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머리소녀의 처녀여행] - 3 - 소녀, 혼자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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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게머리소녀의 처녀여행] - 3 - 소녀, 혼자되다

레게머리소녀 16 3662

[3] 소녀, 혼자되다 (9/6)


고단했던지 일어나니 9시가 넘었다..

여유있게 준비하고 역시나 아침은 시장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아메리칸 식으로 해결..

맛있는 과일과 별모양 계란 프라이가 인상적이다.

이것저것 먹고 싶은게 많을텐데 나를 배려해주는 슬라언니에게 고맙다.


어제 야시장에서 산 보라색 바지와 맞춰 입으려고 고르고 골라 흰색 나시를 샀는데..

(200밧 줬다.. 태국 물가가 싸다지만.. 어쩔 땐 그렇게 싸단 생각은 안든다.)

깔끔하게 50밧 깍아서 샀다.. 50밧 이라는 큰돈을 깍아도 우리나라 돈으로 1500원 남짓.. 허무하다.

흥정은 재미로... ^^

숙소와서 들뜬 마음에 입어보니.. 어라.. 작아서 안들어간다.

이론... 또 깜빡했다. 나 살찐거..


오늘오후 슬라언니가 북부 치앙마이로 떠나는 터라 방을 트윈에서 싱글로 옮기려 카운터에 가니..

싱글 룸도 480밧이란다. 뭐시이래~ 할인도 전혀 안된다. (에어컨 트윈에 480밧)

앙~ 비싸답.

할수없이 옆 람푸하우스로 가니 다행이 방은 있는데 싱글은 없고 트윈만 있다.

선풍기 트윈이 420밧으로 그나마 저렴 하길래.. 예약하고 짐을 옮겼다.

나름 깔끔하고 좋다.


오후에 떠날 언니를 위해 같이 맛사지 받으러 갔다.

오레가 반갑게 맞아준다.

야시장 구경 한거랑 브릭바에 간 얘기 하며 풋 마사지를 받았는데 와~ 너무 시원하다.

가격대비 대 만족.

또 부모님 생각난다. 돈 모아서 내년엔 꼭 같이 와야겠다..


나른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오니 비가억수같이 내린다.

(딱 내 스탈이다.. 가끔 한국에 굵은 소낙비 올 때마다 밖에서 비 맞으며 뛰어다니고 싶어진다.

본능은 뛰쳐나가라 속삭이지만 이성이 옷도 많이 없는데 어찌 감당할래? 며 말린다.)

빗방울도 굵은게.. 천둥 번개도 치고 무섭다.

새삼 외국에 나와 있구나 싶다.

비도 오고 몸도 나른해 자고 있는데..

언니가 비도오고 몸도 나른한게 북부로 가기 싫어진다고 한다.

가지 말라 말은 못하고 속으로 환호하며 예스를 부르짖기도 잠시..

비 그쳤다며 더 가기 싫어지기 전에 움직여야 된다며 가버린다.

혼자서 자신 없어 하니..

언니가 돌아오면 서로 있었던 일 얘기하느라 바쁠 거라며 용기를 복 돋아 준다.

(이땐 이말 안믿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더라.. 신통방통 너무 신기하다.)


잠결에 언니 보내놓고 한 숨 더 자고 일어나니 어두컴컴하다.

옆 침대가 비어있는걸 보니 정말 혼자구나 싶다.

배도 출출하고 내일 투어도 알아볼 겸 밖으로 나갔다.

(솔직히 이 첫발을 내 딛기가 힘들어 계속 잠을 잤는지도 모르겠다.)

우선 홍익인간에 가서 투어신청하고.. 원랜 파타야나 수산시장+로즈가든+악어농장 갈려고 했었는데

어제 모리가 하도 깐짜나부리 자랑을 하는 바람에 750밧 주고 깐짜나부리 트래킹으로 신청했다.

카오산 거리로 발길을 옮기는데..

숙소 쪽 거리 양장점 앞에서 현지인 청년이 말을 건다.

(나를 무척 사랑해 주는 친구다. 볼 때마다 이쁘다, 사랑한다, 큰소리로 외쳐준다. 부끄럽끄로)

그동안 오가면서 인사만하는 정도였는데 같이 다니던 친구 어디갔냐고 물어본다.

그냥 물건사라고 말하는 흔히 말하는 삐끼 인줄 알았는데... 부끄러워진다.

길에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 말이 길어지니 음료수 한잔하잖다.

나 조금 긴장했다. ^^; 그래서 밥 먹으러 간다며 자리를 떠 혼자 카오산 거리로 나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몰라 헤매면 어쩌나 싶기도 한데..

