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머리소녀의 처녀여행] - 4 - 소녀, 만나다. (후)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레게머리소녀의 처녀여행] - 4 - 소녀, 만나다. (후)

레게머리소녀 4 2783

[4] 소녀, 만나다. (9/7)


밥 먹으러 갈 땐 못 봤는데.. 코끼리가 많다.

코끼리가 크기 때문에 높은 원두막 같은 곳에 올라가 타는데..

태워 주시는 아저씨가 나랑 현지태국인 언니랑 피가모라자 언니더러 젤 큰 거 세명이서 타란다.

나중에 보니 혼자 타는 사람도 있더라..

코리끼 타고 출발할 때 밑에서 사진을 한 장 찍어주는데..

현지태국인 언니가 나중에 200밧에 판다고 얘기해 준다.

당연히 우린 안찍는다고.. NO~NO~

내가 왼쪽에 앉았는데.. 계속 내 쪽으로 기우는 느낌이 든다.. 무서워서 비명 몇 번 질러줬다.

중간쯤 가다 코끼리 모는 아저씨가 사진 찍어주신단다.

당연히 돈 받는 건줄 알고.. 나중에 따로 팁 챙겨줄 생각으로 싫다고 했다.

(알고보니 돈 받는거 아니였다.. 조금 후회 된다.)

아저씨 코끼리를 몰면서 뽀족한 지팡이 같은걸로 계속 머리를 쪼으신다.

J언니에게 얘기 들은 뒤라.. 코끼리를 타면서도 그닥 재미있진 않다.

호수로 내려가는 비탈길이 있는데.. 겁을 먹은건지.. 계속 안내려 갈려고 한다.

아저씨는 계속 가자고 머리를 콩콩 쪼으시고.. 코끼리에게 미안하다. 두 번은 못타지 싶다.

한바퀴 쓱~ 돌아보고 내릴때 언니들이 아저씨게 팁을 챙겨드리고,

난 바나나를 사서 코끼리에게 줬는데.. 배가 고픈지 송이 째 받아먹는다. 놀랬다.

옆에 외국인 여자가 잼있었냐고 묻는다. (아까 혼자 탔던 처자다.)

그냥 코끼리가 가여워서 그닥 즐겁진 않았다니 자기도 그렇단다. 음...


다음 코스인 뗏목을 타러 강가 쪽으로 가니.. J언니가 안보인다.

투어는 여기서 점심 먹는게 끝이 였나보다. (이제야 스티커가 다른 이유를 알았다.)

인사도 못했는데.. 뭔가 아쉽기도 한고 안타깝기도 하고.. 마음이 안좋다.

뗏목을 타며 가는데..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과 고요함이 어우러져 평화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차안에서 사진 보여주다 밧데리가 다 되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운 순간이다.

우리뗏목 사공총각... 마른체격에 알짜배기 근육이 장난 아니시다. (영화 옹박 주인공 같다.)

현지태국인 언니가 사공총각 사진 찍으려 사진기 드리미니.. 씩~ 웃어도 주신다. ^^

그리곤 예민한 B형남에게 자기가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그말에 카메라 건네고 포즈 취하고 있는 예민한 B형남을 지나 자리를 비켜 주는 외국 여자를 찍으신다.

어이없는 상황에 신나게 웃었다.

노 젖는 모습을 보니... 이놈의 호기심 또 발동했다.

웬지 잼있어 보이는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총각에게 “나도 해보고 싶소~“라는 강력한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었다.

와~ 통했다... 나더러 한번 저어보란다. 앗싸~ ^^

근데 이거 생각보다 어렵다... 표정관리 잘 안된다.. ㅎㅎ 사람들이 쳐다봐서 브끄럽따..


뗏목에서 내리니 많은 계단이 보인다. 끝까지 올라가니 다리가 후들후들 숨차다.

작은 사원 같기도 한데.. 스님이 아이들 공부를 봐주시고 계신다.

아까 코끼리 타고나서 잠깐 얘기 나눈 외국인 처자... 힘들어 보인다.

옆에 가서 마시라며 물통을 건네니 받아 마신다.

코끼리 타고나선 거절했었는데.. 목이 많이 말랐나 보다.

여기서 조금 기다리니.. 또 봉고차가 온다.

이번엔 나랑 외국인 처자, 현지태국인, 피가모자라 언니와 예민한 B형남과 무던한 B형남 모두 같은 차에 탔다.

내 옆엔 외국인 처자가 앉았다.

물까지 나눠 마신 사인데 말똥말똥 그냥 가기 뭐해서 슬쩍 말 걸어 봤다.

우.. 뭐라는 나라에서 온 처자다.. (아~ 기억 안난다. ㅡㅡ;)

이름은 아나.. 안나도 아닌 아나다.. 이름 부를 때 마다 뭔가 허전하다.

