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머리소녀의 처녀여행] - 4 - 소녀, 만나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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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머리소녀의 처녀여행] - 4 - 소녀, 만나다. (전)

레게머리소녀 6 3539

[4] 소녀, 만나다. (9/7)


한참 자고 있는데 누가 계속 문을 두드린다.

잠결에 열어 보니.. 카운터 청년이 모닝콜이란다.

아.. 나 깨워 줄려고 직접 왔나 보다.

고맙다고 인사하니 이상하게 쳐다본다.

아.. 잠결에 한국말로 했구나.. 민망해서 씩~ 웃어줬다.

나갈 준비하고 허리에 힙쎅도 단단히 차고.. 약속장소로 출발~

(사진 찍을 때 마다 폼 안나는 힙쌕.. 처음엔 넣은거 없이 빵빵했는데..

하루 이틀 있다보니 요령이 생겨 넣을거 다 넣고도 첫날처럼 빵빵하진 않다. 신기함의 연속이다.

여행 끝나고 나선 아예 정들어서 가끔 이거 메고 밖에도 나간다.)


아침 7시 홍익인간 앞으로 가니 봉고차 한 대와 현지인 아저씨 한명..

그리고 많은 한국인 들이 보인다.

와~ 투어하면 한국인들 많이 만난다더니.. 정말 슬라언니 말이 신기하게 들어맞는다..

그런데 웬걸... 모두들 다른 투어 떠나나 보다..

한국인은 나랑 영어 잘하는 언니 두명이 전부다.

봉고차에 타니 다 서양인인데 모두 커플이다.

차타고 5분쯤 가니 여자 두명이 봉고차 앞자리에 탄다.

국적불명이다. 그리곤 웬 여자 아이가 옷에 스티커를 붙여준다..

그런데 스티커 모양이 다 다르다.

안되는 영어로 옆사람과 왜 그런지 아냐고 물으니 자기들도 모르겠단다.


봉고차 타고 2시간을 달려, 내려 보니 스티커를 붙여준 여자 아이가 뭐라 설명을 한다.

아마 가이드 인가보다. (한 17~20살 정도 되어 보이는데.. 컷트 머리에 좀 억센 이미지다)

다른건 못알아 듣고 여기서 30분 구경하다 떠난다는 말인 것 같다.

아니 이 넓은 델 30분으로 어떻게 구경하라고 하며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들어가니...

그냥 무덤이다. 부산에있는 UN묘지같은..

30분이 모냐.. 5분만에 구경 끝내고 사진 찍고..

처음 홍익인간에서 만났던 한국인 언니랑 얘기 좀 했다.

태국 여행에서 처음 만나는 한국인이다.

(물론 홍익인간이나 동대문가면 항상 한국 사람이 북적거린다..

그렇게 만나는거 말고.. 무슨 말인지 알죠? ^^;)

말투로 보아 서울에서 오셨냐 물으니 분당에서 오셨단다. 같은 곳 아니였나? ㅡㅡa

홍익인간 도미토리에 묵는데 오늘 투어 끝내고 내일 뱅기로 인도 넘어간단다.

슬라언니외 인도 다녀온 분들이 하도 좋다고 자랑을 많이 하길래..

“와~ 거기 좋다던데 부러워요~“ 한마디 하니... 자기 주위 분들도 그렇게 얘기한다며..

대뜸 인도의 뭐가 좋냐며 나에게 물어본다.

까악... 까악... 당황했다...

아니.. 여행가신다면서 나에게 그걸 물어보면 우째...

어쩐지 J언니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잠깐의 생각 끝에.. 같이 여행 온 언니도 그렇고 다녀온 주위 분들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참 매력적인 나라라며, 다시 나가고 싶어 한다며 난 태국이 첫여행이라 인도에 나가보지 못해

뭐라 말해줄 순 없지만.. 언니가 그곳에서 직접 인도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도 좋을거라 얘기하니...

아무말 없으시다.. ㅎㅎ 분위기 뻘쭘하다...


무덤에서 밖으로 나오니.. 아까 봉고차 앞좌석에 앉았던 20대 초반의 풋풋한 두 명의 뇨자가 보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두 분.. 이제 갓 계란한판 넘기신 분들이다. 충격이 이만저만 아녔다..)