한편으론 뭐 어떠냐 싶기도 하다.

바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설렁설렁 찾아가지 모..


혼자 걷는 카오산 거리, 언니랑 걸을 때랑 느낌이 많이 틀리다.

조금은 겁도 나고, 조금 더 신기하고.. 새롭다.

군것질도 하며 걷다보니 아침에 흰색 나시 구입한 가게가 보인다.

사이즈가 작다고 바꿔줄 수 있냐고 물으니 교환 및 환불은 안된단다..

그런게 어딨냐고 따지고 싶었으나.. 어리고 이쁜 언니야들 보니 차마 화가 나질 않는다..

(이슬라 언니 돌아오면 줘야겠다..)


길을 걷다 외국인 남정네랑 눈 마주쳤다..

편의점 앞 탁자에서 맥주 마시고 있었는데.. 눈 마주치니 웃으면서 말 건다..

순간 당황했다..

슬라 언니가 태국 오면서 주의할 점 몇 가지를 얘기해 줬는데...

(버스 탈 때 스님 옆에 앉지 말기... 모르는 사람이 음료수주면 절대 마시지 말기..

차이나타운 갈 땐 꼭 복대하고 가기.. 모르는 사람이 이유 없이 친한척하면 경계하기..)

난 처음 여행하는 건데 딴 목적이 있어서 친한 척 하는건지 순수하게 친한 척 하는건지 모르는데

어떻게 알아요? 라고 물으니 느낌으로 알수있단다.. 눈빛부터 틀리다나?

이사람 가만히 보니 눈빛이 또렷하다..

옆에 서서 뻘줌히 묻는 말에만 대답하다, 본격적으로 앉아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알렉스라고 스페인 친구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하자 자기도 잘 못한다며 걱정 말란다.

혼자 왔냐고 묻길래 쪼금 겁나서 친구는 조~ 앞에 있다고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랬다.

혹시나 싶어 한국에 애인도 있다고 뻥쳤다.

우리 알렉스 걱정 말라며 웃는다. 웃는 모습이 참 환하다.

내일이 자기 생일이라며 초대하고 싶다는데..

혼자가기 그래서 그냥 투어 땜시 몇일 여기 없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항상 그렇듯 절반이 바디 랭귀지다 그럼에도 뜻이 통하는걸 보면 신기신기

하긴 내가 외국에서 외국인이랑 웃으며 대화한다는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비싼 돈 들여 바리바리 유학 보내는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친구 된 기념이라며 끼고 있던 팔찌중 하나를 준다.

아... 고맙다... 난 마땅히 줄게 없어서 안타깝다..

어제 F4 만날 때도 그렇고.. 뭔가 기념될만한 것을 준비 하는것도 좋을성 싶다.


알렉스와 헤어지고 카오산 거리 입구쯤에서 남정네 두명이 엄청 좋아 보이는 디카로 카오산 거리를 찍고 있다.

왠지 일본인이나 대만인 같아 말은 걸지 않고.. 그냥 나도 거기서 찍으면 이쁘게 찍을 수 있을거 같아

뒤에서 따라 찍었다..

그냥 무심히 스쳐간 이 두 남정네들을 다음날 투어에서 다시 볼 줄은 몰랐다.

참고로 나의 사진 찍는 솜씨는 꽝 인 것 같다.


바로 숙소로 들어갈까 하다가.. 용기를 내어 아침시장을 지나 위쪽으로 좀 더 걸어갔다.

밤이라 그런지 문 닫은 데가 많아 어둡다.

볼 건 없어도 용기 내어 혼자 여기까지 왔다는게...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니지만 스스로 너무 대견하다. (참~ 잘했어요.. 토닥토닥 ^^)

버스정류소 앞에 편의점이 있길래 들어가봤는데.. 에어컨이 너무 시원해 나오기 싫더라.. ^^;


투어 신청할 때 얼핏 보니 한국직통 수신자 부담 전화가 설치되 있었다.

걱정할 가족들을 위해 아직 잘 살아 있다고 전화 한통 할까 싶다.

와~ 내가 외국에서 전화를 하다니...

소화기를 드니 잠깐의 신호음 뒤에 교환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받는 곳 전화번호와 이름을 말해주니 잠시만 기다리란다.

의외로 간단해서 놀랬다. (대체 뭘 기대 한거냐... ㅡㅡ;)

시간이 시간인지라 집이 아닌 가게로 전화를 걸었는데..

교환원이 지금 바빠서 전화를 못받으시겠다 한다고 얘기한다.

