 하고픈 데로 하고 싶다.

나는 그 사람에게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전혀 없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1%라도 그 사람을 위해 내 여행 일정을 틀어버리긴 싫다.

나에겐 너무 큰 모험이다. 아니 도박이다. 도박은 위험하다.


새벽 2시다. 언니들이 공항으로 간다고 일어선다..

택시 타는 곳까지 배웅해주고 공중전화 박스 앞에 섰다.

수화기를 들고 10밧을 넣으니.. 수화기를 들때랑 마찮가지로 뚜뚜 거린다..

무시하고 번호 눌렀다. 그래도 뚜뚜 거린다.

뭐가 뭔지 몰라 이것저것 누르다 보니 신호가 간다.

내 여행 일정대로 움직여야 겠다고 미안하다 얘기하며 그냥 친구로 지낼 수는 없냐니 그건 싫단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잠깐 이였지만 만나서 반가웠다고, 잘 있으라며 인사하고 수화기를 내렸다.

뭔가 묘한 기분이다. 스스로가 조금 낮 설기도 하면서 나 자신을 위해 한발 더 내딛은 그런 기분이다.

그리고 마음속 한켠에 자리 잡은 무거운 돌덩이가 없어진 것 같다.


숙소로 갈려는데 누군가 옆에서 한국인이냐고 묻는다... -0-

평소 일본인이나 중국인이라는 오해를 자주 받는데.. 오늘은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돌아보니 한국 커플이다.

갑자기 여행 일정이 잡혀 급히 들어오는 바람에 숙소 예약을 못했다며 아는 곳이 없냐고 물어본다.

내가 아는 곳 이라봤자 람푸, 에라원, 오방콕이 다다..

람푸는 늘 그렇듯 오늘도 빈방이 없어서 에라원으로 향했다.

가면서 어떻게 한국인인줄 알았냐니 전화통화 하는거 듣고 알았단다. 음... 그렇군...

농담으로 친절한 한국인 조심해야 된다는 말 못 들었냐니 웃으시며 머리가 이쁘다 말해준다.

원래 여행으로 연인이나 친한 친구끼리 오면 싸울 확률이 높다던데요~ 라고 얘기하니

공항에서 벌써 얼굴한번 붉혔다며 마주보며 웃으신다. 참.. 이쁘고 부러운 커플이다.

참.. 어제 예민한 B형남이 해준 얘긴데..

에라원 숙소는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면 에어컨 트윈기준 480밧인데, 개인이 예약을 하면 880밧이란다. 역시나 880밧을 달란다.

두 분 여기가 맘에 드는 눈치다.. 내가 비싸다고 좀 깍아 달래니... 안된다드만..

여자 분이 얘기하니 80밧 깍아 주신다. 아.. 역시 이쁘고 봐야된다..

여자 분이 내 머리에 관심을 보이시길래 하는 곳과 가격을 가르쳐 주고 내일 하루 간단히 둘러볼 곳과

태국에서의 주의 점들도 얘기해줬다.

부디 끝까지 얼굴 붉히지 말고 좋은 추억만을 쌓는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


여행 초짜인 내가 고작 몇일 먼저 왔다는 이유로,

여러 사람들에게 받았던 도움을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하나둘 떨어지는 빗방울이 즐겁다.

7 Comments
알리바바 2006.09.27 00:37  
  글 읽다보니 마음이 따뜻해져요^^. 나도 카오산의 밤길을 함께 걷는 기분입니다. 여행기 꼭 끝까지 올려주셔야해요~^^
스무고개 2006.09.27 02:23  
  첨부터 너무 재미있게 일고 있습니다. 정말 소녀같은 맘을 가진 분이신것 같네요..
한 편의 수필을 보는 느낌...
김천 2006.09.27 10:05  
  재미잇게잘보고있습니다
계속쭉~~~
fusion12 2006.09.28 03:49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는데...
따뜻한 심성인 것 같아 푸근합니다.
좋은 여행기...계속 부탁합니다.^^*
bluelove 2006.09.28 05:40  
  님글 일으면 가슴이 따스해져요~첨부터 넘 재미나게 일구 있어요~다음 여행기 기대 해두 되지요^^행복한 하루 보내셔요~
lenny 2006.10.01 23:11  
  에라완 여행사 통하면 680밧이라고 말씀드렸던거 같은데...;; 저 아직푸켓에서 다이빙 중입니다..^^ 다이빙에 푹빠져버렸네요. 싸이에 답글남길랬더니 여긴 싸이가 안뜨네요. ㅠ.ㅠ 더 적고 싶지만 남은 여행기 마저 읽고 싶어서 이만...ㅎㅎ
순진무구녀 2006.10.15 14:56  
  이거 읽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네요 ㅎㅎ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