국적불명이라 잠시 고민했지만... 여행까지 와서 사람이 옆에 같이 있는데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멀뚱히

있는 것도 어색할꺼 같아 아니면 말고 하는 심정으로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슬라언니 왈 여행지에서 지방사람 만나기가 힘이 든단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번거로운 교통편도 한 몫 하겠지 싶다. 역시나 두 분 서울분이다.)

아~ 반갑다.

오히려 그 사람들이 더 놀란다.

나보고 일본인인줄 알았다며... 눈 안마주치고 피해 다닐려고 했단다... -0-

역시 보라색 레게머리 힘이 크다..

두분의 호칭은 편하게 싸이 일촌명인 “피가모자라“와 “현지태국인“으로 부르겠다..

이렇게 뇨자 네명.. 이야기꽃을 피워 가는데.. (레게머리에 관한 얘기가 주된 내용이다.)

씩씩한 우리의 가이드 언니 (나중에 올 때 쯤 이름을 물어봤는데.. 까먹었다.) 차에 타란다.


시원한 도로를 달리며 도착한 곳은 전쟁 박물관이다.

뭐라 설명을 열심히 하는데 대충 박물관이 두개라는 그런 말 같다.

투어 신청 시 전쟁박물관에 볼 거 없다고 티켓 끊지 말라 얘기하셔서 설렁설렁 근처 다리로 향했다.

이름이 콰이 다린가? 잘 모르겠다. 영화도 많이 찍은 유명한 다리란다.

유명세만큼이나 다리와 주위 풍경이 아름답다.

다리 입구 쪽에서 사진 한장 찍고...

(평소 찍히는데 익숙한 지라.. 찍어야 된다는 사실을 자주 깜빡한다.

그래서 아쉽게도 이번 여행 사진이 얼마 없다.)

주위를 슥~ 돌아보니.... 노란 셔츠를 입은 흑인 아저씨가 혼자 열씸히 셀카를 찍고 있다.

나도 혼자 온 처지라... 셀카 찍는 심정이 이해가되.. 어설픈 영어로 내가 찍어주겠다고 하니..

같이 찍자라는 말로 알아들으셨나보다.

걍~ 옆에서서 둘이 같이 찍었다.

아저씨 계속 뷰디풀~을 외치며 찍으신다. (역시 나는 외국에서 먹히는 스탈인가보다..ㅎㅎ ^^;)

한곳에 서서 10장 넘게 찍었다.

이쁘다는데 그만찍자는 말도 못하겠고 난감하더라..

결국 다리 건너가야 된다고 그만찍자니 알았단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과(아프리카에서 오셨단다) 함께 간단히 인사하고 이멜 주소를 적어주며

같이 찍은 사진을 보내 달랬다.

아직 멜이 안오는거 보니... 여행 중이시거나.. 주소를 잃어버렸나 보다.


다리를 따라 쭉~ 걸어가니.. J언니가 무언가 내려다보고 있다.

옆에가서 보니 코끼리다.

트래킹하는 코끼리를 어떻게 훈련시키는지 아냐고 물어본다.

당연 관심 밖이 였으니 알 리가 없다.

저 순한 코끼리를 자그마한 우리에 넣어 뽀족한 꼬챙이로 찌르며 패배감을 맛보게 스트레스를 준단다.

그래서 언니는 투어만 신청했단다.

코끼리를 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몰랐으면 좋았을 걸 싶은게.. 아.. 괜히 들었다 싶다...

난 트래킹 투어를 신청 한거라... 코끼리 타는 것도 포함되 있다.

저기 군인 두명이 있길래 J언니랑 같이 사진찍기 놀이 했다.

역시나 뷰티 풀~을 외쳐주신다. 으이그~ 이놈에 인기는.. 나 병 걸렸다... 공주병.. ㅡㅡ;;


다리를 둘러보고 시간이 다 되어 모이는 장소로 갔다..

어라? 우리만 온줄 알았는데.. 봉고차가 몇 대 더 있다.

한쪽 구석에서 가이드랑 운전사들이랑 모여 게임을 한다.