아나도 영어를 잘 못한단다. 다행이다.


집중해서 아나랑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목적지인 포폭에 도착했다.

폭포하면 뭔가 웅장함이 생각나는데... 그거랑은 거리가 멀다. 그래도 이쁘다. 이름.. 모른다. ^^

폭포로 올라가면서 물이 흐르는 바위로 자박자박 걸어갔는데..

바위가 황토색인 것도 예사롭지 않은데 바위에 이끼가 하나도 없다. 신기하다.

바위 중간에 현지인 아주머니가 물 맞으시며 앉아계신다. 시원해 보인다.

마음 같아선 같이 앉아있고 싶지만.. 뒷감당 생각하니 참아야겠다.

조금 더 올라가니 호수 같은 웅덩이에서 아이들이 수영하고 잼 있게 놀고 있다. 즐거워 보인다.

시원하게 물줄기가 내리는 폭포까지 올라가고픈 욕심이 생긴다.

쬐끔 가파른 바위를 타고 열심히 올라가니 역시 좋다.

밑에 아나가 보이 길래 손짓하니 올라온다.. 기특하다.. ^^

폭포 앞에서 아나 사진도 한 장 찍어주시고~ ^^ 좋아서 헤헤 거리며 웃고 있는데..

벌써 떠날 시간인가 보다. 내려오란다.

내려 올 땐 가파른 바위가 위험해 돌아서 안전한 길로 내려갔는데..

아나 신발이 없다. 바위 올라올 때 벗고 왔나보다.

신발 있는 곳 까지 갈려면 흙길을 지나야 되는데 저 뽀얀 발에 흙 묻힐 걸 생각하니 안타까운 맘에

내가 신발 있는 곳 까지 업어준다며 제스쳐를 취하자...

자기 발바닥 단단하다고 씩씩하게 걸어간다... 이쁘다..

모이는 장소에 도착하니.. 다른 차는 다 떠났는지 봉고차 한 대 밖에 음따...


약간 목마른 감이 있었는데... 우리 이쁜 아나가 어떻게 알았는지 물 한병 사준다.

뜻밖의 선물에 감동 받았다...

모두들 자리에 앉는데.. 우리 가이드 언니 나더러 운전기사 옆에 앉으란다. 넵.. 그럽죠.. /^^

그런데.. 차에 문제가 있는지 운전사가 의자를 올리고 계속 뭔가를 만지고 있다. (저거 엔진 아닌감?)

뭔가 잘 안되나 보다. 왠지 불안해서 가이드에게 괜찮냐고, 문제없냐고 물어보니 괜찮단다.

운전사가 기계를 만지작 하는 동안 가이드랑 나랑 밖에 서서 얘기하다가 조금 친해졌다. (이름 까먹었다.)

태국말 아냐고 물어보길래..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비싸요를 말해주니 웃는다.

웃으니깐 영락없는 10대다..

차를 타고 조금 가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다.

가이드 언니도 따라 내렸는데.. 타면서 과일 두 봉지를 내민다. 나 먹으란다. 헉... 오늘 먹을 복 터졌다.

풋풋한 맛이 나는 과일인데... 맛난다.

칠리소스라고.. 조금 매콤한 소스에 찍어먹으면 더 맛있다고 한다. (소금처럼 생긴 가루다)

그런데.. 난 그냥 먹는게 더 맛나더라.

혼자 먹기 뭐해.. 운전사더러 먹으라 내미니 싫다고 고개를 젖는다.

뒤에 사람들과 나눠 먹어도 되냐고 물으니 된단다.

그래서 우리 이쁜이 아나 하나 주고... 아직 눈이 말똥말똥한 무던한 B형남 하나줬다.

다른 사람들은 피곤한지 다 자더라...

가이드 언니도 안먹고 운전사도 안먹고.. 혼자 과일을 먹으려니 좀 미안하다. 그래서 쬐금 남겼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차에 대해 모른다지만.... 분명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었는데...

게이지는 그대로 엔꼬다...

놀래서 운전사에게 왜 그러냐고 게이지를 가르켜 물으니... 고개만 끄덕일 뿐 대답이 음따...

아~ 이차의 신뢰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여행자 보험은 안들었는데.. -0-

앞자리라 잠자긴 글렀다 싶어 음악 틀어달라니.. 우리 운전사.. 곤란한 눈치다.

샤방~ 하고 웃어주니 마지못해 틀어주는 것 같다.

나름 조용한 음악을 원했는데.. 댄스음악 같다.

많이 피곤해 보이던 우리 가이드 언니 역시 잠들었다.

자면서 추운지 콜록콜록 기침을 하길래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덮어주니 고맙다 인사한다.

아직 어린데.. 왠지 안쓰럽다.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 생리현상이다.