그래.. 이시간이면 바쁠 수도 있겠구나 싶다.

나도 일 해봐서 안다. 바쁘면 전화 받을 시간 없다는거.... 이해한다.

그런데도 뭔가 울컥 하는게 서운하다.... 서운하다.... 서운하다....

서운한 맘에 5분 뒤에 여사님 휴대폰으로 전화하니... 반갑게 받아주신다.

좀 전에 전화 온 걸 일하는 이모님이 광고전환줄 알고 끊으셨다며 웃으신다.

아하하 그러면 그렇지... 홍홍.. 잠시나마 서운했던 맘이 저 멀리 도망간다.

여기 걱정하지 말고, 사진 많이 찍고 즐거운 여행 보내고 오라는 말에 가슴이 뭉클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리어카에서 밥 위에 망고를 올려놓고 20밧에 팔길래 하나 샀다.

또 비가 온다.. 밥에 빗방울 들어 갈까봐 처마 밑에 비를 피하며 먹었는데 나쁘지 않다. 잼있다. ^^

(밥은 흰쌀밥에 달달한게.. 씹는 맛이 우리나라 약밥 같은 느낌이다.)

정말 여기 빗방울 굵다..

내일 일찍 투어 갈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비도 많이 오고 천둥번개까지..

언니도 없이 혼자 잘려니 무서워서 잠이 안온다.

결국 카운터에서 6시 모닝콜 신청하고 딩굴딩굴하다 새벽 2시 넘어서야 불 켜 놓고 잠들었다.

전기세 많이 나올텐데..


16 Comments
갈대여인 2006.09.21 14:16  
  님의 글솜씨에 장면 하나하나가 눈에 그려지네요~ 넘 잘보고 있습니다^^ 싸이 주소는 어케 되나요? 사진도 구경하고 싶은뎅..
써녕 2006.09.21 14:59  
  글 재밌다ㅋㅋㅋ 나 깐짜나부리에서 만난 써녕ㅋㅋ
글 보니까 다시 태국 가고 파 지네..
담편 넘넘 궁금해 빨랑 올려주~~~
가령 2006.09.21 16:10  
  여행일기 잘 보고 가요..레게 머리 소녀님...[[웃음]]
꼬이는이유 2006.09.21 16:19  
  같이 울컥해지는데 ^^ㅎㅎ
생머리그녀 2006.09.21 16:25  
  그럼요.. 전기세 많이 나오져~~ ㅋㅋ
함께 여햏하는 것처럼 생생하네요...
느긋하고 털털한 경상도 아가씨의 모험이 어떻게
전개 될지 흥미진진~ 기대할께요....^^
동나이 2006.09.21 17:05  
  섬세한 여자분의 심성이느껴지는 재밌는 여행기네요!
담편이 기대됩니다!
애플망고 2006.09.21 21:03  
  너무 재밌게 봤어요 ^^;;
김천 2006.09.22 09:04  
  레게머리소녀의여행기로 하루일과시작합니다.
고압선 2006.09.23 00:13  
  좋은사진기로 좋은사진 흉내도 못내고 있습니다....
레게머리소녀 2006.09.23 03:30  
  헉.. 댓글이 많이 달려서 놀랬어요.. +0+
부족한 글, 재미나게 읽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__)
싸이주소는.. 제목 위에 홈페이쥐~ 클릭하시면 됩니다.
써녕언뉘~ 고압선님 방가방가~ ^0^
동나이 2006.09.24 20:50  
  싸이주소 홈페이지 찾아가 사진볼려면 어떻게해야
하느지요?
검색으로 찾아야하는지..아님인물찾기해야하는지 알려주세요!
bluelove 2006.09.25 04:29  
  부러어요~저두 님처럼 혼자 여행갈려구 계획짜구 잇거든요~님글은 솔직 담백해서 넘 조아요~여행기 계속 올려 주셔요~조은 하루 행복한 하루 보내시구요~
홀로남 2006.10.03 02:40  
  읽으면 읽을수록 맛갈스럽네요.
순진무구녀 2006.10.15 13:53  
  ㅋㅋ 넘잼있삼~~~
이렇게 긴글을 읽기쉽고 알아듣기쉽게 적으셨다니
ㅎㅎㅎ
엽기두나 2006.11.01 06:17  
  저두 여행 준비 중인데 아주 많이 도움되구있어요~~
해외여행은 첨이라 마니 겁나구 그러거든여~~~
브라보타이 2007.09.05 15:30  
  참 따듯한 분이신가 같아요 군데군데 가족들 생각하시는 마음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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