뭐.. 우리나라로 치면 막간을 이용한 친목다짐 동양화 한판~!!


“피가모자라“언니와 “현지태국인“언니는 벌써 와서 앉아있다.

그러고 보니 언니들 옆자리에 무지 좋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두명의 남정네도 보인다.

왠지 친근함이 든다. (알고보니 어제 카오산 거리에서 사진 찍던 분들이였다.)

언니들이 한국분이라 소개해 준다..

말 안했으면 한국인인줄 몰랐을거다. ㅎㅎ ^^;

어디서 오셨냐니 한분은 서울, 한분은 부산에서 오셨단다..

와~ 너무 반갑다.. 같은 부산에서 왔다뉘~ ^^

부산에서 온 분은 “예민한 B형 남” 서울에서 온 분은 “무던한 B형 남”

역시 현재 싸이 일촌명이다.

게임이 끝났는지.. 가이드가 차에 타라 얘기한다.

우리는 각자 타고 왔던 차로 몸을 실었다..

앗.. 그런데 내 옆에 있던 외국인 커플은 보이질 않고 처음 보는 외국인 한명이 앉는다.

봉고차 안 사람들 뒤에 커플이 없어졌다고 가이드에게 얘기하니 뭐라뭐라 한다.

그냥 눈치로 보아 다른 곳으로 간 것 같다. 이 뒤론 쭉~ 못 봤으니 말이다.


처음보다 조금 더 친해진 J언니와 함께 뒷좌석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사랑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이사람 아니면 안될거 같고 안보면 죽을거 같은.. 그런게 사랑이냐고 묻는다.

글쎄.. 잠깐 그런 사람을 만났는데... 그땐 그랬었다..

이사람 아니면 다른 사랑 못할거 같고.. 이사람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잠시나마 그런 사람을 만나긴 했었다. 그리고 사랑이라 생각했었다.

그때의 내 감정이 거짓된 건 아닌데... 시간이 지날수록 덤덤해 진다.

그사람 없이도 여전히 웃으며 지내고 있고... 가끔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였을까... 아님.. 사랑이라 착각했던 걸까.. 어렵다..

일년이 지난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그 반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조금 서글퍼진다.

하지만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다면... 예전처럼 웃으며 잠깐의 안부 인사를 나눌 수 있을지,

모른 척 피해 버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얘기하니.. 부딪혀 보면 알 수 있을거라 한다.

그렇구나..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는거구나..


얘기하며 도착한 곳은 기차역이다. 죽음의 철도라 불린단다. (기차요금 50밧을 따로낸다.)

잠깐 올려다본 하늘과 구름이 너무 이쁘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아까 보았던 남자 두 분이 앉아계신다.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갑자기 호기심이 생긴다.

같은 지역이 아닌 걸로 보아.. 친구끼리 왔다고 보기도 힘들다...

둘 다 카메라가 좋은 걸로 봐서 디카 동호회에서 온게 아닐까 싶다.

나중에 물어보니.. 태사랑에서 만나 서울역에서 같이 오셨단다.

의외로 취미도 비슷해서 잘 맞다고...

평소 속고 산건 아니지만 그래도 생전 모르는 사람끼리 여행 출발 전 처음만나 인사하고

같이 여행 한다는게... 대단하다 싶다..


한쪽에선 한 덩치 하는 남자 가이드가 외국인들 모아놓고 이 철도에 대해 열심히, 성실하게

설명을 하고 계신다.

처음 보는 분인거 보니 다른 여행사에서 오신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설명 정도는 들어줘야 겠다 싶어, 슬쩍 옆에가서 열씸히 들었다.

천천히 설명해 주시는데 나에겐 단어로만 들린다. 당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냥 아는 단어끼리 조합해서 대충 이런 말이겠거니 혼자 해석 하며 들었다. 나름 잼밌다.


J언니에게서 들은 놀라운 사실 하나..

태국에선 공중화장실 사용료를 내야 한단다. (3~5밧 사이)

정말 인가싶어 가보니.. 정말 받는다..

신기해서 양해 구하고 화장실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었다.

돈 받으시는 아주머니께 사진 찍는다고 웃어 달라 얘기하니..