과일 좀 먹었다고 트림이 나온다.. 소리가 안나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우리 운전사 눈치 챘나보다. 나를 보더니 썩소를 날린다.

무안함에 조그마한 목소리로 sorry~ 한마디 해 줬다. (사실 과일향만 났따아~)

내말에 한번더 날려주신다~ 썩소... 헉... 무섭다... 앞으로 말걸지 말아야지 싶따... -0-

앞 중간 자리라 머리를 기댈 곳도 음꼬.. 의자는 뜨겁고.. 힘들다.

말 걸지 말아야지 했는데... 심심하니깐 말 걸게 된다.

귀찮게 이것저것 묻는데 역쉬 썩소만 날려줄 뿐 대꾸가 음따...

그냥 혼자 중얼중얼 거리는 것 같은 상황도 잼있다.

운전사도 피곤했는지... 신호 대기할 때.. 핸들에 몸을 기댄다..

많이 피곤하겠지 싶어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니..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만하라는 모션을 취한다.

아~ 눈치깠다... 운전사는 내말을 무시 하는게 아니라 영어를 못 하는거다..

내가 물어도 대꾸는 못해주니 그나마 웃음으로 얘기했던 거다.

웃는 모습이 꼭 이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나도 사람들이 첫인상을 디게 차갑게 보는 경우가 많다.

이쁘게 웃고 싶은데.. 찍은 사진보면 웃는 모습이 비호감인 경우가 많다. ㅜㅡ

운전사를 이해하니 웃는 모습도 귀여워 보인다. 이녀석.. 참 귀엽다.. 귀여워..

달리고 달려 카오산 이라 내려주는데.. 당췌 여기가 어딘지.. 난감하다.

운전사에게 숙소 이름을 말해주며 어디로 가야하냐고 물어보니.. 운전사도 난감한 눈치다.

순간.. 우리 현지태국인 언니가 불러주신다.

같은 방향이란다. 잊지 않고 챙겨주시는 언니에게 고맙다.

언니들만 따라가니... 오옷.. 낮익은 길이 나온다. 반갑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다같이 숙소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 먹고 술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네분 다 오방콕에 묵으시는데..

사원의 닭소리 때문에 무쟈게 시끄럽단다.

피가모자라 언니.. 몇일 동안 닭튀김 드셨단다. 의외로 과격하시다.

예민한 B형남 닭소리 땜시 새벽 5시에 주무셨단다.

반면에.. 무던한 B형남은 닭이 울었어요? 라고 했단다.

두분다 여행 일정이 많이 남으셨다. 부럽다.

내가 태국에서 이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행복하다니.. 원래 피부가 희면 이쁘다고 한단다.

그말에 피가모자라 언니, 패키지로 태국 왔다가 약파는델 갔었는데 거기 아저씨가 언니더러 피가 모자른다며 보충해 줘야 된다 얘기했단다.

현지태국인 언니는 자주 현지인으로 오해받는단다.

네분의 일촌명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여행 얘길 하다 태사랑 여행기 얘기가 나왔는데.. (태사랑 의외로 유명한가 보다..)

카오산 검정 나시라는 분이 예전에 캄보디아에 갔다가 가족사진을 찍어줬는데..

다시 자전거를 타고 그 사진을 전해주러 갔지만 결국 만나지 못해 전해주지 못하고 버스타고 오며

대충여기다 싶은 곳에 사진을 떨어뜨렸단다.

안습이다... 소설이 따로 없다.

너무 감동 받아서 한국 들어가면 꼭 읽어봐야지 다짐했다.

잼있는 얘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다 10시가 넘어서야 각자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아나, 가이드, 운전사, 프랑스 부부, 사공총각, 한국 분들....

혹은 왔다갔다 길거리에서 인사하는 사람들...

현지인을 포함해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또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하기 힘들다..

잠깐잠깐 스쳐가는 만남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도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래서 여행에서 만난 인연은 좀 더 특별하고, 아쉽고 애틋하다.


4 Comments
생머리그녀 2006.09.24 19:59  
  잔잔하고 재밌는 여행기.... 근데 왜 목이 메이는지...ㅜㅜ 하루나절 모르는 사람들과  소풍 다녀온 얘기를  마치 여러날 멀리 로 가까운 친구들과 다녀온듯 쓴 솜씨라니... ^^  어느덧 나도 님의 동행 처럼  느껴져요...ㅋㅋ
Bua 2006.10.05 01:49  
  아나가 물을 레게머리 소녀님께 건네며... `아나~ 물마시라!' ... ㅎㅎ ^^;
순진무구녀 2006.10.15 14:36  
  앙..앙..나도 이런여행이 하고싶어요~ ㅎㅎ
엽기두나 2006.11.01 06:31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구 있어여...싸이가서 사진보구싶은데 일촌이 아니라 볼수가 없나봐요,,,ㅡㅡㅋ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