반응이 별로다.. 화장실에서 돈 받는다고 여기저기 항의를 많이 들으셨나.. 마지못해 웃어주신다.


아~ 저기 기차가 온다. (기차 안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왔던 그런 풍경이다)

타보니 초등학생 저학년쯤으로 보이는 작은 애기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이쁘게 웃고있다.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너~무 귀여운게 얼싸안아서 깨물어 주고 싶다. 또 표정관리 안된다.

마음 같아선 이 칸에서 얘들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가이드 언니 따라 뒤쪽으로 쭉~ 들어가야 한다. 아쉽다.

쭉~ 들어가 빈자리에 앉아 바깥풍경을 구경하니, 너무나 아름답다.

어떤 지점에선 풍경사진 찍으라며 천천히 달려주시는 배려도 해준다.

어느새 우리 네뇨자 친해져 수다 떨던 중.. 우연히 대각선 쪽에 앉은 남정네 두분에게 시선이 갔다.

세상에... 예민한 B형남 휴대폰으로 셀카 찍고 계신다.

뽀대나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셔도 자기 사진은 휴대폰 셀카를 이용하는 구나 싶어,

놀라움과 동시에 저분도 나랑 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싶은게... 반갑소~ ^0^


기차에서 내리니 우리가 타고 왔던 봉고차가 대기해 있다.

피가모자라 언니 배고프다며 뭐든 먹을 수 있을거 같다고 한다.

아침 일찍 출발한지라.. 모두들 아침을 안먹었던 것이다. 나도 배고프다...

여전히 언니 둘은 앞자리를 애용하시고 J언니와 나, 중간에 새로 합류한 외국인 남정네,

이렇게 셋은 젤 뒷자리에 앉았다.

영어가 되는 J언니, 찍은 사진 볼 수 있냐며 외국인과 말텄다.

외국인 순순히 보여준다. (이탈리아 사람이다.)

어쩜 사진 찍는 관점이 이리 다른지.. 두 사람 사진은 너무 이쁘다. 완전 예술이다.

외국인과 J언니.. 나.. 모두 혼자서 여행하며 사진을 찍었을텐데.. 내 사진은 보여주기 창피하다.

두사람 사진 다 돌려보고 내것도 보여달란다. 부끄러워서 싫다니 괜찮다고 꼬신다.

결국 외국인과 언니에게 내 사진 보여주며 열씸히 설명 들어갔다.

두사람에 비해 인물 사진이 많다. 사진 속 어설픈 포즈의 내가 부끄럽다...

외국인, 사진 보면서 내 포즈가 모델 같단다. 아~ 얼굴에 열 나는게, 쥐구멍에 숨고 싶따아...


어느새 점심 먹는 곳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나룻터 같은 느낌이다.

간단히 식사를 한 뒤 J언니가 물 한병 사주신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물 파는 아저씨가 친절히 돚자리를 펴 주셔서 난간 쪽에 앉아 강을 바라보고 있는데..

코끼리 타는 사람 모이란다. 여기서 바로 타나보다.

J언니에게 금방 돌아온다 얘기하고 쫄래쫄래 따라갔다.


6 Comments
lenny 2006.09.23 04:22  
  예민한B형남입니다.;; 닉네임이 바꿨어요..
휴대폰 셀카 부끄럽구려.;;;  내 사진기를 한손으로 들고 셀카를 찍을수 있게 연습해야 겠네요...ㅋㅋ
emfjaj 2006.09.25 17:56  
  이거 기이냥 넘 재밌어 부리는데요? ^^ㅋ
담편 고고~!
양갱 2006.09.28 01:11  
  한달전쯤 저도 갔던 곳이라서 자꾸만 상상이 되네요ㅋ
아는곳 이야기가 나오니깐 더 재미난데요~^^
카라 2006.09.29 15:02  
  잼있내요~~~아주 잘읽고있습니다~~넘 재밌어요~ㅋㅋ
Bua 2006.10.05 01:43  
  저두 꼬랑지는 첨 다는데 첨부터 잼나게 님의 솔직담백한 여행기 잘보고 있고,또! 잘보겠습니다~~  ^^/
타이긍정 2009.07.31 14:39  
가문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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